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안녕하세요

사이버펑크의 영세 사업자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SF

공모전참가작

피에르와소
작품등록일 :
2024.05.17 14:19
최근연재일 :
2024.06.27 18:15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529
추천수 :
38
글자수 :
86,887

작성
24.05.19 15:30
조회
69
추천
5
글자
14쪽

시작

DUMMY

흔히들 게임은 취향이라고 이야기한다.

나도 이에 동의한다.

왜 그런 게임들 마음속에 하나씩 품고 있지 않나? 아, 이 게임 진짜 재밌는데, 왜 사람들이 안 하지, 왜 나만 하지.

없다고? 그럼 나만 그런 거로 하자.


어쨌든. 앞쪽에 짧게 한 이야기를 봤으면 알겠지만 내가 혼자 속으로 품고 있던 게임은 사이버펑크 배경의 게임이었다.

다만 일반적인 사이버펑크 게임과는 내용이 좀 달랐다.


대부분의 사이버펑크 게임은 그 세상의 일원. 예를 들어 거대 기업의 용병으로 살아가는 등의 방식을 가진 게임이었다. 그런데 이 게임은 아니었다. 이건 국가, 좀 더 작게는 기업을 운영하는 게임이었다.


Corps Era.


‘기업의 시대’라는 단출하면서도 당당한 번역명을 가지고 있던 이 게임은 내 취향을 저격했다.


현대의 그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사이버펑크.

미래 시대의 설정과 시스템을 오로지 상상으로만 만들어야 해서인지, 시스템 및 세부 설정이나 정보들은 빈약하기 그지 없었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알아야 할 게 적은, 굳이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간편한 결과가 되었다.

이건 복잡하게 생각하기 싫어하는, 아니 엄밀히는 복잡한 생각을 못 하는 나를 제대로 만족시켰다.


또, 이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회사가 여태껏 해왔던 것들이 이모저모 녹아있는 시스템들은 내겐 익숙함이 되어서 나를 편안하게 만들었다.


하여 난 이 게임을 좋아했다. 정말로.

남들은 깊이가 없다고 해도, 이거 할 바에 거기서 낸 다른 게임 한다고 말해도, 나는 계속해서 이 게임을 했다.


하지만 딱 하나, 그 모든 걸 고려해도 한 가지 이해되지 않는 것은,


“그래서, 아무리 생각해도 왜 나인지 잘 모르겠어.”

- 이미 현실로 이루어진 시점에서 무의미한 질문입니다.

“···내가 저번에도 말했지. 인간 감수성을 좀 기르라고.”

- 현재 시대의 감수성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은 ‘리’ 님입니다. ‘리’ 님께서 말씀하시는 사이버펑크는 디스토피아적 관점이 기본이 되는 세계로써, 현실적이고 냉소적인 가치관이 사회의 기본 감성이기에 공감의 방식 또한···.

“알았어, 알았어. 그만, 그만.”


시끄러운 도우미 로봇 녀석.

음. 어쨌든 말하던 걸 이어가자면, 솔직히 말해 나는 내가 왜 이 게임 속으로 들어왔는지 전혀 모르겠다.


아니, 소설을 봐도 뭔가 그럴듯한 이유가 하나씩은 붙지 않나? 예를 들어 이 녀석, 게임을 잘하잖아? 랭커라고? 좋아. 너 게임 속으로 들어가.

어쭈, 아무도 안 보는 소설을 혼자서 겁도 없이 끝까지 읽어? 오케이. 너 소설 속으로 들어가.


근데 나는 그런 거에 하나도 해당하지 않았다.

애초에 싱글 게임이라 랭킹같은 것도 없었고, 하루에 관련 게시판 서너 페이지 정도 채울 만큼의 글은 올라오는, 하는 사람이 영 없는 게임도 아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이 게임을 잘 못 해.”

- 그건 오늘의 적자로도 충분히 증명되는 사실입니다.

“그만 말해도 된다니까.”


나는 이 게임을 잘하지 못했다.

아니 굳이 이 게임뿐만이 아니라 대체로 모든 게임을 못했다.

정말로 좋아해서. 전략 시뮬레이션을 정말 좋아해서 계속하는 것뿐.


심지어 겁도 많은 편이었다.

어느 정도냐면, 가장 좋아하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경험 가득한 이쪽 게임 유형마저도 언제나 가장 낮은 난이도로 게임을 시작했다.


거기에 붙어있는 이름이 초보든, 쉬움이든, 개척자든, 민간인이든 상관없다.

나는 무조건 제일 쉬운 난이도부터 시작했고, 그게 익숙해져야 한 단계씩 난이도를 올렸다.


물론 이건 ‘Corps Era'에서도 마찬가지.


가장 낮은 난이도. 초보 위치에 있던 ’국가‘ 난이도를 플레이하고.


쉬움으로 되어있던 초거대기업, 메가코프 [ Megacorps ] 난이도도 긴장하며 도전하고.


대기업 레벨. Corporaton, Enterprise 라 이름 붙은 중간 난이도를 오랜 시간 시도해 클리어한 뒤.


어려움 난이도인 회사(Company)를 말그대로 몸 비틀며, 아니 회사를 비틀며 수도 없는 도전 끝에 간신히 처음 깼을 때는, 이미 게임이 나온 지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이미 이 게임을 갖고 노는 고인물들이 즐비하던 때에,

그들 눈으론 깼다고 인정 안 할 정도로, 근근이 버텨서 해낸 정도로 힘겹게.


그래서 가장 마지막 최고 난이도인 매우 어려움. 한글 번역으론 ’영세 사업자‘. 영어로는 딱 한 단어 ’Business‘라고 적혀있던 난이도를 고를 때만 해도, 머릿속에는 이미 수십 번의 실패 정도는 당연하다 가정한 채로 게임 시작을 눌렀다.


게임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거? 당연히 상상도 안 했지. 이런 상황을 왜 상상해.

아니 고인물들은 다 깨고 컨셉질하고 놀고 있는 난이도를 게임 존나 못하는 놈이 뒤늦게 도전하는데 세상 속으로 빨려 들어왔다니까? 이게 맞아?


그러니 너무나도 억울하다.

솔직히 나 말고도 데려갈 사람들 많았는데. 최고 난이도 클리어 횟수 업적작하는 사람도 있었고, 최단 시간 클리어 인증하며 갱신하는 사람도 있었고, 기업으로 세계 통일 이런 글 연재하는 사람도 있었고···.

왜 그런 사람들 다 내버려 두고 나냐고.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게임 시작을 안 눌렀는데.”

- 하지만 ’리‘님은 모르셨습니다. 그래서 누르셨습니다.

“제발. 감수성까진 안 바랄 테니까 되도록 세 번에 한 번만 대답해 줘.”

- 저는 ’리‘님의 목소리에 반응하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합당한 해결책으로 ’리‘ 님께서 세 번에 한 번씩 목소리를 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래, 내가 말을 안 하마. 됐냐?‘

- ···.


에휴.

여하튼, 게임 세상으로 들어오기 직전의 기억을 되짚어 보자면.


내가 항상 게임할 때마다 사용하는 이름 - 인물이든 기업이든 가문이든 상관없이 - ’LEE', ‘리’를 친 다음, 게임 시작을 누르는 즉시 정신을 잃었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을 때는 이 어두컴컴하고 퀴퀴한, 1평 될까말까한 작은 사무실, 정확히는 어느 구석진 뒷골목 녹슨 건물의 조그만 가게 뒷방에 덩그러니 혼자 앉아 있었다.


아니 혼자는 아니구나. 지금 옆에 있는 이 친구. 로봇, 또는 안드로이드, 아니면 ai. 이 친구가 함께였다.


“이름이 뭐라고 했지?”

- 크로나입니다.

“그래. 크로나.”


크로나는 뭐라고 해야 할까, 이 사무실 형태의 쪽방을 채워주는 화면이었다.

그러니까 설명이 조금 필요한데, 일단 사이버펑크 세상답게 사무실 형태가 조금 달랐다.

책상과 의자는 있는데 컴퓨터는 없다? 대신 주먹만한 네모난 상자가 있다?

이 네모난 검은 상자가 다름 아닌 크로나였고, 얘가 공중에 화면도 띄워주고, 내가 하는 말마다 예쁜 여자 목소리로 꼬박꼬박 말대꾸도 하고, 그런 것이었다.


그런데 이렇게만 설명하고 끝내면 분명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다.

왜냐면 분명 내가 앞에서 이걸 로봇이네 안드로이드네 ai네, 이런 식으로 설명했으니까.


내가 왜 이걸 그렇게 부르냐면, 일단 학습을 하는 애들이라 ai, 인공지능이라 말한 거고,

이게 원래 게임에서는 이런저런 로봇이나 안드로이드에 접속하여 그리로 옮겨서 작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이 적혀있다.


꺼림칙하게 표현하자면 정신체 프로그램.


게임 내에서는 몇몇 초거대기업들이 과점 중인 기술이라, 처음부터 이걸 가지고 있는 초거대기업 메가코프로 시작하면 정말 쏠쏠한 수익원이기도 했지만,

멋모르고 개발에 뛰어들었다간 상당한 자본이 들어가는 것에 더해, 메가코프들의 세계구급 자본으로 진행되는 새싹 짓밟기 이벤트도 겪을 수 있었다.


어쨌든, 지금 나와 함께하는 크로나의 경우는 순정 형태, 즉 제일 처음 담겨 나오는 아주 기본적인 검정 네모 상자에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이 경우엔 이런 로봇적인 모습이 가능했다.


“크로나, 춤 좀 춰줘.”

- 춤을 춥니다.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검은색 정사각형 상자가 끼릭끼릭 움직이더니 이등신 둥그런 로봇 형태가 되어 이리저리 몸을 움직였다.

그렇게 한참을 움직이다 다시 끼리리릭 네모 상자 형태로 돌아갔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내가 여기 빨려 들어오기 전에도 반려 로봇이니, 기계적인 능력은 없고 애교 능력만 있는 기계니, 그런 소리 듣는 물건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내가 딱 그런 취향이란 걸 여기 와서 알게 되었다.


그래 안다. 이상하게 볼 수 있다는 거.

어찌하여 사람이 기계에 애정을 느끼는가! 부품과 연료, 무기물이 생의 기원이자 모태인 기계는 근본적으로 사람의 동료가 될 수 없다! 라고 할 수 있다는 거.

왜냐면 나도 여기 들어오기 전에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너네도 인간 몸에 전기톱, 총, 레이저 같은 거 달린 무기물 반 유기물 반 반반치킨형 미치광이들 몇 명 만나봐.

이런 조그만 기계는 힐링이라니까? 진짜예요. 어제는 뇌 빼고 얼굴은 물론 머리카락 한 오라기까지 다 기계로 바꾼 사람이랑 대화하고 왔어.

심지어 아래도 기계로 바꿨대. 거기에다 전기톱 달아놨다고 자랑하더라. 미친놈이야 진짜로.


흠흠, 이야기가 조금 샜다. 어쨌든 하고 싶은 말은 크로나는 작금의 내게 있어 정신을 치유해주는 참 흐뭇한 로봇이라는 거다.

말만 좀 이쁘게 해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크로나. 제일 처음 저장한 메모 좀 보여줘.”


말한 김에 크로나의 능력을 좀 사용해 보자.


- 제일 처음 메모입니다. 붙이신 제목은 ‘목표’입니다.


크로나의 목소리와 함께 허공에 홀로그램 화면 및 그 위에 적힌 글씨가 나타났다.


[ 목표: 200년 살아남기 ]


200년 살아남기.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면, 이 게임 세상에서 빠져나가기 위한 이야기였다.


일반적인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 그렇듯이,

아, 혹시 잘 모르는 사람을 위해 좀 더 쉽게 표현하겠다.

이 게임을 만든 회사의 다른 게임들이 그렇듯이, 이 게임은 게임 내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정해진 기간이 있었다.


게임사의 다른 작품들이 기본적으로 역사를 투영했던 게임이어서 그런지, 50년, 100년, 400년 등등 게임 안에서 진행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었으며, 그 시간이 지나면 그동안 해낸 업적을 바탕으로 평가하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지금 내가 들어와 있는 게임, 'Corps Era' , ‘기업의 시대’라 불리는 사이버펑크 게임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의 기본 기간은 200년. 게임에선 하루가 오전 오후로 나뉘어 시간이 흘러가긴 했는데, 일단 안에서 살아보니 그건 잘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세운 제일 첫 번째 가장 중요한 목표는 다름아닌 200년 버티기.

그리고 자연스레 이어지는, 두 번째 목표.


“메모 수정을 안 했네. 자, 다시. 목표는 200년간 이 몸으로 살아있기.”

- ···메모가 수정되었습니다. 또한 다짐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사이보그를 추천드립니다.

“되도록이면 유기물 몸체를 끝까지 가져가고 싶구나.”


굳이 ‘이 몸으로’라는 표현을 붙인 것은, 이 게임은 말 그대로 국가나 기업을 운영하는 거라서 대표 역할을 맡던 이가 죽어도 다른 사람이 대표가 되어 내가 그 기업을 계속 운영해 나갈 수 있어서였다.


기업만 망하지 않으면 되는, 말 그대로 기업이 나고, 내가 기업인 셈.


그러니 혹시라도 동아줄 하나, 선 하나 잘못 타다 죽더라도 회사만 살아있으면 게임은 계속할 수 있었는데···.


‘그렇다고 죽고 싶진 않지.’


정말 죽어도 살아날 수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데다, 심지어 그렇게 살아난다 한들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도 문제였다.

예를 들어, 죽고 일어났더니 몸 전체는 기계에, 아래는 무슨 전기톱인 녀석이 되어있다? 그런 건 싫어···.


‘그래도 지금은 사업을 키우는 게 최우선이긴 하지. 혹시 진짜로 게임처럼 대표 자리를 이어받아서 진행할 수만 있다면, 설령 몸체가 마음에 안 들더라도 그냥 뒤져버리는 것보단 백배 천배 나아. 그러니 사업을 이어받을 후계자를 만들던가, 아니면 내부 사람들이 어떻게든 새 대표를 뽑아서라도 유지하려는 크기의 기업이 되어야 해.’


이게 바로 이 사이버펑크 세상을 살아가는 내 목표이자 바람이었다.

마음 같아선 소박하지 않냐고 허허 웃어보고 싶지만, 솔직히 거창하다고만 느껴진다.

며칠간 일 돌아가는 꼬라지를 보니 당장 오늘 살아있을 수는 있으려나 걱정부터 되더라고.


- 삐빅. 알림. 가게 개점 시간이 다가왔음을 안내합니다.

“벌써 문 열 시간이군.”


후우, 어느새 일할 시간이 다가왔다.

···너무 싫다.


그래도 할 건 해야지. 게임에서 강제로 걸어둔 대출이나 멋대로 집어처넣은 재고들이 있으니까.

이 쇳빛보다 녹빛이 더 많은 건물에 월세도 내야 하니까.


자, 그럼 어디 가게 오픈을 해볼··· 응? 아, 그러고 보니 제일 중요한 것, 내가 무슨 업종으로 시작했는지 말을 안 했다.


좋아, 이거는 한번 말하듯이 설명해 볼까?


나는 말이지, 사이버펑크 게임 하는 사람이면 자연히 관심 가는 업종.

뒷골목 어두컴컴한 자리에서 시작한다는 배경을 듣자마자 머리가 아니라 심장이 먼저 고르고 있는 가게.

소설이든 게임이든 주인공들이 꼭 한 번씩은 방문하는 장소이자.

두손 두발 내 몸으로 직접 뛰는 게 아니라 모니터 너머로 구경할 때 제일 재밌는 장사.

그거 골라서 했어.


총기 및 무기 용품점.


맞아. 손님들 만날 때마다 좆됐다만 삼창해.


어쨌든, 장사하러 가볼까?


이따가 총알 사러 온다는 사람 예약 잡혀있는데, 오늘은 좀 멀쩡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사이버펑크의 영세 사업자가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랜덤 연재입니다 24.06.08 21 0 -
15 15화. 24.06.27 10 1 11쪽
14 14화. +1 24.06.25 18 1 13쪽
13 13화. +1 24.06.22 21 2 12쪽
12 12화. 24.06.20 20 2 14쪽
11 11화. 24.06.18 21 2 13쪽
10 10화. 24.06.16 25 2 19쪽
9 9화. 24.06.15 23 2 15쪽
8 8화. 24.06.09 30 2 13쪽
7 7화 24.06.08 33 2 12쪽
6 기계 설치 (수정) +1 24.06.02 37 3 14쪽
5 장식품 24.06.01 39 3 12쪽
4 전기톱 형님 24.05.24 46 3 12쪽
3 기관총 아저씨 24.05.22 54 3 15쪽
» 시작 24.05.19 70 5 14쪽
1 프롤로그 24.05.17 82 5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