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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자의 이야기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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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작품등록일 :
2023.01.06 17:04
최근연재일 :
2024.01.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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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5,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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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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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화 커져가는 불씨 - 19

DUMMY

한편, 수도에서 일이 잘 안 풀리는 것과 다르게 그린펠트에서는 카데스의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주점에서 웨인 퍼셀린을 만나 손쉽게 접근도 성공했고, 후원자의 자격으로 보육원 내부의 침투까지 순조롭게 풀려갔다.


현재 둘은 숲속 보육원을 방문해 원장실에서 차를 마시는 중이다. 방의 주인이 급하게 자리를 잠시 비운 사이, 자신의 계획이 잘 풀려가는 게 믿지 못하겠는지 카데스는 잔뜩 긴장한 채 팔꿈치로 파시비엔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귓속말을 했다.


“우리 이상하지 않지? 괜찮지?”


“카데스님, 대체 몇 번을 물어보십니까?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하던 대로 돌처럼 말 없고 우직하게 계시면 됩니다.”


“후우, 이런 건 몇 번을 경험해도 전혀 적응이 안 돼서 말이야.”


“제가 있잖습니까? 저만 믿으시면 됩니다. 걱정 붙들어 매십시오.”


- 덜컥.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둘은 동시에 나쁜 짓을 하다 들킨 아이처럼 입을 다물었다. 웨인은 맞은편 소파에 앉으며 잠시 나갔다 온 이유를 설명했다.


“하하, 애들이 워낙 천둥벌거숭이처럼 싸돌아다니다 보니 다쳐서 들어왔지 뭔가. 칠칠치 못하게······. 쯔읏!”


“어? 어딜 다쳤습니까? 그건 제가······!”


파시비엔이 본능적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입을 열었다가 말실수했음을 깨달았다. 방금 전 자기만 믿으라던 말도 까맣게 잊어버린 그는 성직자로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뻔했다.


“으응? 왜 일어나셨나?”


“아하하, 제가 요리를 하는 사람이라 자주 다치다 보니 응급조치 같은 걸 잘합니다. 많이 다쳤나요? 다친 아이를 제가 좀 봐도 됩니까?”


서둘러 수습했기에 망정이지 옆에 있던 카데스에게 맞아 죽을 위기를 간신히 모면했다.


“괜찮네. 내가 대충 지혈을 해뒀으니. 자아! 그건 그렇고 이제 본격적으로 우리 얘기를 해볼까?”


웨인은 손을 비비면서 말하자 둘은 불쾌감을 느꼈다. 마치 아이들을 위해 후원하러 온 사람을 돈으로밖에 보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얼마나 후원할 생각인가?”


둘의 수중엔 그리 많은 돈이 없었다. 의뢰 때문에 움직이다 보니 여행 경비와 비상금 정도가 전부였다. 일단 그의 호감을 사기 위해 최대한 준비한 게 50골드 (현실 시세 : 대략 500만원) 정도였다. 물론 이 돈이 그리 적은 돈은 아니었다.


계획대로 파시비엔은 미리 준비한 말을 꺼냈다.


“이번엔 그렇게 큰돈을 후원하긴 힘들 것 같습니다. 저희 형제가 꽤 긴 일정을 소화하느라 가진 돈이 거의 떨어져 가는 상황이라서 말입니다.”


“그래서 얼마를······?”


파시비엔이 가방에서 돈주머니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대답했다.


“우선 50골드입니다. 아이들을 위해 써주십시오. 수도에 들러 볼 일을 마치고 조만간 다시 와서 후원하도록 하겠습니다.”


“하하하, 그런가?”


돈주머니를 집어 든 웨인의 표정이 복잡미묘했다. 눈은 분명 웃고 있었지만, 전체적인 표정은 기분 상한다는 듯 보였다. 거금은 분명 아니었지만 적은 금액이 아닌 것도 사실. 아무래도 웨인에겐 만족스러운 후원금이 아닌 것 같았다. 이점을 재빨리 눈치챈 파시비엔은 몇 마디 덧붙었다.


“저희가 어릴 적부터 장사에 소질이 있어 제법 돈을 많이 벌었습니다. 몇 년 안에 마이론홀드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레스토랑을 차릴 예정입니다. 그때 초대할 테니 꼭 찾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웨인은 파시비엔의 뻥에 금세 표정이 밝아졌다.


“아하핫! 그럼! 그럼! 꼭 초대해주게. 기쁜 마음으로 달려가겠네.”


“밖에서 공놀이하고 있던데 오늘은 아이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도 됩니까? 옛날 생각이 나서 말이죠. 참! 그리고 내일 맛있는 음식으로 아이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습니다. 조리 도구나 식자재는 충분한지?”


별다른 의심 없이 웨인은 쉽게 허락해주었다. 하지만 식자재에 관해선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후원자가 놀아주면 나로서는 아주 고맙지! 그런데 식자재는 항상 부족하다 보니 따로 준비하는 게 좋을 걸세.”


“그렇습니까? 그런 그건 저희가 내일 따로 준비해 오겠습니다.”


웨인은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려 큰소리로 외쳤다.


“롤랜? 롤랜, 밖에 있니?”


잠시 뒤, 분주한 발소리가 들리며 문이 벌컥 열렸다.


“원장 아버지, 부르셨어요?”


딱히 늦지도 않았지만 웨인은 원장실에 들어온 10대 중반으로 보이는 롤랜이란 남자아이를 혼냈다.


“어디 있다가 이제 오는 거냐!”


“죄, 죄송합니다.”


“우리 보육원의 귀한 후원자분들이시다. 네가 데보라랑 같이 보육원을 안내해 드려라. 요리를 하시는 분이라 내일 너희에게 맛있는 걸 만들어 준다고 하시니 데보라에게 주방도 보여주라고 전하고.”


“네.”


“미안하네. 내가 직접 안내해 주고 싶지만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어서 말이야.”


“아닙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저희가 방해를 해서 죄송합니다.”


솔직히 카데스와 파시비엔은 기분이 상당히 나빴다. 후원금을 받자마자 내동댕이쳐지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가 옆에 없는 편이 보육원 내부를 둘러보기엔 더없이 좋았기에 둘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파시비엔은 자신이 지내던 보육원 동생들이 생각났는지 친근하게 롤랜에게 다가가 어깨동무를 했다.


“이름이 롤랜이라고? 보육원이 참 예뻐.”


“네, 감사합니다.”


뒤를 따라 애고 어른이고 일단 초면인 사람과는 낯을 가리는 카데스도 조용히 원장실을 빠져나갔다.


#

카데스와 파시비엔은 임무도 잊고 모처럼 어린아이처럼 신나게 놀았다. 편을 나누어 돼지 오줌보로 만든 공으로 축구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의외로 파시비엔이 화려한 발놀림을 보여주었고, 기본적인 격투 실력이나 몸을 쓰는 것이 익숙했던 카데스는 파시비엔에게 개발이라고 놀림을 받을 뿐이었다.


“어헉!”


- 철퍼덕.


역시나 자신의 앞에 굴러온 공을 헛발질하며 그대로 카데스가 나자빠졌다. 그 모습을 보며 파시비엔과 함께 축구를 하던 보육원 아이들이 웃음이 터졌다.


- 으캬캬캬캬!


“저 형 축구 진짜 못해. 아하하!”


“벌써 네 번째 넘어졌다고. 으하하하!”


민망함에 카데스는 고개를 숙인 채 엉덩이를 털고 일어섰다. 파시비엔은 카데스 곁으로 다가와 옷에 묻은 흙을 털어주며 또 놀려대기 시작했다.


“정말 너무 심각한 개발인 거 아닙니까? 헛발질만 몇 번째십니까?”


“아니, 그게 공이 반듯하게 안 오잖아.”


“돼지 오줌보로 만든 공인데 당연하지 말입니다. 그렇게 발길질을 크게 하면 제대로 맞을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그런데 파시비엔 너는 잘하네.”


“저도 어릴 때 보육원에서 지금처럼 공놀이를 많이 하고 놀았지 말입니다. 그래서 조금 잘하는 것뿐입니다.”


“후우, 난 그만해야겠다. 엉덩이가 남아나질 않겠어.”


“그럼 편이 안 맞잖습니까.”


하도 많이 나자빠진 카데스는 쪽팔림에 뒤늦게 정신이 돌아왔다.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도 뿌듯한 일이었지만 둘은 보육원의 내부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지금 이곳에 와 있었다.


“원장은 코빼기도 안 보이는 거 보니 숨 좀 돌리고 우리 할 일을 해야지.”


“하긴 너무 놀긴 했습니다.”


둘이 한참을 소곤거리자 아이들은 손을 잡아끌며 계속 같이 놀자며 보챘다.


“형들, 빨리요! 4 대 3이라고요.”


카데스는 난감한 표정으로 아이들을 뿌리치고 나무 그늘로 가 앉았다. 짝이 안 맞는 것 때문이었는지 머지않아 둘을 안내해 주었던 롤랜이 카데스 곁으로 다가와 나란히 앉았다.


“저희랑 놀아주셔서 고맙습니다.”


롤랜이 불쑥 먼저 말을 걸자 카데스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맙긴 뭘. 우리도 즐거우니까 같이 놀아준 거지.”


“형들도 보육원 출신이라면서요?”


사실 카데스는 아니었지만 별수 없이 거짓말을 했다.


“응, 롤랜이랬지? 너는 몇 살이야?”


“전 17살이요. 남자애들 중에선 제가 제일 형이에요.”


마침 지금이 기회다 싶었는지 카데스는 롤랜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로 했다.


“여기 원생들이 몇 명이나 돼?”


“23명이요. 남자애들이 14명이고 여자애들이 9명 있어요.”


“생각보다 많구나? 그런데 여자애들은 왜 안 보여?”


“이것저것 먹거리를 구하러 에슬우드 숲에 갔어요. 번갈아 가며 남자애들이 가기도 하고요. 다행히 숲에는 버섯이며 과일, 나물 같은 먹을 게 많거든요.”


카데스는 식자재가 부족하다는 웨인이 한 말이 떠올랐다.


“항상 먹을 게 많이 부족하니?”


“애들이라 한창 클 때니까 다들 먹성이 좋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부족한 것도 사실이에요.”


“신전에서 여러 가지 지원을 한다는데도 부족해?”


롤랜은 뭔가 더 할 말이 있었는지 잠시 머뭇거리다 그냥 고개를 끄덕거렸다.


“······네에.”


“우리 같은 후원자들은?”


“제가 알기로는 정기적으로 후원해주시는 분들이 열 명은 넘게 계실 거예요.”


“그래도 보육원 유지하는 데 많이 부족한 모양이구나.”


“사실······.“


둘이 대화하는 사이, 수수한 소녀가 바구니 가득 버섯을 담아 들고 달려왔다. 가득 담긴 버섯 덕분에 기분이 좋은 소녀는 해맑게 웃으며 바구니를 롤랜 앞에 불쑥 들이밀었다.


”롤랜! 이것 봐. 오늘 운 좋게 숲에서 버섯 군락을 발견했어. 대단하지?“


”어, 누나 왔어?“


”내일 너희 갈 때 내가 따라갈게. 버섯 군락 위치 알려줄 테니까. 그런데 옆에 이분은 누구셔?“


이제야 카데스가 눈에 들어온 소녀는 궁금증 가득한 표정으로 둘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분이랑 저기 애들하고 축구하는 키 큰 분 보이지? 우리 보육원 후원하러 오신 분들이야.“


”아아, 후원자분이셨구나. 안녕하세요.“


”이 누나는 아까 원장 아버지가 말씀하셨던 데보라 누나예요. 우리 보육원에서 절대 없으면 안 되는 사람이 데보라 누나예요. 먹는 것부터 빨래, 청소 다 누나 없으면 아무것도 안 돌아가요.“


”그렇구나. 안녕?“


”감사해요. 우리 보육원 후원을 다 해주시고.“


데보라가 예의 바르게 인사하는 사이 그녀와 함께 나갔던 보육원의 여자아이들도 각자 먹거리를 챙겨 들고 재잘거리며 정문 앞을 지나쳐 들어왔다. 그 모습에 축구를 하던 아이들도 우르르 달려와 오늘의 수확물을 보며 즐겁게 웃고 떠들었다. 밖에서 보았을 때처럼 보육원 분위기는 즐겁고 행복해 보였다. 보잘것없은 식자재들이지만 누구 하나 인상 쓰는 아이가 없었다.


아무도 없는 골대에 골을 넣고 혼자 망측한 춤을 추며 세리모니를 하며 다가온 파시비엔이 데보라를 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우와아! 무슨······! 버섯으로 집이라도 지을 생각이야? 뭘 이렇게 많이 캐왔어.“


”아, 안녕하세요.“


초면에 다짜고짜 친한 척을 하는 파시비엔을 향해 데보라가 어색하게 인사를 했다.


”응, 안녕? 나는 여기 머리 큰 분이랑 일행이란다. 네가 데보라구나?“


”네. 후원자분들이시라고······.“


”후원자 겸 최고의 요리사라고 보면 돼. 내가 내일 너희들 엄청 맛있는 음식 만들어 줄게. 기대하고 있으라고! 하앗!“


파시비엔은 여전히 흥이 남아있는지 간결한 춤으로 마무리 지으며 나름 멋진 포즈를 취했다. 이런 모습에 아이들은 재밌다고 깔깔거리자 약간 경계했던 데보라도 밝게 웃었다.


”형, 진짜 웃겨요. 하하하핫!“


”요리사가 아니라 광대 아닌가요? 크크큭!“


파시비엔 덕분에 분위기는 아주 즐거웠다. 하지만 방금까지 롤랜에게 보육원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카데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보육원 원장인 웨인의 말과 행동이나 롤랜이 말을 아끼는 모습에 여러 가지 걸리는 부분이 많았다. 물론 표정이 안 좋아진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머리 큰 사람이라고 소개한 파시비엔이 큰 지분을 차지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충고, 오타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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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 7화 커져가는 불씨 - 28 23.10.10 17 1 15쪽
189 7화 커져가는 불씨 - 27 23.10.09 18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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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7화 커져가는 불씨 - 25 23.10.05 29 1 13쪽
186 7화 커져가는 불씨 - 24 23.10.04 22 1 12쪽
185 7화 커져가는 불씨 - 23 23.09.27 33 1 14쪽
184 7화 커져가는 불씨 - 22 23.09.26 23 1 15쪽
183 7화 커져가는 불씨 - 21 23.09.25 27 1 15쪽
182 7화 커져가는 불씨 - 20 23.09.22 31 1 13쪽
» 7화 커져가는 불씨 - 19 23.09.21 29 1 12쪽
180 7화 커져가는 불씨 - 18 23.09.20 29 1 16쪽
179 7화 커져가는 불씨 - 17 23.09.19 33 1 17쪽
178 7화 커져가는 불씨 - 16 23.09.18 26 1 13쪽
177 7화 커져가는 불씨 - 15 23.09.15 31 1 12쪽
176 7화 커져가는 불씨 - 14 23.09.14 31 1 12쪽
175 7화 커져가는 불씨 - 13 23.09.13 27 1 14쪽
174 7화 커져가는 불씨 - 12 23.09.12 26 1 12쪽
173 7화 커져가는 불씨 - 11 23.09.11 28 1 15쪽
172 7화 커져가는 불씨 - 10 23.09.08 29 1 15쪽
171 7화 커져가는 불씨 - 9 23.09.07 28 1 16쪽
170 7화 커져가는 불씨 - 8 23.09.06 23 1 14쪽
169 7화 커져가는 불씨 - 7 23.09.05 24 1 12쪽
168 7화 커져가는 불씨 - 6 23.09.04 34 1 14쪽
167 7화 커져가는 불씨 - 5 23.09.01 32 1 13쪽
166 7화 커져가는 불씨 - 4 23.08.31 30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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