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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몽블 님의 서재입니다.

무영창의 마법사가 회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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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몽블
작품등록일 :
2023.10.31 19:07
최근연재일 :
2024.05.3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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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07,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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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4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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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8화 전말 1

DUMMY

"······누가 왔다고?"


에키로나의 반응이 영 심상치 않았다.

탐탁지 않음과 떨떠름함이 뒤섞인 표정.


"일단 기다려 주십사 말씀드렸습니다만, 워낙 자유분방하신 분이라······."


엘프는 지위가 세분화 되어 있지 않다.

같은 귀족도 여럿으로 나뉘고 황족도 항렬에 따라 위아래로 나뉘는 인간에 비하면 그 구조가 무척 단순한 편이다.


서로에게 예의를 지키는 편이지만 기본적으로 서로 동등한 관계가 가깝다.

대장로인 에키로나조차도 일족 내 발언권이 좀 더 크고, 평소 존경을 받을 뿐 인간들의 지배 계급과는 느낌이 다르다.


그런 엘프 사회에서 존대를 받을 정도라면 하나 뿐이다.

존대 받는 엘프 본인이 일족 내에서 상당한 지위를 가진 엘프일 것.

그럴 만한 인물 중 이 자리에 없는 자라면······.


내가 몇 가지 가능성을 떠올리고 있는데 뒤편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오랜만에 아들이 돌아왔는데 어머니도 너무하시는군요."


낮고 선명한 목소리.

경쾌한 어조.


"······레헨트."


낯선 이름을 중얼거린 에키로나의 입에서 곧이어 노성이 튀어나왔다.


"네가 어디라고 여길 와!"


레헨트?

잠깐만, 아들?

익숙한 이름에 깜짝 놀란 내가 아이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이샤는 역시나 누구보다 놀란 얼굴로 그대로 얼어붙어 있는 상태였다.


"······아버지······?"


"아, 아이샤.

많이 컸구나. 내 다리에 매달려서 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많이 컸어."


주변의 경악하는 반응에 아랑곳 없이 레헨트는 아이샤에게 인사를 건넸다.


레헨트.

에키로나의 둘째 아들이자 아이샤의 아버지.


내가 하얀 나무에 대해 이야기를 꺼낼 때조차도 큰 감정 변화를 보이지 않았던 에키로나였지만, 10년 넘게 자취를 감췄던 둘째 아들이 느닷없이 돌아온 것에 화를 참을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장명종의 특성상 어머니인 에키로나와 아들인 레헨트는 외견상으론 나이 터울이 좀 나는 남매처럼 보였다.

하지만, 실제 두 모자의 나이차이는 최소 백년일 것이다.

하프 엘프인 레헨트에겐 위로 아버지가 다른 형이 한 명 있었던 걸로 기억하니까.


사실 레헨트의 얼굴은 나도 처음본다.

이전 생에선 레헨트의 이야기만 들었지 직접 만나보지 못했다.

레헨트는 내가 하얀 뿌리 엘프 마을에 머무른 내내 마을로 돌아오지 않았으니까.


그런 내가 레헨트에 대해 아는 거라곤······,

레헨트가 아이샤보다 뛰어난 정령술사라는 것과 하프 엘프라는 것.

그리고 지독히도 고향에 돌아오지 않는 엘프라는 것.

세가지 뿐이었다.

그외에 내가 에키로나에게 들은 거라곤 험담 뿐이었으니 별로 기억할만한 것이 못되고.


누구보다도 분노한 에키로나의 반응에 분위기가 삽시간에 살벌해졌다.

그러나 레헨트는 에키로나가 분노를 내보이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로 연신 웃고 있었다.

마치 혼자 다른 상황을 겪는 것처럼 보였달까?


에키로나는 레헨트의 그런 태도가 어지간히 화가 나는 모양이었다.


"당연하지 이 망나니 같은 녀석아!

네 놈이 편지 한 장 남기고 마을을 떠난 게 벌써 10년이 넘었어!"


10년이 뭐야.

내가 알기론 레헨트가 아이샤를 하얀 뿌리 엘프 마을에 두고 혼자 마을을 떠난 게 아이샤가 4살 때였다.

그러니까 레헨트가 제 딸을 에키로나에게 맡기고 떠난 게 적어도 15년은 됐다는 이야기다.


장명종에게 15년은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쿼터 엘프인 아이샤는 성장기가 일반 인간과 다를 바 없으니 레헨트는 아이샤를 성장기 내내 아버지 없이 자라게 한 셈이었다.


아이샤는 레헨트를 딱히 원망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에키로나가 아이샤를 워낙 아끼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레헨트는 에키로나의 눈밖에 난 것이 것이다.

원래도 망나니 같은 자식 놈 취급받으며 에키로나의 골머리를 썩혔으니까.


"어찌 제대로 된 기별하나 없이!

그래놓고 여기가 어디라고 돌아와!"


"고정하세요.

나이도 많으신데 쓰러지시면 어쩌려고요."


에키로나의 노성에도 레헨트는 여전히 웃는 낯이었다.

와, 강적이다.


레헨트는 그렇게 말하며 주변에 빈 자리를 대충 골라 앉았다.

그가 앉은 자리는 에키로나와 약간 사선, 나와 정면으로 마주보는 자리였다.


"누가 자리에 앉아도 좋다고 했어!"


"계속 서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아블람이시여······."


에키로나가 신을 찾았으나 레헨트는 태연자약하게 벌꿀주가 가득한 잔을 하나 집어 홀짝이기 시작했다.

이거, 에키로나의 혈압 오르는 소리가 실시간으로 들리는 것 같은데.

벌꿀주를 목을 축인 후 레헨트의 입에서 기대하지 않은 단어가 튀어나왔다.


"죄송합니다.

좀 복잡한 곳을 돌아다니느라 연락드리기가 마땅치 않았어요."


사과였다.

이제까지 에키로나에게 무척 뻔뻔하게 대꾸하기에 사과를 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레헨트는 그렇게까지 성정이 나쁜 엘프는 아닌 모양이었다.


"내가 아니라 아이샤에게 미안해야지."


에키로나 또한 나와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사과 비스무리한 것이 레헨트의 입에서 튀어나오자 에키로나의 언성이 조금 낮아졌다.

적어도 고함을 치지는 않는다고 해야할까.


"그건 그렇죠.

아이샤, 미안하다."


"네, ······네? 네."


담백하지만 진심이 보이는 사과였다.

아이샤 또한 예상하지 못한 것인지 어쩐지 무언가 고장난 것 같은 사람의 반응을 보였다.

뭐, 얼굴도 헷갈릴 정도로 오랜만에 만난 아버지가 이렇게 요란하게 나타나 대뜸 사과한다고 해서 곧장 받아드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마는.


"당연히 이유가 있었지만 네 입장에서는 전혀 고려할 필요없다는 것도 안단다.

다시 한 번 미안하구나.

다른 방법이 있었다면 그렇게 했을 거야."


레헨트의 태도는 사뭇 진지했다.

헌데,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단어는 좀 당황스러웠다.

이유? 무슨 이유?


레헨트가 마을을 떠나 여태까지 돌아오지 않은 이유는 에키로나조차 몰랐으므로 나나 아이샤는 당연히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유요?"


"이유가 있었던 게야?"


아이샤가 물었으나 함께 듣고 있던 에키로나 또한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내뱉었다.

레헨트는 아이샤의 눈동자를 차분히 마주보다가 에키로나를 향해 시선을 옮긴 뒤 말했다.


"최근 대륙 전체에서 몬스터 대이동이 일어났다는 걸 알고 계실 겁니다.

비록 하얀 뿌리 엘프가 이실리에논 숲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의 귀는 대륙 전체로 퍼져있으니까요."


"그래, 알고 있다."


"최근의 소동이 모두 예정되어 있었다면 어떨까요?"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게냐?"


레헨트의 뜻밖의 말에 에키로나의 미간이 살짝 구겨졌다.

심각한 이야기가 되리라 예감한 것처럼.

헌데, 레헨트에게서 뱉어진 단어는 더더욱 뜻밖의 단어였다.


"종말의 마수에 대해 아십니까?"


레헨트가 '종말의 마수'라는 단어를 내뱉자 내 품 속에서 롱누스와 늪의 여왕이 꿈틀거리는 게 느껴졌다.


우연인가?

최근에 종말의 마수에 대해 많이 듣는 느낌인데.

저번 생에선 듣지도 못했던 단어인데 말이다.


"······알고 있다."


에키로나는 대꾸하기 전 잠시 내게로 시선을 돌렸고, 그 순간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난 그 시선을 피하지 않으며 품 안쪽에 손을 넣어 늪의 여왕을 쓰다듬었다.

롱누스나 가르누달과는 달리 늪의 여왕은 내게 복속된지 얼마 되지 않아 생각만으로는 뜻대로 진정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럼 이야기가 빠르겠군요.

제가 긴 세월 마을로 돌아오지 않았던 것은 종말의 마수에 대비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마을로 다시 돌아온 것은 제 여행의 목적이 끝났기 때문이 아닙니다.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서죠."


레헨트는 말을 마친 뒤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노골적일 정도로 나를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나?



*



레헨트가 필요한 사람 외에는 주위를 물리기를 원했기에 에키로나와 나, 아이샤는 에키로나의 거처로 자리를 옮겼다.

한창 들뜬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았으니까.


"할 말이 뭐냐."


"제가 드래곤과 일합니다."


에키로나가 거처의 문을 닫자마자 레헨트는 폭탄을 떨어뜨렸다.

경악한 나와는 달리 대장로는 미간을 일그러뜨렸을 뿐, 차분히 물었다.


"어느 드래곤?"


"드래곤 로드요."


아이샤의 아버지가 드래곤 로드랑 일한다고?

드래곤에 대한 좋은 기억이 없는 나로서는 상당히 껄끄러운 이야기였다.

레헨트가 아이샤의 아버지이자 에키로나의 아들이 아니었다면 당장 무슨 소리냐고 따져 묻고 싶을 정도로.


나는 입을 열어 묻는 대신 어금니를 악물었다.


"드래곤 로드라면······, 갈리아체트리냐?"


"네, 아직 그 화이트 드래곤입니다."


지금 드래곤 로드는 화이트 드래곤인 모양이었다.

인간 쪽과 백 년 넘게 교류가 없다고 해도 엘프는 기본적으로 천 년 가까이 사는 장명종이니 에키로나나 레헨트가 현 드래곤 로드를 알고 있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


"오는 길에 봤습니다.

늪의 여왕이 하얀 나무에서 벗어났더군요."


"하얀 나무 밑에 늪의 여왕이 있었다는 걸, 네가 알고 있었느냐?"


질문한 에키로나를 포함한 나와 아이샤 모두 깜짝 놀랐다.

나조차 하얀 나무 밑에 늪의 여왕이 있다는 건 하얀 나무의 상태가 악화된 후에야 알았다.

늪의 여왕의 악영향이 없었다면 하얀 나무 밑에 뭐가 있으리라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거니까.


하지만, 레헨트는 차분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걸 알게 된 것은 최근입니다.

아까 최근 대륙 전체에서 몬스터 대이동이 일어났다는 걸 말씀드렸죠.

제국 서부에 있는 과달로페 숲 근방의 피해가 크다는 것도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래, 들었다."


"게리아 사막의 소동은요?"


"그것도 들었지."


레헨트가 꺼내는 이야기는 모두 최근 몬스터의 이동의 이상 현상과 관련된 이야기들이었다.

몬스터도 자체적인 생태계가 있는 만큼 먹을 것이 부족해지만 서식지를 옮긴다.

하지만, 그 이동은 다른 생물들의 이동만큼 일정한 주기와 패턴을 가진다.

그러나 최근에 일어난 몬스터의 대규모 이동은 이상 현상이라고 따로 보고될 정도로 시기도 규모도 패턴을 벗어났다.


"두 사건은 모두 종말의 마수와 관련된 사건입니다.

그래서 제가 과달로페 숲과 게리아 사막의 소식을 듣자마자 이실리에논 숲으로 돌아온 거고요."


"잠깐, 잠깐만요."


내가 끼어들자 시선이 나를 향해 모였다.

난 혼란을 삼키며 레헨트를 향해 물었다.


"게리아 사막의 몬스터도 종말의 마수가 관련됐다는 말입니까?"


게리아 사막 쪽은 티마이오스테의 사체에 담긴 힘이 주체되지 않아서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었나?

그래서 당연히 내가 티마이오스테의 심장을 가져온 이후로는 아무 것도 일어났을 거라 생각했다.


근데, 종말의 마수라고?


하지만, 레헨트는 내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다른 것을 물었다.


"게리아 사막 중앙에 길게 갈라진 틈이 있더군.

자연적인 현상이라기엔 주변의 여파가 너무 없었어.

혹시 네가 관련된 거냐?"


에키로나가 드래곤의 심장을 완전히 흡수하는 것을 도왔으나 난 대장로에게 그 심장을 손에 넣은 위치를 정확히 공유한 적이 없었다.

티마이오스테의 사체는 내게 심장을 양도한 뒤 흔적없이 사라졌기에 내가 가진 드래곤의 심장이 티마이오스테의 것이라는 것을 아는 이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판단했기에 일단 발뺌했다.


"······왜 저라고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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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113화 변하지 않는 것들 5 24.03.27 240 11 11쪽
112 112화 변하지 않는 것들 4 24.03.25 239 14 12쪽
111 111화 변하지 않는 것들 3 24.03.23 253 12 12쪽
110 110화 변하지 않는 것들 2 24.03.22 260 10 12쪽
109 109화 변하지 않는 것들 1 24.03.19 287 11 12쪽
108 108화 독의 늪 4 +2 24.03.17 255 9 12쪽
107 107화 독의 늪 3 +1 24.03.15 268 12 12쪽
106 106화 독의 늪 2 24.03.13 274 11 11쪽
105 105화 독의 늪 1 +1 24.03.09 313 10 12쪽
104 104화 전말 7 24.03.07 305 11 13쪽
103 103화 전말 6 24.03.05 353 12 13쪽
102 102화 전말 5 24.03.03 375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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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100화 전말 3 24.02.28 392 17 13쪽
99 99화 전말 2 24.02.26 410 17 13쪽
» 98화 전말 1 24.02.24 432 17 12쪽
97 97화 하얀 뿌리 엘프 8 +1 24.02.22 431 16 12쪽
96 96화 하얀 뿌리 엘프 7 +2 24.02.20 447 18 12쪽
95 95화 하얀 뿌리 엘프 6 24.02.18 453 17 13쪽
94 94화 하얀 뿌리 엘프 5 +1 24.02.16 463 20 12쪽
93 93화 하얀 뿌리 엘프 4 24.02.14 455 20 12쪽
92 92화 하얀 뿌리 엘프 3 24.02.12 459 20 13쪽
91 91화 하얀 뿌리 엘프 2 24.02.10 490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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