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딱히 부모님께 해드릴게 생각 안 나 골머리 아픔.
..........어제는 할머니 병구완+제사 크리.
친구네 집에서 돌아오니 할머니가 울산 오셨음.
근데 입원행.
그것도 정신병원 쪽인데, 우울증이심.
고모부는 우리 할머니 이런데 오실 거 아니라고 소근소근거리면서
다른 환자들 이상하게 쳐다보고
아버지는 뭐, 아버지답게 하셨고.
근데 우리 할매가 우울증이든 뭐든 정신질환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게
하시는 게 없음. 시골에서 할배랑 둘이서 사시는데
TV도 안 봐, 집안일도 밥 차리는 거 외엔 ㄴㄴ, 청소도 손 닿는 곳만.
책도 안 읽고, 텃밭도 버려뒀어, 제사도 장남에게 넘겼어, 귀도 안 좋아,
어울린 친구들은 사망 루트...... 아니면 사이가 어색해진 동네 이웃들.
시골에 내려갈 때면 언제나 멍 때리고 계셨습.
멍 때리는 거 좋지. 다만, 사람이 가만 있으면 온갖 잡생각을 하게 되는데
우리 할매는 그 생각이 주로 걱정이었음.
자식새끼, 손주새끼, 하나하나 안 좋은 점 다 들춰내면서 걱정하고 걱정하고 걱정했음.
이걸 몇 년 간 반복하면 솔직히 정신질환 오는 게 당연하지 않음?
........................할머니 뵐 때마다
소일거리, 취미를 가지라고 권유해드리지만
계속 거절당했음. 병원에서도 할머니가 살 의지가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하는데.
그 병 좀 호전하고 싶다면 자신에게 활력을 주던가
아니면 우울우울 비참하게 자기연민하다가 삶의 끝에 골인하는 수밖에 없음.
늙음이라는 거.............
그거 정말 몹쓸놈인가 싶으면서도
그전에 무기력과 만나게 해서는 안 되겠다 싶다.
001. 르웨느
14.05.08 19:53
오늘도 할머니 병문안 루트.
할머니의 말씀을 듣다보면, 미묘하게 서울에 계신 큰고모나, 아버지의 술주정 레퍼토리가 떠오른다.
다 사는 게 힘들다.
삶은 고생하라고 주어지는 거기 때문에, 행복은 셀프. 알아서 챙겨야 한다.
002. 르웨느
14.05.08 19:57
틈틈히 수정한 원고를 훑어봤다.
...............괜찮았다. 수정한 게 훨배 낫다.
그래서 남은 것들도 수정해 줘야 할 텐데, 그건 지옥이다. 끔찍해. 고치느니 새로 쓰는 게 쉽다.
그래도 이미 완결을 보았고, 이 글에게 남은 건 퇴고뿐이다.
003. 르웨느
14.05.08 20:04
.....이걸 무슨 상태라고 정리해야 하지.
길이 안 보인다. ;;;;;;;;;;;;; 그러니까 걸어갈 수도 없다. 어디를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요런 상태?
....................엄청 한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