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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자의 이야기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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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작품등록일 :
2023.01.06 17:04
최근연재일 :
2024.01.05 08:00
연재수 :
2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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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15,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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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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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화 돌아오다 - 12

DUMMY

다섯은 다시 응접실로 돌아와 해가 질 무렵까지 가만히 앉아 기다렸다. 서지터의 대련이 있고 난 뒤 한스와 아리엘은 어떤 마법을 보여줄지 잠시 고민하다가 한스는 6서클 변화계열 마법인 컨트롤 웨더(Control Wehther) 주문을 사용해 쨍쨍했던 훈련장에 소나기가 쏟아지게 했다.


때마침 요즘 연구하던 마법이었기에 메모라이즈를 해둔 상태였고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한스의 마법 때문에 대련했던 장소만 비가 갑자기 쏟아져 성기사들이 황급히 자리를 뜨려 할 때, 아리엘이 운디네에게 부탁해 사람들에게만 비를 맞지 않게 해주었다. 둘에게는 크게 힘들거나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성기사들에게는 무척 인상 깊었던 모양인지 손뼉을 쳐주며 실력 검증은 그렇게 끝이 났다.


“으어어어. 배고파. 카데스, 너 배 안 고파?”


“어, 조금. 슬슬 한계야.”


“그냥 한계를 넘어서 같이 깽판 한 번 쳐줄까?”


“안 돼. 큰일나.”


“히히. 그런데 기다리라 해놓고 왜 아무도 안 와. 밥도 안 주고. 아그나달린 신전 완전 실망인데?”


“그런데 아까 너랑 붙은 성기사 세더라.”


“응. 세더라. 얼굴은 선해 보이는데 공격은 무자비하던데? 으으으.”


서지터는 아까 대련하던 때를 생각하며 몸서리를 쳤다. 예측해 피하고 막기는 했지만, 대련치고는 공격들이 주로 목과 머리를 노리고 들어왔다.


“너 아까 전력을 다한 거 아니지?”


“대련인데 전력을 다해서 싸울 순 없잖아. 진심으로 전력을 다하면 죽였겠지?”


끝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가만히 있던 레일라가 사고 치지 말라며 한 마디 던졌다.


“저거 또 허세네. 얌전히 있어라. 좀.”


“허세 아니거든요. 카데스. 쟤 좀 혼내줘. 맨날 나 무시해.”


“그래, 레일라. 얘 실력이면 허세는 아니야.”


“봤지? 봤지?”


- 똑똑똑.


“실례합니다.”


“네, 실례하셔도 됩니다.”


노크한 장본인은 카렌이었다. 그녀는 성기사단 갑옷을 입고 있는 모습이 아닌 어느새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밝게 웃으며 응접실로 들어왔다.


“죄송해요.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한 거 같아요. 출출하실 거 같아 우선 간단하게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키세드 사제님? 들어오세요.”


처음 다섯을 안내해 준 키세드 사제와 카렌이 음식을 준비해 양손 무겁게 들고 들어왔다. 식사 소식에 카데스의 얼굴이 밝아졌고, 간단하게 스파게티와 샌드위치를 각자의 자리에 놔주었다.


“잘 먹겠습니다!”


이미 카데스는 정신없이 스파게티를 흡입했고, 그나마 서지터가 잘 먹겠다는 감사 표현을 한 뒤에 교양이라고는 없는 사람처럼 게걸스럽게 샌드위치부터 먹어 치웠다. 간만의 대련에 배가 고팠는지 게 눈 감추듯 샌드위치를 없앤 서지터가 고개를 푹 숙여 스파게티를 마시는 중 카렌이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와 단장님은 오시는 길에 잠시 파시비엔 수행사제를 만나러 가셨습니다. 이야기할 게 있다고 하셔서요. 곧 오실 테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커흡! 컥! 컥! 쿨럭! 큽!”


할아버지라는 말에 스파게티를 마셔버리던 서지터가 사레에 걸려버렸다.


“어머? 괜찮으세요?”


카렌이 황급히 주전자에서 물을 따라주었고, 옆에서 눈치를 보며 한스가 서지터의 등을 두들겨 주었다.


“콜록! 크하! 진짜 죽는 줄. 스파게티 면발이 코로 나올 뻔했네.”


“여전히 유쾌하시네요.”


“저기······. 그럼 혹시 그쪽이?”


“네, 제가 대주교님 손녀인 카렌입니다. 저 기억 못 하신다면서요? 조금 섭섭하네요.”


카렌은 밝게 미소를 지으며 서지터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기억 속에 있는 서지터나 지금의 서지터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개구쟁이 같은 얼굴에 항상 웃고 있는 얼굴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었다.


“진짜 죄송한데······. 기억이 잘 안 나네요.”


“괜찮습니다. 10년도 더 지난 일인데 기억 못 하실 수도 있죠.”


카렌은 오래전 서지터와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비록 상대가 기억을 못 하고 있지만, 자신은 절대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10년 전 그때는 현 팔라쥬르 국왕의 생일 파티 행사에서였다. 당시 카렌은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셔서 항상 우울하고 방에만 처박혀 하루하루를 울며 보냈었다. 그런 손녀를 보는 것이 안타까웠던 셜레인 대주교는 밖으로 그녀를 꺼내놓기 위해 억지로 행사에 끌고 왔었고, 각 가문의 아이들이 따로 모여 있던 공간에서 고아라며 놀림을 받아 울음을 터뜨렸었다.


그랬던 그녀를 감싸주고 놀리는 아이들을 혼내준 것이 바로 서지터였다. 서지터에겐 기억도 못 할 정도의 작은 선행이었지만, 그 선행을 통해 도움을 받은 카렌은 결코 잊지 못하는 기억이었다.


그 뒤로 다른 파티장에서 할아버지의 정식 소개로 한 번 더 서지터를 만났었고, 몇 년 뒤 페올루안테로 찾아온 서지터의 아버지가 자신의 할아버지에게 둘의 정략결혼을 제안했었다. 기꺼이 제안을 승낙한 셜레인 대주교는 바로 카렌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었고 자신 또한 기뻐했었다.


하지만 파티 행사에 요리조리 빠져나가 참석을 안 하거나 중간에 도망을 가버린 서지터를 다시는 볼 수 없었고, 후에 들려온 소식은 가문에서도, 마법학교에서도 모두 쫓겨났다는 말이었다. 완전히 소식이나 연락조차 닿을 수 없었던 그 사람이 지금 자신의 앞에 갑작스럽게 나타나 사레가 걸린 모습을 보여주는 중이었다.


“이렇게 용병이 되셔서 나타나실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아, 뭐······, 네. 먹고 살아야 하다 보니······.”


“건강하게 다시 볼 수 있게 돼서 다행이에요. 우선 식사부터 마저 하시고 천천히 이야기해요.”


“넵! 감사합니다.”


서지터는 다시 게걸스럽게 스파게티 그릇을 깨끗이 비우기 시작했다. 해맑은 얼굴로 오물오물 식사하는 아이엘을 제외한 세 사람은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기분으로 카렌의 눈치를 보았다.


식사 내내 카렌은 한쪽 의자에 다소곳이 앉아 계속 미소를 지으며 서지터만 바라보고 있었고, 그녀를 그다지 의식하지 않은 서지터는 식사를 마친 후 카데스와 대화를 나누었다.


“야! 있잖아. 등에 검을 차는 건 편해서 좋긴 한데 검을 검집에 찔러 넣을 때 아직 삽질이야. 멋있게 싸우고 한 번에 딱 꽂아 넣어야 하는데 모양 빠지게 여러 번 헛방이야. 이거 어떻게 고치지? 아까도 쪽팔려서.”


“아무도 신경 안 써. 걱정하지 마.”


“내가 신경 쓰여. 내가!”


아리엘이 궁금했는지 머리를 쏙 내밀어 서지터에게 물었다.


“맞다! 지터. 전에 물어보려다가 까먹은 건데 왜 등에다 검을 차? 전엔 허리에 찼었잖아.”


“저번에 얘기했었지? 다리 다쳤었다고. 다크 스컬 때려잡다가 다쳤던 건데 루터 사제님이란 분이 계속 치료해주셔도 안 나아서 결국 바꿨던 거야. 그러다 이게 편해서 다리 나아도 그냥 이대로 놔둔 거고.”


“정말? 그랬구나? 다리 많이 아팠어?”


“아프진 않고 걸을 때 조금 불편한 정도? 이젠 괜찮아. 걱정하지 마.”


서지터의 입에서 나온 루터 사제 이름 때문에 조용히 앉아있던 카렌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아! 제 작은할아버지 만나셨군요? 파시비엔 수행사제가 한 말을 조금 전해 듣기는 했는데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실지 걱정입니다.”


그녀의 말에 한스가 대답을 해주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아직 어지간한 젊은 성직자들보다 기운 좋으시고, 정정하십니다. 그리고 지금은 트리스미스로 가셔서 다크 스컬에 대한 연구에 매진 중이실 겁니다. 전쟁은 끝났고 트리스미스도 이제 안전합니다.”


“네, 감사해요. 안 뵌 지 오래돼서 뵙고 싶네요.”


- 벌컥!


“누굴 보고 싶다는 게냐.”


“오셨어요? 작은할아버지요. 알고 계신다고 하길래 안부를 여쭤봤어요.”


“안부는 얼어 죽을! 그 망할 녀석, 잘 먹고 잘살고 있겠지! 이놈아! 안 들어오고 뭐 해!”


셜레인 대주교와 로스 단장이 응접실로 들어와 아까 앉았던 자리로 가 앉으며 말했다. 밖에서는 서러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흐어어어엉. 흐아아앙.”


“그만 안 그치냐! 당장 안 들어와?”


얼굴은 눈물범벅이 된 파시비엔이 어기적거리며 안으로 들어왔다. 파시비엔 눈에 친구들의 모습이 보이자, 뭐가 그리도 서러운지 더 큰 소리로 울며 서지터에게로 달려들었다.


“흐아아아앙! 서지터님! 저 이제 어떡합니까! 흐어어어엉! 끄억, 꺼윽. 흐아아앙!”


“야! 왜 그래? 왜 울어? 무슨 일인데. 너 맞았어? 누구야? 대주교님이 얘 때리셨어요?”


“때리기는 얼어 죽을! 당장 안 그치냐!”


“흐아아앙! 서지터님, 꺼흐윽. 저 정식사제 못 된답니다. 이제 저 어떡합니까. 흐으윽!”


“뭐? 뭔 소리야, 그게?”


카렌까지 파시비엔에게 다가와 등을 다독여주며 진정시키려 애를 썼다.


“파시비엔 수행사제님. 왜 그래요. 진정하세요.”


서지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셜레인 대주교에게 소리쳤고, 파시비엔은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무릎을 꿇고 서지터의 손을 꼭 잡은 채 목 놓아 서럽게 울었다.


“정식사제가 못 된다니요? 지금 파시비엔 말이 사실입니까? 얘가 뭘 잘못했다고 그러시는 거죠? 수행사제 신분으로 전쟁터 나가서 그러시는 겁니까?”


“몹쓸 놈! 어디서 대드는 게야!”


카렌까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말했다.


“할아버지! 그건 정말 옳지 못한 일입니다. 파시비엔 수행사제님은 누구보다 신앙심이 깊고 성실하신 분입니다. 그런데 정식사제가 못 된다니요. 너무 부당한 처사세요.”


“이것들이······! 아주 쌍으로 득달같이 달려드는 꼴이 잘 어울리는구나?”


두 사람이 셜레인 대주교에게 대드는 동안 나머지 파시비엔의 친구들도 황당한 파시비엔의 발언에 모두 놀라있었다.


“일단 내 말을 들어라. 듣고 나면 이해가 될 거다.”


“듣긴 뭘 듣습니까? 파시비엔이 지금까지 어떻게 5년을 버티신 줄 아십니까? 오로지 정식사제가 되는 꿈 하나 때문에 그렇게 열심히 뛰어다녔습니다. 개인의 사사로운 이득이나 명예 때문이 아니라 다치고 아픈 사람들을 보살피고 싶어서 그런 겁니다. 그런데 정식사제가 못 된다니요? 지금 가장 유능한 성직자를 내치시는 겁니다.”


“저 썩을 놈이! 뚫린 입이라고 말은 잘하는구나! 너희에게 맡길 의뢰 때문이다! 그냥 파직시키는 게 아니라 다음에 다시 복권 시킬 거란 말이야! 의뢰가 신전이 엮여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그렇게 결정을 한 게야! 저놈에게 물어보니 정식사제로 임관되어도 너희랑 같이 떠난다고 하더구나. 그래서 맡길 의뢰 때문에 임시로 파직하기로 한 게야! 의뢰가 끝나면 바로 복권 시킬 거니 걱정하지 말거라!”


“의뢰 때문이요? 대체 어떤 의뢰길래 그러시는 거죠? 제 친구 꿈까지 짓밟으면서 의뢰받고 싶은 생각 없습니다. 야! 나 이 의뢰 안 해! 너희도 확실히 말해. 레일라! 할 거야?”


“응? 그래. 그런 의뢰면 좀 그렇지? 안 할게. 하지 말자.”


“다른 너희도 결정해.”


“응. 안 해. 우리도.”


카데스가 간단하게 자기 생각을 말하자 한스와 아리엘도 고개를 저으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로스 단장이 셜레인 대주교에게 귓속말로 소곤거렸다.


“대주교님, 진심으로 동료 걱정까지 하는 의리 있는 친구들입니다. 저 모습을 보니 전 더욱 마음에 듭니다. 소신도 뚜렷하고 강단 있는 모습까지. 이 일에 제격입니다.”


“그래, 나도 알고 있네. 네 녀석은 진정하고 내 말을 끝까지 들어봐라. 앉아!”


씩씩거리는 서지터를 카데스가 끌어당겨 간신히 자리에 앉혔다. 일단 얘기는 들어보고 그때 거절해도 늦지 않을 거 같았다.


“우선 서지터 네놈에게 한 가지 물어보마. 검은 늑대였냐?”


“그게 문제라도 되는 겁니까?”


“말하는 꼬락서니하고는!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밖에서 절대 발설하지 말거라. 나나 로스 단장은 너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 모두 실력을 보고 놀랐다. 솔직히 이렇게 마음에 드는 모험가들은 처음이지. 내가 당장 어떤 의뢰인지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우선 여기서 내가 하는 역할은 실력 있는 모험가를 골라내 선별하는 일이다. 그리고 마이론홀드로 가 그때 의뢰를 받고 너희들이 결정하면 되는 일이야. 의뢰를 수락할지, 아니면 거절할지 말이야. 수락하면 파시비엔은 일을 하는 동안만 파직 상태가 될 게다. 거절한다면 파시비엔은 그냥 정식사제 신분으로 남겠지. 그러니 결정은 그때 가서 해라. 그래도 늦지 않으니까 말이야.”


“할아버지. 대체 무슨 일이길래 파시비엔 수행사제님까지 신분을 숨겨야 하는 거죠? 솔직히 저희 성기사단 내부에서도 말이 많긴 합니다. 실력 검증 차원에서 일을 맡긴 했지만 다들 무슨 일인지 궁금해해요.”


“미안하구나. 내가 말해줄 수는 없을 거 같구나. 신전 안에서 이 일은 나와 로스 단장만이 알고 있는 일이란다. 다만 위험하고 중차대한 일이기 때문에 이렇게 신중히 처리하는 거지. 마이론홀드에 간다고 하더라도 그쪽에서 너희를 거절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양쪽 모두 수락을 한다면 그에 따른 보상은 너희가 상상도 못 할 거야. 그럼 어찌하겠느냐?”


상상도 못 할 보상이라는 말에 레일라가 살짝 흔들렸다. 하지만 눈치 없이 의뢰를 받기로 할 수는 없었다. 엎어진 채 서럽게 울고 있는 파시비엔이 앞에 있으니 말이다. 카데스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친구들의 얼굴을 훑어보고는 말을 꺼냈다.


“일단 파시비엔 생각부터 듣자. 파시비엔? 그만 울고 네 생각은 어떤지 말해줘.”


“꺼윽. 꺼윽. 전 여러분들 의견에······. 꺼으윽. 따르겠습니다.”


“아니, 네 생각을 얘기해줘. 이번 일은 네가 결정해야 할 거 같으니까.”


“흐흑. 모르겠습니다. 전 진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파시비엔이 눈물을 닦으며 모르겠다고 말하자, 셜레인 대주교가 자리에서 일어나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럼 네 녀석 정식사제 임관식은 그대로 진행하겠다. 앞으로 3일의 시간이 있으니 그때까지 생각하고 임관 후, 그때 결정을 하고 얘기를 해라. 그 어떤 강요도 없을 테니 혼자 결정하고 친구들과 나에게 얘길 하면 될 게다.”


“흐흑. 알겠습니다. 대주교님 말에 따르겠습니다. 흐으윽.”


“이놈아! 그만 울어! 누구 초상났냐? 자꾸 울면 온몸을 토막 내 그리폰 먹이로 던져줄 테니 말이다!”


“끄윽!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끔찍한 말을 끝으로 셜레인 대주교와 로스 단장을 밖으로 빠져나갔다. 긴장감이 흐르던 응접실은 서지터의 깊은 한숨으로 긴장이 풀렸다.


“후우우우. 야! 우린 무조건 네 말 따를 거니까 잘 생각하고 결정해라. 1주일 만에 봤는데 상황이 이게 뭐냐? 짜증 나네. 반가워서 좋아도 부족할 판국에. 그 의뢰 괜히 하려고 했나 보다. 레일라? 우리가 죽일 것들이다.”


“우리가 일이 이렇게 커질 줄 알았니? 나도 모르겠다. 될 대로 돼라. 어차피 수도는 가야 하니까 하든지 말든지 파시비엔 네가 결정해.”


“레일라. 근데에······. 무슨 일인지 조금 궁금해.”


“사실 나도 조금? 아리엘 너는 하고 싶어?”


“아니아니. 그냥 궁금하다고.”


일행의 대화를 듣고 있던 카렌은 공손하게 손을 모아 허리를 숙였다.


“정말 죄송해요. 할아버지 성격이 너무 급하시고 불같으셔서 불편하게 해드린 거 같습니다.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저도 이번 할아버지의 말씀이 너무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파시비엔 수행사제님이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제가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흐흑! 감사합니다. 카렌님. 5년 만에 뵈었는데 이런 꼴을 보여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카렌은 여신 같은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파시비엔의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괜찮아요. 파시비엔 수행사제님이 훌륭한 성직자라는 사실은 신전 안에서 모르는 사람들이 없답니다. 3일 뒤에 임관식 꼭 보러 갈게요. 그러니 그만 일어나세요.”


“네, 정말 죄송합니다.”


카렌의 말에 그제야 진정이 된 파시비엔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굴에 범벅이 된 눈물을 닦아낸 파시비엔이 말을 꺼냈다.


“훌쩍. 그동안 다들 잘 지내셨죠?”


“우리야 잘 지냈는데 넌 잘 못 지낸 거 같더라? 인사는 임관식 끝나고 하기로 하자. 너 일단 가서 쉬어라.”


“그래요. 파시비엔 수행사제님. 일단 가서 쉬세요. 제가 모셔다드릴게요.”


“훌쩍. 그럼 3일 뒤에 뵙겠습니다.”


“그래, 가.”


다섯이 파시비엔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파시비엔의 힘없는 뒷모습을 보며 괜한 일에 나선 건 아닌지 마음이 불편한 다섯이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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