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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피아사채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자는 회귀자를 죽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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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피아사채
작품등록일 :
2023.12.27 02:36
최근연재일 :
2024.07.14 13:29
연재수 :
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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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807

작성
23.12.29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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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예언자와 두 번째 회귀자

DUMMY

이안은 가슴께를 한 번 주먹으로 쳤다.


울렁이던 속이 진정된다. 회귀 직후는 이게 참 문제다.


회귀 전과 회귀 이후의 극명한 차이점을 뇌가 인지하지 못한다.


이른바 ‘회귀 멀미’랄까나.


마른 입술을 소매로 닦으며 이안은 집으로 향했다.


본격적으로 거리로 나오자 보이는 것들이 많다. 회색 하늘 아래 지하 벙커 안에서 울부짖던 아이들이 꺄르륵-! 웃음을 터트리며 이안의 곁을 스쳐지나갔다.


빵빵. 거리며 길거리를 지나가는 차들. 검은색으로 물들어있는 아스팔트 길. 그 바로 옆에 있는 인도.


사람들을 잠시 관찰하던 이안은 걸음을 빨리했다.


그의 집은 학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다.


전쟁고아지만 보육원은 아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전쟁 중 사망에 의한 보험금으로 산 집이 있었다.


17년 전 벌어진 대전쟁.


그로 인해 발생한 고아들은 많았다. 괴수에게 부모가 잡아먹히고, 마인에게 부모의 심장이 바쳐져 부모를 잃은 아이들.


이안은 고아 중에서도 유독 잘 성장한 케이스였다. 누구나 이안처럼 부모님의 재산을 물려받을 수는 없다.


대전쟁 중 폭격에 의하여 집을 잃은 아이들은 많았고, 화재나 괴수의 피해로 인해 소실된 재산 기록은 추산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까다로운 보상 조건으로 인해 피해 보상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들의 수는 셀 수도 없었다.


얼굴도 이제는 기억 안 나는 부모님들이지만.


회귀 전의 이안은 이맘 때 쯤에 항상 부모님들께 재산이라도 남겨주셔서 감사하다고 생각했었다.


툭.


짐을 내려놓은 이안은 천천히 화장실에 들어섰다.


젊은 육체. 거울 너머로 보이는 건 흉터 하나 없는 얼굴.


이안이 조용히 읊조렸다.


“맹약.”


촤르르르륵.


사슬이 심장에서부터 뽑혀 나왔다. 검은색의 사슬.

한눈에 보아도 심상치 않은 사슬 안에는 무수히도 많은 글자가 적혀져 있었다.


사슬은 이안의 권능이자 이능이었다.


300년 전, 세상에는 바벨탑이란 것이 생겼다.


바벨탑.

흔히 신화에서 말하길, 모든 인간들이 한 언어로 대화가 가능했을 때.


오만방자하게 신에게 닿기 위해 쌓았던 탑을 신화는 바벨탑이라고 신화는 기록했다.


허나 바벨탑은··· 신화처럼 인간들의 모든 언어를 통일시켜 주지는 않았다. 다만 인간에게 이능을 내려주었다.


이안은 머리를 한 번 휩쓸었다.


던전이 생겼다. 마나가 생겼다.

몬스터도 생겼고, 그의 맞서는 각성자들 또한 생겼다.


그리고 이안은 각성자였다.

이안이 옅은 숨을 내쉬었다. 맹약에 사슬은 전부 다 글귀로 가득 차 있었다. 이것은 전부 그가 맹약했던 내용이다.


태엽시계와 나눈 맹약은 여전히 변치 않고 새겨져 있었다.


무수히도 많은 기억은 계륵이었다.

그러므로 기억을 대가로, 정신을 단단하게 만드는 맹약은 여전하다.


맹약에 발동을 확인한 이안은 손을 휘저었다.


촤르륵.


요란한 소리를 내며, 사슬이 전부 다시 심장으로 돌아왔다. 동시에 어지럽던 머리도 맑아져간다.


이건 일종의 의식이었다.


회귀 이후 항상 벌이는 의식. 머리 한군데가 맛이 가더라도 맹약에 의해 다시금 정신이 강제적으로 맑아진다.


아핫.


이안이 회귀 이후 처음으로 비웃음을 머금었다.


입술이 비틀렸다. 마구잡이로 비틀린 입술 끝에 보이는 것은 칙칙한 눈동자다.


이안은 순간 눈동자를 후벼 파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그러나 그리 되면 이후에 앞을 볼 수 없게 된다.


실제로 16번째 회차였던가.

그때 한 번 미쳐가지고 눈을 파고 머리를 파고 뇌에다가 손을 집어넣어 뇌를 터트려 본 적이 있는데 딱히 유쾌했던 경험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뇌에 구멍이 뚫려서 뇌수가 흐르는 건 그다지 좋은 느낌이 아니다. 차라리 창자가 모두 뽑히는 느낌이 훨씬 낫다.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안은 거실의 서랍을 열었다.


안에 있는 것은 매달 나오는 생계 지원비와 알바로 번 월급을 모아둔 돈이었다.


돈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현찰로 단순히 몇 백 만원. 그리 많은 돈은 아니다만 몇 개월 치 생활비는 되었다.


돈을 모조리 챙긴 이안은 교복을 갈아입었다. 옷장 안에 있는 옷들은 몇 가지 없었지만 그 중에서 가장 말끔해 보이는 옷을 골랐다.


이안이 집으로 돌아온 까닭은 두 가지다.


하나는 꼬맹이 놈에게 줄 돈을 구하기 위해서였고.


다른 하나는 교복을 벗기 위해서였다.


두 가지 이유를 모두 충족한 이안은 더 이상 집에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


그는 준비한 돈을 모조리 긁어모은 뒤.


밖으로 나섰다.


이제 꼬맹이 녀석을 만나러 가야 할 때였다.



* * *



대전쟁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다.


인류는 더욱 발전된 기술로 인해 많은 피해 복구를 하였으며, 그로 인해 대전쟁 시절의 피해 중 90% 이상 완벽하게 복구되었다고 세간은 떠든다.


허나 복구 된 것은 어디까지나 사물이다. 건축물. 인간이 쌓아올린 문명.


그런 것들뿐이었다.


자연이나 인간의 피해는 아주 조금 밖에 복구되지 않았다.


잘나듯이 선전하며 떠드는 말들은 뒷골목의 거주하는 이들에게는 닿지 않는다.


대전쟁이 남긴 유산은 단순히 전쟁의 기록이나 폐허뿐만이 아니었다.


전쟁고아들이 수도 없이 많이 발발해, 전세계 각국의 모든 보육원이 가득 찼다. 정부에서 아무리 지원을 해주려고 해도 다른 문제들 또한 워낙에 심각했다.


하여 오롯이 보육원 하나에만 지원해 줄 수도 없는 지경이라. 보육원에는 넘쳐나는 아이들을 더는 못 받을 지경이 되었다.


그렇게 보육원에서 밀려난 아이들이 향하게 된 곳은 어두운 골목이다. 본래라면 부모 손에 자라야 할 아이들은 뒷골목을 전전하게 되었다.


나는 장담한다.

보육원에서 자라는 것도 그닥 좋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밖으로 매몰차게 내밀리는 삶보다는 나았을 것이라고.


이제는 오랜 과거지만, 부모님의 재산이 있다는 것을 알기 전까지.


부모님의 오랜 전우가 나를 찾으러 오기 전까지.


나 또한 고아로서, 보육원 경쟁의 밀린 아이로서 여타 다른 전쟁고아들처럼 살아갔던 적이 있었다.


전쟁고아들은 쓰레기통을 뒤져가며 배를 채워야만 했다. 다른 거지들과 함께.


전쟁으로 인해 길거리로 내몰려진 건 전쟁고아들뿐만이 아니다. 전쟁으로 인해 모든 걸 잃은 할아버지, 할머니, 어른들··· 그들이 모두 고아들의 경쟁 상대였다.


아직 채 여물지도 못한 작은 아이가 비참한 골목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독기를 품어야 한다. 일그러짐을 가져야 하고, 어딘가가 한 군데가 망가져야지만 그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혹은 어딘가가 특출나거나.


무력이든, 지능이든, 외모든.

뒷골목에서 살기 위해서는 무언가가 특출 나야만 했다.


흔한 말로 쓰레기장.

또는 뒷골목.

혹은 슬럼가.


한 때 이안이 살았던 그곳에는 이안이 만나길 바라는 꼬맹이가 한 명 살고 있었다.


슬럼가의 첫 입구에 도달하자마자, 꼬맹이가 나를 마중 나왔다.


“안녕.”


이안은 최대한 점잖게 인사했다. 이전 회차에서 꼬맹이의 사지를 갈갈이 찢어 죽인 적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처음 시작은 밝은 미소와 함께였다.


손을 흔들자, 근처 패스트푸드 점에서 사온 햄버거 봉지가 같이 흔들렸다.


꼬맹이가 고개를 들었다. 지저분한 얼굴의 아이.

꼬맹이의 눈동자가 빛났다. 아이의 눈동자 안에는 별이 담겨 있었다.


빛나는 별.

섭리를 보고 있는 아이의 눈동자는 알게 모르게 이안에게 불쾌감을 선사했다.


허나 이안은 불쾌함이라는 감정을 잘 숨기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이가 입술을 달싹였다.


“안녕···하세요···”


이안은 수십 번은 한 대사를 다시금 입에 머금었다.


“이름이?”


“없··· 어요···”


아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뒷골목에서 살아가는 아이에게 이름이 없는 건 흔한 일이다.


그리고 처음 마주보는 사람에게 긴장하는 것도 흔한 일이었다.


만약 이 아이가 예언자가 아니었다면 말이다.


아이가 이안을 마중 나온 것은 결코 우연에 의한 일이 아니었다.


이 아이는 미래를 읽는 것이다.

세간에서는 예언자라고 불리는 섭리를 읽는 아이.

아이의 눈동자가 별처럼 빛났다.


아무리 회귀자라고 할지라도 모든 걸 기억하지는 못한다. 이안은 몇몇 인상 깊었던 회차와 중요한 사건을 빼고는 거의 다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 아이가 이안에게는 꼭 필요하다.


이 아이가 내려주는 예언은 이안이 기억하지 못한 것들을 가끔씩 알려준다.


아이와 이안의 눈이 마주쳤다.


‘이번 회차의 너는 무슨 미래를 봤을까.’


섭리라는 것은 이안이 항상 회귀를 할 때마다 바뀐다. 때문에 아이가 보는 미래도 항상 바뀌었다.


그리고 아이가 보는 미래의 따라, 아이의 운명도 갈린다. 만약 아이가··· 23회차 때처럼.


자신을 적대하는 미래를 봤으면 예언자라는 통제 불가능한 불안 요소의 싹을 미리 잘라둬야만 했다.


일단 아이가 도망치지 않은 시점에서부터 이안은 아이가 자신을 적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챘다.


이안이 물었다.


“너 나 따라올래?”


“···저요?”


“그래, 너.”


새하얀 치야가 드러날 정도로 밝게 웃는다. 아이에게 음료를 하나 권했다.


허나 이미 뒷골목에서 수면제나 마약 같은 것들이 담긴 음료나 음식에 많이 데여본 아이는 본능적으로 이안이 건네는 음식을 피했다.


이럴 줄 알고 일부러 햄버거도 하나만 사왔다. 이안은 아이의 옆에 걸터앉았다.


흙먼지가 깨끗한 바지를 검게 물들였다. 잠시 그렇게 앉아 있자니.


아이가 이안을 불렀다.


“아저씨···.”


“왜.”


“제가··· 아저씨를 따라가면요···.”


아이가 손가락 발가락을 꼼지락댄다.


“···아저씨는··· 제게 무엇을 해주실 수 있나요···?”


아이의 입가가 비틀렸다.

묘한 광기가 아이의 눈가에서 느껴진다.


어눌하지만 무언가 욕망이 담긴 한 마디.

투명한 탐욕을 내비치는 아이가 이안은 기꺼웠다.


“무엇을 원하느냐에 따라 다르지.”


아이는 이안의 말에 고민하는 듯했다.

아무리 예언자라고 할지라도, 결국은 아이.

회귀자인 자신처럼 미래는 알아도, 정신적으로 성숙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아이가 내뱉은 말은.

결국 그 아이가 아는 것 중에 가장 가치가 드높고.

아이를 이곳에 살게 만든 원흉이었다.


“돈··· 나한테··· 돈을 줄 수 있어요?”


“어.”


이안은 시원스레 대답했다. 그리곤 아이의 손을 낚아챘다.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이안이 여태 모은 돈이었다. 적지 않은 돈.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렇게 많은 돈을 만져본다.


아이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렇게 많은 돈을 한 번에 받아볼 거라곤 생각지도 못한 표정이었다.


아이가 곧이어 조금 떨리는 손으로 돈이 가짜인지 아닌지 하나씩 세기 시작했다.


이안은 옆에서 얌전히 기다려 주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사온 햄버거를 하나 둘 먹으면서 말이다.


햄버거와 같이 사온 음료까지 다 마셨을 때가 되어서야, 아이는 돈을 세는 걸 그만두었다.


전부 뒷골목에서 심심찮게 돌아다니는 가짜 돈이 아니라 진짜 돈인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이가 뒤를 돌아봤다. 그리곤 비어있는 햄버거 봉투를 노려본다. 배가 고픈 것인지, 군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아저씨를 따라갈게요.”


“그래. 잘 생각했다.”


이안이 웃으며, 아이를 챙겼다.


다만 웃는 입가와는 달리 여전히 그의 눈가는 칙칙하다.


39회차였던가.


그때 아이가 이안을 속인 적이 있었다. 예언자였던 아이는 자신의 예언을 속이고.

자신한테 가까이 다가와 자신을 함정에 빠뜨린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이안은 이 작고 어린 예언자를 신뢰하지 않는다.


언제까지고 필요할 때만 옆에 두다가, 죽여야 한다.


이안이 예언자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조금 더 내려 아이의 목뼈를 한 번 매만졌다.


여기에 조금만 더 힘을 준다면···.


이안이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배를 잡고 굶주리는 아이에게 물었다.


“뭐, 먹고 싶은 거라도 있냐?”


아직은 아니다.


그래, 아직은.



* * *



[환영합니다. 이계인이여.]


“······.”


한때, 헌터들의 왕이라고 불렸던.

이계인들의 왕.


리온이 두 눈을 비볐다.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는 헛숨을 삼켰다.


[대륙 아틀란티스.]


그는 분명 죽었다. 그런데··· 어째서 이곳에 있는가.


그것도 100년 전 그때와 같이.


왜···.


혹시 여기가 사후세계인가.


그리 중얼거릴 때였다.


리온에 눈가에 무언가가 떠올랐다.


[태엽시계가 이변을 발견합니다.]

[태엽시계가 예상치 못한 일에 당황합니다.]


[시간의 축이 어긋난 것을 확인.]


[분석 중······]


[태엽시계가 당신의 ‘회귀’를 검토합니다.]


오랜 생각 끝에.


“허, 어이가 없군.”


헌터들의 왕.

리온은 자신이 회귀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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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회귀자를 죽여야 한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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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화 준비 24.07.14 9 0 12쪽
4 회귀자와 예언자 그리고 두 번째 회귀자 23.12.29 18 0 11쪽
3 예언자와 두 번째 회귀자 23.12.29 15 0 14쪽
» 예언자와 두 번째 회귀자 23.12.29 12 0 13쪽
1 헌터와 각성자 23.12.29 30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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