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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창의 마법사가 회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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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몽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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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31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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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5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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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7화 독의 늪 3

DUMMY

- ······."


"순서가 꼬였군요."


- 그렇다.

원래라면 내가 가장 먼저 깨어났어야 하는 것을······.


눈앞에 보이는 것은 구더기가 들끓는 죽은 수탉의 머리였으나 머릿속을 울리는 목소리는 차분했다.

그 괴리감이 내 기분을 한층 더 으스스하게 만들었다.


"제가 품고 있는 심장은 티마이오스테의 심장입니다.

알고 계십니까?"


내가 티마이오스테에게 심장을 양도받을 때 왜 나서지 않았냐는 말을 돌려한 것이었다.

하지만, 앙그라델은 낮게 웃었을 뿐이었다.


- 알고 있다.

티마이오스테에게 심장을 받은 후 나를 깨웠으면 일대가 이정도까지 오염되지 않았을 것이다.


앙그라델의 말을 마치 나를 탓하는 것처럼 들렸다.

때문에 나는 상당한 억울함을 느껴야 했다.

아니, 티마이오스테한테 아무것도 듣지 못했는데 이 밑에 앙그라델이 있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 그대를 탓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안타까울 뿐이지.

예정한 것보다 많은 생명이 목숨을 잃었으니까.


티마이오스테의 무덤이 있는 부근에는 유목민의 땅이 없는 걸로 아는데······.

앙그라델이 말하는 목숨을 잃은 생명이란 일부 지성체만을 지칭하는 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앙그라델의 오염이 뻗은 주변은 모두 죽음의 땅이 되었으니까.


- 예비된 과정은 뒤틀렸으나 다행히 늦지 않았다.

아직 기회가 남았으니 그대가 모든 것을 바로잡을지어다.


앙그라델의 말에 난 대꾸하지 않고 비뚜룸한 미소를 입가에 그렸다.

사실 세상의 멸망이니 잘 와닿진 않지만, 본래라면 시도조차 하지 못할 드래곤에 대한 복수를 이룰 수 있게 해준 힘을 얻은 대가라고 생각하니까.


내게 카달리우스를 죽여 없애고 싶은 이유가 없었다면 선조가 남긴 의무든 책임이든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카달리우스를 죽여 없앨 이유가 있는 지금은 그 반대지만.

이누에타나 카이샤르가 내 선조인 것이, 드래곤 한 마리 분의 생명력이 필요한 이 선조가 남긴 과업이 아주 기껍다.


- 방법은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종말의 네 마수를 하나로 합치는 것은 카달리우스를 잡아 놈의 생명력, 또다른 드래곤의 심장을 손에 넣은 후에나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게리아 사막 전체를 오염시키고 있는 앙그라델을, 지금 이 자리에서 내 관리하에 받아들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아니, '어렵지 않아졌다.'


나는 말없이 손을 뻗었다.

팔찌가 채워진 왼손이었다.


후웅!


이전 다른 세 마수를 손에 넣었을 때와는 비슷하지만 다른 양상이 펼쳐졌다.

내 안에서 자리잡은 샤르나데의 알은 이제 완전했고, 팔찌의 역할과 그 힘 또한 온연히 이해한 상태였다.


가르누달, 롱누스, 키르모시아나를 복속시키는 데에 보조했던 팔찌.

과달루페 숲에서 가르누달과 롱누스를 복속시키기 위해 이 팔찌를 처음 꺼냈을 때, 할아버지는 구속의 신 악티시온나 지배자 에우리데안을 떠올리셨지만 이 팔찌를 남긴 신은 그 둘 중 하나가 아니다.


이 팔찌를 남긴 신의 이름은······.


"······계승하는 자 타키투스."


내가 신의 이름을 말하자 팔찌를 중심으로 앙그라델의 신형이 우그러들기 시작했다.

연기처럼 무너져 신기루처럼 모습이 흩어진다.

그리고 그렇게 무너진 신형은 팔찌로 흡수되었다.


"······."


본래 은빛으로 빛나던 팔찌는 앙그라델의 색을 흡수하니 그 색이 변해 이젠 검고 탁한 빛을 띄었다.

티없이 매끄러웠던 표면 또한, 닭의 깃털같은 무늬가 얼핏 눈에 보였다.


앙그라델은 다른 세 마수처럼 내가 원할 때마다 부르거나 돌려보낼 수 없다.

몸집을 줄일 수도 없고, 내게 힘을 빌려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럴 수밖에.

앙그라델은 다른 세 마수와는 그 목적이 다르니까.

앙그라델은 이제 다른 세 마수를 한데 모으는 그릇으로 쓰일 것이다.


"유젤!"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저 멀리서 들렸고, 고개를 쳐들자 아득한 높이에서 미뉴가 추락하듯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앙그라델이 사라지자 주변을 압박했던 오염이 옅어지는 모양이었다.

그러니 미뉴가 그 낌새를 눈치채고 날아오는 모양.


세차게 날갯짓 해서 날아오는 미뉴를 향해 녀석에 내 팔에 내려앉을수있도록 손을 뻗었다.

미뉴 녀석의 덩치가 덩치인지라 적당한 감속 없이 추락하듯 내려온 녀석의 주위로 눈을 뜨기 어려울 정도의 강풍이 들이닥쳤다.


후웅!


"유젤!"


바람에 휘날린 모래 알갱이가 입안에 들이찼다.

그 모래 알갱이를 몇번에 걸쳐 뱉어낸 후에야 제대로 입을 열 수 있었다.


"······프읍."


"아, 미안."


미뉴가 사과했지만 입과 눈으로 튀긴 모래는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간단한 세척 마법을 쓴 후에야 제대로 입을 열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위에서 기다리지?"


"응. 일단 내가 먼저 내려왔어."


미뉴는 내게 대꾸한 뒤 주변을 둘러봤다.

앙그라델의 신형은 깨끗히 사라진 후였으므로, 미뉴의 눈에 보이는 것은 이전에 티마이오스테에게서 심장을 얻었던 무덤의 모습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일 것이다.


"앙그라델을 만난 거야?"


"응."


"별 일 없었나보다."


"응,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렸어."


미뉴에겐 앙그라델을 만나 나눈 이야기와 대략적인 자초지종을 설명해주었다.


"······그럼, 다른 세 마수도 예정대로였다면 앙그라델처럼 대화가 통하는 상태였을수도 있었구나."


"아마 틀림없이 그랬을 거야."


난 그렇게 미뉴에게 대꾸하며 주변을 탐색하듯 마나를 뿌렸다.

그럴 리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또 같은 곳을 다시 찾아오는 일은 사양하고 싶었으니까.


"······응?"


"왜? 뭐 있어?"


"응, 잠깐만."


나는 거미줄처럼 뻗은 감각에 느껴지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방이 어두워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히 뭔가 있었다.


"······저번에는 못 봤던 것 같은데."


난 그렇게 중얼거리며 바닥에 반쯤 파묻힌 물건을 꺼내 집어들었다.

손톱만하게 반짝이는 그것은 애써 찾지 않았으면 결코 발견하지 못할만큼 작았다.


"일단 챙겨가야겠네."


미뉴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공간 주머니 안에 손에 쥔 것을 집어넣었다.

분명 쓸모가 있을 것이다.

그런 뒤 고개를 젖혀 거리를 다시 한번 가늠했다.


"저번처럼 롱누스나 가르누달의 도움을 받을 거야?

아니면 마법?"


"음······,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난 그렇게 대꾸한 뒤 미뉴를 품에 껴안았다.

그리고 바닥을 확인한 뒤 그대로 위를 향해 발을 굴렀다.


"······!"


품에서 미뉴가 기겁하는 게 느껴졌지만 그대로 지상으로 향했다.

마법을 쓰는 게 익숙해져서 잊고 있었는데, 내 신체능력도 이젠 평범한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이란 말이지.


몇 번의 도움닫기 만으로도 지상에 도착했다.

상당히 깊은 곳에서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도착을 미뉴 녀석이 날아가는 것만큼이나 금방이었다.


"무사했군."


지상에 도착하자마자 나를 발견한 레헨트가 말했다.

아이샤와 레헨트 두 사람 모두 무척 놀란 듯 보였으나 내가 무사한 것을 보고 안도한 눈치였다.


"자네를 끌고 들어간 게 앙그라델이란 말인가?"


반쯤 자의로 끌려들어가긴 했지만, 아이샤와 레헨트 두 사람이 보기엔 내가 저항도 못하고 끌려들어가는 것처럼 보였으니 두 사람의 반응은 당연한 반응이었다.

다만, 나를 도우러 곧장 뛰어들지 않은 것은 미뉴의 만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미뉴가 나를 끌고 들어간 괴물(?)에게서 적의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고.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미뉴의 머리깃을 슬쩍 긁어주었다.

미뉴가 상황 판단을 잘해주었기 때문이었다.


엄밀히 말해 내가 당한다면 아이샤와 레헨트는 뒤도 보지 않고 도망치는 게 나았다.

두 사람이 힘을 합쳐봤자 나보다 못한데, 내가 이기지 못한 상대라면 두 사람이 상대가 될리 없으니까.


"자네가 그렇게 간단하게 당하지 않을 거라 믿기도 했고 말이지."


말린 것은 미뉴였지만, 그렇게 믿은 것은 아이샤였던 모양이다.

쑥쓰러움에 뒷머리를 긁적이다가 미뉴에게 했던 설명 그대로 내가 아래에서 겪은 이야기를 두 사람에게 했다.


"역시 우리 도움은 전혀 필요 없었다는 말이네."


"······말이 통하는 상태라곤 상상도 못했어."


내 설명을 들은 두 사람 모두 앙그라델을 처음 봤을 때 내 반응과 똑같았다.

대화가 통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는 반응.


"주변이 이렇게 삭막해졌으니 틀림없이 이성을 잃은 상태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에요."


"그러게 말이다."


거기에 대해선 앙그라델을 위해 내가 변명했다.

물론, 앙그라델은 그런 오해를 산다고 해도 전혀 신경쓰지 않을 테지만.


"오염은 불가항력이었던 모양이에요.

자신의 힘인데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한 것 같달까."


"이성은 있는데 힘은 컨트롤하지 못했다는 말인가?"


"뭐, 그렇죠."


레헨트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물었으나 나는 그 물음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이었으니까.


"그럼 지금 앙그라델은······."


반대편에서 아이샤가 물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왼손을 들었다.

그 왼팔에는 '계승하는 자'라고 불리는 신 타키투스의 힘으로 앙그라델을 봉인한 팔찌가 걸려있었다.


"이젠 여기에 들어가 있지."


"······모양이 변하지 않았어?"


아이샤가 예리하게 지적했고, 나는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 변했어."


앙그라델을 봉인하기 전의 원래 팔찌는 은빛으로 매끄럽게 빛나는 간소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앙그라델을 흡수하니 전체적으로 색이 변해 이젠 검고 탁한 빛을 띄었다.

매끄러웠던 표면에는 거친 무늬가 생겼다.


잠시 우리 사이에 침묵이 생겼다.

예상보다 앙그라델의 일이 빨리 마무리 된 까닭이었다.

또한 다음 여정은 나를 제외한 두 사람은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한참의 침묵 끝에 레헨트가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카달리우스를 잡으러 갈 겁니다."


레헨트가 입을 열기 무섭게 나는 말을 끊듯 내뱉었다.

길고도 긴 여정이었다.

아니, 실제론 내가 원래 계획했던 것보단 훨씬 빨랐지만 시간을 되돌린 이후 카달리우스 그 도마뱀 새끼만 떠올리면 이를 갈았던 것을 생각하자면 내 인내심에 경의를 표할 수 있을 정도였다.


"괜찮겠나?"


레헨트는 무척 걱정스러운 얼굴이 되어 내게 물었다.

처음에는 그는 엘프 태생이지만 드래곤 로드를 섬기는 자이니만큼 드래곤을 적대시 하는 것에 불편함이라도 느끼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다행히 그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레헨트의 분명 날 걱정하고 있었다.


"자네가 아무리 드래곤의 심장을 얻었다고는 하지만 상대는 고룡에 가까운 블랙 드래곤일세."


레헨트의 걱정도 무리는 아니었다.

상대는 헤츨링도 아니고 나이가 많은 블랙 드래곤.

게다가 제국과 오랜 세월 맹약을 맺어왔으니 제국이 카달리우스의 편을 들지 않을 거란 보장도 없었으니까.


자칫 잘못하면 제국과 블랙 드래곤을 동시에 상대해야할지도 모르는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뭘 걱정하시는지는 압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게 아무 생각이 없는 건 아니었다.


본격적으로 종말의 네 마수를 한데 뭉치는 데에는 드래곤 한마리 분의 생명력이 필요하다.

샤르데나의 알을 준비한 신들이나 내 시조 이누에타나 카이샤르는 그 드래곤 한마리 분의 생명력을 위해 티마이오스테의 심장을 이 자리에 안배해놓았지만······.


드래곤 한마리 분의 생명력을 손에 넣을 수 있다면 굳이 티마이오스테의 심장에 담긴 힘을 소모할 필요는 없었다.


명분은 충분했다.

드래곤 로드인 갈리아체트리 또한 묵인하기로 용언을 사용해 나와 약속했다.

카달리우스 한 놈만 잡으면 모든 게 끝난다.

내 복수도 세계의 멸망을 막는 것도.


카달리우스를 잡으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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