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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피아사채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자는 회귀자를 죽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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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피아사채
작품등록일 :
2023.12.27 02:36
최근연재일 :
2024.07.14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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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807

작성
23.12.29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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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4쪽

예언자와 두 번째 회귀자

DUMMY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허나 생생한 숨소리. 박동하는 심장이 거짓말이 아니라고 말한다.


“······회귀라.”


이건 섭리에 어긋나는 일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리온은 고민했다. 하지만 고민한다고 답이 나오진 않는다.


그때였다.


아틀란티스 대륙에 이변이 발생한다.


[지구의 모든 선발자가 탑승한 것을 확인.]

[대륙, 아틀란티스의 기동 시작.]


끔찍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차가운 기계음. 생기 없는 목소리는, 리온에게 있어 역린(逆鱗)이었다.


높낮이가 없는 어조의 목소리가 아틀란티스의 소환된 전 지구인에게 알린다.


[행성 ‘지구’의 마나 주입 이후 300년. 특이점에 대한 징수(徵收)가 시작됩니다.]


[지구에서 소환된 인간들에게 고합니다.]


[대륙 아틀란티스에는 현재 총 4개의 세계의 대표 종족이 소환되어 있습니다.]


수인.

엘프.

드워프.

인간.


흔히들 판타지 세계를 대표하는 종족들.


리온은 통칭 ‘시스템 - [System]’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그의 시선은 한 곳으로 집중되어 있었다.


구름이 자욱하게 끼인 하늘. 시선을 내리면 보이는 아틀란티스라는 끔찍한 대륙.


유독 눈에 띄이는 무언가가 있다.


‘4대 재앙.’


리온은 조용히 그것들의 정체를 추측했다.


‘드워프들에겐 고대 리치.’


‘수인족들에겐 고룡.’


‘엘프들에겐 죽음의 검.’


그리고.


“인간들에겐 배교자 ─────마왕.”


검게 물든 형상(形狀)이 보인다. 저것은 그냥 구상된 무언가다.


스스로를 배교자(背敎者)라고 칭하지만, 실상은 지구에서 소환된 헌터들의 가장 두려운 적. 마의 왕. 마왕(魔王).


리온은 두 눈을 질끔 감았다. 저것까지 본 이상 더는 이 현상을 꿈이라고 치부할 수 없다.


그는 다시 되살아난 것이고, 회귀했다. 그러니 앞으로 그가 할 일은 단순하다.


살아남고, 복수한다.


각성자들의 왕, 폭군 이안에게.


[지금부터 각 세계에 명운을 건 ‘쟁탈전’이 시작 될 예정입니다.]


“쟁탈전··· 오랜만에 듣는 소리군.”


대륙 아틀란티스는 정말이지 여전했다. 아, 과거로 돌아왔으니 여전한 건 당연한 건가.


리온이 낄낄 웃었다.


엘프, 드워프, 수인, 인간.


4개의 차원 중 1개는 ‘바벨의 사용’ 대가로 멸망한다.


눈앞에 떠오른 반투명한 창.


[모든 종족들에게 무운을.]


아틀란티스의 본격적인 기동이 시작되었다.


인간은 서쪽에서.

수인들은 동쪽에서.

엘프들은 서쪽에서.

드워프들은 북쪽에서.


각자의 세계에 명운이 걸린, 쟁탈전의 막이 올렸다.


“이, 이게 도대체······ 무슨······!”


설명을 다 듣고 나서도 여전히 당황해 하는 사람들이 우왕좌왕한다.


“누구 이 상황에 대해 뭐 더 아는 사람 없어요?!”


“설마··· 바벨 대실종······?”


“엄마, 아빠······ 으아아아앙!”


수백의 사람이 갑작스레 한 곳에 모였다. 자연스레 벌어진 혼돈의 장.


뒤섞이고 또 뒤섞여, 고막이 찢어져라 고성방가가 오가는 장소.


리온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온다.”


은빛 화살이 하늘에서부터 추락한다. 월광(月光)을 띠우며 하늘 높이 올라간 화살은 이윽고 소름끼치게 아름다운 곡선을 그으며 지상으로 낙하했다.


───콰아아아앙!!!!!


커다란 폭격음. 리온은 귀를 손으로 막았다. 움푹 패인 대지에서 발생한 먼지 폭풍이 인근의 사람들을 덮친다.


“꺄아아아악─!!!”


“바, 방금··· 뭐야?!”


수십의 인간이 방금 전 습격으로 죽었다. 온갖 인간의 사체 부산물들이 허공을 비산한다.


동시에 떠오르는 익숙한 창.


[엘프족이 인간들의 지역을 침공하였습니다.]

[21명의 인간의 사망을 확인.]


[공적치로 환산합니다.]


시스템은 여전히 악질적이다.


다른 진영의 종족을 죽이면 시스템은 공적치를 준다. 해당 공적치로는 레벨을 올릴 수도 있고, 무력을 높일 수 있다.


자연스레 피가 흐르는 전쟁을 유도하는 시스템.


“Убијте људе!”


괴상한 언어. 대충 해석하자면 ‘인간족들을 죽여라.’ 정도가 될 것이다.


몰려오는 엘프 군단들을 보며.


두 번째, 회귀자. 리온은 입가가 찢어져라 웃었다.


망가진 광소가 그의 입가에 깃들었다.


선혈로 얼룩진 길.


“대략적으로 보이는 엘프들의 수는 20명 정도인가.”


언제 죽을지 몰라 두근대는 심장.


뜨거운 혈기가 몸을 스쳐지나간다.


리온은 비로소 자신이 살아있음을 실감했다.


리온이 앞으로 발을 내딛었다.


그가 중얼였다.


“무구 소환.”


[기본으로 지급되는 무구의 목록창을 띄웁니다.]


주르륵 띄워진 창.


리온은 무기를 골랐다.


“창.”


가벼운 나무창이 손에 잡힌다. 마나를 담고, 몸을 빙글 돌린다.


엘프들의 화살비 속.


우왕좌왕하는 인간들을 지나치며, 리온은 창 한 자루에 몸을 의지한 채 걸었다.



* * *



근처 패스트푸드 집.


꼬맹이가 햄버거를 뚫어져라 쳐다보기에, 아까 전에 햄버거를 샀던 집으로 데려왔다.


누가 보더라도 유괴범 아저씨와 유괴 당한 꾀죄죄한 꼬맹이의 조합으로, 패스트푸드 집에 있다만 아무도 이안과 꼬맹이를 신경 쓰지 않는다.


이안은 책상 위에 턱을 괴고서, 물었다.


“맛있냐?”


“네.”


작은 햄버거를 오물거리는 꼬맹이 녀석. 조그마한 뺨 안 가득 음식을 욱여넣고 우물거리는 녀석을 바라본다.


아직 꼬맹이 녀석에게는 이름이 없다. 당장 신분도 만들긴 해야 하지만, 우선 이름이 급선무였다.


‘흐음··· 역시 이름은···.’


예전에 처음 내가 지었던 이름을 끄집어내려고 했다.

기억 속에 묻힌, 피 묻은 이름.


이안이 입술을 달싹였다.


“네 이름 정했다.”


“노스트라다무스 같은 이름이면 사양할게요.”


아이의 눈동자는 별로 가득 차 빛나고 있었다. 반짝이는 눈동자. 네 눈은 과연 어느 시기에 미래를 보고 있을까.


이안은 아이의 뒤로 시선을 던졌다. 아이의 미래, 언젠가 완숙한 예언자이자 선견자가 되어 세상을 이끌 아이.


저 아이가 ───멸망시킨 미래가 이안의 머릿속에 아른거렸다.


[어째서일까요, 아저씨?]

[나는······ 그냥 모두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었는데···.]


지금은 아직 벌어지지 않은 미래다. 예언자로 인해 세상이 멸망한 건 39회차다.


아직은 아니기에 이안은 문드러진 속내를 숨기고 밝은 미소를 건넨다.


“스텔라 어떻냐.”


“별이라··· 좋아요.”


꼬맹이 녀석은 흔쾌히 수락했다.


그럴 줄 알았다. 이미 수십 번은 더 쓴 이름이니.


‘이름도 지었으니, 신분증을 만들러 거기를 가봐야겠지.’


“아저씨.”


“내 이름은 이안이다.”


“이안 아저씨.”


“왜.”


“우리 이 다음에는 어디를 가나요?”


“우선은 내 집. 그리고 이후에는 네 신분 만들러.”


이안이 턱짓으로 북서쪽 방향을 가리켰다. 꼬맹이 아니, 이제 스텔라라는 어엿한 이름을 가지게 된 아이가 살던 곳에서부터 멀찍이 떨어진 도시.


깔끔한 거리. 방금 전까지 스텔라가 있던 범죄 소굴과 불과 100미터도 채 안 떨어져 있건만.


길 하나를 기준삼아 빈민층과 부유층이 나뉜다.


“도시······?”


스텔라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빈민가 이들에게 있어서 도시란 선망의 대상이다. 언제나 부러움으로만 가득한 장소에 발을 디딘다.


스텔라의 얼굴에 화색이 돋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거기, 잠시만.”


뒤를 돌아봤다. 치안 유지를 위해, 빈민가와 근처를 순찰하는 경찰이 삐딱한 자세로 서 있었다. 한손을 언제든지 발포 할 수 있는 권총 위에 둔 경찰.


“빈민가의 아이는 왜 데려가는 거지?”


경찰의 시선이 날카롭다.


이안은 아무렇지 않게 거짓을 입에 담았다.


“내 친척이라서.”


“친척? 확실한가?”


“어.”


“거짓말을 하는 군.”


경찰의 눈동자에 깃든 감정은 의심이다.


당연한 의심이었다. 말끔한 행색의 청년과는 달리, 옆에 있는 아이는 어디를 보아도 빈민가에 아이다.


렌슨 경관은 청년을 훑어보았다. 여러모로 칙칙한 청년.


렌슨은 속으로 혀를 찼다.


‘너무 당당하니 오히려 할 말이 없어지는 군.’


빈민가에 아이들은 수많은 범죄에 노출된다. 도시 사람이라는 화려한 허명에 취한 빈민가 아이들이 하루아침에 장기라는 상품이 되어 병원에 팔리는 경우가 많은 게 대전쟁 이후 시대다.


경찰로서, 해야 할 일을 하려는 렌슨 경관은 추레한 형색에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아직은 심증만 있을 뿐이다. 그러니, 제대로 된 도움을 위해서는 아이의 의견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이 발령된 렌슨 경관은 몰랐을 것이다.


미숙한 경찰의 행동이, 빈민가에서 수없이 많이 썩어빠진 경찰들을 만나본 아이, 스텔라의 눈가에 어떻게 비칠지.


꽈악.


갑작스레 옷깃이 늘어지는 느낌을 받아 시선을 내렸다. 스텔라가 옷깃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왜.”


“······.”


꼬맹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안은 대충 눈치 챘다. 폭력의 냄새에 반응한 것이다.


욕심 많은 척. 어른인 척. 성숙한 척.


살아남기 위해서 온갖 껍질을 다 뒤집어쓰는 아이건만.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힘. 세상에서 가장 단순하며, 언제든지 쓸 수 있는 ‘폭력’ 앞에서 아이는 움츠러들었다.


어린 시절부터 뒷골목에 자리 잡았던 아이는 폭력의 냄새에 민감하다.


빈민가와 손을 잡은 경찰은 많다. 최근에 발령된 렌슨 경관은 아직 모르고 있지만 당장 그의 상관인 란크 경관도 빈민가 조직 중 가장 위세가 큰 곳과 손을 잡고 있었다.


이안은 손을 뻗어 꼬맹이 녀석의 머리를 토닥여주었다.


무뚝뚝한 한 마디를 건넨다.


“괜찮아.”


꼬맹이 녀석이 고개를 들었다. 흔들리는 눈동자가 차가운 인상의 누군가를 비춘다. 이안은 꼬맹이에 머리 위에 얻은 손을 움직였다.


이안에 손에 맞추어 흔들리는 아이의 머리.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책임진다. 여기서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내가 네 안전 하나만큼은 꼭 챙겨줄 테니깐 움츠러들지 말고 똑바로 서.”


“······아저씨, 되게 이상한 거 알아요?”


“뭐?”


“아무것도 아니에요.”


꼬맹이 녀석이 의연하게 머리를 붕붕 돌렸다. 흔들리던 눈빛이 많이 안정되었다. 이안은 꼬맹이에게서 시선을 떼었다.


“무슨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으십니까?”


이안의 물음에 렌슨 경관에 표정이 아리송해진다. 분명 아이를 꾀어내어 도시로 끌고 가려는 청년이건만.


하는 행동을 보자면 보호자와 피보호자의 관계로 보였다. 자신이 잘못 생각한 것일까.


방금 전 광경으로, 아이와 청년이 친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혹시 모르니, 후속 절차가 필요했다.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물건 같은 것을 지니고 계십니까?”


이안은 학생증을 꺼내서 보여줬다. 오늘 자퇴해 더 이상 해당 학교의 소속된 학생이 아니지만 렌슨이 거기까지 알 리가 만무했다.


“···공부를 잘하시나 봅니다.”


렌슨에 눈동자가 놀라움으로 물들었다. 청년이 꺼낸 학생증에는 도시에서 명망 높은 학교에 이름이 적혀져 있었다.


자신의 딸아이를 여기에 보내기 위해 사방으로 알아봤건만, 경쟁률이 너무 높아서 결국 포기했던 학교.


신분은 많은 선입견을 만든다.


생각한 것보다 더 건실한 청년인 것을 알게 된 렌슨 경관은 청년에게 호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신분증도 확인했고, 최소한의 절차는 다 했다. 여기서 더 청년을 붙잡을만한 명분은 없고, 딱히 그럴 필요도 없어 보였기에.


“좋은 하루 보내십쇼.”


렌슨은 최소한의 확인 절차만 한 뒤, 이안과 스텔라를 보내주었다.


경찰에게서 벗어나고 나자 스텔라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스텔라는 자꾸만 뒤를 힐끔였다.


‘따라오지는 않는 거 같네. 다행이다.’


가끔씩 있다. 뒷골목에 괜히 술 먹고 쌓인 스트레스나 앙심을 풀기 위해 몰래 뒤를 밟는 경찰들이.


스텔라에게 있어서 경찰이란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민중의 폭력배였다.


가끔씩 조용한 빈민가를 뒤집는, 범죄 조직들과 연계해 치안 유지를 명목으로 여러 이점을 뜯어내는 폭력배.


“아저씨.”


“또 왜.”


스텔라는 신기한 아저씨를 올려다봤다. 스스로를 이안이라고 소개한 아저씨.


저 아저씨의 눈동자에 깃든 색깔은 무채색이다. 모든 것을 무가치하게 바라보는 차가운 눈동자.


소름이 끼치는 눈빛이다. 저 아저씨의 눈동자에 비치는 세상은 어떨까.


어린 아이 다운 호기심을 느끼면서도, 스텔라는 아까 전에 일을 회고한다.


눈치와 상황 판단 능력이 뛰어나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었던 뒷골목에서 산 스텔라이기에 알아챌 수 있었던 아주 미약한 무언가.


-괜찮아.


연민(憐憫).


의외였다. 자신을 단순히 무가치하게 보던 아저씨인 줄로만 알았건만, 도움을 청한다면 손길 정도는 보탤 만큼의 연민을 가진 아저씨였다.


스텔라의 빛나는 눈동자 속에 보이는 아저씨는 이상했다.


무언가가 덕지덕지 붙어있다.


스텔라는 자신의 눈에 이상(異狀)을 안다. 이 눈 덕분에 뒷골목에서 연명할 수 있었기에.


‘···여전히 이상해.’


그렇기에 더더욱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뒷골목에서 나고 자란 스텔라는 경계심이 강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안이라는 정체불명의 무뚝뚝한 아저씨를 따라가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처음 본 다양한 미래.’


너무나도 많았다. 어느 미래는 불운했고, 어느 미래는 행복했다.


하여 스텔라는 도박을 걸었다.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미래.


그 중 행복한 미래를 한 번 가져보겠다고.


일부러 어울리지도 않는 미소를 장착한 영악한 아이는 칙칙한 청년에게 달라붙는다.


영악하기에, 한 번쯤은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근원적인 욕망을 가진 아이.


스텔라는 이안을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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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회귀자를 죽여야 한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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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화 준비 24.07.14 6 0 12쪽
4 회귀자와 예언자 그리고 두 번째 회귀자 23.12.29 15 0 11쪽
» 예언자와 두 번째 회귀자 23.12.29 12 0 14쪽
2 예언자와 두 번째 회귀자 23.12.29 9 0 13쪽
1 헌터와 각성자 23.12.29 24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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