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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몽블 님의 서재입니다.

무영창의 마법사가 회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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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몽블
작품등록일 :
2023.10.31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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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3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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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1.27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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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4화 전조(前兆) 4

DUMMY

고개를 숙이자 내 다리에 매달리듯 휘감긴 롱누스는 물론이고 어느새 내 그림자에 숨죽이고 있는 가르누달을 발견했다.


너네 명색이 종말의 마수라는데 드래곤을 무서워하냐?


뭐, 태어나지 얼마되지 않은 새끼랑 천수를 다 누리고 산 드래곤이란 차이는 있지만.

그래도 종말의 마수는 유일무의한 존재 아닌가?


"감사하지만 도와주신다는 저의(底意)를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드래곤이 심장 적출 직후 곧장 죽지 않는다고 해도 죽는다는 결과는 같았다.

결국 자신을 죽이는 결과로 이어질 텐데 그걸 돕겠다고?


- 의심이 많은 인간이군.


"제게 심장을 넘긴다면 당신은 죽지 않습니까?

곧장 죽지 않아도 어쨌든 결과는 죽음이지 않습니까."


내가 묻자 드래곤은 잠시간 말이 없었다.

여전히 저의(底意)를 짐작할 수 없는 텅 빈 눈으로 날 바라볼 뿐이었다.


- 너는 내가 살아있는 것으로 보이는가?


"······아닙니까?"


눈알을 사라졌고 혈관은 텅 비었지만 심장은 뛰고 있다.

그 모습은 죽었다기보단 살아있다는 모습에 가까웠다.

하지만, 드래곤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었다.


- 생물로서의 내 삶은 이미 몇 천 년 전에 끝났다.

그 이후로의 시간은 죽음의 잘못된 선물에 지나지 않지.


잘못된 선물.

그 표현과 더불어 지긋지긋함이 묻어나는 말투로 드래곤이 이 삶을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 심장을 양도하면 이 삶을 끝낼 수 있다.

어찌 마다하지 않겠는가.


여전히 납득할 수 없었지만 심장을 얻기 위해 이곳을 찾아온 나로서는 아무래도 좋을 이야기였다.

심장을 준다고 하고 엿 먹일까 봐 긴장한 것이 무색하달까.

내가 카달리우스 그새끼 때문에 좀 고생을 했어야지.


- 내 이름은 티마이오스테다.


이름을 알려준 티마이오스테는 심장이 있는 부근을 가리고 있는 날개를 위로 들어올렸다.

내가 다가갈 수 있도록.


딱 내 눈높이에는 가르누달의 힘으로 드러낸 심장이 세차게 뛰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까는 움직일 리 없는 심장이 뛰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 깨닫지 못했는데, 심장은 그저 뛰고 있었다.

그 광경은 상당히 기이한 것이었다.


심장이 뛰는 것을 목격하기 전까지 가른 살점에서 피가 흐르지 않는 것은 의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시체에서 피가 흐를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하지만, 심장이 제대로 뛰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 순간 피 한방울 튀기지 않고 거대한 심장이 쉼없이 뛰고 있는 모습은 상당히 괴이한 광경이었다.


흐르는 용혈(龍血) 없이 그저 제자리에서 세차게 뛰기만 하는 심장.

마치 핏기를 모조리 제거한 고깃덩이가 제자리에서 박달음질하고 있는 모양이었기에 불쾌감은 한층 더 더했다.


말하자면 시체를 갈랐더니 심장만 멀쩡하게 세차게 뛰고 있는 모양이니까 말이다.


- 내 심장에 손을 올려라.


나는 티마이오스테가 시키는대로 드래곤의 심장에 손을 올렸다.

심장은 예상 외로 차가웠다.

피가 흐르지 않는 탓인가?

직접 보지 않고 만지기만 했다면 거대한 돌덩이가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인다 여겼을 것이다.


- 나 티마이오스테는 인간에게 드래곤의 심장을 양도(讓渡)한다.

인간. 네 이름은?


드래곤의 어조는 이제까지와 사뭇 달랐다.

이제까지의 대화로도 충분히 위압적이었지만 그것과는 전혀 다른 압력.

지금까지가 두려움으로 인해 귀를 기울일 것 같은 위압감이었다면 방금 뱉은 드래곤의 말은 생래적인 복종(服從)을 강제하는 느낌이었다.


용언(龍言)인가?


"유제르노 샤일입니다."


- 그래, 유제르노 샤일.

나 티마이오스테의 심장을 양도받는 것에 동의하는가?


"동의합니다."


- 드래곤의 심장을 양도받는 즉시 관련된 모든 힘은 네 지배하에 있을 것이다.

또한 그에 따른 위험도 네가 책임져야 한다.

이해했는가?


'위험'이라는 단어가 껄끄러움을 유발했지만 애써 억눌렀다.

드래곤의 심장을 온전히 손에 넣는 일이다.

감수해야 할 위험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겠지.


"······이해했습니다."


내가 그렇게 대답하자마자 여태 드래곤의 심장 쪽으로 미미하게 흘러들어가던 내 마나가 심장 쪽으로 훅 끌려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순간 정신을 잃을 정도로 강력한 압력.


- 태고의 드래곤의 이름하(下)에 나 티마이오스테는 인간 유제르노 샤일에게 내 심장을 양도하는 바이다.


"······나 유제르노 샤일은······ 드래곤 티마이오스테의 심장을 양도받습니다."


내가 말을 마치자마자 이번에는 드래곤의 심장에서 내 쪽으로 엄청난 양의 마나가 흘러들어왔다.

아니, 내가 빼앗긴 마나보다 훨씬 많은 양이었고 그 질 또한 압도적으로 뛰어났다.

내 마나가 인간 치고 상당히 순수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드래곤의 심장에 담긴 마나의 순수함은 실로 놀랄 정도였다.


그리고 그만큼 몸에 부담되었다.


"커헉······."


드래곤의 심장에서 흘러나온 마나는 더이상 들어갈 공간이 없는 주머니에 억지로 무언가를 쑤셔넣듯 움직였다.

문제는 그 공간이 없는 주머니가 내 몸뚱이라는 것.


억지로 밀고 들어오는 마나를 흡수할만큼 흡수했음에도 드래곤의 심장에 남은 마나는 1할도 채 줄지 않았다.

온몸에서 혈관이 불거졌고 혈관이 얇은 곳은 이미 곳곳이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시야가 아득해졌다.


- ······.


언뜻 드래곤의 혀차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착각이었나 싶었던 순간, 몸의 상태가 완전히 돌아왔다.

완벽한 회복 마법.


하지만, 감탄하긴 일렀다.


"아아아아아아아악!"


드래곤의 마법으로 몸의 컨디션이 완벽하게 바뀐 직후 동시에 온몸의 혈관은 물론이고 근육과 뼈가 동시에 터져나갔다.

장기가 뒤틀리고 근육 섬유가 꼬인다.

혈관의 위치가 뒤바뀐다.

무엇보다 마나가 흐르는 맥(脈)의 모양이 모조리 뒤바뀌었다.


살갗은 생껍질을 저민 것처럼 아팠다.

보이지 않는 바늘 수천수만 개가 빽빽하게 모여 내 살갗을 모조리 꿰뚫는 느낌이었다.

그것도 동시가 아니라 미세한 시간차를 두고서.

땀구멍마다 피가 솟구쳤기에 내 몸은 금세 피범벅이 되었다.


어지간한 고문은 다 겪어본 나였지만, 이것은 정신이 아득해지는 고통이었다.


- 정신을 잃지 마라.


미친 듯이 도는 머릿속에서 드래곤의 목소리가 울렸다.

진작 정신을 잃었어야 하는 통증인데도 불구하고 아직 그대로인 것은 드래곤 덕분인가?


하지만, 차라리 정신을 잃고 싶었다.

그게 나을 듯싶었다.


그 와중에도 놀라운 것은 내가 아직 심장에서 손을 떼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니, 뗄 수 없다는 게 정확하다.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심장을 움켜진 손에서 힘이 빠지지 않았다.

다리가 풀려 주저앉았음에도 심장에 뻗은 손은 그대로였다.


- ······.


무언가 더 말했나?


하지만, 더이상 버틸 정신력이 남지 않았다.

온몸을 찢는 고통 속에서 나는 정신을 잃었다.



*



컹!


컹!


······.


귓가를 울리는 가르누달의 소리.

뜨거운 내 몸을 감싸는 롱누스의 서늘한 체온.

그리고 목놓아 부르는 미뉴의 저······.


"유젤! 유젤! 유젤!"


머리가 잔뜩 울렸지만 이번에는 견딜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저 셰리주를 진탕 마시고 다음날 일어났을 때 겪을 수 있었던 두통(頭痛)정도?


"······어······."


큼, 크흠.


입을 열어 말을 하려고 했으나 목도 잔뜩 쉬었다.


"유젤!!"


목을 가다듬고 있는데 미뉴가 내 몸에 덥썩 달려들었다.

덕분에 난 몸을 일으키려다가 다시 뒤로 고꾸라졌다.


"······무거워."


내가 말했지만 미뉴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 몸뚱이를 끌어안았다.

저거, 눈물이야?


"멍청이!"


녀석의 눈에서 눈물을 본 나는 미뉴를 말리는 것을 포기하고 녀석의 머리깃을 긁었다.

어지간히 놀랐구나.


"얼마나 기절한 거야?"


- 길지는 않았다.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난 흠칫하며 고개를 돌렸다.

드래곤의 목소리는 내가 기절하기 전보다 훨씬 작아져 있었다.

아니, 목소리보다는······.


"······몸이······."


워낙 거대한 몸체이기에 언뜻 보기엔 잘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서서히 확실하게, 드래곤의 몸은 말단부부터 서서히 바스라지고 있었다.


- 심장을 양도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드래곤의 입장에서는 진정한 죽음일 것이다.

반은 죽은 채 땅속에서 잠만 잤더라도 살아있는 건 살아있는 거였으니까.

하지만, 심장을 내게 양도한 지금 드래곤에게 남은 것은 완전한 죽음 혹은 완전한 소멸이다.


- 그것보다 시간이 없으니 잘 들어라.


시간이 없다는 말은 드래곤의 몸이 부스러져 사라지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 내 친히 네게 심장을 양도함과 동시에 이식을 도왔다.

물론 이식된 심장이 완전히 자리잡는 데에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다.


나는 드래곤의 말에 원래는 마나 서클이 자리잡고 있는 가슴 부근을 살폈다.

그러자 원래의 마나 서클 대신 낯선 감각이 마나 서클의 자리에서 요동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심장 이식이 그토록 괴로웠던 것은 심장이 자리잡기 위해 네 몸 전체의 구조를 뒤바꿨기 때문이다.

넌 이제 인간도 드래곤도 아닌 용인(龍人)이다.


"용인(龍人)······."


용인(龍人).

드래곤이면서 인간, 인간이면서 드래곤인 존재.

동시에 드래곤도 인간도 아닌 존재.


- 심장이 완벽하게 자리 잡으면 드래곤의 심장으로 뭘 할 수 있는지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평생이 걸릴지도 모르니 이걸 주지.


드래곤의 말과 함께 허공에서 붉은색 구슬이 나타났다.

엄지손톱보다는 조금 큰 구슬.


- 심장이 완전히 자리잡힌 후에 이것을 삼켜라.

네가 <고대의 유산>이라 부르는 것과 비슷한 작용을 할 것이다.


드래곤의 심장과 관련된 지식을 쑤셔넣어주겠다는 뜻인가.

드래곤치곤 상당한 친절에 감사를 표한 뒤 품에서 '네쥬로아의 손'을 꺼냈다.

필요한 순간까지 드래곤이 준 구슬을 보관하기 위함이었다.

헌데, 드래곤이 내가 품에서서 꺼낸 '네쥬로아의 손'을 유심히 살피더니 말했다.


- ······그건 네쥬로아의 물건이군.


"아십니까?"


- 그래.

네쥬로아는 내가 잠들기 전에 마지막으로 만났던 신의 이름이다.


"네쥬로아를······ 직접 만났다고요?"


가문 시조의 전설에나 등장하는 신을 직접 만났다는 소리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아니, 이 드래곤도 그만큼 오래 산 것 같기는 한데······, 전설에 있는 내용을 직접 겪었다고 말하니까 당황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 네쥬로아는 인간을 사랑했지.


"······어······ 그런 것 같긴 하더라고요."


가문에 전해지는 이야기나 '네쥬로아의 손' 같은 물건들이 전해지는 걸 보면 적어도 네쥬로아가 인간을 가까이한 신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성품까진 몰라도 인간을 싫어한다면 이런 물건을 남길 리 없으니까.


- 가르데오나의 신수(神獸)가 한낱 인간과 함께 있는 이유가 궁금했는데, 너 이누에타나 카이샤르와 무슨 관련이 있는 건가?


"이누에타나 카이샤르를 아십니까?"


이누에타나 카이샤르를 알아?

처음부터 시조(始祖) 이야기를 했으면 좀 더 호의적이었으려나 싶어 내가 반색했으나 그 기대는 드래곤의 다음 대답에 처참히 무너졌다.


- 당연하지. 날 여기 묻어 가둔 자가 이누에타나 카이샤르니까.


"······그렇······ 군요."


시조라고 말했으면 심장을 받지 못했을지도.

세월 탓인지 나쁜 감정이 없는 건지 드래곤의 말에는 적의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이누에타나 카이샤르가 내 시조라는 말은 하지 말자.


- 이누에타나 카이샤르가 네 선조인가?

넌 성이 다르던데.


"전 아버지 성을 따랐거든요."


- 신기하군. 카이샤르는 모계 계승일텐데.


"어머니께서 어렸을 때 제국으로 망명했다고 들었습니다.

아버지와 혼인하신 건 그 이후고요."


가문의 영지는 제국의 거의 끝에 있다.

망명과 함께 영토도 제국으로 귀속되었다고 했었으니······, 영지는 이누에타나 카이샤르 때의 영지와 같았으나 소속된 나라가 바뀐 셈이다.


난 제국 귀족 출신인 아버지의 성을 따르게 된 거고.

뭐, 두 분 다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지금은 할아버지랑 살고 있지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54 문린이
    작성일
    24.04.02 08:24
    No. 1

    앗... 이미 죽어서 착해진!?!? 드래곤 이였던건가요? 그나저나 저리 묻어둔게 조상이면 조상의 안배인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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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93화 하얀 뿌리 엘프 4 24.02.14 455 20 12쪽
92 92화 하얀 뿌리 엘프 3 24.02.12 459 2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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