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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펑크의 영세 사업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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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피에르와소
작품등록일 :
2024.05.17 14:19
최근연재일 :
2024.06.27 18:15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525
추천수 :
38
글자수 :
86,887

작성
24.06.25 18:10
조회
17
추천
1
글자
13쪽

14화.

DUMMY


옥상으로 돌아온 경찰 형님.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나와 갱단 형님들.

서로 약간의 시선을 교환하고, 경찰 형님이 멋쩍은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내가 여기를 찍었나? 똑같은 데로 오는 일은 잘 없는데.”


경찰 형님이 몸을 돌려 손목에 붙은 기계를 툭툭 쳐대며 우리의 시선을 피하던 그때였다.


“형님! 저놈들이 로켓포를 장전합니다!”

“뭐?”


조심스레 바깥을 내다보고 있던 어느 갱단 형님의 외침.

이에 전기톱 형님은 물론, 경찰 형님의 얼굴도 일그러졌다.


“갱단이라···.”


그리곤 마뜩잖은 표정을 지으시더니,


“개입해야 하나···?”


가슴이 철렁이는 소리를 중얼거리셨다.

하하, 아유 이 형님 장난도 심하시지. 지금 누가 봐도 형님이 안 끼시면 제 가게 개판 나잖아요, 하하하. 라고 생각하는 찰나,

경찰 형님이 턱을 쓰다듬더니, 갱단 형님들을 돌아보았다.


“갱단끼리의 싸움인가?”


말투, 목소리의 높낮이, 거기에 표정까지.

경찰 형님의 말은 꼭 이렇게만 들렸다.

갱단끼리 싸우는 거면 나 그냥 갈래.

그리고 여기에 답하는 전기톱 형님의 대답은···.


“정확하진, 않다.”


어우, 너무 좋아요~.

함부로 재단할 수 없게끔 만드는 전기톱 형님의 기계음 대답에 경찰 형님이 얼굴을 찡그렸다.


“정확하지 않다니?”

“저놈들과 싸우고 있는 건, 크게 보면 우리가 맞다. 하지만, 그 녀석들이 우리 때문에 온 건지는 알 수 없다.”


전기톱 형님이 싱긋 웃으며 나를 가리켰다.


“여기, 총포상을 노리고 찾아왔을 수도 있으니까. 실제로 여기가 습격을 받은 적도 있지.”

“여기를 노렸다? 총포상을?”

“그래. 여긴 물자를 안 끊기고 전달하는 거의 유일한 곳. 물자를 선점한 뒤, 다른 곳을 습격해 끊어버린 저놈들 입장에선 꼭 없애야 하는 곳 중 하나다.”

“으음.”


경찰 형님이 팔짱을 끼고 나와 주인 아주머니, 라벨라 씨까지 힐끗 바라보는 순간이었다.


“형님! 저 녀석들이 움직입니다!”

“···쯧. 민간인이 엮여 있으면 지켜야지.”


한 번 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경찰 형님이 고개를 내젓고는 나를 향해 다가왔다.


”일단 문제가 있습니다.“


경찰 형님이 내게 설명했다. 다만 목소리가 조금 큰 것으로 보아 내가 아니라 주위의 갱단들에게 들으라고 하는 소리 같았다.


”저렇게 많은 이들을 상대하려면 약간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지금 이 버전··· 이 상태로는 조금 힘들어요.“

”곤란, 한데.“


곧장 이어진 대답은 내가 아니라 전기톱 형님이 했다.


”나도, 시간이 좀 필요해서.“

”형님? 설마!“

”형님! 그건···!“

”어차피 저놈들이랑 붙을 때 쓸 거였어. 그리고 그 상황이 다가왔을 뿐. 이제와 그걸 아끼려는 것은 우습다.“


오토튠 음성으로 다른 갱단원들에게 손을 들어보인 전기톱 형님이 다시 말을 이었다.


”어쨌든, 이렇게 둘이 준비할 만큼의 시간, 여기 남은 놈들로는 못 벌어.“


그 말을 들은 경찰 형님이 주위를 둘러보고, 나도 이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옥상에 있는 갱단 사람들은 전기톱 형님, 총 만드는 형님들 이렇게 두 집단.

하지만 총 만드는 형님들이 잔뜩 겁에 질려있는 걸 보니, 딱히 전력으로 보이진 않는다.

경찰 형님의 표정이 점차 안 좋아진다.

이 와중에도 바깥의 적들은 계속해서 움직이는 소리가 나고.

시간이 점점 줄어간다는 게 몸으로 체감된다.

흠, 이러면 어쩔 수 없잖아.


”저기, 시간 끌면, 해결되나요?“


보호를 받아야 한다면, 보호할 가치가 있음을 증명해야지. 이게 경제 게임의 마인드다.


”당연하지. 놈들 수준이 내 예상보다 강하지만 않으··· 응? 음, 네. 이길 수 있습니다.“


경찰 형님이 당연하다는 듯 갱단 형님들 쪽을 쳐다봤다가 당황하며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려 대답하고,


”저 녀석들과 대치할 만큼은 돼.“


전기톱 형님이 고개를 끄덕이고.

그럼 됐다. 잠깐 입터는 계획이야 순식간에 만들 수 있지.


”제가 한 번 해보겠습니다.“

”너가?“

”···민간인이?“


전기톱 형님, 경찰관 형님이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경찰 형님을 쳐다보았다.


”위험한 상황이 되면, 경찰관 님께서 저를 보호해주실 거라 믿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롭슨 형님의 얼굴에 굳은 결의가 새겨졌다.

좋아, 이 정도면 만족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밖으로 나가는데, 라벨라 씨가 불렀다.


”내가 해도 되는데.“


맞다. 나도 사실 이 생각했다. 저번에 본 바 라벨라 씨가 나보다 운동능력도 좋아 보이고, 뒤에 개리 아재도 상당히 강해 보이니 말이지.

그런데 모르겠어. 그 선택지를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배제해 버렸네.

심지어 핑계도 생각해 두었다.


”저랑 주인 아주머니, 라벨라 씨. 이렇게 셋이 비교했을 때, 제가 제일 무해한 민간인 같잖아요. 몸에 기계 같은 거 아무것도 장비한 게 없으니까.“

”그건, 그렇지.“

”그래서 쟤네들도 방심할 겁니다. 그게 필요한 일이에요.“

”···음. 알았어. 조심해. 위험하면 어떻게든 도와줄게.“

”걱정마세요.“


라벨라 씨에게 손을 흔들고는 빠르게 아래로 내려갔다.

그렇게 뛰어가는 내 주머니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 저는 왜 데려가는 거냐고 질문합니다.

”너는 죽어도 나랑 같이 죽어야지.“

- 크로나는 오래오래 살고 싶다고 이야기합니다.

”나도 오래오래 살고 싶다.“

- 행동에 대한 근거가 부족합니다.

”보여줄게. 기다려 봐.“


최대한 빠르게 내 가게로 내려가서, 혹시 몰라 스노우볼 총탄 요격기를 챙기고는 곧장 밖으로 뛰쳐나갔다.


밖으로 나가니, 처음 보는 갱단 형님들이 나를 보고 있었다.

진짜 무슨 척수반사마냥 총을 들어 올리는 형님들.

나도 거기 걸맞게 무릎 때려서 다리 드는 것처럼 양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잠깐, 잠깐, 잠깐만요, 형님들!“


내가 양손을 들어올리니, 적 갱단 형님들이 나를 수상하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나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음에도 천천히 주머니에 있는 총탄 요격기와 크로나도 꺼내 바닥에 내려놓아, 주머니에 아무것도 없음을 보여주었다.

살짝 내려가는 총구.


”넌 뭐야?“

”저는 저 총포상을 운영하는 사람입니다.“


내 뒤쪽의 총포상을 가리켰다.

그러자 적 갱단 형님들 사이에서 약간의 웅성거림이 일어났다.

이어서.


”뭐야, 갑자기 왜 시끄러워.“


그들 사이에서 덩치가 훌쩍 큰 사람 한 명이 걸어나왔다.

다른 갱단 형님들이 쳐다보는 표정, 움찔하는 행동 등을 보니 대장격 인물인 모양이었다.

좋다, 저 사람은 지금부터 대장 형님이다.


”저 새낀 뭐야?“

”총포상 사장이랍니다.“


설명을 들은 갱단 대장 형님이 나를 돌아보았다.

나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


”괜히 총알이나 로켓 같은 거 쏘시면 아깝잖아요. 굳이 안 써도 되는 건데.“

”굳이 안 써도 된다?“

”예. 왜냐면 저는, 형님들과 척질 생각이 없기 때문입니다.“

”···뭐?“


대장 형님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 이제 나불거릴 시간이다.


”저는 상인입니다. 상인에게 적대란 개념은 같은 상인에게만 허용되는 이야기죠.“


내 말에 대장 형님이 팔짱을 낀다. 그리곤 턱까지 까딱. 더 말해보란 뜻이다.


”총알 수급 문제 때문에 저를 방문하셨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그 문제로 습격을 받은 적도 있고요. 그런데 저는 이러한 사건들의 근본적인 이유가, 아무래도 제가 다른 갱단, 예를 들어 지금 형님들과 적대 중인 갱단의 도움을 받아서, 라고 생각하고 계셔서 그런 게 아닐까 예상합니다. 실제론 그렇지 않음에도 말이죠.“

”···갱단의 도움을 받는 게 아니다?“

”예. 총알의 수급에 문제가 없다. 이건 단순히 제 인맥을 통해 가능한 일이거든요.“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총알, 라벨라 씨가 가져다주시는 거잖아.

전기톱 형님의 갱단이 물론 근본적인 자금을 투자해주셨지만, 총알 가져오는 것만 보면 그렇다는 거다.


”그래서, 어떡하겠다는 거냐?“

”제 가게를 공격하실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갱단과 상관없는 곳이고, 그러니 언제든 다른 분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는 거죠. 예를 들어 총알 판매를 원하신다면 당연히 팔겠습니다. 아니라면···.“

”그럼 장사 접어.“


어?


”아무것도 팔지 마라. 그 누구한테도.“


···어쩌지? 장사 접는 건 좀··· 그런데?

하지만 여기서 질질 끌면 상황만 안 좋아지는 게 뻔하다.

어쩔 수 없다. 쿨하게, 공수표를 남발하자.


”···넵.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뭐야, 또 있어?


“넌 이제 인질이다.”

“예?”

“인질. 뭔지 못 알아들어?”


인질이라고? 이건 어떡하지?

···이것도 어쩔 수 없다.

공수표 남발!


“옙! 인질, 하겠습니다! 하죠!”

“···호오.”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자 적 갱단 대장 형님의 시선이 살짝 호의적으로 변했다.

좋아, 그럼 이 기세를 몰아서,


”아, 인질이 되는 김에, 여기서도 한 번 일해보겠습니다. 저희 물건들 솔직히 나쁘지 않거든요. 제 인맥을 통해 이쪽에 총알도 드릴 수 있고요. 하하하.“

”···하하하! 긍정적이어서 좋네. 야, 너네 얘 좀 본받아야겠다.“


이번엔 대장 형님이 웃으셨다.

좋다. 일단 내 인상은 나쁘진 않다.

···근데 이제 어쩌지? 나 진짜로 인질이 되는 건가? 진짜 이직하나?

라고 생각하던 찰나, 뒤에 있던 다른 갱단원이 슬쩍 끼어들었다.


”대장님. 의미 없는 이야기입니다.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걸 보니 이미 적들에게 충분히 총알을 가져다줬을 겁니다. 이 자가 저희에게 잡혀 이제와 총알 수급이 막힌다고 해도···.“

”토 달지 마.“

”넵.“


다른 갱단원의 말을 툭 끊어버린 대장 형님이 내게 손을 내밀었다.


”그래. 인질 겸 말단, 환영한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곧바로 갱단 대장 형님이 내민 손을 양손으로 부여잡았다.


”하하하하.“

”하하하하!“


대장 형님도 웃고, 나도 함께 따라 웃던 그때였다.

대장 형님의 손이 내 어깨로 올라왔다.

그리곤 슬며시 내 몸을 끌어와 돌렸다.

나는 어느새 대장 형님의 바로 옆에서 어깨동무를 한 꼴이 되었는데···.


”그나저나, 이 시발 새끼야.“


···어? 지금 나한테 한 말인가?

옆을 힐끔 바라보았다.

잠깐만, 대장 형님의 상태가? 나를 노려보고 계신데?


”네 눈엔 내가 병신으로 보여?“


갱단 대장 형님의 얼굴이 험악하게 변했다. 뭐지? 아까까지 분명 괜찮았···.


”너는 내가 아무런 정보도 없이 여기 냅다 온 거라고 생각했냐? 누굴 병신으로 알아?“


당혹스러움이 내 얼굴에 번져갔다.

지금 이게 무슨 말이지?

내 눈동자가 나도 느낄 수 있을만큼 떨리는데, 대장 형님, 아니 갱단 대장 놈이 손가락 하나를 치켜들어 내 가게가 있는 건물 옥상을 가리켰다.


”갱단 핵심 놈들, 저기 옥상에 모여있잖아. 그딴 것도 모르고 네 가게 하나 조지려 우리가 온 것 같냐고.“


···알면 진작에 말 좀 해주지.


”그리고, 저기 니들 머리 위에 떠있는 경찰 헬기는 뭐 장식이냐? 우리가 맹인 집단으로 보여? 이 새끼.“


덜컥 멱살이 잡혔다. 몸이 순식간에 끌려갔다.


”시간 한번 끌어보라고 했나? 그 사이보그 새끼가? 뭐 대단한 거라도 준비하나 보지?“


아무래도 처음부터 다 읽히고 있었던 모양이다.

큰일인가? 아니면 시간을 끄는 것 자체는 어지간히 한 것 같으니 괜찮나?


”그런데 이걸 어쩌나. 마침 우리도 시간이 필요했어서 말이야.“


휙, 멱살을 내치고, 내 몸이 땅을 굴렀다.

당황한 채 바닥을 짚으며 일어서는데, 건물 쪽에서 걸어오는 갱단 부하 놈들이 보였다.

그들이 떠나오는 뒤편에는 둥그런 금속통 모양의 기계들이 건물 주위로 띄엄띄엄 놓여있었다.


”설치는?“

”끝났습니다.“

”그러면 켜···기 전에, 잠깐만.“


갱단 대장이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둥그런 통들의 위치를 보고 있던 내 시선도 저절로 이를 따라 위로 올라갔다.

옥상을 지나, 경찰 헬기로.


”경찰, 경찰, 경찰. 저 염병할 새끼들.“


갱단 대장이 욕을 내뱉었다.

안 그런 사이버펑크 갱단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이 사람도 경찰에게 감정이 딱히 좋지 않은가 보다.


”얘들아.“


그런데, 나는 상상도 못했다. 그 짜증이 경찰을 향해 행동으로 튀어나올 거라고는. 그것도 내가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인질 되겠단 놈한테 우리가 어떤 놈들인지 한 번 보여줘라.“


갱단 대장이 심상찮은 손짓을 뒤쪽의 부하들에게 했다.

그 수신호에 몸을 움직인 것은 사이버펑크식으로 개조된 대전차 로켓 같은 걸 어깨에 메고 있던 사람이었다.

···설마?

로켓 끄트머리가 헬기로 향한다.

야이, 잠깐 미친 놈들아! 저거 경찰 헬기라고! 너네 미쳤어?!

라는 내 경악은 당연히 내 마음속에서만, 저들에게 들리지도, 닿지도, 꺼내지도 않았으며,


쿠웅!


로켓이 쏘아지고, 그게 고스란히 헬기에 부딪혔다.


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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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장식품 24.06.01 3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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