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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피아사채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자는 회귀자를 죽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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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피아사채
작품등록일 :
2023.12.27 02:36
최근연재일 :
2024.07.14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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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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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4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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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화 준비

DUMMY

“스텔라.”


시청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골목길에서 나는 고소한 빵 냄새에 마른 침을 삼키던 스텔라가 이안의 불음에 답했다.


“네, 네?”


이안은 스텔라가 눈여겨 보던 빵을 하나 사, 그녀의 입에 욱여넣어줬다.


“아카데미 다니고 싶냐?”


이안은 회귀자다.


그리고 회귀자한테는 항상 가던 루트가 있었다.


그런 그가 스텔라에게 굳이 ‘의견’을 구하는 이유는 별거 없다. 그러기로 했으니깐.


설령 그게 이미 수차례나 벌어진 확정된 미래일지라도.


되도록 될 수 있는 한 스텔라에게 선택지를 주기로 했으니 그는 그럴 뿐이었다.


“아카데미요?”


“그래.”


“제가요?”


“어.”


“다닐 수 있어요?”


“다닐 수 있지.”


스텔라가 몇 번이나 되물어봤다. 이안은 무미건조하게 답변해주었다. 이해 못 할 일은 아니었다.


아카데미는 그냥 일반 학교와는 다르다.


오롯이 ‘각성자’들만이 다닐 수 있는 특수 학교.


그곳이 바로 아카데미다.


한낱 뒷골목에 아이도 알 수 있을 만큼 위상이 드높은 곳. 아카데미는 세계 최고의 교육 기관이자 각성자들이라는 ‘국가 병기’를 육성하는 국제 연맹이므로. 당연하게도 아무 학생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어지간한 상류층 집안의 자식들도 함부로 못 보내는 곳이 아카데미거늘.


그런 데를 마치 어디 마실이라도 나가는 듯 무심한 어투로 말하고 있으니 스텔라의 반응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어···. 아저씨.”


“왜.”


“어디 아파요?”


스텔라의 낯빛이 창백해졌다. 꼬맹이가 심각한 표정을 짓고선 이안의 이마를 짚어보려고 툭툭 뛰었다.


이안은 그런 스텔라에게 시선을 주었다.


“아니. 안 아파.”


이안은 멀쩡했다.


그는 스텔라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꾸욱 밀었다. 자꾸만 폴짝이던 스텔라가 그대로 짓눌려 더는 날뛰지 못했다.


“그래서, 갈 거냐. 아니면 가지 않을 거냐.”


스텔라가 우물쭈물했다. 그러나 욕망에 충실한 아이답게 소녀는 제 앞에 놓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된다면 가고 싶어요.”


아카데미는 단순히 교육 기관이 아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상류층들이 가기를 원하는 특수 학교.


이를 반대로 말하자면 대다수의 학생들이 모두 상류층이란 것이고.


또한 설령 상류층이 아닐지라도 훗날 상류층에 편입될 정도로. 아카데미를 졸업한 학생의 앞날은 창창하다 못해 빛이 날 정도였다.


“그러면 되었다.”


이안이 스텔라의 답변을 듣고서 싱긋 웃었다.


이번에도 바뀌는 건 없다.


아카데미를 먼저 부수자.


그가 그리 정했다.



* * *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각성은 이미 했으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이안이 입학 원서를 제출하기 위해 필요한 서류들을 떠올렸다.


심지어 서류만으로 끝이 아니다. 아카데미에 들어가기 위해선 몇몇 자격증들 또한 필요했다.


아카데미는 모든 각성자들에게 열린 기회를 제공한다지만 아니다. 실상은 아카데미가 요구하는 높은 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 일부의 각성자들에게만 아카데미는 기회를 제공했다.


아카데미가 요구하는 것들을 일일이 취득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못할 건 없지만 굳이 할 필요도 없는 일들이다.


하여 이안은 ‘공식적으로’ 필요한 것들만을 나둔 채 나머지는 편법을 쓰기로 했다.


“아저씨.”


“이안이라고 불러라.”


“이안 아저씨.”


“왜.”


“어디 가세요?”


이튿날. 아침부터 외출 준비를 한 이안을 보고서 스텔라가 물었다. 졸린 두 눈을 비비며 하품하는 꼬맹이에게 이안이 짤막하게 말을 던졌다.


“외출.”


스텔라의 미간이 한껏 구부려졌다.


외출한다는 건 모습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사안이었다.


스텔라는 다시 물었다.


“어디 가시는 데요?”


“아카데미 입학 원서 준비하러.”


“나도 같이 가도 되요?”


갑작스러운 요청이었으나. 이안은 된다고 했다.


스텔라는 금방 채비하고 집에서 나왔다. 사실 준비라고 할 것도 없었다. 대충 산발이 된 머리카락만 좀 정돈하고 스텔라는 신발을 신었다.


어제 이안이 사준 신발이었다. 오물이 묻지 않은. 그리고 깨끗한 신발.


‘새 신발’ 이라는 것을 다시 보게 된 뒷골목의 아이. 스텔라는 새삼스러운 감회가 들어 신발을 뚫어지게 보고 있는데. 이안이 스텔라의 감성을 깼다.


“가자.”


그가 향하는 곳은 어느 한 주택단지였다. 포탈을 타고, 북서쪽으로 쭈욱 내려 가다보면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주택잔지가 하나 있다.


겉으론 멀쩡해보여도 속은 신분을 세탁해주거나, 자격을 조작해주는 범죄 소굴이었다.


이안은 익숙한 듯 걸음을 옮겼다.


43번이라고 적혀 있는 주택. 그 주택에 문을 손으로 밀었다. 주택에 문은 쉽사리 열렸다. 보안과 거리가 먼 문을 열고. 주택에 아래로 내려가니.


위에서 본 주택보다 훨씬 더 커다란 형태의 지하가 있었다.


“와···.”


스텔라가 감탄했다.


그녀의 시선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이안은 그런 스텔라를 굳이 말리지 않았다.


‘눈이 세 개다.’


각양각색의 각성자들이 그 안에 있었다. 범죄 소굴이지만 의외로 제법 붐볐다. 스텔라는 뒷골목에서 여러 것들을 봐온 몸이다. 허나 그런 스텔라조차 ‘눈이 세 개’이고 ‘피부색이 파란 색인 등.’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봐온 적이 없었다.


스텔라가 봐온 이들은 여태 눈 한 쪽이 없거나 팔다리가 없거나 하는 등. 무언가 ‘결손’된 사람들이 전부였다. 그러나 이 안에 있는 사람들은 무언가가 없는 게 아니라 무언가 하나 씩 더 많거나 이상했다.


“아저씨. 이곳은 어디예요?”


“신분 세탁소.”


“네···?”


“말했잖아. 입학 원서 준비하러 왔다고.”


이안이 스텔라의 신분증을 들고서 창구 안으로 들어섰다. 스텔라가 그런 이안의 뒤를 쫄래쫄래 따라 들어갔다.


“무슨 일로 오셨슈?”


반쯤 머리가 벗겨진 이가 이안을 반겼다. 이안은 말없이 툭 미리 준비해둔 서류들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늙은 브로커가 껄껄 웃으며 서류를 받았다.


“과묵하군. 뭐 좋네. 대가만 확실하다면 무슨 일이든 해주지.”


늙은 브로커는 서류를 대충 훑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처리는 알아서 해주겠소. 일주일이면 되오.”


일주일이라.


딱히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시간이었다.


이안이 수락했다.


아카데미에 입학하는데 조작된 서류를 내미는 건 여러모로 위험한 불법적인 일이었다. 하나 다들 그렇게 한다. 문제 될 건 없었다.


일부 대형 길드나 정부에선 음지에 있던 이들을 끌어내기 위해 신분 세탁을 하고 아카데미에 입학시킨다. 아카데미는 인재를 모으고자 주로 그런 행동들을 방관하는 편이었다.


지금도 똑같다.


설령 위조했단 게 들키더라도 벌금만 내면 끝이다.


진짜 ‘신분’을 위조한 게 아닐뿐더러. 일부 서류만 위조한 것이니. 처벌 수위는 그다지 쎄지 않았다.


이로써 스텔라는 ‘전쟁 고아’에서 여러 대형 길드 소속 인재들이 스쳐지나간 ‘유령’ 학교를 나온 것으로 과거 이력이 추가되었다.


이안은 스텔라를 데리고 나왔다. 저택에서 나온 스텔라가 고개를 갸웃인다.


“이게 끝인가요?”


“뭐가.”


“볼 일이요.”


“어.”


“그렇군요.”


이안은 슬그머니 스텔라를 내려다보았다. 그래. 그 말대로였다. 별거 없었다. 그런데 스텔라는 왜 굳이 자신을 따라오겠다고 한 걸까.


그가 조금은 칙칙한 황금빛 눈을 응시한다. 이안이 스텔라가 따라와도 된다고 한 것은 섭리를 보는 저 눈으로 무언가를 봤을까봐 였다.


하나 이 외출이 재밌었다는 듯이 배시시 웃는 스텔라를 보자니 아무래도 뭔가를 보고 따라온 건 아닌 싶다.


이안은 즐거워하는 스텔라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아저씨 또 어디 가요?”


집에 왔건만 현관 앞에 멀뚱히 서서 안 들어가는 이안을 스텔라가 눈짓했다.


“깜빡하고 거기에 놓고 온 게 있어서. 다시 갔다 올게.”


이안은 다시 나갔다.



* * *



주택가. 그 아래.


늙은 브로커는 아까 갔던 손님을 다시 마주쳤다.


“다시 방문했군?”


“어.”


이안은 그리 말하며 의자를 끌고 와 앉았다.


“뭔가 할 말이라도 있나?”


“헛수작 부리지 마라.”


그는 경고하기 위해 온 것이었다.


“헛수작?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


콰직!


“끄···!!!”


이안이 노인의 손을 짓뭉갰다. 그래. 말 그대로 짓뭉갰다. 아작난 뼛조각이 살을 파고 삐져나온다. 잘게 부스러진 하얀 조각을 손에 쥔 이안이 비명을 지르려는 노인의 입을 틀어막았다.


고통에 겨워서인지. 노인이 눈물과 콧물을 흘려댔다. 손이 조금 더러워졌지만. 이안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무슨 일이십니까?!”


일렬의 소란에 경비를 책임지던 각성자 한 명이 창구의 문을 부수며 들이닥쳤다.


그리곤 이안과 노인을 보고선 황급히 전투 준비를 하였으나.


이안이 팔을 움직이자. 달려들던 사내가 그대로 허리가 잘려나 죽었다.


“브로커. 아니. 빌.”


노인의 이름을 불렀다. 노인, 빌이 이안을 올려다보며 두려움에 겨워 몸을 떤다. 공포에 물든 눈동자 사이. 흐릿하게 웃고 있는 이안이 있었다.


“신분은 똑바로 처리해야 할 거다.”


빌이 필사적으로 읍읍 거리며 머리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알겠다는 거다.


그제야 이안이 빌의 입을 놔주었다.


브로커 빌. 이 노인은 실력은 좋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이 노인이 신분을 위조한 정보를 팔아넘기는 정보꾼이기도 한다는 점이었다. 이안이 무척이나 담담한 목소리로 빌에게 속삭였다.


“우리에 관한 정보는 따로 팔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예전에 이 빌이란 노인이 스텔라의 위조 신분을 팔아서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것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이안은 빌에게 ‘공포’를 심어주기로 했다.


“그, 그러겠습니다! 꼭!”


희게 질린 얼굴로 손에 통증은 벌써 잊어버렸는지. 빌은 꼭 그러겠다고 했다.


이안은 그 말에 진위에 관심이 없었다. 그는 빌에게 ‘공포’를 심어주겠다고 마음먹었다.


빌은 아직 공포에 떨고 있지 않다.


방금 전 각성자가 들어오면서 무언가를 눌렀다. 손목에 있던 무언가. 그건 아마도 구조 신호였을 테지.


얼마 있지 않아 이 저택 안을 각성자들이 가득 매울 것이다.


그때, 빌에게 새겨주면 된다.


공포를.


잠시 후.


기척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몇 명 안 됐다. 그러나 점차 많아지더니. 방을 꽉 채울 만큼의 인원이 그를 에워쌌다.


‘많군.’


냉병기를 든 적들이 그에게 노골적인 살기를 내뿜는다.


이안이 손을 까딱였다.


그의 손아귀에 어느덧 검이 한 자루 들려 있었다. 그건 이안의 권능이었다.


맹약과는 다른 또 다른 권능.


맹약이 선처적인 권능이었다면 이건 후천적인 권능이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또 본인이 죽다보니 어느 샌가 생겨난 무형의 검.


그걸 휘둘렀다.


가볍게 휘두른 그 검에 한 사내의 목이 날아간다. 이안은 마치 가을에 벼를 추수하듯 검을 휘두르고 목을 수확했다.


촤악-!


일격에 죽자. 이안을 적대하던 각성자들이 동요한다. 그들의 사이를 깊숙이 파고든 이안은 또 다른 이의 목을 베었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련의 과정에 각성자들의 눈가에 두려움이 맺힌다.


처음 두 명이 죽자. 몇 명은 도망치려고 했다. 갑작스레 뒤를 돌아선 이들 탓에 앞으로 가려던 이들과 부딪힌다. 가장 앞에 있던 걸 보면 대장이었던 거 같은데.


도망치려던 이들은 허리부터 시작하여 반으로 나뉘어져 쪼개졌다.


산책하듯 걸어 다니며 그들을 모조리 죽인 이안이 빌을 보며 다시 말했다.


“잊지 마라.”


빌의 눈에는 두려움이 새겨져 있었다. 옅게 벌려진 입가 사이로 신음이 나온다. 공포에 질려 내는 신음인지 고통 때문에 내는 신음인지. 구분이 안 갔지만 상관없었다.


그에겐 공포가 심어져 있으니.


이제 헛짓거리는 하지 못할 터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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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회귀자를 죽여야 한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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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화 준비 24.07.14 9 0 12쪽
4 회귀자와 예언자 그리고 두 번째 회귀자 23.12.29 18 0 11쪽
3 예언자와 두 번째 회귀자 23.12.29 15 0 14쪽
2 예언자와 두 번째 회귀자 23.12.29 11 0 13쪽
1 헌터와 각성자 23.12.29 30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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