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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자의 이야기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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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작품등록일 :
2023.01.06 17:04
최근연재일 :
2024.01.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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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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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화 돌아오다 - 7

DUMMY

파시비엔이 신전으로 돌아간 지 1주일이 지났지만 별다른 연락은 없었다. 그동안 다들 여독을 풀며 시간을 보냈고, 레일라는 서지터를 강제로 끌고 나가 최근 도적 길드의 분위기를 파악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벌써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 레일라였다.


페올루안테에 위치한 도적 길드는 총 두 곳. 도시 분위기와 비슷하게 두 곳의 도적 길드는 누구를 암살하거나 물건을 훔치는 일은 거의 없었고, 대부분 여기에 상주하고 있는 상인 길드들과 결탁해 지원해주는 역할이 전부였다.


상단이 마이론홀드 밖으로 나갈 때 호위하는 임무나 다른 지역에 사이가 좋지 않은 상단과 거래를 할 때 경비 임무 정도였다. 보통 용병 길드가 해야 할 일들을 도적 길드가 대신하고 있었다.


그런 시시콜콜한 사정 외에 레일라가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건 수도의 빌리, 윌리 형제와의 관계나 정보였다. 그녀가 알아낸 정보는 이미 두 형제가 수도의 도적 길드를 모두 복속해 장악하고 열심히 배를 불리느라 바쁜 상황이었다.


레일라와 서지터가 만난 도적 길드 사람들은 그들의 행패에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일정 수입을 그들에게 바쳐야 했으니 당연히 불만은 쏟아져 나왔지만 그렇다고 그들과 대적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


두 사람은 광장에서 편안하게 쉬면서 현 상황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몇 년 사이에 그 정도로 커질 줄은 몰랐네? 성질만 더럽고 멍청한 형제라고 생각했었는데 제법이야.”


“뒤를 봐주는 놈들이 있겠지. 히크 거리를 청소할 때 걔들만 살아남을 순 없잖아.”


“그래, 나도 같은 생각이야. 그 뒤를 봐주는 게 누구냐가 중요하겠지.”


“돌아가서 알아봐야지 그건. 근데 레일라.”


“응?”


“에이처랑 따로 세운 계획은 없어?”


“뭐······, 우선 돌아간 뒤에 계획을 짜기로 한 거라. 에이처 말로는 히크 거리를 청소했다고 해도 본거지는 계속 거기일 거로 생각하더라고. 음지로 숨어 들어가 있겠지. 솔직히 좀 막막하네. 너! 뭐 좋은 생각 없어? 너도 한때 히크 거리에서 살았잖아.”


“에이, 내가 무슨 도적 길드 소속도 아니고 일개 잡화점 점원이었는데? 지금 그냥 문득 생각나는 건 각 도시에 있는 길드들을 부추기는 거 정도? 불만이 잔뜩 쌓여있다고 하니 하나로 뭉치면 그래도 싸워볼 만하지 않을까?”


“힘들걸? 성향상 도적 길드는 모래알 같은 사람들이라······. 그리고 만약 그놈들을 처리하더라도 피바람이 불어 닥칠 거다. 수도를 서로 먹겠다고 난리가 날 테니까. 내부에서 해결해야 해. 그게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야.”


“흐음, 그럼 딱 두 놈만 암살해버리면?”


“그럼 또 밑에 놈 중에 누군가가 자리를 차지하겠지. 그럼 다시 죽여야 하고. 뿌리째 뽑아야 해.”


“쳐들어가서 그냥 싹 다 쓸어버릴까?”


“푸하하! 우리 여섯이서?”


“사람 죽이는 건 그다지 안 내키기는 하는데, 내가 적어도 100명은 맡아줄 수 있어.”


“너는 도대체 자신감이니? 자만심이니?”


“자신감이지. 나 대머리 벨크랑 거의 비슷한 실력이라고. 라피앤즈에서 박살이 나던 때의 내가 아니야. 너무 얕잡아 보지 마.”


“좀 겸손할 줄도 알아라. 쯧쯧.”


레일라가 그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솔직히 속마음은 누구보다 든든한 존재가 서지터였다. 검은 늑대로서 전장을 누비는 모습을 자주 보아왔던 레일라 입장에서는 실력은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을 거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설사 그냥 쳐들어가도 서지터의 말처럼 100여 명의 도적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으리라 믿고 있었다. 아마도 멀쩡한 상태의 용병단 내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일 거라 예상하는 레일라였다.


“근데 왜 파시비엔은 연락이 없지? 진짜 대주교란 사람한테 맞아 죽은 거 아냐?”


“재수 없는 소리 좀 하지 마. 5년 만에 돌아왔으니 바쁘겠지. 너도 고향 가본다고 하지 않았니?”


“응, 가봐야지. 동생 좀 만나려고. 얼굴도 까먹었다.”


“언제 갈 건데?”


“아이고! 돈에 묶인 노예나 다름없는 제게 시간을 다 주시려고요? 감사합니다.”


서지터가 광장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주변에서 쉬고 있던 사람들이 서지터를 보며 수군거리자 창피한지 레일라가 발로 옆구리를 툭 차버렸다.


“장난하지 말고.”


“히히, 뭐 그냥 마이론홀드로 돌아가는 길에 들러야지. 아니다? 여기서 수도 가는 길은 다르네. 에이.”


“다녀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동생 만나러 가는 건데. 한스도 집에 가봐야 한다며.”


“그랬지. 다른 마을에다 집 장만한다고 했잖아.”


레일라는 곰곰이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서두른다고 될 일은 절대 아니었다. 침착하게 조사를 마친 뒤 움직여도 늦지 않다고 판단되었다.


“차라리 잘 됐어. 여섯이 우르르 가는 것보다는 따로 찢어져서 마이론홀드로 들어가는 게 낫겠어. 저번에도 봐서 알지? 아리엘이 너무 예뻐서 시선이 집중되는 거. 각자 할 일 하고 한 곳에 조용히 모이면 되겠다.”


“아싸! 에스나 보러 가야지!”


“그런데 너 갔다가 못 돌아오는 거 아니지? 네 아버지한테 잡혀서 맞아 죽으면 안 된다?”


“네가 그분을 모르는구나. 내가 가서 아들입니다! 저 왔어요! 해도 투명인간 취급하실 분이란다. 카데스가 냉정한 건 그분 발끝에도 못 미쳐. 오죽하면 내가 평탄한 삶을 버리고 개고생하면서 이 짓거리 하고 다니겠냐?”


“그 정도야? 그래도 너희 가문에서 자식이 그리 귀한데?”


“한 번 딱 마음 정리하면 그걸로 끝이지! 자식이고 뭐고 없음!”


서지터가 이렇게 대수롭지 않게 말을 하는 이유는 본인 스스로 이제 어느 정도 아버지를 이해하려고 애를 썼기 때문이다. 다크 스컬과 짧은 대화를 나눈 뒤 많은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이제는 용서할 수도 있을 거 같은 생각이었다. 그렇다고 방금 말한 것처럼 얼굴을 마주할 수조차 없겠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냥 슬쩍 가서 어머니 묘소에 가서 인사드리고 동생만 보고 오려고. 아, 맞다. 모험가 길드 가야 한다.”


“그러네? 모험가 신분증 갱신해야 한다고 했지?”


“그래서 다 챙겨왔지요. 히히.”


“본인이 직접 안 가도 돼?”


“그냥 형식적인 절차라서 될걸? 가자. 심심한데 혹시 의뢰받을 만한 일거리 없나 둘러보고.”


페올루안테 처음 도착했을 때 경비병이 말한 걸 꼼꼼하게 챙기는 서지터였다. 둘은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광장에 모인 사람들에게 물어 위치를 파악해 모험가 길드로 향했다.


#

둘이 도착한 모험가 길드는 한산했다. 신분증에 도장을 찍고, 날짜를 다시 적어 아리엘과 파시비엔을 제외한 네 사람의 모험가 신분증을 빠르게 갱신했다.


“원래 본인이 와야 하는데 서로 귀찮으니까 그냥 해주는 거요.”


“히히, 감사합니다.”


역시나 서지터의 예상대로 형식적인 절차일 뿐이라 대충 눈감아주는 상황이었다. 서지터는 안내인에게 꾸벅 인사를 해주며 감사하다는 말을 남겼다.


“그런데 그쪽 분들은 어디를 돌아다니셨나. 아직 어린 모험가들이라 그냥 그러려나?”


“그냥 여기저기 돌아다녔죠.”


“내가 모험가들 얘기 듣는 걸 좋아해서 그러는데 자세히 얘기해보슈.”


“으으음, 저희 그다지 별 볼 일 없어요. 그냥 대륙 북쪽이랑 팔라고스 왕국 정도 여행하고 돌아다녔죠.”


“하긴······. 요새 엄청난 모험을 하는 자들이 그렇게 많지 않으니.”


자세히 얘기해주기 시작하면 계속 붙잡힐 거 같아 서지터는 대충 둘러댔다. 그렇게 둘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레일라는 혹시 의뢰받을 게 없는지 게시판을 뚫어지게 쳐다보다 서지터를 불렀다.


“야! 이리 와봐.”


“왜? 뭐 좋은 일거리 있어?”


“이거.”


레일라가 가리킨 걸 유심히 서지터가 읽어보았다.


“아그나달린 신전에서 의뢰한 거네? 으음. 임무는 협의 후 결정, 보수도 추후 협의. 하지만 꽤 큰 돈을 준다라······.”


책상에 앉아있던 길드 안내인이 서지터가 중얼거리는 걸 듣고는 불쑥 끼어들었다.


“그거라면 하지 마슈. 거기 적힌 거 보면 알겠지만, 꽤 실력 있는 모험가나 용병을 구한다고 하는데 대주교님 성격이 하도 괴팍해서 그냥 얼굴만 보고 돌려보내기도 하고, 성기사단 기사들이랑 직접 싸움을 붙여서 실력까지 확인하고 퇴짜를 놓기 일쑤지. 얼마나 강한 사람들을 구하려는 건지 원! 지금까지 수도 없이 사람들이 찾아갔는데 거의 다 의뢰 못 받고 쫓겨났수.”


안내인의 말에 서지터와 레일라는 서로 눈을 마주치며 불꽃이 튀었다.


“너도 나랑 같은 생각?”


“너도?”


“응.”


“저기 아저씨. 정확히 무슨 일을 의뢰받는 건지는 알 수 없어요?”


“잘은 모르는데 내 기억으로는 아마 모험가 두세 파티가 의뢰받고 수도로 갔다 들었수. 그런데 반년 전쯤부터 또 구한다고 안내문 붙여놨습디다.”


“아하! 그렇구나. 레일라. 그럼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일단 가보자. 간 김에 파시비엔도 보고 딱 좋네. 연락 안 와서 답답했는데 잘 됐다. 운 좋으면 그리폰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으흐흐흐.”


둘의 생각이 일치하기는 했지만 서지터는 다른 의도가 숨어있었다. 궁금한 거에 한 번 꽂히면 어떻게 해서든 호기심을 풀어야 하는 성격이니 말이다.


“잘됐네. 어차피 우리 수도로 갈 건데 파시비엔도 보고 딱 맞는데? 게다가 돈도 많이 준대. 으흐흐흐.”


역시 레일라도 다른 의도가 있었다. 물론 아그나달린 신전에서 의뢰한 일이라면 믿어도 될 만큼 많은 사람이 찾아갔었다. 안내인의 말처럼 실력이 부족해 대부분 퇴짜를 맞기 일쑤였지만, 실력이라면 어디 내놔도 아깝지 않을 여섯이니 괜찮은 일거리를 찾은 듯싶었다.


자신들을 평범한 모험가로 소개를 했기에 안내인은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내 말 뭐로 들었수. 어지간하면 다 퇴짜라니까? 셜레인 대주교 노인네 노망이라도 들었는지 어떤 모험가들은 가라고 딱 한 마디 듣고 왔습디다. 그쪽들도 보나 마나 퇴짜 맞을 게 뻔해. 안 가는 게 속 편할 거요. 그냥 그 옆에 현상 수배범들이나 잡으슈.”


“저기 아저씨! 이거 안내문 가져가도 돼요?”


안내인은 서지터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똑같은 안내문 뭉치를 서랍에서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여기 많으니까 가져가슈.”


“넵! 감사합니다.”


“그 의뢰 정말 해볼 거요?”


“저랑 내기하실래요? 우리가 저 의뢰 따낼지, 못 따낼지. 히히.”


안내인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모험가 신분증에도 적혀있듯이 아직 20대 초중반의 나이들이었다. 겉보기에도 그냥 평범해 보이는 둘이 무슨 자신감으로 저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서지터는 안내문을 떼어 내 두 번 곱게 접어 품에 집어넣고는 다시 예의 바르게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조만간 그 안내문들 다 버리시게 될 거예요.”


“안녕히 계세요.”


그렇게 둘은 유유히 모험가 길드를 빠져나갔다. 안내인은 한심하다는 듯 나간 둘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쯧쯔, 어딜 가나 자기들 실력이 대단한 모험가라고 믿는 것들이 있다니까. 한심해. 한심해. 더 굴러봐야 정신을 차리지.”


안내인의 말과는 다르게 이들은 전쟁터에서 실컷 구를 만큼 굴러본 모험가들이다. 게다가 그 전부터 많은 사건을 해결한 화려한 전적이 있기도 했다. 아마 서지터가 자신이 검은 늑대였다고 말을 해줬더라면 이렇게 한심하게 바라보진 않았을 것이다. 이미 용병들이나 모험가들 사이에선 트리스미스 전투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다섯 명의 검은 늑대들에 대해 침이 마르게 칭송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런 칭송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는 서지터는 해맑게 웃으며 레일라와 이야기를 했다.


“심심했는데 잘됐네. 의뢰 못 받더라도 잘하면 성기사랑 한 번 붙어볼 수도 있겠는데?”


“좋기도 하겠다. 그리 싸우고 싶니?”


“몸이 근질거리는 걸 어쩌냐? 우리 떠나온 이후로 제대로 된 전투도 없었다고. 내가 깡패도 아니고 아무나 붙잡고 싸울 수도 없잖아.”


“카데스 있잖아. 걔랑 놀아.”


서지터는 우는 시늉을 하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흑흑. 걔가 안 놀아줘. 그러고 보니 카데스랑 대련해본 것도 너무 오래됐네. 승급대회 이후 한 번도 못 붙어봤어.”


“카데스가 일부러 대련 피하는 거지?”


“그렇지 뭐. 나도 일부러 피하는 것도 있고.”


- 톡!


레일라는 손날로 서지터의 머리를 살짝 때렸다.


“그러니까 그때 적당히 살살 봐주면서 해주면 됐잖아.”


“얘가 뭘 잘 모르네. 카데스가 말은 없어도 자존심이 얼마나 센데. 오히려 내가 살살하면 걔가 더 싫어할걸?”


“하긴.”


둘은 수다를 떨며 여관으로 향했다. 새로운 일거리를 가지고 당당하게 말이다. 분명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았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충고, 오타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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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1화 돌아오다 - 6 23.01.17 10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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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1화 돌아오다 - 4 23.01.12 116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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