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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펑크의 영세 사업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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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피에르와소
작품등록일 :
2024.05.17 14:19
최근연재일 :
2024.06.27 18:15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526
추천수 :
38
글자수 :
86,887

작성
24.06.16 15:10
조회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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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9쪽

10화.

DUMMY

“총을 사려고 하는데.”


제일 앞에 서 있는 이가 건넨 말은 짧았다.

한 마디, 한 마디, 약간의 긴장감을 느끼며 내가 대답했다.


“넵. 구경하시고 마음에 드시는 것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총알도.”

“총알은 필요한 탄 종류를 제게 말씀하시면 찾아드리겠습니다. 여기 작은 상자랑, 큰 통이 있으니 골라서 알려주세요.”


그렇게 말하고는, 뒤로 살짝 물러났다.

그들도 딱히 더 할 말이 없었는지 물러나서 진열대를 살폈다.

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그들이 진열대를 보면서도 나를 힐끔거리는 것을.

솔직히 반쯤 빈 진열대 앞에서 서성거리는 거, 거기다 텅 빈 쪽으로 자꾸만 몸을 돌리면서 기웃거리는 건 너무 티 나잖아.

음, 나도 일하는 척 저들을 힐끗거리고 있는데, 내 행동도 저렇게 어설프게 느껴지려나?


어쨌거나 저쨌거나, 계산대를 뒤적거리며 저들과 서로 힐끔거리기를 주고받은 결과, 나는 그들이 어깨에 그려둔 문양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사람의 손이 어느 책상 같은 것에 올려져 있고, 이걸 왼쪽 위에서 총이 겨누고 있는 모습.


‘뭐지? 뭔가 익숙한데?’


알 수 없는 낯익음이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게임 속에서 비슷한 게 있었던 모양.

그런데 딱히 기억나지 않는 걸 보면 또 그 정도로 중요한 건 아니었는지, 제대로 떠오르지가 않았다.


헷갈림에 고개를 갸웃대고 있는데, 두리번거리던 저들 중 한 명이 계산대로 다가왔다.


“돌격소총에 쓸 7탄과 5탄을 사고 싶군.”


주로 나가는 총알이라 빠르게 총알 상자를 집어 꺼내주니, 크레딧을 내며 은근슬쩍 내게 물어왔다.


“총알은 재고가 많나?”


그 질문에 내 눈동자가 데구르르 굴러갔다.

음, 이 질문을 예전에도 들은 적이 있는 거 같은데.

맞다. 초반에, 전기톱 형님이 물었던 질문 같다.

그때는 총알도 잘 모르고 기계도 없어서 난처한 표정을 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다르지.

나는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여유가 꽤 있습니다.”

“으음.”


내 대답에 사뭇 놀란 표정을 하는 상대.

여유로운 미소를 잃지 않자, 또 한 번 물어왔다.


“얼마나 되지?”


흐음. 이거 좀 수상한데.

본능적으로, 아니 본능적으로라는 말을 쓰는 게 민망할 만큼 노골적으로, 이 친구들, 간을 보고 있었다.

일단 내게 적대적이진 않은 것 같은데,

그러면 전기톱 형님 갱단의 적은 아닌 건가?


아, 이 뭔가 목젖에 걸리는 것 같은 느낌. 왜, 게임에서 지금 선택에 따라 뒷내용이 바뀌는 분기점 같은 느낌이 자꾸 들었다.

갱단끼리 벌이고 있는 싸움에 조금이나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인 거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면 기분 탓인걸까.


하지만, 뭐가 되었든 내가 할 말은 정해져 있었다.

무슨 간을 보려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얼마나 여유로운지 확인하려 한다면.

당연히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줘야지.

여긴 눈 뜨고 코 베이는, 팔다리까지 다 베어다가 팔아버리는 사이버펑크 경영 게임 세계라고, 대책 없이 약하게 보이면 안 돼.


“원래라면 몇 달이지만, 요즘은 하도 찾으시는 분이 많아서 한두 달 정도만큼 있는 것 같아요. 뭐, 안전하게 공급받고 있어서 큰 의미는 없지만요.”


거짓말이다. 두 달은 뭔 두 달. 두 달 치 분량은 여기 다 집어넣지도 못한다.

가게 안에 서 있는 이들의 미간이 일시에 찌푸려졌다.

···좀 너무 부풀렸나? 슬쩍 둘러보기만 해도 그만큼 보관 못 하는 곳인 걸 알 것 같은데.


“여유가 상당하군. 대답해 줘서 고맙네. ”


음, 총알 상자를 챙기고 천천히 몸을 돌리는 걸 보니 허세가 나름 잘 통한 듯했다.

그나저나, 총알을 좀 많이 사 갔는데?

···잠자는 대신에 총알 만들어야겠네.


***


“크로나. 재고 좀 보여줘.”

- 표준 양식으로 정리해 화면을 띄웁니다.


총알을 만들며 꼬박 하루를 새운 아침.

아직 문을 열기 전 시간이라, 총알 상자를 채워 넣는 등의 정리와 함께 재고 현황을 확인한 나는 크로나에게 말을 걸었다.


“총기랑 무기 쪽이 급하네.”

- 진작에 채웠어야 했다고 조언합니다.

“괜찮아. 추이를 보면 그만큼 많이 팔리는 물건이 아니잖아.”

- 추이가 점점 올라가는 게 뻔히 보이는 데 어딜 짚고 있느냐고 질문합니다.


···쩝. 들켰나.

나는 모른 척 크로나의 홀로그램 화면에서 손가락을 떼어내고는 팔짱을 꼈다.

탕탕탕탕, 쾅쾅쾅쾅. 바깥이 시끄러운 이런 상황 덕분인지 최근 들어 장사가 꽤 잘 됐다.

그 덕에 돈을 많이 벌었지만, 그건 반대로 가게에 준비해 둔 물건이 줄어든다는 뜻.

총알이야 내가 뒤쪽 미허가 판자 건물에 들어가서 만든다 쳐도, 총기는 그럴 수 없었다.

물론 총탄 제작기의 제조사이자 재료들을 안전히 가져다주는 라벨라 씨가 소속된 애니원 사에서도 총기 관련 기계를 팔고 있었다.

다만 그걸 가져다 놓기엔 현재 상황이 나에게 적절치 못했다.

이런 작은 총포상에서 총기란 다양한 제품을 적게 생산해서 걸어두어야 하는 물건.

적은 종류로 많이, 혹은 많은 종류를 많이 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어떤 종류를 사야 할 지는 기존 목록이 있으니까 괜찮은데···. 새로운 걸 들여놓기는 내가 아직 부족하네.”

- 공부하세요, 라고 말합니다.


설정에 대해서 깊게 팠거나, 아니면 총기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면, 뭐가 나쁘고 좋은지 알아채고 괜찮은 물건을 주문해 품목을 바꿀 수도 있었을 터.

그러나 지금의 나는 일단 기존의 물건들을 주문하는 것 정도가 최선이었다.


문제가 있다면,


- 모두 대기업 물건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맞아. 그리고 이 친구들은··· 배송 매너가 엉망이지.”


최악의 배송 매너.

이게 무슨 말이냐면, 게임을 할 때도 흔히 겪던 일인데, 물건을 주문하거나 보내면 습격을 당하는 이벤트가 상당히 자주 발생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여유가 된다면 따로 호위 의뢰 같은 것을 붙이거나, 아니면 저쪽에서 제공하는 안전 배송 - 물론 단어만 다르지 뜻은 똑같다. 이건 저쪽에서 경호 인력을 붙여주는 거니까. - 시스템을 이용한다.


“문제는 내가 지금 이거 조금 주문한 거에 안전 배송을 넣을 만큼 여유 있진 않다는 거야.”


그러나 안전 배송은 아주 비싸다.

아니 사실 이게 비싼 게 아니라 평범한 거고, 라벨라 씨가 직접 배송을 맡아주는 총알 쪽이 말이 안 되는 걸지도.

어쨌든 이게 왜 최악이냐면, 안전 배송이 말이 안전 배송이지 습격은 그대로 당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런 습격으로 인해 도중에 물건이 망가졌거나 심지어 뺏기더라도 아무런 환불을 안 해줬다.

어쩔 수 없었네용~, 으로 퉁치고 마는 것이다.

이러니 선뜻 선택하기 어려울 수 밖에.


“음···.”


잠시 고민을 하던 나는 이내 결정을 내렸다.


“크로나. 저번에 가게에서 전투가 벌어졌을 때, 내가 깨달은 게 하나 있어.”

- 어떤 깨달음인지 지적 호기심을 드러내 봅니다.

“잘 들어. 사이버펑크라는 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야.”

- 망하기 딱 좋은 가치관이라고 정의합니다.


좋다. 큰맘 먹고 주문했다. 안전 배달? 그런 건 없다.

아이, 습격이 뭐 맨날 일어나는 일도 아니고 진짜 도전할 만하다니까?

물론 라벨라 씨가 경고한 것도 그렇고 주변 상황도 그렇고 좀 위험해 보이긴 한데, 그렇게 치면 어차피 안전 배송도 위험하지 뭐.


그리고 며칠 뒤.


“물건이 안 오는데? 원래 이렇게 오래 걸리나?”

- 배송 조회 창을 보여드립니다.


크로나는 확실히 똑똑하다. 척하면 척, 내게 필요한 일을 해준다.

나는 크로나가 띄워주는 홀로그램 화면을 쳐다보았다.

배송 현황을 보여주는 화면이었는데, 이건 현실 세상이랑 별다를 바 없다.

그냥 해당 물건이 지금 어디에 도착했고, 어디로 배송 진행 중이고, 그런 내용.

아, 하나 더. 보관 상자가 뜯겼는지 안 뜯겼는지도 알려준다.

그리고 상자가 뜯어졌다고 하면 더 이상 안내를 안 한다. 어쩔 수 없었어용~, 으로 넘어가는 게 이 부분이다.


- 첨부 내용이 존재합니다. 음성으로 표현합니다.


[ 배송 도중 보관 상자가 뜯어졌습니다. 추가적인 안내를 중단합니다. ]


아 씨발.


***


남아있는 물건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특히 총. 총을 손님들이 자주 사가서, 진짜 바닥이 보이기 직전이다.

이러다간 총알만 파는 가게가 되겠어! 이게 무슨, 전자담배 가게에서 액상만 파는 그런 가게가 되어버린단 말이다!


“어떡하지, 크로나?”

- 안전 배송을 하라고 이야기합니다.

“저번에 했잖아! 또 습격당해서 사라졌고!”


큰일이다. 뭐가 됐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답이 안 보인다.

이거 진짜··· 어떻게 하나라도 가게에 도착할 때까지 반복 주문해야 하나?

한 10개 주문 던지면 하나는 도착하겠지? 아니 근데 막상 내 예상보다 더 많이 도착하면 어떡하지? 쌓아둘 공간은 되나?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리를 싸매고 관자놀이를 문지르던 그때였다.


“흐음.”

“으으음.”


총이 손을 겨누고 있는 문양의 갱단 녀석들이 주위의 눈치를 보며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곧바로 계산대로 다가와 질문했다.


“오늘도, 총알 있나?”


첫 방문 이후, 꾸준히 오고 있는 이 갱단 녀석들은 계속해서 상당수의 총알을 사 갔다.

오늘도 마찬가지.

참 애매하게, 전기톱 형님과의 거래를 생각해 거절할 정도의 많은 양은 아닌,

또 그렇다고 평범하게 팔고 보면 되는 적은 양도 아닌,

내가 밤에 다시 일해서 재고를 채워 넣어야 하는 딱 그만큼의 양으로 계속 총알을 사 갔다.

그게 무슨 뜻이냐. 이 친구들, 아니 이 귀한 손님분들께서 한 번 왔다 가면 내가 밤새 총알 제작기 앞에 앉아 총알을 만들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오늘도, 여유가 있군.”

“하하하, 네.”

“그렇군.”


이제는 간을 보는 건지, 아니면 나를 놀리는 건지 모를 대화를 나누고 저들이 떠나갔다.

나는 한숨과 함께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총알을 만들 생각에 몸이 저절로 행동한 것이다.

그리고 나의 아주 이성적인 뇌는 곧장 입에다 신호를 보내 이를 다그쳤다.


“그새 배가 불렀지, 아주 배가 불렀어.”

- 그렇다고 합니다.

“혼잣말이야.”

- 그렇다고 합니다.


혼자 중얼거리면서, 내 마인드를 다잡았다.

돈 좀 만진 지 며칠 되었다고 빠진 것 좀 봐라. 감사하다고는 못할망정 일 좀 더 하게 되었다고, 심지어 내가 사장이라 만들수록 돈 버는데도 툴툴거리다니! 정신 차려!

좋다. 몸에 내려앉던 흐느적거림이 조금 사라졌다.


그나저나,


“총은 진짜 어떡하지? 방법이 없나?”


재고가 다 떨어져 가는 총이 제일 큰 문제다.

이거 진짜 어떡하지? 시간도 없고, 재고도 다 떨어져 가는데···.

해결책이 어디서 굴러다니다가 내 앞에 뚝 떨어졌으면 좋겠다.

행운이 넝쿨째 굴러들어 왔으면 좋겠어.


걱정에 입술을 살짝 짓씹으면서, 나는 장사를 이어갔다.


***


“어때?”

“뭘 어때, 매번 똑같다고 하잖아. 오늘도 총알 가득. 여유롭다니까.”


뒷골목의 어느 자그만 총포상에서 빠져나와, 자신들의 거주지이자 아지트, 커다란 폐건물로 돌아온 이들이 기다리고 있던 일행들의 질문에 투덜거리며 들고 온 총알 상자들을 내려놓았다.

그 투덜거림을 들은 대기하고 있던 이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야, 이거, 진짜인가본데.”

“그러게. 한두 번 벅찰 만한데 낌새도 없네. 얘들아, 이거 옮겨라.”


먼저 앉아있던 이가 손짓하자, 저 멀리 간단한 잡일만 하고 있던 이들이 재빨리 뛰어왔다.

그들이 총알 상자를 들고 돌아가는 왼편에는 기계가 가득했고, 오른편에는 망치를 들고 무언가를 두들겨 대는 사람들이 줄지어 앉아 있었다


쿵쿵 기계에서 찍혀져 나오는 것, 깡깡 망치를 두드리는 이들이 함께 만들고 마무리 짓는 것. 그건 다름 아닌 총.

총이 만들어지는 깡깡 쾅쾅 소음 속에서, 이제 막 자리에 앉은 이들이 먼저 앉아있는 이들에게 질문했다.


“싸우는 상황은 어떤데?”

“이제 다들 슬슬 총알이 없지. 총은 있는데 총알이 없어서 마무리 못 하는 일이 점점 늘어나는 중이랜다.”


앉아있는 이들 중 한 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설명했다.

그런데, 설명하다 말고 난데없이 반대쪽, 먼저 와 같이 앉아 있었지만 몸을 슬쩍 돌린 채 불편한 기색을 하고 있는 반대쪽의 어느 한 명한테 손가락질하더니 목소리를 높였다.


“봐라. 니네가 말한 대로 되지도 않는 명품화했으면 이런 데이터 얻을 수나 있었겠냐? 내가 계속 말하지? 총은 소모품이라고. 소모품이어야 한다고.”

“결국 그게 우리 목을 찌를 거다. 양심 없는 놈.”

“양심? 뭔 갱단이나 하면서 양심은 무슨 양심. 양심 꺼내서 네 텅 빈 대가리나 채워 넣어, 이 새끼야.”

“야, 니네는 뭔 회의하다 말고 갑자기 서로 시비를 거냐! 앉아!”


다른 이가 윽박질렀다. 자리에 일어서 있던 이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하지만 자리에 앉지는 않고, 말을 이어갔다.


“어쨌든 전기톱 쪽이 다 정리할 거 같아. 거긴 총도 여전히 우리한테서 사고 있고, 총알도 알다시피 거기서 계속 받고 있어서 다 여유로워.”


여기까지 설명한 뒤 그가 앉았다.

이어 앉아있는 이들끼리 이야기를 나눴다.


“아니 근데, 우리도 못 구하는 총알을 거긴 어디서 구해오는 거래?”

“만드는 것 같던데?”

“만든다고? 재료 그냥 갖고 오는 거면 다 습격당해서 뺏길 텐데? 그거 노리는 놈 한두 놈이 아니잖아.”

“그러니까 대단한 거지. 아니면 뒤봐주는 놈이 몇몇 더 있던가.”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데, 중간쯤에 앉은 이가 박수를 쳐서 주의를 끌었다.


“주목, 주목.”


시선이 자신에게로 모이자, 박수를 친 이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잡담 그만하고 다음 이야기를 해보자고. 슬슬 총이 안 팔리고 있어.”

“당연한 거지. 총알이 없어서 총을 못 쏘는데 뭐하러 총을 사. 아무리 좀 쓰면 망가지게 해놨다 한들 안 쓰면 망가질 일도 없는데.”

“새롭게 팔아보겠다는 방법은 어떻게 됐어?”

“뭐, 그 총에다가 총알 서비스로 주는 거?”

“어, 그거.”

“처음엔 좀 효과 있었나 싶었는데, 시간 지나니까 원래대로 돌아갔지 뭐.”


직전에 일어서서 말했던 이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러자, 그에게 손가락질을 받았던 이가 바로 끼어들었다.


“그럴 것 같더라. 아무리 총알이 귀해도 그렇지 누가 총알 그 조금 사려고 총을 사?”

“그럼 새끼야 네가 좀 좋은 아이디어 내지 그랬냐! 어쩌라고 그럼 판매량이 자꾸 주는데! 아니 그리고, 필요하면 희뿌연 매연 공기도 사다 마신다고 한 거 너 아니었냐?”

“네가 만든 쓰레기 무기가 매연 공기만도 못했나 보지.”

“뭐야 이 새끼야?”

“야, 참아, 참아!”


화를 낸 갱단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니, 먼저 일어서 있던 이가 그를 다시 앉혔다.

조금 진정되고, 벌떡 일어섰다 앉은 이가 다시 말을 꺼내며 대화가 계속됐다.


“야, 그럴 거면 그냥 거기 가게에 우리 총 좀 넣어달라고 하자.”

“미쳤어? 거기 있는 거 다 정식 물건이라며. 그런 가게가 뭐하러 깡패 새끼들 불법 무기를 넣어 주냐?”

“···아니 이 새끼 아까부터 자꾸 너는 시발 갱단이라는 새끼가 왜 이렇게 깐깐하게 구냐? 야, 여기서 밥 벌어먹으려면 유도리도 좀 있고 그래야 하는 거야! 뒷골목에서 장사하는 새끼면 우리 물건도 좀 갖다 놓고 하는 거지!”


또 싸움이 붙을까 쳐다보는 다른 이들의 시선이 느껴져서인지, 그는 위로 움찔한 몸을 다시 내리며 말을 이어갔다.


“야, 아니 그리고, 우리 물건이 뭐가 어때서 못 쓰냐? 우리 거 소모품 마냥 딱 일정하게 고장 나서 그렇지 그때까지는 잘 나간다고 아주 칭찬이 자자해. ···아, 니네가 자신이 없어서 그런 건가?”

“뭐?”

“뭔 명품명품 장인 정신 어쩌고 하더니 니들 막상 큰 기업이랑은 붙을 자신 없어서 거기 가게에 물건 못 넣겠다 그러는 거 아니야? 아유, 아유. 내가 너무 늦게 깨달았네. 배려심이 부족했다, 임마.”


툭툭, 말을 건넨 이가 일어서서 반대편 이의 뺨을 툭툭 때렸다.

그리고,


“이 싸구려나 처 만드는 새끼가 어따 대고!”


퍽, 뺨을 맞은 이가 벌떡 일어서 주먹을 휘둘렀다.


“악! 이 시발 새끼가!”


맞은 이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곧장 서로 엉켜붙어 주먹질하며 바닥을 구르는 둘.


“아이 이 새끼들 또 이러네 씨발! 야! 야, 다 나와! 얘네 말리지 마! 이 새끼들 그냥 싸우게 놔둬! 옆으로 치우고!”


주위의 이들 몇몇이 말리려는 걸 방금까지 싸움을 중재하던 이가 막았다.

그래서 반대로 오히려 다른 이들이 발길질로 그들을 굴려서 중간에서 쫓아냈다.


“자, 다들 다시 집중하고, 지금 우리 선택지 어떤지 알고 있잖아. 총기 나가는 데이터도 있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대충 예상가고, 그리고 우리가 결국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도 알 거고.”

“하지만 어느 한쪽 편을 들겠다는 건, 사실상 밑으로 들어가겠다는 거 아냐?”

“누가 밑으로 들어가재? 발 한 쪽만 걸쳐 놓자는 거지.”


말을 꺼낸 이가 다른 이들을 돌아보며 손짓했다.


“철저한 중립은 남들 싸울 때는 평화로울지언정 그게 끝나면 뜯어 먹혀. 발 한 쪽씩은 걸치고 있어야 그렇게 안 될 수 있다고.”

“하지만 아직 누가 이길지 확실치도 않잖아. 너무 일찍 편드는 거라고.

”지금 돌아가는 꼴 보면 몰라? 어느 한쪽이 우세한 건 둘째 치고, 이거 잘못 흘러 가면 우리 장사 망해!“


소리친 이가 양손으로 폐건물 양쪽의 기계와 망치질 중인 갱단원들을 손가락질했다.


”여기 그놈들이 먹으면, 우리 무기 누가 사? 우리가 걔네 편이기를 해, 싸움이 있기를 해. 가만히 있으면 도움 하나 안 준 눈엣가시인 거고, 싸움이라도 붙이려면 다른 곳에서 다른 놈들 끌고 와야 하는데, 근데 우리가 그 원인이 되면, 우리가 제일 먼저 걔네랑 싸우고 죽는 거야!“

”그럼 어떡하자고?“


후우, 말을 꺼낸 이가 주위의 이들을 둘러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어쩔 수 없어.”

“뭘.”

“한 번 말해 보자. 우리 물건 좀 팔아달라고.”

“야! 자존심이 있지 쪽팔리게.”

“아니 잠깐만, 가게 그냥 뺏으면 되는 거 아냐?”

“미쳤어? 거기 지금 그 사이보그 녀석이 뒤봐주는 곳이야! 우리가 모르는 놈들도 뒤에 더 있는 것 같고!”

“그 정도야?”

“그래, 임마! 그러니까 이상한 짓 하지 말고 그냥 다음번에 찾아가서···.”


시끌시끌. 갱단의 하루가 평범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


어깨에 그려진 총과 그 총이 손을 겨누는 모습.

이제는 익숙한 문양을 가진 갱단 손님들이 다시 찾아왔다.

심지어 평소보다 더 많이, 우르르르.

아, 총알 빈 거 채워넣은지 얼마 안 됐는데. 제발, 오늘은 다른 거 달라고 해줘.


그런데 내 바람이 닿은 걸까?

찾아온 이들이 나로서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을 꺼냈다.


”우리는 총을 만드는 갱단이다. 총을 파는 게 주 수입원이지.“


평소보다 더욱더 분위기를 잡고, 한 번도 한 적 없는 말을 꺼내는 이들.

내가 고개를 갸웃하는데, 이어진 그들의 말에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우리가 만든 총, 여기서 팔아볼 생각 없나?“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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