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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창의 마법사가 회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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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몽블
작품등록일 :
2023.10.31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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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1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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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31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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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화 변하지 않는 것들 7

DUMMY

이틀 동안 나를 제외한 일행은 각자 흩어진 채 서로의 맡은 바를 충실히 이행했다.


란기트와 키리에는 만 하루만에 내가 말한 '소문을 퍼뜨리는 남자'를 찾아내 '소문'을 의뢰했고, 만 하루가 다시 지난 지금 빈민가에서 '드래곤이 맹약을 어겼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직 '소문'은 고의성이 다분해 듣는 이에게 위화감을 줬지만, 다시 며칠이 지나 말이 섞인다면 '소문'은 살이 붙어 보다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되어 퍼져나갈 것이다.


일주일.

딱 일주일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아이샤 쪽은······.'


아이샤는 이틀동안 내가 부탁한 몇 몇 귀족들의 동태는 물론, 황궁을 비롯한 수도 전반의 움직임을 신경써줬다.

평소와 다른 움직임이 있다면 뭐든 도움이 되지 않겠냐면서.

아무리 아이샤라도 그건 상당히 피곤한 일이었을 텐데도 말이다.


다행이 이틀 동안 어디에서도 이렇다할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난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이 모든 상황이 폭풍 전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너무 조용해.'


이전에도 이랬던가?


애석하게도 난 이전 생에서 카달리우스가 모든 상황을 장악했을 상황을 정확히 모른다.

모든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의 난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었으니까.


사소한 인생의 굴곡조차 겪지 않은 순진한 애송이.

그래서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가진 것을 모조리 빼앗긴, 아무런 힘 없는 애송이.


현재 내가 기억하고 생각하는 것은 그 모든 것을 잃은 후에야,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왜 이렇게 된 건지 사무치게 생각한 끝에 내린 결론들이다.


모든 것이 끝난 후에 되짚어 생각한 것들.

그렇기에 아쉽게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던 것들 외에는 내가 아는 것은 많지 않다.

특히 당시에도 은밀히 진행되었던 것들은······ 나로서는 알 방법이 없으니까.

그저 추측할 뿐.


그렇게 생각하며 난 눈앞에 있는 황궁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여전히 더럽게 높군."


내가 현재 서있는 곳은 황궁 서쪽 성벽과 마주보고 있는 거대한 나무의 위였다.

평범하게 거리를 오간다면 날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내가 딛고 선 나뭇가지는 높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궁 안쪽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성벽이 높은 것은 물론이고 황궁 자체가 더럽게 넓기 때문이었다.


드래곤의 심장을 손에 넣은 이후로 내 전반적인 신체능력은 평균적인 성인 남성의 신체능력을 크게 웃돌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비마법적인 수준.

더럽게 넓은 쥬시브데나 제국의 황궁은 그러한 내 시력으로도 완전히 보이지 않았다 .


역시 마법 없이는 무린가.

잠시 고민하던 나는 황궁 방향을 향해 광범위한 마력의 그물을 뻗었다.


미세하게.

대기 중의 마나와 거의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아주 미세하게.

혹여 누군가 내 마력의 기척을 느끼더라도 대기 중에 퍼진 마나와 헷갈릴 수 있을 정도로.


내가 대기 중으로 퍼뜨린 마력은 실보다 가늘게, 끝없이 뻗어나갔다.

그렇게 직진하던 마력은 황궁 외벽에서 딱 다섯 걸음 떨어진 지점에서 멈췄다.

무언가에 가로막힌 것처럼.


'······역시······.'


황제가 기거하는 황궁은 수도, 아니 제국에서 가장 중요한 건물일 것이다.

당연히 기본적인 방어체제가 형성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건 좀 큰데?


물론 황궁을 둘러싼 방어 마법에 대해 알고는 있었다.

그걸 실제로 보는 게 처음일 뿐.


'하나······, 아니 두 겹인가.'


상시 발동형으로 보이는 방어 마법 하나.

얼핏 보면 그것 하나가 전부처럼 보였지만, 자세히 보조 마법이 하나 더 숨겨져있었다.

아마 공격받는 즉시 상시 발동형을 보조하거나 강화하는 용도겠지.


평소 황궁을 드나들 때 아무런 제재가 없었던 걸 보면······, 마법적 방어 마법일 가능성이 높았다.

외부에서 갑작스럽게 공간이동을 사용하거나 공격마법을 사용한다거나 하는 것에 대한 방어 마법 말이다.


자세한 용도는 마법의 구조를 해석해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지만.

하지만, 미뉴 없이 무작정 시도하기엔 카달리우스 놈에게 들킬 확률이 높았다.

마법을 해석하려면 그 전체를 내 마력으로 엮어 살펴봐야 한다.

그렇게 하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마력을 노출하게 될 테고, 그건 카달라우스 놈의 눈길을 끌 가능성이 높았다.


······안으로 들어가야 하나?


"젠장."


난 욕설을 중얼거리며 품에서 새벽 여신의 베일을 꺼내 몸에 둘렀다.

······위험 요소는 최대한 배제하고 싶었는데.


나는 바닥에서 작은 돌멩이 하나를 허공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그 돌멩이를 정면을 향해 던졌다.

돌멩이는 무엇하나 걸리는 것 없이 성벽을 깨끗하게 넘어갔다.


'역시.'


황궁을 둘러싼 방어 마법은 마법 방어에 특화된 모양이다.

성벽 자체가 워낙 높아서 그 부분은 비교적 허술한 것 같았다.

그렇게 판단한 나는 여태 있던 나무에서 뛰어내린 뒤, 정면의 성벽을 향해 뛰었다.


탁, 타닷!


그리고 예상대로 성벽을 그래도 뛰어넘을 수 있었다.

성벽이 많이 높긴 했지만, 어려움은 없었다.

······하긴, 어지간히 미치지 않고서야 성벽을 넘어 들어오리라고 상상하지 않을 테니까.

그것도 마법 없이 말이다.


"······?"


정찰을 돌던 근위병이 무언가를 들은 모양이었지만, 새벽 여신의 베일이 가진 능력은 탁월했다.

새벽 여신의 베일이 내 모습은 물론이고 기척까지 지워준 덕분에 근위병과 정면으로 눈을 마주쳤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태연할 수 있었다.


물론, 나와 눈이 마주친 남자는 눈이 마주친 것도 깨닫지 못한 모양이지만.


"······."


근위병은 내가 선 곳을 빤히 쳐다보다가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더니, 잠시 뒤 원래 가던 방향을 향해 다시 걷기 시작했다.

난 근위병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


'······이쪽은 서궁 쪽인가.'


랑데 골목 방향에서 들어왔으니, 서궁 방향이 맞을 것이다.

쥬시브데나 제국 황궁은 전체적으로 직사각형 모양이고, 동문과 서문 어느쪽에서 들어오든 황제의 거처가 있는 중앙 궁까지 거리가 같다.


물론, 중앙 정문으로 들어간다면 걷는 수고를 가장 줄일 수 있겠지만······.

애석하게도 그 방향에는 정찰을 도는 근위병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아무리 새벽 여신의 베일이 내 기척을 감춰준다고 해도, 그 많은 수의 근위병 사이를 태연하게 걸어다니기엔 부담스러웠다.


주위를 살피며 걷는데, 다시 한 번 사람의 기척이 들렸다.


"······인데······."


······근위병이 아닌 것 같은데.

나는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실이야?"


"아무래도 그렇지 않을까?"


소리의 근원은 두 명이었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 두 명으로 옷차람을 보아하니 두 사람 모두 시녀로 보였다.


하녀도 아니고 시녀가 이시간에 무슨 일이지?

절로 의문이 떠올랐지만, 조금 더 어려보이는 시녀의 말에 난 그대로 숨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황녀 님도 아카데미로 돌아가시지 않으신지 벌써 두 달이 넘었고."


"그건 그렇네.

이번엔 정말 심각한 걸지도."


로안과 황제 부근에서 일하는 시녀들이다!

아니, 적어도 황제의 현재 상태를 추측해볼 수 있을 정도로 황궁의 중앙까지 들어갈 수 있는, 지위가 높은 시녀.


"란센 선생님도 얼마 전부터 중앙 궁에서 거의 살다시피 하시잖아?"


"응, 그것도 그렇네······.

그러고보니, 나 며칠 전에 란센 선생님이 새벽에 불려나가시는 걸 본 것 같아."


"새벽에?"


"심부름이 있어서 새벽에 일어나 있었거든.


"그런데, 그건 예전에도 종종 있었던 일이잖아?"


갈색 머리 시녀가 의아한 듯 물었다.

나도 그 말을 들으며 같은 의문을 떠올렸다.

황제는 종종 발작을 일으켰고, 전담의인 란센은 황제의 지병이 악화될 때마다 황궁에서 종종 기거했다.


그러니 란센이 최근 황궁에 오래 머물고 있다는 것은 황제의 지병이 악화되었다는 뜻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늘 있던 일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질문을 받은 붉은 머리 시녀는 고개를 저었다.


"같은 날 세탁실 하녀한테 들은 건데, 피범벅이 된 천이 많이 나왔대."


······뭐······?

그 이야기가 얼마나 심각한 이야기인지 갈색 머리 시녀도 아는 모양이었다.

갈색 머리 시녀는 새된 비명을 내뱉으며 말했다.


"세상에, 몰랐어."


"그랬겠지. 당연한 일이야.

폐하께서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신지 꽤 됐는데,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된 건 아무것도 없잖아.

그런데 그런 상태에서 피묻은 천이 많이 나왔다는 건······."


"아아, 정말 국상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까?"


국상이라니.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시간이 없는 건가?

새벽 여신의 베일 덕분에 내가 옆에 있는지 모를 텐데도, 붉은 머리 시녀가 목소리를 조금 더 낮추며 속삭였다.


"응, 아무래도.

다들 쉬쉬하는 모양이지만."


"하긴······."


앞선 내용도 충분히 충격적이었으나, 뒤이어진 내용이 날 얼어붙게 만들었다.


"얼마 전부터 이제르바이잔 님도 와 계시잖아."


······할아버지가?

할아버지가 여기 계시다고?


"이제르바이잔 님이?"


"몰랐어?"


"몰랐어."


"동쪽 궁에 계시는 것 같던데.

나도 정확히는 몰라."


두 시녀는 그 이후로도 다른 말을 주고 받으며 중앙 궁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나 나 또한 중앙 궁을 목적지로 걷고 있었음에도 나는 더이상 발걸음을 뗄 수 없었다.


"······할아버지가 여기 계시다고?"



*



우연히 만난 시녀들을 통해 할아버지가 여기 계시다는 것을 알게된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카달리우스와 황제, 로안이 있는 중앙 궁이 아닌 할아버지가 계시리라 생각되는 동쪽 궁으로 향했다.


내가 몰래 들어온 서쪽 궁과 동쪽 궁은 정반대 편에 있기에, 단순한 도보로는 거의 자정이 넘은 시간이 되어서야 동쪽 궁에 도착할 수 있었다.


"······."


로안의 거처가 있는 덕분에 가 본 경험이 있는 서쪽 궁과는 달리, 동쪽 궁은 나도 처음 와보는 방향이었다.

서쪽 궁은 온갖 편의 시설이 몰려 있는 반면, 동쪽 궁은 대부분 행정 및 군사와 관련된 시설로 구성되어 있다.

대마법사의 지위를 가진 할아버지라면 몰라도 나와는 거리가 먼 장소.


······아니, 아니군.

카달리우스한테 붙잡혀서 갇혀있던 감옥이 동쪽 궁 방향이었나?


'······갑자기 안 좋은 기억이 떠올랐네.'


짜증이 치솟는 걸 억누르며 주변을 훑었다.

정찰을 도는 근위병 몇 명의 기척이 느껴졌고, 시야에도 둘이 눈에 띄었다.

서쪽 궁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른데.


내가 무언가의 위화감을 느낀 것은 그때였다.


"······?"


나를 기준으로 궁의 왼쪽에서 공간의 일그러짐이 눈에 띄었다.

밤이 깊어 주위가 어두운 데다가 그 일그러짐의 정도가 미약했기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칠 수 있을 정도로 미세한 일그러짐이었다.


나는 천천히 다가가 그 일그러진 허공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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