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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2
최근연재일 :
2024.09.20 06:30
연재수 :
111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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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046
글자수 :
629,500

작성
24.07.05 06:30
조회
251
추천
8
글자
12쪽

8-4

DUMMY

두 친구의 우려 섞인 말에 동의하지만, 지금의 이 상황 원평은 너무 싫었다.


어릴 적부터 불의를 보면 반드시 자신이 나서 해결해야 직성이 풀린 그였지만 지금 나선다는 건 풀섶을 지고 불로 뛰어드는 것과 다름없는 무모한 짓, 너무도 명약관화한 사실이기에 고민에 잠겼다.


그가 고민에 잠긴 사이 현장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홀로 버티던 호위 무장마저 제압당하자 전의를 상실한 양민들은 갖고 있던 무기를 하나둘 버리고 투항하기 시작했다.


기세가 오른 산적들이 양민 사이로 뛰어들어 무자비한 발길질을 퍼부었다.


양민들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힘없이 나뒹굴었다.

처참한 상황에 관모와 관포를 입은 늙은 노인이 나서 뭐라 따졌지만, 두목은 그를 무시하고 수하들을 향해 뭐라 지시했다.


지시가 떨어지기 무섭게 산적들은 양민들을 창칼로 위협, 산길로 몰아세웠다.


산적 몇몇은 그중 어린 소녀를 어찌하려는지 숲으로 끌고 들어가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에 당황한 노인과 중년 사내의 외침이 잇따르고 킬킬대며 누런 이빨을 드러내고 웃는 산적두목의 의기양양한 모습이 징그럽게 보였다.


두목이 뭐라 소리치며 협박하자 노인과 사람들이 엎드려 비는 모습이 보였고 그 뒤로 숲에서 다시 어린 소녀가 끌려 나왔다.


아마도 반항하는 사람들을 기세로 제압하고자 그런 수를 쓴 것 같았다.


사람들의 기가 꺾이자 만족스러운 웃음을 터트린 두목은 어떤 지시를 내리고 수하들은 그의 명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사지가 멀쩡한 양민들을 분류, 일부는 부상자를 일부는 마차에서 말과 짐을 끌러 머리와 등에 이게 했으며 일부는 시체를 모아 마차와 함께 태우라는 지시를 했다.


시체와 마차가 타며 내는 시커먼 연기와 역겨운 탄내가 온 숲을 까맣게 덮으며 시야를 가렸다.


이를 부득부득 갈며 분노에 치를 떨던 나원평.


“야! 사내대장부로 태어나 불의를 보고 숨는다면 어찌 사내라 할 수 있냐? 마침 연기가 시야를 가리니 이 틈을 이용 숨어들자!”


이때다 싶었는지 행동에 나서자며 부추기는 그.

그러나 섣불리 나섰다가 혹여나 잡히면 아버지를 찾는 것은 물론 자신들의 목숨마저 어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둘은 주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불쌍하지만 그냥 가자!"

"돌아가서 이 사실을 관가에 알려 놈들을 토벌하도록 하면 되지 않을까?"


"너희들 젊은 혈기가 아깝지 않냐! 적들을 공격하자는 것도 아니고 상황을 염탐해 소굴을 알아내 알려 준다면 더 좋지 않겠어."


그의 명분 있는 설득에 팽욱과 혁린천은 마지못해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의기가 투합된 셋은 재빨리 연기 막 사이로 침투, 잠입에 성공할 수 있었다.


다행히 양민들 복장 역시 대부분 하얀 백의라 별다른 의심 없이 합류할 수 있었다.


산적소굴은 그곳에서 20리가량 떨어진 깊은 산 중턱에 있었는데 암벽과 제법 큰 목책이 3장 높이로 둘러 서 있어 쉽사리 공격할 수 없는 난공불락의 요새로 보였다.


산적두목은 산채로 오자마자 늙은 낙향 거사를 자신 앞에 무릎 꿇렸다.


"네 이름이 뭐냐?"

"나는 삼도현 현령(縣令)에서 은퇴해 낙향하는 장유현이다."


스스로 장유현이라 밝힌 노인은 분노로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곧추세우고 두목을 노려봤다.


"후후! 제대로 맞았군···."


입가에 조소를 머금은 그는 피식 비웃더니 비아냥댔다.


"늙은이! 늙은이의 무모한 도발로 우리 동료 여섯이 목숨을 잃었다. 부상자 또한 여섯이고···."


장씨라는 노인은 두목이 두렵지 않은지 그의 말을 중간에서 자르며 노인답지 않은 우렁찬 목소리로 대꾸했다.


"내 식솔을 포함 우리는 무려 열다섯이 죽었다. 너는 장차 이일을 어찌 감당하려 살생을 자행한 것이냐?"


강하게 나오는 노인에 분노가 치미는지 산적두목은 눈을 부라리며 호통쳤다.


"살생? 이봐 늙은이, 큰소리치면 우리 모두 무서워 바들바들 떨까 그러나? 착각하지 마! 너는 지금 현령도 뭣도 아무것도 아니야!"


산적두목은 대뜸 양민들 후미에 있던 산적졸개에게 늙은 하인 한 명을 자신 앞으로 끌고 오라 지시했다.


거친 산적의 손에 질질 끌려 온 하인은 두려움에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바들바들 떨었다.


벌벌 떠는 늙은 하인을 무릎 꿇린 두목은 잠시 주변을 매섭게 노려보다 등에 차고 있던 감산 도를 급작스레 빼더니 주저 없이 하인의 목을 댕강 잘라 버렸다.


두 눈을 부릅뜬 채 죽은 늙은 하인의 머리가 맨땅에 구름과 동시에 잘린 하인의 목에서는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처참하기 이를 때 없는 광경.


"흐흐! 잘 봤나? 늙은이!"


득의의 미소가 짙게 어렸다.

참혹한 모습에 기가 꺾인 노인.


"으음, 어쩌겠다는 게요"


주눅 든 그의 변화를 눈여겨보던 두목.


"지금 즉시 사람을 보내 금 100냥을 갖고 와라!"

"금 100냥?"


금 100냥이면 쌀 8000가마의 값어치인데, 그의 엄청난 요구에 모든 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정도면 산동성의 성주 신분일지라도 구하기 어려운 엄청난 금액이 아니겠는가.


도대체 산적두목은 앞에 있는 늙은이를 어떻게 보고 그런 터무니(?) 없는 요구를 내건 것일까, 궁금했다.


"그렇다. 여기 네 식솔과 냄새나는 늙은이 목숨 가치로 금 100냥이 결코, 많지는 않을 것이다"


"관리로 평생을 보낸 내가 그리 큰돈이 어디 있겠는가?"


말도 안 된다는 듯 고개를 크게 내 젓는 노인.


"클클클! 늙은이 삼도현 현령으로 있는 동안 현민들 주머닛돈을 자기 것 인양 빼앗고 부정 축재한 사실, 내 모를 것 같은가?"


순간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는 장유현.

애써 정색했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그는 산적두목을 향해 강하게 따졌다.


"그 무슨 얼토당토않은 말인가?"

"클클클! 우리가 졸개 여섯의 목숨까지 바쳐 가며 왜 냄새나는 늙은이를 잡으려 애쓴 줄 알아?"


하긴 아무리 간덩이가 배밖에 나온 산적일지라도 십여 명의 호위무사까지 거느린 자들의 재산을 빼앗으려 무모하게 달려들까. 피해가 막심할 터인데.


"늙은이! 당신이 고리대금업자 금복당의 탈세를 눈감아주고 금 150냥 챙겨 달아나고 있다는 사실! 클클클, 모를 줄 아느냐?"


"그, 그것을 어··· 어떻게!"

"왜! 놀랬나? 네 아무리 성인군자로 위장을 한다 해도 우리는 다 알아내는 수가 있지, 야! 팔복이 불러와!"


"뭐? 파, 팔복이!"


팔복이라는 이름이 불려진 순간 노인은 고개를 푹 떨구더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흐흐, 팔복이랑 굳이 대면할 필요도 없겠구먼, 자! 이제 순순히 숨겨 놓은 재물 위치를 대던지 사람을 시켜 100냥을 가져오게 하던지 양단간에 결정을 내려라, 늙은이!"


다그치는 두목의 목소리가 한층 더 커졌다.

한 가닥 양심에 항상 찜찜했던 일인데 식솔들이 모두 모인 공개 장소에서 들통이 나버리자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의 그, 하지만.


"바, 받으면서 여기저기 줘야 할 입이 많아 남은 것은 겨우 50냥뿐이오. 정말이오!"


돈 소문을 어디서 들었는지 굶주린 늑대처럼 몰려든 수많은 정적. 그들의 입을 막기 위해 그는 받은 돈의 태반을 지출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사정했지만, 두목은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웃기는 개소리! 아까 봤지! 만일 3일 이내 약조한 돈 갖고 오지 않으면 네놈의 직계부터 차례차례 똑같이 죽임을 당할 줄 알아!"


말을 마침과 동시에 손에든 감산도를 번쩍 치켜든 두목. 당장이라도 그의 목을 자를 기세다.


이 순간 그는 치미는 분노를 삭일 수 없었다.

많은 수하를 잃어가며 덮쳤건만 겨우 건진 건 겨우 금화 10냥, 애초 예상과는 크게 어긋나는 액수였다.


늙은이의 주도면밀한 행각으로 미루어 어영부영했다가는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일을 끝낼 것만 같아 기선 제압 차원에서 늙은 하인을 쳐 죽이고 가족을 볼모로 삼아 협박했던 것인데. 이번엔 마차 앞에 꿇어앉은 젊은 청년과 여인들을 향해 도를 겨눴다.


살벌한 그의 눈과 마주치지 않으려 모두 벌벌 떨고 있을 때.


"아······.알겠소."


노인은 체념한 듯 자신의 큰아들을 불러 돈을 숨겨 놓은 장소를 이야기하며 빨리 가져오라 지시했다.


그러나 그의 말을 듣는 그의 아들 얼굴엔 어둠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사실 그 돈을 마련하려면 결국 있는 재산 없는 재산 모두 털어야 함은 물론 사람들에게 빚까지 져야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돈보다 소중한 것이 사람 목숨이거늘.

눈물을 흘리며 장년의 아들이 막 떠나려는 순간, 그를 불러 세운 산적두목.


"허튼수작 부리지 않는 게 신상에 이로울 게다. 돈 갖고 오면 산 바로 아래 주점 할배에게 말해라. 연통이 오면 우린 즉시 나갈 것이다. 행여 관군을 대동하고 오는 오지랖은 벌이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우리 눈이 뻗치지 않은 곳은 없어. 너의 행동에 네 가족의 생사가 달려 있음을 명심, 또 명심해라."


대답과 함께 힘없이 내려왔던 산길을 되돌아가는 그의 아들,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덧 날은 어두워 사위를 분간키 어려운 밤이 찾아왔다.


산적두목과 노인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던 팽욱 일행은 이들의 수작에 어이가 없었다.


"뭐야, 알고 보니 저 노인네 구해줄 가치가 전혀 없는 늙은이 아냐?"


"글쎄 말이야, 우리 같은 평민들 등골 빼먹은 악독한 자를 구해주겠다고 멍청하게 사지로 뛰어들었으니···."


"저자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다른 사람들은 무슨 죄가 있냐."

"하긴···."


셋은 그 친절했던 할배가 저들의 연락망이었다는 사실에 기가 막혔다.


아마도 이들이 오는 것도 미리 알고 대기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정말 눈 뜨고 코 베인다는 말, 새삼 와 닿는다.

이들의 속삭이는 작은 소리가 예민한 귀를 가진 산적두목의 귀에까지 흘러 들어간 모양이다.


매섭게 쏘아보는 시선, 그는 대뜸 큰소리로 호통 쳤다.


"야! 거기 덩치 큰 놈들, 뭐라고 했어! 이리 끌고 와!"


순간 당황해 멍하니 앉아 있는 사이 주변에 포진한 졸개들이 우르르 셋을 잡기 위해 달려들었다.


"큰일이다. 어, 어떻게 하지?"

"어떡하기는 뭘 어떻게 해! 일단 부딪쳐 보는 거지"


먼저 벌떡 일어선 원평이 다가온 졸개들을 뿌리치고 뚜벅뚜벅 산적두목을 향해 걸어갔다.


자신만 한 덩치의 큰놈이 뻣뻣이 다가오자 두목은 기분이 언짢았다.


눈썹이 역 팔자로 휘어지고 인상이 번데기처럼 울퉁불퉁해졌다.


두목의 성정을 잘 아는 부하들은 겁을 상실한 청년의 위세가 안쓰럽기도 하고 우습기도 해 속으로 피식 웃었다.


싹수없는 덩치가 자신 앞에 우뚝 서자 두목은 대뜸 솥뚜껑만 한 주먹을 그의 턱을 향해 날렸다.


윙, 나원평은 날아드는 주먹을 뻔히 지켜보다 몸 가까이 이르자 살짝 피해 버리곤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딴청을 부렸다.


"어? 방금 뭔가 지나간 듯싶었는데···."


체면이 묵사발 되는 순간이었다.

격분한 두목은 졸개들을 향해 당장 잡아 꽁꽁 묶어 놓으라, 고래고래 고함쳤다.


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장창을 든 졸개 둘이 창을 곧추세우고 달려들었다.


그들 역시 무시하듯 딴청 부리던 원평은 창이 몸 한 치 가까이 파고든 순간, 두 창날을 동시에 양 옆구리에 끼고는 360도 빙글 틀어 버렸다.


“와악!”


두 졸개는 원심탄력에 밀려 붕 뜨더니 2장 가까이 날아 땅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말았다.


외마디 비명, 산적두목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노발대발 핏대를 올리며 꽥, 소리쳤다.


"야! 당장 이 새끼 때려죽여!"


십여 명의 산적이 벌떼처럼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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