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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자의 이야기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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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작품등록일 :
2023.01.06 17:04
최근연재일 :
2024.01.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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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5,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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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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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화 커져가는 불씨 - 15

DUMMY

한나는 테이블 한쪽에서 지하 동네 지도를 그리는 데 열중하고 있었고, 배불리 식사를 끝마친 듀번트는 자신이 가져온 실종자 정보를 둘에게 전해주었다.


“제가 아는 사람 둘은 필립과 안토니라는 사람이에요. 알아보니까 시기상 필립 아저씨가 가장 먼저 실종이 된 모양이더라고요.”


“그래? 언제 어디서 실종되었는지 알아?”


“정확한 날짜는 다들 모르지만 대략 3주 전쯤인 거 같아요. 아시겠지만 누구 하나 사라져도 신경도 안 쓰는 동네니까요. 사는 곳은 하수구 지하 3층에 사는데 거기서 사라진 것 같고요.”


예리한 서지터가 듀번트의 말을 듣고 질문을 던졌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보통 하수구 주민들은 공동 거주 구역에서 많이 사는데 필립 아저씨는 외지고 작은 곳이긴 해도 단독으로 된 주택에서 살거든요. 들은 얘기로는 집안이 난장판이었다고 하대요. 그래서 집에서 사라진 게 아닐까 추측하는 거죠.”


“누군가와 싸운 흔적인가? 집안에 피가 낭자하거나 그런 건 없었고?”


“그거까진 잘 모르겠어요.”


“단독 주택에서 살면 그 동네에서 그나마 돈이 좀 있다거나 그런 건 아냐? 강도일 수도 있잖아.”


“집만 그래요. 필립 아저씨도 가진 거 쥐뿔 없는 사람이라 강도가 들 일은 없을걸요?”


“그럼 다음 안토니? 그 사람은?”


“안토니 아저씨는 공공 근로하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라 모르는 사람이 없죠.”


“공공 근로는 또 뭐야? 지하 동네에 그런 것도 있냐?”


“공용 화장실을 치우거나 죽은 사람 밖으로 가져가 매장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죠. 안토니 아저씨 담당은 지하 3층이고 사는 곳은 지하 1층에 살고요.”


듀번트의 말에 레일라는 인상을 찌푸리며 짜증을 냈다.


“그런 일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리 심한 악취가 나니?”


“어쩔 수 없죠. 환기가 잘 안 되는 곳이니까요. 거기다 한 층을 한 명이 도맡다 보니까 일손이 부족한 것도 현실이거든요. 왕국에서 고용해줘서 공공 근로를 하긴 해도 그것도 어디까지나 생색내기로 최소한이에요. 돈도 쥐꼬리만큼 주고요.”


서지터는 듀번트의 말을 들으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아무래도 지하 동네에서 안정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면 그 자리를 노리는 자도 분명 있을 것만 같았다.


“혹시 말이야. 안토니란 사람과 혹시 사이가 안 좋거나 공공 근로 자리를 노리는 사람이 없을까?”


“인심이 좋은 아저씨라 사이가 안 좋거나 앙심을 품은 사람은 없어요. 그리고 공공 근로 자리를 노리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아마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을걸요?”


“왜?”


“그 일도 성실해야 뽑아주거든요. 삶의 의욕도 없는 사람들이 할 만한 일도 아니고 힘들고 더러운 일이니까요. 오히려 그런 일을 도맡아 해주는 걸 다들 다행이라 생각할 정도거든요.”


“안토니는 그럼 실종자 다섯 명 중에 몇 번째인지 알아?”


“두 번째요. 필립 아저씨랑 다르게 안토니 아저씨는 실종된 날 정확히 알아요. 4월 10일에 실종됐어요.”


“그럼 대략 2주 전쯤이네. 첫 번째 실종자가 3주 전이니까 대략 1주일 간격으로 실종자가 발생하는 건가? 그 간격이 무슨 공통점이라도 있으려나?”


듀번트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고개를 가볍게 흔들었다. 서지터의 생각이 전혀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건 아닐걸요? 두 사람은 대략 1주일 간격이라고 쳐도 나머지 3명은 전혀 아니니까요.”


“언제 실종됐길래?”


“세 번째 실종자인 밥은 4월 17일, 네 번째, 다섯 번째는 4월 20일 같은 날 실종됐어요.”


“같은 날 동시에? 불과 3일 전이네. 셋도 이번 실종 사건과 연관이 있어 보이고?”


“제가 무슨 경비대도 아니고 연관이 있는 것까진 몰라요. 나름 알아보려고 애를 써봤는데 그건 쉽지 않더라고요.”


“흐으음, 공통점이 딱히 없는 건가.”


번뜩 떠오를 만한 단서가 없으니 서지터의 머리가 복잡해져 갔다. 레일라도 곰곰이 생각해 보았으나 단편적인 정보로 유추해내기가 쉽지 않았다.


“공통점이라면 다섯 명 모두 남자라는 것 정도밖에 없네요.”


“전부 남자라고?”


“네.”


- 짝!


정신을 차리기 위해 서지터가 으레 하듯이 박수를 쳤다. 무언가 떠오른 모양이다. 그의 행동에 지도 그리는데 집중하던 한나가 깜짝 놀랐지만, 그는 신경조차 쓰지 않고 말을 꺼냈다.


“자! 봅시다. 보통 실종자가 나온다면 남자보다는 여자나 어린아이가 더 많겠지?”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가는 듀번트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대꾸했다.


“왜요?”


“당연히 남자보다야 여자나 어린아이를 제압하기가 더 쉬우니까. 듀번트 네가 나쁜 마음을 먹었다 치고 누군가를 납치해야 해. 그럼 건장한 성인 남성을 고르겠냐?”


“전 뭐가 됐든 나쁜 마음을 안 먹는데요. 납치도 안 하고요.”


“이 씨! 그렇다고 친다 했잖아.”


“전 지금껏 살면서 빵 한 조각 도둑질한 적도 없다고요.”


“너 죽을래?”


“아뇨. 한나랑 행복하게 살 건데요.”


“이게 진짜 한 마디를 안 져.”


서지터는 불현듯 필토가 자신을 상대하며 느낀 피곤함이 이런 게 아닌가 싶었다. 이제 와 조금이나마 필토를 이해하게 된 서지터였다.


“어쨌든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지만 멀쩡한 남자 다섯이 사라졌어. 범인이 압도적으로 강한 사람이라면 굳이 성별을 가리진 않겠지만 그런 위험부담을 감수하진 않을 거야. 다섯이 사라지는 동안 목격자도 딱히 없어. 그럼 철저하게 계획했다고 보는 게 맞을 텐데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 다섯이나 되는 남자를 납치했을까?”


서지터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레일라가 질문했다.


“그래서 요점이 뭔데?”


“다섯에게 개인적인 원한이 있는 사람? 아니면 그들이 사라짐으로 인해 이득을 볼 사람? 첫 번째 실종자는 작지만 그래도 집이 있는 사람이고, 두 번째 실종자는 그럴 가능성이 적다고 말하긴 했어도 안정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야. 나머지 세 사람은 어떤지 말해 볼래?”


“밥은 다섯 중에 가장 젊어요. 27살인데 골드 레그노 상단에서 사람이 필요하면 가서 일하기도 한 대요. 번 돈 도박으로 하룻밤 사이에 다 날려버리는 호구지만요.”


“도박 빚도 많고?”


“얼마인지는 몰라도 당연히 도박 빚이 있겠죠.”


“그럼 네 번째는?”


“시게르는 부인이랑 딸이 있어서 물어봤더니 오히려 집에 안 오니까 좋아하던데요. 가정폭력이 엄청 심했던 모양이더라고요. 그리고 마지막 다섯 번째 알버트는 딱히 별다른 게 없고요.”


번뜩이는 머리를 가진 서지터조차 정리가 되지 않았다. 실종자의 특징이 너무나도 다르니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도무지 감이 안 잡히네. 그럼 다섯의 과거는? 예를 들면 히크 거리 정비사업 하기 전에 다섯 모두 같은 도적 길드 소속이었다거나, 골드 레그노 상단과 연관이 있다거나.”


아무래도 다섯과 공통의 원한을 가진 자의 소행이 아닐까 하고 방향을 틀었다. 이 생각의 중심에는 빌리, 윌리 형제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으니 레일라도 집중해서 듀번트의 입만 바라보았다.


듀번트는 잠시 생각에 잠기며 손가락을 하나하나 접어가며 서지터의 말을 곱씹었다.


“으음, 일단 필립 아저씨는 제가 알기로 도적 길드 소속이었을 거에요. 그런데······.”


레일라가 불쑥 끼어들었다.


“어떤 길드 소속이었는 줄 아니?”


“아뇨. 그거까진 저도 잘 몰라요. 기억나는 건 그냥 별 볼 일 없는 작은 길드에서 생활했다고 들었어요.”


“레드 스틸은 아니라는 말인가.”


“안토니 아저씨는 방금도 말했지만, 인심도 좋고 성실한 사람이라 도적 길드 생활을 한 적이 없어요. 정비사업 전에 히크 거리 구석에서 자판을 깔고 과일 장사를 했었으니까요.”


과거 듀번트는 안토니에게 작은 도움을 여러 차례 받아왔었다. 앵벌이를 하고 돌아갈 저녁 즈음 행상에 시들시들해진 남는 과일을 쥐여 주던 그런 사람이었다.


“밥은 외지에서 흘러들어와서 과거는 잘 모르고요. 시게르는 방금 누나가 말한 레드 스틸이라는 길드에서부터 골드 레그노까지 줄곧 그곳에 몸담았다고 들었어요.”


“정말?”


“네, 나름 잘 나간다고 들었는데 2년 전인가? 가족들이랑 하수구로 들어왔대요. 사람들 하는 말로는 사고치고 쫓겨났다고 들었어요. 알버트는 그냥 하수구에서 많이 볼 법한 그저 그런 백수였고요.”


그나마 빌리, 윌리와 연관이 있는 자가 한 명 있기는 했으나 다섯 중 고장 한 명으로는 실종 사건이 그들과 관련 있다고 단정 짓기는 무리가 있었다.


“으아악! 미치겠네? 하나도 모르겠어.”


듀번트가 연관성이 전혀 없는 실종자 다섯의 과거를 읊어대자 점점 표정이 일그러지던 서지터는 급기야 머리를 쥐어뜯으며 발악을 하기 시작했다. 개인적인 원한, 혹은 그들이 사라지므로 누군가가 얻는 이익. 둘 다 아닐 거란 생각에 다른 질문을 던졌다.


“그래! 며칠 전에 누군가 비명을 들었다고 했어. 혹시 아는 거라도 있냐?”


“비명은 맨날 들리는 곳인데요?”


“평범한 비명이 아니었으니 누군가 특이해서 기억하고 있다가 말해준 건 아닐까?”


“그 소리가 실종자가 지른 비명이라 해도 어디서 들렸는지 알아내기 쉽지 않아요. 하수구를 개조해서 만든 동네라 미로처럼 복잡하기도 하고 지하라 소리가 울리거든요.”


자신의 추측이나 예상이 모두 빗나가자 듀번트를 째려보며 서지터가 중얼거렸다.


“진짜 나랑 안 맞네. 내 말을 다 반박할 준비를 하고 왔나. 사사건건 태클이야.”


“전 있는 그대로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요. 형이 다섯 건 모두 하나로 엮으려고 애를 쓰다 보니까 계속 허점이 생기는 게 아닐까요? 전부 다 연관이 없는 개별적인 사건일 수도 있잖아요.”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말은 그렇게 하긴 했어도 리벨드 부인의 감을 믿고 있었다. 그동안 의뢰를 받으면서 단 한 번도 그녀의 예상이 어긋난 적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번만큼은 제발 그 감이 틀리기만 바랄 뿐이었다.


“그럼 우리 이렇게 하자.”


답답한 상황인 건 분명했지만 조금이나마 실마리를 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기특했는지 레일라가 서지터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열심히네? 착해라. 말해 봐.”


“한나라고 했지?”


“네? 네.”


“지도 다 그리는 데 얼마나 걸리겠니?”


“기억을 더듬으면서 그리는 거라서 하루에 한 개 층 정도요?”


“그럼 너는 여기에 머물면서 계속 지도 그려줄래? 물론 네 몫의 보수도 따로 챙겨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정말요? 그래 주시면 정말 감사하죠.”


한나는 서지터의 제안에 배시시 웃어 보였다.


“레일라, 어차피 넌 저 동네 들어가기 싫어하니까 한나랑 같이 있어 줘.”


“그럼 나야 좋지만 너는 어쩌려고?”


“이럴 때 제일 중요한 건 뭐다?”


“몰라.”


“야, 듀번트! 이럴 때 제일 중요한 건 뭐다?”


“누나도 모르는데 제가 알 리가 없죠.”


“이것들이! 정신 안 차려?”


“형은 다 좋은데 잘난 척하는 게 너무 심해요. 그냥 설명해주면 되는 걸 자꾸 질문을 해서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는 것처럼 보인다고요.”


듀번트에 독설에 레일라가 웃음을 터뜨렸다.


“푸흡! 너 말 참 잘한다.”


“인마! 네가 나에 대해 아직 잘 몰라서 그래. 잘난 척이 아니라 진짜 잘난 거란다. 나중에 좋은 기회가 생기면 이 형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줄게. 놀라지나 마라.”


“네, 그러시겠죠.”


서지터는 듀번트의 뒤통수를 툭 치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어쨌든 제일 중요한 건 직접 현장을 가서 확인해 보는 방법뿐이란 거지. 두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해야 무슨 단서라도 나오지 않겠냐? 너는 내일부터 나랑 다니면서 실종자 마지막 목격 장소라든지, 집이나 안내해.”


“알았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충고, 오타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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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 7화 커져가는 불씨 - 28 23.10.10 18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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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 7화 커져가는 불씨 - 24 23.10.04 22 1 12쪽
185 7화 커져가는 불씨 - 23 23.09.27 33 1 14쪽
184 7화 커져가는 불씨 - 22 23.09.26 23 1 15쪽
183 7화 커져가는 불씨 - 21 23.09.25 27 1 15쪽
182 7화 커져가는 불씨 - 20 23.09.22 31 1 13쪽
181 7화 커져가는 불씨 - 19 23.09.21 29 1 12쪽
180 7화 커져가는 불씨 - 18 23.09.20 29 1 16쪽
179 7화 커져가는 불씨 - 17 23.09.19 34 1 17쪽
178 7화 커져가는 불씨 - 16 23.09.18 26 1 13쪽
» 7화 커져가는 불씨 - 15 23.09.15 32 1 12쪽
176 7화 커져가는 불씨 - 14 23.09.14 31 1 12쪽
175 7화 커져가는 불씨 - 13 23.09.13 28 1 14쪽
174 7화 커져가는 불씨 - 12 23.09.12 26 1 12쪽
173 7화 커져가는 불씨 - 11 23.09.11 28 1 15쪽
172 7화 커져가는 불씨 - 10 23.09.08 29 1 15쪽
171 7화 커져가는 불씨 - 9 23.09.07 29 1 16쪽
170 7화 커져가는 불씨 - 8 23.09.06 24 1 14쪽
169 7화 커져가는 불씨 - 7 23.09.05 24 1 12쪽
168 7화 커져가는 불씨 - 6 23.09.04 34 1 14쪽
167 7화 커져가는 불씨 - 5 23.09.01 32 1 13쪽
166 7화 커져가는 불씨 - 4 23.08.31 30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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