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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몽블 님의 서재입니다.

무영창의 마법사가 회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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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몽블
작품등록일 :
2023.10.31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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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7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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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7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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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28화 이스기리온 2

DUMMY

하늘이 불타는 시각에 도착했던 우리는 해가 지도록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움직이지 못했다가 맞겠군.


이스기리온이 게리아 사막 어딘가에 있다는 것 외에는 알고 있는 정보가 없었으니까.

탐색(Searching) 마법을 펼쳐봤자 유의미한 범위까지는 마법이 미치지 못한다.

일단 일반적인 마법에 드래곤의 흔적이 잡힐 리도 모르겠고.


그나마 의미가 있는 건 아이샤의 정령 뿐인데······.

어찌된 영문인지 주변의 정령들은 자취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전에 왔을 때도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도움이 못된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아이샤가 풀이 죽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전이란, 앙그라델을 만나기 위해 이곳에 왔을 때를 의미할 것이다.

그때는 내 감각이 멀쩡했으니, 나 또한 정령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헌데, 지금은······.

단순히 내 감각이 제한되어 정령의 흔적을 느낄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이샤의 반응을 보니 그것도 아닌 모양.


"원래 사막에는 정령이 적지 않나?"


키리에가 모닥불에 장작을 좀 더 넣으며 그렇게 물었다.

그의 말대로다.


정령은 생명력이 넘치는 곳일수록 많이 모여있고, 사막은 생명력이 넘치는 그런 환경과 정반대 환경이니 다른 곳보다 정령이 적다.

검을 쓰니 잘 모를 거라 생각했건만, 아무래도 키리에 또한 아카데미 출신이니 기본적인 지식은 있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이정도까지 아무것도 없진 않아."


아무리 사막이라고 해도 정도가 있다는 뜻.

난 고개를 젖혀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공기가 무척 맑은 덕분인지 별이 밝았다.


아무리 사막이라도 정령이 흔적도 없을 만큼 환경이 나쁜 건 아닌데······, 이유가 뭐지?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생각해보려 머리를 굴리는데, 낯선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어떤 간 큰 놈들인가 했더니, 이건 또 희한한 조합이군."


"?!"


어린아이의 목소리.

우리 중 가장 예민한 감각을 가졌을 키리에조차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것을 보면 놀란 것은 나뿐만이 아닌 것 같았다.


"그 귀걸이. 익숙한 기운이 느껴지는구나.

답하라, 인간. 그것을 누구에게 얻었는가."


열 살은 되었을까?

색이 탁한 모래빛 머리카락과 검은 눈동자를 가진 외모는 수려했으나 어딘지 모르게 이질적이었다.


나이답지 않은 태도 때문일까?

나는 답지 않게 다소 긴장해 대꾸했다.


"······이곳을 알려주신 분께 얻었습니다."


티마이오스테나 갈리아체트리와는 또다른 위압감.

저런 모습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위압감을 풍기는 존재는 딱 하나 뿐이었다.


"가장 오래된 드래곤을 뵙나이다."


이스기리온은 현존하는 최고령(最高齡)의 드래곤이라더니 인간의 모습은 열 살 남짓한 아이였다.

아이, 아니 아이의 모습을 한 드래곤은 나른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무슨 볼일이 남아 이곳으로 다시 돌아왔지?"


이스기리온은 내게 '다시 돌아왔다'고 말했다.

내가 두 번이나 왔다 간 걸 알고 있나보군.


"사라진 신들의 유물을 확인해보고 싶습니다."


"······이곳에 사라진 신들의 유물이 남아있다는 사실은 어디서 들었지?

그 귀걸이를 준 자이냐?"


이스기리온은 그렇게 물으며 내 귓가에 박힌 보석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 눈매가 무척 사나워 압박감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정말 귀걸이를 받지 않았다면 말을 꺼낸 순간 살해당했겠는데.


"네. 제게 이것을 주신 분은 현 드래곤 로드인 갈리아체트리 님 이십니다.

또한 이 귀걸이를 주시며 갈리아체트리 님께서 말씀하시길, 이스기리온 님이 그 유물을 찾는데에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하셨습니다."


귀걸이는 갈리아체트리가 보낸 일종의 보증이었다.

이스기리온의 성격은 전형적인 드래곤에 가까워보였다.

즉, 말 한 마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 자리에서 상대를 죽여버릴 수도 있다는 뜻.


"······."


공기가 한층 더 사나워졌다.

드래곤의 심기가 불편한 것이 적나라하게 느껴질 정도로.

글렀나? 라고 생각한 순간 이스기리온이 입을 열었다.


"옆에 그것은 가르데오나의 신수인가."


역시 최고령(最高齡) 드래곤.

미뉴를 알아본 모양이다.

심기가 불편해보이는 건 여전했지만 말이다.


"······따라와라."


나와 미뉴를 번갈아 쳐다보던 이스기리온이 한참만에 그렇게 말하며 뒤를 돌았다.

우리 셋, 미뉴까지 넷은 모든 짐을 그대로 두고 이스기리온을 따라나섰다.

드래곤이 짐을 챙길 여유 따윈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얼마나 걸었을까.

우리가 야영을 했던 골짜기가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걸어간 곳에서 이스리기온이 그 걸음을 멈췄다.


"······?"


어리둥절함으로 주춤하고 있는데, 이스기리온이 그 작은 손을 허공으로 치켜들더니 손가락을 튕겼다.


딱!


그와 동시에 바닥에 새겨지는 거대한 마법진.


후웅!


"이건 이동······!"


"입 열지 마라."


무심코 중얼거렸던 아이샤는 나즈막히 쏘아붙이는 이스기리온의 말에 곧장 입을 다물어야 했다.


딱!


이스기리온은 무표정한 얼굴로 다시 한 번 더 손가락을 튕겼고, 그와 동시에 우리를 둘러싼 주변 풍경이 바뀌었다.


"······여긴······!"


어딘가의 지하인 게 분명했다.

정확히는 지하 깊은 곳에 형성된 동굴.


티마이오스테가 묻혀있던 골짜기 아래를 떠올리게 하는 곳이었으나 그 골짜기 아래와 다른 것은 빛이 전혀 들지 않는 지하 공간이라는 점이었다.

빛이 전혀 들지 않는 지하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적당한 밝았다.

그 이유는······.


"······이끼가 빛나고 있네······?"


아이샤의 말처럼 주변을 은은하게 밝히고 있는 것은 푸르스름하게 빛나고 있는 이끼였다.

생긴 것은 평범했지만, 묘하게 푸른 빛을 내고 있는 이끼.


"······이전에는 건물 내부에 많이 사용했던 식물이다.

요즘은 거의 자취를 감춰 보기 어려워졌지만."


이전이라.

대체 얼마나 오래 된 '이전'인 걸까.

장수종 중에서도 제일 오래사는 축에 속하는 드래곤 중에서도 최고령(最高齡)의 드래곤, 이스기리온이 그렇게 말하자 '이전'이라는 단어가 무척 아득하게 들렸다.


우리가 빛나는 이끼를 신기해하는 동안 이스기리온은 손가락을 다시 한 번 튕겼다.

그러자 이번에는 주먹만한 빛의 구가 우리 주변에 여러개 떠올랐다.

덕분에 주변은 훨씬 밝아졌고, 그제서야 난 우리 앞에 펼쳐진 거대한 유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


이스기리온이 띄운 빛의 구슬이 비춘 것은 무척 거대한 문이었다.

바위로 만들어진 그것은 드래곤이 본체로 돌아온다 할지라도 불편함 없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컸다.


이스기리온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그 문 앞에 섰다.

열 살 남짓한 어린아이의 모습을 한 이스기리온은 그 문앞에서 더없이 작아보였지만 이스기리온은 전혀 신경쓰는 것 같지 않았다.


"······."


망설임이었을까?

순간 보인 간극에 어리둥절한 순간, 이스기리온이 아이답게 작은 양손을 들어 눈앞을 가로막은 돌문에 얹었다.

그리고 가볍게 밀었다.

평범한 문도 열리긴 할까, 싶을 정도로 작은 몸짓이었다.

허나, 믿어지지 않게도 그 작은 몸짓에 거대한 문이 밀렸고, 굉음을 내며 열리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


"······!"


우리 세 사람 모두 눈앞에 벌어진 일에 입을 떡 벌리고 있는 사이, 이스기리온이 다소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내뱉었다.


"따라와라.

안으로 간다."




*




입구부터 크기가 남달랐던 유적은 안으로 들어갈수록 그 위용을 더했다.


비록 군데군데가 상했으나 바닥을 빼곡하게 채운 타일들은 사람의 손을 탄 게 분명해보였다.

입구부터 안쪽을 향해 이어진 길목을 거대한 석조상들이 장식하고 있었는데, 하나같이 낯선 형상을 하고 있었다.

뱀의 머리를 한 인간, 머리가 셋인 인간, 드래곤의 형상, 새의 형상, 이를 모를 네 발 달린 짐승의 형상······.


"······모두 옛 신들의 형상이다."


나를 포함한 우리 일행이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따라가던 것을 보던 이스기리온이 내뱉었다.


······저게 모두······?


"······옛 신······."


내 뒤에서 따라 걷던 아이샤가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마치 새로운 지식을 접해 그를 곱씹는 것 같은 목소리.

고대 정령에 관심이 많았던 아이샤이니 옛 신이라는 존재에 흥미를 느끼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반면, 키리에는 놀랍기는 하지만 크게 감흥은 없는 것 같았다.

나는······ 반반이랄까?


"이곳은 인간들이 아직 신을 기억하고 있을 때, 그것을 기리기 위해 만든 장소이다."


갈리아체트리의 이야기를 참고하자면, 이 유적은 왕국 아스프라의 유적일 가능성이 높았다.

게다가 입구부터 이렇게 신상(神像)이 많다면······.

······신전 같은 곳인가?


"이곳은 신전인가요?"


아이샤도 같은 생각을 떠올린 모양이었다.

이스기리온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신전은 아니다."


그렇게 말하는 이스기리온의 표정이 좋지 않았기에 추가적인 질문은 할 수 없었다.

신전이 아니라면······, 왜 이렇게 신상(神像)이 많은 거지?


"······!"


그런 의문을 떠올리며 주변을 자세히 살피다가 발을 헛딛었고, 그대로 넘어질 뻔했다.

그런 나를 재빠르게 붙잡아 준 것은 키리에였다.


"조심해라."


"······고마워."


마력을 사용하는 감각이 손상된 것과 더불이 뭔가 바보가 된 느낌인데.

민망함에 눈을 질끈 감았다 뜨는데 앞서가던 이스기리온이 다소 한심하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는 게 들렸다.


······젠장.


"이번 대의 대적자는 영 멍청한 놈인 것 같군."


저평가를 받은 것은 마음 아팠지만, 간과할 수 없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번 대'라니?


"······이번 대의 대적자라니······, 다른 대적자가 있었습니까?"


이스기리온은 그 불투명한 눈동자로 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영 불편한 눈빛이다.


"네놈은 이누에타나 카이샤르의 자손이 아닌가?"


이스기리온은 내 곁에 있는 미뉴를 고갯짓하며 그렇게 물었다.

아무래도 이스기리온이 말하는 이전 대적자는 내 시조인 이누에타나 카이샤르를 의미하는 모양이었다.

미뉴를 보자마자 가르데오나의 신수라는 것을 알아보더니, 이누에타나 카이샤르와 만난 적 있는 건가······?


"제 시조를 아십니까?"


"만난 적 있다. 아주 오래 전에."


······그래, 아주 오래 전이겠지.

말 그대로 이누에타나 카이샤르는 카이샤르 가문의 시조니까.

어린애같은 겉모습과 달리 이스기리온은 정말 최고령(最高齡) 드래곤이 맞긴 한 모양이었다.


이스기리온은 잠시 추억에 잠기는 것처럼 말이 없었다.

나쁜 기억이 아닌가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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