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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몽블 님의 서재입니다.

무영창의 마법사가 회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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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몽블
작품등록일 :
2023.10.31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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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1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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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3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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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화 독의 늪 2

DUMMY

천천히 번져나가던 키르모시아나의 영역은 내 마력을 바탕으로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했고, 점점 더 범위를 키워나갔다.


"걷는 건 좀 힘들지만, 훨씬 낫군."


질척한 바닥을 걷는 것은 모래와는 또다른 어려움이 있었지만, 적어도 오염을 걱정하지 않을 수 있었다.

끝까지 그럴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무리가 오나본데."


아무리 종말의 마수라도 환경이 다른 영역을 자신의 영역으로 바꾸는 것은 한계가 있는 모양이었다.

무엇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도 아니고, 사막의 지하수를 끌어와 영역 변화에 보태는 중이었으니까.


끼이이······.


키르모시아나가 애처롭게 울며 안간힘을 썼지만, 아까부터 주변 환경이 바뀌지 않았다.

처음에 비해서 진흙의 비율도 많이 떨어진 것 같고.


"키르모시아나, 이리 와."


나는 손을 뻗었고, 늪의 여왕은 그대로 내 손을 타고 올라왔다.

질척하고 축축한 기운이 내 양 손을 가득 채웠다.


"흠······."


키르모시아나는 내게 복속되어 있으니 영역이 더이상 바뀌지 않는 것에 마나가 문제는 아닐 것이다.

나도, 내 마나를 공급받는 키르모시아나도 마나는 부족하지 않았으니까.


마나보단 사막 외곽보다 중앙에 가까워졌으니 앙그라델의 영향력이 커진 이유도 있을 거고, 현재 위치의 지하수가 부족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영역의 종류를 바꾸는 건 안되나?'


난 그렇게 생각하며 늪의 여왕을 향해 고객를 숙였지만, 가르누달이나 롱누스와는 달리 늪의 여왕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날 올려다 볼 뿐이었다.


여전히 키르모시아나에겐 의식 전달이 잘 안되네.

이유가 뭐지?


"음······.

키르모시아나, 영역의 범위를 주변 환경이 아니라 우리 세 사람으로 한정할 수 있겠어?"


키이?


일단 중요한 문제는 그게 아니었기에 내가 떠올린 생각을 키르모시아나에게 설명했다.

가르누달이나 롱누스에게는 이미지만으로도 내 의지가 전달됐는데 키르모시아나는 타인에게 설명하듯 말로 해야해서 녀석을 이해시키기 좀 어려웠다.


"할 수 있겠어?"


키잇!


길게 설명한 보람이 있었는지 키르모시아나가 힘차게 대답했다.

그리고 주변 영역이 아닌 나와 아이샤, 레헨트 그리고 미뉴까지 포함한 주변에 힘을 사용했다.


화앗!


키르모시아나가 영역의 범위를 바꾸자 우리 모두의 몸을 둘러싼 얇은 막이 생겼다.

아니, 옅은 안개같다고 해야하나?

그리고 그것은 레헨트와 아이샤의 눈에도 보이는 모양이었다.


"이건······."


"늪의 여왕의 힘인가?"


나는 키르모시아나를 손에 올려놓은 채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염이 깨끗하게 중화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옷가지나 살갗이 녹아내리는 일은 없었다.

몸 군데군데가 따갑긴 하지만, 치명적인 건 아니니까.


우리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



얼마나 걸었을까?


갈수록 오염이 짙어지는 게 느껴졌다.

키르모시아나의 힘으로 오염을 중화하며 나아갔음에도 아이샤가 갈리아체트리에게 받은 정령으로 우리의 상처를 동시에 치료해야 했을 정도로.


아마 갈리아체트리에게 받은 정령이 없었다면 나를 제외한 두 사람은 길을 포기해야 했을 것이다.


중앙을 둘러싼 주변부의 오염은 키르모시아나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었으니 따로 방어 마법이 필요했는데 나를 제외한 두 사람의 마나로는 그만한 방어 마법을 연속으로 유지하기 어려웠을 테니까.


갈리아체트리에게 받은 정령은 그 몫을 톡톡히 해냈다.

키르모시아나가 미처 막지 못한 오염을 갈리아체트리가 아이샤에게 건넨 정령이 충분히 보완해주었으니 말이다.


오염은 티마이오스테의 사체가 있던 자리의 갈리진 틈, 티마이오스테의 무덤에 다다르자 극에 달했는데, 어느 지점을 통과한 순간부터 갑자기 오염이 옅어지는 게 느껴졌다.


태풍의 눈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어느 순간부터 숨통이 탁 트이는 걸 느낄 수 있었고, 그와 동시에 목표 지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난관을 헤치고 무덤에 다다른 것은 어느덧 어둠이 땅에 짙게 내리깔린 시각이었다.

달이 밝았지만, 거대하게 벌어진 공동(空洞)을 살피기엔 달빛만으로는 부족했다.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릴 건가?"


레헨트가 물었으나 나는 잠시 고민했다.

티마이오스테의 사체가 있던 자리는 갈라진 골짜기 저 밑이다.

날이 밝아도 저 아래까지 빛은 닿지 않을 테니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앙그라델이 이미 모습을 드러냈다고 하셨죠?"


"그렇네."


티마이오스테에게 심장을 얻을 때와는 상황이 달랐다.

그때는 내가 티마이오스테를 '깨운' 거고, 이번엔 앙그라델이 이미 '깨어나 있는' 상황이니까.

가르누달과 롱누스, 키르모시아나 모두 내게 복속되기 전까진 상당히 적대적이었으니 앙그라델의 수탉 또한 내게 적대적일 것이라 전제하는 게 옳았다.

당연히 방비 없이 무작정 내려갔다간 앙그라델에게 공격당할 것이다.


한동안 입술을 짓씹던 나는 최대한 땅 속 깊숙히 마나를 뻗었다.

이전에 내가 곧잘 사용하던 탐색(Searching) 마법이었으나 그 섬세함은 이전과 차원이 달랐다.

상하좌우 중 위를 제외한 세 방위로 마나를 뻗자, 우리가 선 곳에서 멀지 않은 위치에서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뭐가 이렇게······ 커?'


땅 아래 잠들어 있었던 티마이오스테의 덩치도 무척 컸지만, 땅이 워낙 깊게 갈라진 터라 갈라진 공동에 비해 티마이오스테의 몸이 차지한 범위는 일부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 내 감각에 닿는 앙그라델의 존재는······, 적어도 티마이오스테의 3배가 넘었다.


아니, 다섯 배인가?


대기 중에 흩어진 마나만으로 감각하는 놈의 모습은 불명확했다.

이상했다.

대기 중에 존재하는 마나에 대한 영향력도 지배력도 월등한 지금 마나로 감각하는 존재는 오감으로 느끼는 것만큼이나 선명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 느껴지는 앙그라델의 존재는 무척 어지러웠다.

마치 무언가가 방해하는 것처럼.


어둠 속에서 기다란 무언가가 내게 쇄도한 것은 그때였다.


"유젤!"


굵직한 무언가가 순식간에 나를 휘감았다.

저항하려고 했으나 나를 멈칫하게 한 것은 내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온 목소리였다.


"······!"



*



"······젠장."


망설인 순간 끌려들어온 건가.

몸뚱이는 무거웠고 시야는 어두웠다.

앞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뻗은 손과 누운 자세라 등에 닿은 딱딱한 바닥이 느껴졌다.

골짜기 아래까지 끌려들어온 모양인데.


"······후우······."


목덜미가 선뜩했다.

아무리 해가 진 뒤 사막, 그리고 그 사막의 땅 아래라도 지나치게 온도가 낮았다.

조금만 밝았어도 입김이 하얗게 얼어붙는 것을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난 주변을 경계하며 조심스럽게 마나를 뭉쳐 빛의 구슬을 하나 만들었다.

일부러 횃불만한 조도로 조정한 빛의 구슬은 내 머리 높이에서 생겨나 내가 의도하는 대로 천천히 위를 향해 움직였다.


그리고 빛의 구슬을 그렇게 위를 향해 움직이면서 어둠을 밝혔다.

밝혀진 어둠에서 드러난 것은······.

거대한 세 개의 머리, 앙그라델이었다.


"······."


가장 정면에서 불그스름한 불빛에 비친 것은 거대한 수탉의 머리였다.

수탉의 머리 꼭대기에서 거대한 볏이 핏덩이처럼 흘러내렸고, 그 볏 밑으로 홍채가 없이 하얗게 뒤집힌 눈알이 보였다.

단단한 부리는 반쯤 벌어져 있었는데, 그 사이에서 무언가가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집중해 살펴보니 그것은 모조리 구더기였다.

꿈틀거리며 벌어진 부리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구더기.


- 눈을 떴는가.


심장을 얼어붙게 하는 광경에 넋이 나간 순간 나를 땅 아래로 끌고들어온 목소리가 다시 한번 머릿속에 울렸다.

세 가지 목소리가 동시에 울리는 것 같은 그 목소리는 무척 소름끼쳤다.

섞인 목소리 각각이 가진 불쾌함도 문제였지만 세 가지 목소리가 섞이면서 풍기는 껄끄러움은 속이 울렁거릴 정도로 불쾌했다.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멀미를 유발하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 꽤 놀란 모양이군.


나는 대꾸하는 대신 입을 꾹 다물었다.

늪의 여왕은 물론이고 어지간한 의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가르누달이나 롱누스조차도 제대로 된 대화는 되지 않았다.

내가 평소 녀석들과 주고받는 것은 제대로 된 대화라기보다는 두리뭉실한 의지를 전달하는 것에 불과했다.


서로가 연결되어 있으니 관념적인 것이 전달되는 거라고 해야할까.

하지만, 눈 앞의 앙그라델은 명확한 단어와 문장으로 제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내게 말했다.


아니, 내 머릿속에 때려넣었다는 게 정확하겠구나.

앙그라델이 하는 말은 귀가 아닌 머릿속에 직접 전달되고 있었다.

하얀 나무나 드래곤들과 이야기할 때처럼 말이다.


"······그렇게 무턱대고 끌어내린다면 누구든 놀랄 겁니다."


핫하하하하하


소름끼치는 목소리와는 대조적으로 경쾌한 웃음소리가 머릿속에서 메아리쳤다.

귀를 막아도 뇌리를 때리는 웃음소리에 다시금 불쾌감이 치솟았다.


- 그거 미안하군.

네가 도저히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아서 그랬다.


앞이 보이지 않아 신중을 가했을 뿐이었는데, 앙그라델의 입장에서는 기다리기 어려웠던 모양이었다.

뭐, 날이 밝았어도 내가 먼저 아래로 내려왔을 것 같지는 않지만.

얼핏 봐도 압도되는 앙그라델의 외견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까.


"신기하군요.

종말의 마수와 대화가 될 거라 생각하지 않아서요."


- 다른 세 마수를 손에 넣은 것으로 아는데, 아닌가?


"맞습니다."


- 나머지 셋과는 제대로 된 대화를 해보지 않은 모양이군.


"······나머지 셋은 만나자마자 대화가 아니라 공격을 시작했으니까요······?"


엄밀히 말하자면 키르모시아나는 공격한 게 아니긴 하지만, 적어도 지금 앙그라델처럼 대화를 시도하지 않았었다.

아니, 애초에 복속시키지 않은 상태로 대화가 통할 거란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


의견이 통하는 것이 복속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으니까.

하지만, 앙그라델의 말에 따르면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 ······그렇군.

셋의 성장이 생각보다 느리구나.

이성보다는 본능에 더 충실했겠어.


내 대꾸에 나를 한참 살펴보는 기색이던 앙그라델이 말했다.


"예정보다 셋이 일찍 깨어났긴 하죠."


지금 종말의 네 마수는 깨어난 순서가 예정과는 달리 영 뒤죽박죽이다.

원래대로라면 앙그라델이 가장 먼저 깨어나고 그 다음이 가르누달, 롱누스, 늪의 여왕의 순서여야 했다.


하지만, 여러가지가 뒤틀린 덕분에 가장 먼저 깨어나야 할 앙그라델이 가장 마지막에 깨어났다.

예정보다 늦게 깨어난 앙그라델은 '완성'되기에 시간이 충분했지만 나머지 셋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러지 못했다.

덕분에 내 손에 들어오기 쉬워졌지만 말이다.


- ······나는 오래 기다렸다.


사막 전체가 오염되었기에 앙그라델이 제정신이 아닐 거라 생각했더만, 그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앙그라델은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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