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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피아사채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자는 회귀자를 죽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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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피아사채
작품등록일 :
2023.12.27 02:36
최근연재일 :
2024.07.14 13:29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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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07

작성
23.12.29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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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와 예언자 그리고 두 번째 회귀자

DUMMY

대륙 아틀란티스의 하늘은 정말이지 말끔하다. 지구에서는 환경오염으로 인하여 볼 수 없었던 깨끗하고 청명한 하늘.


리온이 깊게 숨을 들이 마쉬었다.


그러자 폐 속에 가드 차는 시스템이자, 힘의 근원. 마나.


고양감이 머릿속을 지배한다.


한 때, 헌터들의 왕으로서 군림하던 육체에 비하면 명백히 쓰레기에 가까운 육신이건만.


그 안을 가득 매우는 마나.


지금이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중독성 있는 황홀감 느끼며.


리온이, 엘프들을 앞에 두고 외친다.


“바친다.”


하늘에서 균형을 이루는 천칭이 내려왔다.


그것은 리온을 헌터들의 왕까지, 올려준 힘이었다.


【무엇을?】


“손가락과 마나를.”


【바라는 것은?】


“육체 강화.”


【거래는 성립되었다.】


꽈드득!


리온의 특성, 천칭(天秤)이 제물을 가져간다. 그리고 그 대가로─── 리온이 얻는 것은.


눈앞에 적들을 섬멸할 힘.


천칭은 ‘손가락을 물리적’으로 가져가지 않았다. 그저 잠시간, 쓰지 못할 정도로 부숴놓는다.


육체 강화가 영구적이지 않듯이, 가져가는 대가 또한 영구적이지 않다.


하지만, 당장에 싸워야 할 상황에서 손가락을 바친 것은 여러모로 단점이 크다. 허나 그렇기에 돌아오는 보상 또한 컸다.


몸이 가볍다. 창을 든 손에 악력이 더욱 강해지고, 지금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손가락을 바치었기에, 창을 제대로 움켜쥐지 못하는 리온은 옷자락을 찢어 창과 손가락을 고정시켰다.


무식한 방식. 허나 대륙, 아틀란티스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이래야 한다.


망설임은 죽음뿐.


아틀란티스를 뼈저리도록 아는 헌터는, 과거의 깨달음을 되새긴다.


살기 위해선, 죽을 각오로 적을 죽여야 한다.


타앗!


리온의 발이 땅을 박찼다.


하늘 높이 뛰어오르자 지상을 기는 엘프가 보인다. 창을 역수로 쥐고서, 리온은 엘프에게 달려들었다.


푸욱.


그의 창이 도망치려던 엘프의 복부를 꿰뚫는다.


“───!!!!!!!”


비명을 내지르는 엘프.


엘프의 생명은 질기다. 추가타가 필요했다.


허나 창은 손과 묶여 있는데다가, 손가락이 부러져 손을 이용한 공격수단을 사용할 수 없고.


또한 다리는 엘프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지탱하고 있는 역할을 하고 있기에, 리온은 엘프의 목덜미를 물었다.


말랑한 살결이 뜯긴다. 목에서부터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피가 머리를 적신다. 발악하는 엘프의 움직임이 점차 느려지고.


이내 뚝.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엘프에 몸이 추욱 늘어졌다.


[엘프 ‘부락마’의 사망을 확인.]

[공적치로 환산됩니다.]


엘프에 비명으로 인하여, 모든 엘프들이 리온을 본다. 그들의 눈에 비쳐지는 동족의 원수.


리온의 모습을 기괴했다. 손가락을 전부 부러졌다. 움직일 때마다 육체 강화를 위하여 바친 마나가 소모된다.


입가에는 방금 물어뜯은 엘프의 목덜미 살이 있고, 눈동자가 번들거렸다.


“뭐해? 안 와?”


리온이 물었다. 엘프들은 답하지 않는다. 그들은 리온에 싸움 방식에 겁을 먹었다.


리온은 사냥꾼(헌터)다. 그는 사냥감을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므로.


“안 오면, 내가 간다.”


리온이 사냥을 나섰다.


굳어버린 엘프들의 진영 사이로, 리온이라는 사냥꾼이 침투했다.


상황이 역전됐다.


“Бежи! Повлачење!”


“Чуд, чудовиште је овде!!!!”


“Дођавола!!!”


인간들을 사냥하기 위해서 찾아온 엘프들이, 사냥 당한다.


단 한 명의 인간에 의해.


“퉷!”


리온이 우물우물 씹던 엘프들의 살을 바닥에다가 뱉었다.


“여전히 맛없군.”


[엘프 15명을 처치를 확인.]

[공적치로 환산됩니다.]


잡을 수 있는 엘프들은 다 잡았다.


손가락이 아프다.


뚜두둑!


리온은 아작 난 손가락에 관절을 다시 맞췄다. 억지로 힘을 주면 움직이는 손가락.


몇 번 손을 쥐락펴락 한 끝에, 리온의 손이 아래로 내려간다.


중간에 엘프에 날선 반격에 의해 몸에 박힌 화살.


신음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복부와 어깨 그리고 팔에 박힌 화살을 뽑아냈다.


“히익···.”


“괴, 괴물······.”


사람들이 리온에게서 거리를 벌린다. 사람들에 눈가에 ‘괴물’이 새겨진다. 방금 전 엘프들에 의해 죽을 뻔 했던 사람들이 구원자에게 보내는 눈빛은 두려움이었다.


하지만 개 중 일부는 선망과 동경에 시선을 보내온다.


헌터들의 왕으로서, 군림하던 때 심심찮게 받아보던 눈빛이다.


그러니 아무런 감흥이 없어야 하건만.


‘기분 나쁘군.’


리온은 괜히 지구가 떠올랐다. 이 아틀란티스란 대륙에서 지구를 구한 구원자들에게 보내던 인류에 두려움 섞인 시선이.


그때였다.


“이야, 이거 너 혼자서 다 이런 거야?”


“몸에 박혀 있던 화살을 다 뽑아내고 알아서 응급처치하다니. 터프한데?”


“이번 소환에는 인재가 많군요.”


“그러게나 말이야. 저번 소환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이러다가 드워프 족 땅 전부 다 우리가 먹는 거 아닌 가 몰라.”


철크럭- 거리며, 묵직한 갑옷음을 내며 다가오는 인간들이 있었다.


시스템은 말이다.


애초에 이번 소환이 첫 번째 소환이라고 한 적이 없었다.


리온은 익숙한 면면들을 확인했다.


현재 아틀란티스에 소환된 인간들이 만든 단체.


통칭, 길드에 주인. 길드마스터들.


과거 리온을 올려다보아야만 했던 이들이, 리온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엉덩이가 무거운 이들이 행차했군.’


리온은 헌터치고는 아틀란티스에 비교적 늦게 진입한 헌터였다.


아틀란티스와 지구에 시간은 대칭하지 않는다. 지구보다 아틀란티스의 시간이 훨씬 빠르다.


일찍이도 아틀란티스에 소환되어 자리를 잡고, 견고한 세력을 구축한 헌터들이 눈에 들어온다.


바벨 대실종이 벌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건만, 지구에서 실종된 지 오래되지 않은 이들은.


어느새 아틀란티스에서 군림하는 헌터들이 되어 있었다.


“이번에는 어느 길드에서 먼저 영입할 거야?”


“나는 다 상관없으니깐, 쟤만 영입하면 되는데.”


“알짜배기만 골라가져 가려고 하는 군.”


길드마스터들은 리온이 처리해둔 엘프들의 사체를 보며, 진한 흥미와 관심을 드러냈다.


그들의 손에는 도망친 엘프들의 목이 들려있었다.


리온이 놓친 엘프들이었다.


길드마스터들의 유치한 논쟁이 과열된다.


의견 충돌을 참다못한 한 길드마스터가, 상황을 조율했다.


흑발을 길게 늘어뜨린 여인이 말한다.


“튜토리얼에서 이 정도로 두각을 드러낸 인간은 없잖아? 그러니 모두가 욕심을 내는 건 알겠는데, 다들 저 애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는 건 잊지 말아줬으면 해.”


중립을 표방하는 길드의 중재에 의해, 각 길드마스터들이 칫 하고 불만을 삼켰다.


문득 귓가에 거슬리는 소리가 있었다.


‘튜토리얼.’


애초에 엘프들에 이번 습격은 ‘시스템’에 의해서 진행된 튜토리얼이었다.


인간족은 수인족을 침공하고.

수인족은 드워프족을.

드워프족은 엘프족을.

엘프족은 인간족을.


서로가 서로를 침공하여, 악감정이 쌓이게 만들어 전쟁을 유도하는 악질적인 시스템에 튜토리얼.


리온은 인상을 찡그렸다.



* * *



이안은 굳이 달라붙는 스텔라를 만류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걸을 뿐이다.


“아저씨.”


“왜 불러.”


“여기가 아저씨 집이에요?”


이윽고 집에 도달한 이안의 걸음이 멈추었다. 현관문을 열고 스텔라를 안으로 들인다.


“수건이랑 비누 가져다 줄 테니깐 우선 몸부터 씻어라.”


욕실로 스텔라를 추방했다.


스텔라가 사라지고 나서야, 이안의 고막은 안정을 취한다.


‘다른 회차보다 유독 더욱 시끄럽군.’


아닌가.


다른 회차에서도 이랬었나.


단편적인 기억을 제하고선, 맹약을 이용하여 봉(封)해두었다. 그러므로 온전한 기억을 지니지 못한 망가진 회귀자는 그저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갈아입을 옷과 수건을 준비해둔다. 스텔라에게 맞는 사이즈의 옷이 없어 대충 근처 옷가게에서 사온 새 옷.


킁킁.


냄새를 맡아보더니 스텔라가 말한다.


“···새 옷 냄새.”


대충 눈대중으로 짐작해서 산 옷들이지만 사이즈는 딱 맞았다.


“다 입었으면 나가자.”


이안이 스텔라를 이끌고 밖으로 나섰다.



* * *



도시에는 시청이 하나 있다. 스텔라의 신분을 만들기에는 적합한 시청.


대전쟁으로 인하여, 신분이 제대로 등록되지 않은 고아들이 많이 생긴 시대다.


덕분에 신분증도 여러모로 만들기 쉬워졌다.


고아인 아이들 중 가끔씩 자신의 친인척을 발견하는 게 그다지 흔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예 없는 일은 아니어서 말이다.


“···그럼 저는 아저씨의 가족이 되는 건가요?”


신분증을 만드는 과정에서 말을 맞출 필요가 있었기에, 미리 설명을 해두는데 스텔라가 순진무구하게 물었다.


이안은 낮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까지나 신분상으로만 보자면 맞는 말이었다.


신분을 만들기 위해서 접수하는 접수원은 이안과 스텔라를 샅샅이 살폈다.


깔끔한 옷. 뽀송한 머리.


“두 분의 관계가 어떻게 되시나요?”


접수원의 질문에 이안과 스텔라는 동시에 대답했다.


“친척입니다.”


“친척이에요.”


의무적인 질문을 한 접수원은, 물은 것과는 다르게 이안과 스텔라와의 관계가 그다지 궁금해 보이지 않았다.


“그렇군요.”


기계적으로 답변하는 접수원.


보통 신분을 만들면 기록이 남기 때문에 신분을 범죄용으로 만드는 경우는 잘 없다. 하물며 후견인이 필요한 신분이라면 더더욱.


“보호자분은 이쪽으로, 스텔라 양은 저기 검사실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접수원이 안내하는 방향에는 온갖 기계가 가득 찬 방이 있었다. 미리 설명을 들었기에, 스텔라는 방 안을 가득 메운 기계가 무엇인지 알았다.


‘이게··· 나이를 측정하는 거구나.’


스텔라는 슬럼가에서 자랐지만, 그래도 자신의 나이를 알고 있기는 했다.


기초적인 상식을 비롯한 여러 지식을 어렸을 적 잠시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몸을 의탁했던 고아원에서 배웠기 때문이다.


스텔라가 주장한 나이와 추정 나이가 엇비슷하게 일치하는 지 확인함과 동시에 신체 건강 상태를 측정하기 위한 기계들이 가득한 방으로 스텔라가 사라지고 나자.


접수원은 이안과 따로 면담하였다.


“보호자분, 거기 위에 올라가주세요.”


거짓말 탐지기.


일부러 빈민가에 아이를 ‘범죄’의 목적으로 데려가는 경우가 과거에 빈번하게 있었기에, 필수적으로 만들어진 절차에 따라, 접수원은 질문한다.


“아이와의 관계는 어떻게 되시나요?”


“친척.”


이안은 두 눈을 감으며, 몸속을 조율했다.


거짓말 탐지기는 만능이 아니다. 신체에 반응을 읽고 거짓과 진신을 구분하는 ‘기계’에 불과하기에, 이안은 천천히 자신이 진실이라고 믿는 거짓말들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네, 확인되셨습니다.”


접수원은 몇 가지 질문을 더 하고나서, 곧이어 거짓말 탐지기에 기계를 껐다.


“아저··· 이안.”


스텔라도 때마침 검사가 끝났는지, 검사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이안을 본 스텔라가 손을 붕붕 머리 위로 흔들며, 반긴다.


접수원은 검사 결과들을 총 조합한 뒤.


문제 될 게 없는지, 확인을 끝마치자마자.


“여기 있습니다.”


발급된 신분증을 내주었다.


스텔라가 신분증을 두 눈을 반짝이며 바라봤다.


이로써, 신분 문제는 해결되었다.


그러니.


‘이번 회차에서는 뭐를 먼저 부수는 게 나을까.’


아카데미?


아니면.


세계 각성자 협회?


혹은.


세계 마인 연합?


무엇을 먼저 부수는 게 좋을지.


회귀자는 고민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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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회귀자를 죽여야 한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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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화 준비 24.07.14 9 0 12쪽
» 회귀자와 예언자 그리고 두 번째 회귀자 23.12.29 19 0 11쪽
3 예언자와 두 번째 회귀자 23.12.29 16 0 14쪽
2 예언자와 두 번째 회귀자 23.12.29 12 0 13쪽
1 헌터와 각성자 23.12.29 30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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