퀵바

高礎(고초) 님의 서재입니다.

단천문(檀天門)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高礎(고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2
최근연재일 :
2024.09.20 06:30
연재수 :
111 회
조회수 :
44,485
추천수 :
1,046
글자수 :
629,500

작성
24.07.23 06:30
조회
230
추천
8
글자
12쪽

10-3

DUMMY

목각인형의 몸통을 매섭게 노려보던 그는 즉시 도약, 목과 단전 주변에 마지막 일격을 가했다.


꽈직!

단단하던 청동판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떨어져 나갔다.

드러난 깨진 청동판의 내부, 기관장치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중심축을 기준으로 둥근 판에 톱날처럼 생긴 뾰족한 이(齒)가 촘촘히 박혀 있는 수십 개의 장치. 각각의 이가 서로 맞물려 고속으로 회전하고 있었다.


구조의 정교함과 정밀함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와~아! 정말 대단한 장치네!"


실용과학의 핵심원리가 이 한 축에 농축되어있었다.


"어떤 원리로 만들었기에 오랜 시간 회전이 가능할까?”


돌고 있는 치판(齒板)과 연결된 중심축에 다가가 만지는 순간.


"헛!"


백도 이상의 뜨거운 고열, 닿았던 손끝이 화끈했다.


"어떻게 이렇게 뜨겁지?"


호기심에 즉시 중심축을 걷어찼다.

퍽, 소리에 이어 뜨거운 증기가 확 뿜어져 나왔다.

눈 깜빡할 사이 시야를 가리는 뿌연 증기.

뜨거운 열기에 놀라 즉시 물러서는 그.


그그그긍~


동시에 맹렬히 돌던 치판(齒板)이 서서히 속도를 줄였다.

아마도 증기가 빠져나가는 것과 연관이 있어 보였다.

촤아악!

이번엔 증기를 뿜던 축에서 반경 2장 여의 넓이로 뜨거운 물이 솟구쳐 올랐다.


곳곳에 닿아 번지는 뜨거운 물.

짙은 유황 냄새에 훌쩍 피했지만, 활짝 핀 꽃처럼 쉼 없이 품어져 나오는 물줄기에 뜬금없는 감탄사가 터졌다.


"오~ 진짜 장관이다!"


그게 신기할 나이라는 걸 깜빡했다.

물줄기는 꾸르륵 소리와 함께 멈췄고 회전을 완전히 멈춘 목각인형은 마치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는 듯 서서히 바닥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만감이 교차하는 애증의 물건, 뚫어지게 노려보던 순간 무엇을 깨달았는지 느닷없이 손뼉을 치는 팽욱.


"그래! 그 원리였어! 기관이 멈추지 않고 끝없이 동작할 수 있었던 무한동력의 원리, 정말 대단하다~ 대단해!”


존경심에 엄지 척을 보내는 그. 유황 냄새가 풍긴다는 건, 물이 바로 용암수라는 것.


용암에 의해 데워진 증기가 압력이 되어 위로 솟구치며 치판을 돌리자 기관 전체가 무한 작동했던 것이다.


어릴 적 해사방과 주홍루의 기적도 작은 규모지만 같은 원리를 응용한 것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무한동력원으로 용암수를 이용했다는 사실, 정말 획기적인 사고가 아닐 수 없었다.


"용암수에서 무한정 쏟아지는 열기를 순환시켜 이를 동력원으로 이용한다? 응용하면 정말 무궁무진 많은 일을 해낼 수 있겠는데."


다시 한번 치판과 열판과의 구조, 연결방법, 그리고 병장기를 매달아 이를 무작위 동작이 아닌, 전달하고자 하는 무공에 접목한 기술을 분석하고 기억에 담으며 이름 모를 창조자에 거듭, 경의를 표하는 순간이었다.


그그그긍!


섬짓한 굉음, 아니 기대하고 고대하던 굉음이다.

소리를 쫓아 보니 역시나 막혔던 철문이 열리는 소리였다.


“와~아~ 드디어 성공이다! 성공!!”


열린 문은 김빠지는 소리를 끝으로 움직임을 멈췄다.

역시 핵심은 이 목각인형의 몸통.

상호 연결되어 작동하도록 구성했던 기관장치가 분명했다.

이젠 나가기만 하면 된다.

모든 정리를 완료한 팽욱은 자신의 손에 파괴된 병장기들을 보며 새삼 크게 성장한 자신의 실력에 우쭐했다.


"장치에 대응한 새로운 장법을 운용하자 파괴력이 배로 늘며 가속 역시 붙어 금속병기와 자단목, 청동 동판 등의 강력한 무기들을 가볍게 깰 수 있었던 거야. 정말 놀라운 일이지."


독특하고 오묘한 새로운 장법.

이름이 없다면 말이 되겠는가.

행운유수와 같은 독창적 작명에 돌입했다.

흩어진 기운이 하나로 모이며 강력한 파괴력을 보인 장법을 회삼귀일장(會三歸一掌)이라 이름 지었다.


또한, 목각인형의 공세를 전부 방어해낸 장법을 집일함삼장(執一含三掌). 즉 일수로 삼수의 공세를 막는다는 의미다.


모두 태양역근개운신공의 심법 구결에서 따온 명칭이다.

목각인형이 완전히 파괴되자 석주와 원형 톱도 함께 김빠지는 소리와 함께 동작을 멈췄다.


모두 한 몸으로 연결되어 있었던 모양.

이미 사라지고 없는 목각인형을 뒤로하고 열린 철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 앞에 또 길게 이어진 오르막 동굴이 보였다.

이제 또 다른 도전의 길, 아닌 출구?

당당히 걸어 지나면 되는데 몸이 왜 이리 무거울까.

힘든 과정 모두를 통과했는데.

갑자기 난타당해 잊었던 온몸의 상처가 하나하나 다시 생채기 난 듯 돋아나며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거워졌다.


"나 모든 걸 이겨 낸 것은 물론, 깨우쳤다고··· 아이~씨! 난, 난! 어떤 난관이라도 극복해낼 자신이 있어! 이···"


혼미한 정신을 애써 깨우려 고래고래 악을 쓰며 소리치던 그가 어느 순간 풀썩 쓰러졌다.


쓰러진 자세 그대로 미동도 하지 않던 그, 잠시 뒤 입에서 굉음이 흘러나왔다.


“드르릉~ 쿨~! 드르릉~ 쿨~!”


긴장이 풀리자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든 모양이었다.

녀석 너도 사람이었구나.

그래 쉬어라.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갈증과 허기에 번쩍 눈을 뜬 팽욱, 오랜만의 꿀잠이다.


"하아암! 잘 잤다."


얼마 동안 잠에 빠져있었는지 모르지만 구석구석 쑤시고 아팠던 몸이 개운하고 상쾌한 것이 이곳에 들어온 이후 최고. 벌떡 일어섰다.


가뿐하다. 주변을 둘러보니 변함없는 환경, 하지만 그에겐 모든 게 새롭게 보였다.


눈을 질끈 감은 그는 태양역근심경을 일주천하며 몸 상태를 확인했다.


힘이 넘치다 못해 튀어나갈 것 같다.

주체할 수 없는 힘을 갈무리하며 주머니 속 벽곡단과 물을 확인했다.


진짜 며칠 가지 못할 적은 양, 초조해졌다.


"1차 관문은 확실히 통과했다. 앞으로 2단계가 나올까 아님, 나가는 출문이 나올까··· 무엇이 되었든 이제 시간이 없다.”


기대 반 설렘 반이 그를 흥분케 했다.

들을 사람 아무도 없지만, 그는 일부러 허세 부리며 쩌렁쩌렁 귀가 먹먹할 정도의 고성으로 스스로를 독려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내 목소리, 마치 수십의 내가 앞길을 응원하며 격려하는 듯했다.


“가자! 팽욱!”


힘차게 외치며 출발!

날아갈 듯 가뿐한 몸.

천기신행이란 신법, 맞춤옷처럼 자연스레 펼쳐지며 행보를 가볍게 했다.


가다 보니 어김없이 등장하는 수없이 많은 소소한(?) 공격. 앞서 강력했던 인형들의 공세에 놀랐던 그는 처음 긴장했지만, 예상외의 가벼운(?) 공세에 의아함을 느끼며 더욱 속도를 내 올랐다.


긴장을 풀지 말라는 뜻 아닐까?

갑자기 쏟아져 나오는 독화살에 바닥이 푹 꺼지며 깜짝 놀라게 하고 뜨거운 용암이 왈칵 쏟아지질 않나, 별의별 악독한 무기가 튀어나오며 앞길을 막았지만, 신법의 정묘함과 어려운 고비를 넘기며 터득한 경험이 콧방귀 뀌며 여유 부릴 만큼 어렵지 않게 각개 격파할 지혜와 힘을 줘 거침없이 나아갈 수 있었다.


마치 네놈이 신법과 보법을 어느 정도 성취했는지 시험하는 듯했다.


얼마를 갔을까.

지금까지와는 판이한 좁아진 동굴에 야명주 불빛마저 수가 반으로 줄어 현저한 어둠이 닥쳤다.


드디어 1단계를 지나 중간 시험지대를 거쳐 다음 단계의 초입에 도착한 모양이다.


지켜보는 사이 괜스레 돋는 솜털.

녀석 두려움이 없지 않아 있었던 모양이다.

새로운 긴장, 이제 또 무엇이 나타날 것인가?

긴장감에 식은땀이 흘렀다.

희미해진 좁은 동굴 상단에 한 개의 문자가 일필휘지로 각인되어 있었다.


“무(武)!”


무? 그럼 확실히 다음 단계의 시작이란 말인데.

무, 무라···

어두워진 동굴 내부로 들어선 그는 여기 역시 지금까지 통과해 건너온 여타 동굴과 별반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역시 길게 꾸불꾸불 이어진 오르막길에 단지 차이가 있다면 폭이 좁아지고 어두워졌다는 사실뿐. 자, 여기선 또 얼마나 많은 난관이 발목을 잡을까?


"마른 식량(벽곡단)도 없고 담아온 물도 떨어져 가는데···"


앞서 입구에서 먹을 것을 제공했던 기억이 퍼뜩 난 팽욱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변 벽을 더듬어 살폈다.


퉁~!


단단한 벽에서 나는 소리완 전혀 다른 속이 빈 소리.


"역시!"


기쁨에 힘껏 빈 벽면을 쳤다.

벽이 깨지면서 종전에 봤던 것과 같은 모양의 흑색 항아리가 발견되었다.


"흐흐! 좋았어!"


항아리에 다가가 뚜껑을 열고 움켜쥐는데 물컹, 느낌이 싸했다.


이게 아니란 생각에 안을 들여다보니 헉, 항아리는 곰팡이와 함께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다급히 항아리를 들어내고 안쪽을 살폈다.

다행히 물은 있었지만, 양식은 썩은 항아리뿐. 아래를 살폈더니 역시 예상대로 깨져 금이 간 상태다. 상태로 보니 기껏 몇 개월 전에 깨진 게 분명했다.


의아했다.


“여길 통과하는 동안 사람의 흔적, 아니 살아 있는 생명체의 흔적은 전혀 없었어. 그럼 어떻게 항아리가 깨질 수 있었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상황, 곰곰이 기억을 더듬었다.


"아! 그래 맞아!”


무시무시한 진동 후 돌이 무너져내리며 석문과 시신이 있는 동굴이 모습을 드러냈잖은가.


그때 그 진동인지 지진인지 여파에 여기에 있는 항아리가 파괴된 것 아닐까?


만약, 만약에 그렇다면 각각의 동굴들은 서로 한 몸처럼 연결되어 이어져 뚫려 있는 것?


처음 출발부터 지금의 위치까지 거리와 경사도를 감안 지도를 그려보았다.


처음 깨어난 동굴이 거대한 둥근 공지 형태였고 그 끝 벽에 1차 석문을 통과하자 긴 통로 형태의 꼬불꼬불 나선형의 오르막이 이어졌지.


끝이 막혀 좌절했다가 뚫고 나오니 1단계 관문이 있었고 그곳을 빠져나와 석곽을 타고 각종 기관 진식을 피하며 올라올 때 역시 나선형 긴 통로가 비슷하게 이어져 있었어.


‘그렇다면 이곳 구조는 거대한 중심축이 가운데 있고 그것을 기준으로 바닥에서 파 올라간 그런 거대한 기관장치가 아닐까?’


회심의 미소가 지어졌다.


"추리가 맞다면 나선형 통로를 타고 계속 올라가면 결국 가장 높은 중심 정점과 만난다? 그럼 끝? 후후~!"


모든 상황과 일치한다.

확실하다.

마음은 벌써 일이 다 풀렸다는 듯 들뜨기 시작했다.


"오르면 오를수록 점점 회전 반경이 좁아진다는 건 정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야. 맞아!"


드디어 끝이라는 생각에 심장이 쿵쿵 미친 듯이 뛰었다.

하지만 이내 찾아온 현 타.


"아~!"


탈탈 떨어진 식량, 생존 문제다.


"꾸물거리며 시간을 보내다간 굶어 죽겠다. 가자!"


출발에 앞서 물과 조금 남은 벽곡단을 주머니에 챙겨 넣으며 허벅지에 붙은 검은 단도 녀석을 톡톡 애정 있게 두드렸다.


한 몸처럼 붙어 다리가 절단 날 순간 날 지켜준 녀석.

묶은 끈을 풀고 끄집어낸 단도. 종이처럼 가볍다.

검은색의 강렬한 무게와는 달리 깃털처럼 가벼워 경외감을 느꼈던 물건이다.


집안의 수호 신물.

두 손으로 꽉 쥐는 순간 안긴 듯 손에 착 감겨든다.


‘고맙다. 네가 날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보호해 준거야.’


여러 번 허벅지를 강타당했을 때 이놈 덕에 무사했고 청동 칼과 각주에 부딪혔을 때 청동 검은 날이 움푹 패어 떨어져 나갔지만, 이놈은 흠집 하나 없었다.


‘넌, 나의 분신이고 수호신이야! 절대 내 몸에서 떨어져서는 안 된다.’


검에 입을 쪽 맞춘 그는 허벅지에 다시 단단히 고정하고 목에 건 옥패를 매 만진 뒤 전면을 응시하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길게 위로 이어진 동굴, 이제 충분히 휴식을 취했다.

가야 할 시간이다.


“무(武), 무라··· 여기 역시도 단천문의 기연이 남겨진 곳일까? 아님, 이제까지 갈고 닦은 무예의 수준을 평가하는 곳일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단천문(檀天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2 11-2 24.08.10 204 11 11쪽
81 11-1 24.08.09 212 11 12쪽
80 제 11 장 깨진 반쪽 옥패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고 +1 24.08.08 236 10 15쪽
79 10-10 24.07.31 231 10 13쪽
78 10-9 24.07.30 206 9 12쪽
77 10-8 24.07.29 210 8 12쪽
76 10-7 24.07.27 219 9 11쪽
75 10-6 24.07.26 218 9 12쪽
74 10-5 24.07.25 226 9 12쪽
73 10-4 24.07.24 235 8 14쪽
» 10-3 24.07.23 231 8 12쪽
71 10-2 24.07.22 235 8 13쪽
70 10-1 24.07.20 244 8 11쪽
69 제 10 장 단천문 무공 24.07.19 256 8 13쪽
68 9-5 24.07.18 232 8 13쪽
67 9-4 24.07.17 227 8 16쪽
66 9-3 24.07.16 223 8 12쪽
65 9-2 24.07.15 236 6 17쪽
64 9-1 24.07.13 230 7 12쪽
63 제 9 장 친구야! 어떻게 해야 하냐! 24.07.12 241 8 11쪽
62 8-9 24.07.11 240 8 12쪽
61 8-8 24.07.10 242 7 12쪽
60 8-7 24.07.09 248 9 14쪽
59 8-6 24.07.08 262 8 15쪽
58 8-5 24.07.06 239 9 13쪽
57 8-4 24.07.05 251 8 12쪽
56 8-3 24.07.04 251 8 12쪽
55 8-2 24.07.03 263 8 13쪽
54 8-1 24.07.02 280 8 12쪽
53 제 8 장 엉뚱하게 휘말린 싸움과 헤어짐 24.07.01 290 8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