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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나눠요] MunFeel의 〈태고도의 기억〉을 읽고.

※ 본 문서는 평대로 서술되다가 공대로 바뀐 뒤 다시 평대로 돌아가는 2중반전이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 화자 입장으로 기술하다보니 다소 건방져 보일 수도 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 본 문서는 문필님이 작성해주신 기획서를 읽지 않고 썼기에 그것에 영향받지 않았습니다.

 

 

 

 

MunFeel의 〈태고도의 기억〉을 읽고.

 

작성일: 20130529

작성자: 르웨느

 

 

 

♧ 〈태고도의 기억〉을 읽고 나니 어떠니?

글쟁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두 가지라고 해. 하나는 이상적인 세계(Utopia)를 그려내기 위해서고 하나는 불쾌하고 원하지 않는 현실(Dystopia)로부터 벗어나기 위함이라지. 대부분의 글은 글쓴이가 의도하지 않아도 그 두 가지가 담겨 있어. 〈태고도의 기억〉도 그렇다고 봐.

이 작품을 금일20130529 최신 화까지 다 읽었어. 감상부터 말하자면 첫 주행 때는 ?뿐이었어. 내가 잘못 읽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뿐이었지. 필기구를 들고 정리를 해가며 본 재주행 때야 왜 ?뿐인지 알았어. 이 작품은 불친절해.

아래 단락부터는 객관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 주관적인 감상을 배제하겠어. 비평작품 〈태고도의 기억〉을 평하는 기준은 구성이야. 최신 화까지 다 읽었지만 비평 모임의 룰 상 ‘4화. 홀로 가는 여행’까지만 다루겠어.

구성이나 문체 같은 것은 작가의 고유한 영역이라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이지. 평을 할 때도 제일 건드리고 싶지 않은 부분이기도 해. 구성에 대한 평을 쓸 때는 그 작품에 대한 애정도나 기대치가 클 때뿐이었는데 이번엔 그렇지 않아서 부담감이 커.

 

♧ 제목 〈태고도의 기억〉은 어떤 인상이었니?

바다와 향수를 떠올리게 했어. 의식하고 사유한 것은 아니지만 ‘□□도’라는 것이 섬이라는 이미지를 주었을 거라 봐. ‘기억’이란 단어도 돌이킨다는 감상을 주고 말이야.

작품 〈태고도의 기억〉을 읽고 난 이후 제목을 보니 작품 내적인 것이 아쉬웠어. 작품명이 글쓴이가 표명하고자 하는 것을 확실하게 드러냈어.

 

♧ 여는 장인 ‘Secluded places’는 어땠어?

첫 편이니 만큼 읽는 이는 작품 〈태고도의 기억〉에 대해 아는 것 없이 접하지. 또한 이 첫 편으로 〈태고도의 기억〉이 앞으로 어떤 전개를 펼칠 건지 판가름을 해.

‘Secluded places’는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서술되어 있어. 1인칭 주인공 시점은 읽는 이와의 접근성이 뛰어나지. ‘Secluded places’ 또한 그 효과를 잘 보고 있었어.

‘Secluded places’는 영문도 모른 채 납치당한 한 남자의 상황을 얘기하고 있지. 심리 묘사로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고 비관적인 주인공의 인물성도 드러내고 있어. 적대자가 초반부터 등장해서 주인공에게 동기 부여를 해.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무슨 사건인지는 언급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내는 장치도 있어.

재미나 흥미는 독자 고유의 영역이라 논할 수 없고 서장이 해야 하는 역할을 짚으면 잘 쓴 첫 화라고 봤어.

 

♧ 구성에 대해 평할 거라며?

사변思辨부터 풀겠어. 비평작품 〈태고도의 기억〉은 평자와 같은 스타일의 구성이야. 평자가 이 구성을 주로 쓰는 만큼 이 구성이 가지는 취약점에 대해서도 뼈저리게 알고 있지. 예제를 보면 무슨 단점인지 감이 올 거야. 〈묵향〉 3부와 〈비뢰도〉와 같은 구성이지. 이게 무슨 뜻이냐면 주변적 이야기를 풀어나가기엔 좋을지 몰라도 중심적 전달력은 형편없다는 뜻이야. 〈태고도의 기억〉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저 구성이 가지는 특징이 원래 그래. 물론 보완하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만 글쓴이 쪽에게 더 많은 노력을 요구하지.

이제 작품내적으로 들어가 보자. 사실 구성에 대해서 논하려면 ‘4화’가 아니라 ‘5화’까지 얘기해야 해. 허니 ‘5화’를 포함한 세부적 분석은 To be continued! 5주 뒤에 이어질 2회차에 넘기도록 하고 1회차에서는 크나큰 오류만 짚어보겠어.

서장의 역을 맡은 ‘Secluded places’는 박동구와 팀장의 강제적 협력과 자발적 적대 관계를 형성했지. 여기서 이 ‘Secluded places’의 역할이 〈태고도의 기억〉을 맛보여주는 소개문인 걸 간과해서는 안 돼. ‘Secluded places’는 박동구와 팀장의 대립구도를 잡아주었고 그것이 ‘5화’에서 해소되었어. 그럼 ‘Secluded places’가 출사한 〈태고도의 기억〉은 끝이 난 거야.

하지만 〈태고도의 기억〉은 ‘6화’를 이어가고 있지. ‘5화’에서는 팀장과의 대치가 정리되었을 뿐 박동구란 인물과 태고도에 대한 이야기는 정리가 되지 않았으니까 ‘6화’까지 이어지는 건 당연해. ‘1화’부터 ‘5화’까지를 1부작이라고 봐야지. 헌데 〈태고도의 기억〉이 그러한 구분점을 가지고 전개되지 않았다는 것을 평자는 문제로 보았어. 또한 ‘Secluded places’이 보여준 그림이 끝났으니 분기점의 새로운 상을 제시해주어야 하지 않겠어?

서장의 역할인 ‘Secluded places’가 꼭 작품 전체를 관통하거나 암시하고 있어야 하냐고 반론을 떠올릴 수도 있어. 소설은 이렇게 쓰라고 정해진 법이 없기 때문에 그 작가가 전개한 방식이 곧 법이 돼. 작가 측에서 서장의 역할을 그 정도 범위로만 제한하겠다면 아무도 간섭할 수 없지. 다만 그럴 경우 ‘Secluded places’에 관련된 내용을 기대하고 읽던 독자들이 ‘6화’에서부터 떠나버려도 작가는 할 말이 없는 거야. 해서 평자는 ‘6화’부터 2부작으로 치고 2부의 서장을 마련하길 권하고 싶어.

그럼 이제 소제목 하나씩 좀 더 세세하게 다루어 보겠어.

‘3화’ 3편에서 급자기 시점 변환이 나오지. 잠 든 박동구를 민박집 여주인이 깨울 때 말이야. 이후 팀장 파트가 나올 때마다 그러하지만 팀장 파트는 외부 카메라기 때문에 그래야만 해. 반해 여주인이 박동구를 깨울 때의 그 다섯줄을 꼭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써야 했는지 의문이야. 박동구의 잠자는 자세를 부각시키고 싶었다면

누군가의 접촉에 깜짝 놀라 깨어난다→여주인임의 손임을 깨닫는다→여주인이 “왜 그리 불편하게 자냐”고 걱정을 해준다

로 가도 돼. 충분히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도 전개해나갈 수 있는 부분이야.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시작했으니 끝까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통일해야 한다는 꽉 막힌 얘기가 아니야. 조연(작가)의 시점을 부각시켜서 외부적인 시각에서 보는 주인공을 강조하려면 혼합 시점을 쓰는 것도 센스지. 잘 쓰면 상관없는데 계단(기반) 쌓기 역인 여주인(엑스트라)을 차용하면서까지 시점 변환을 해야 할 의의가 그 다섯줄에 있는지 모르겠어.

‘3화’ 4편을 보자. 박동구가 사도를 통해서 카드의 비밀을 풀 힌트를 얻는 편이지. 사도의 출입구에서 태고도가 담긴 그림을 발견하고 카드 속의 태고도와 대조를 해. 이어 ‘날씨를 왜 보여주냐’는 의문을 갖고 한국의 기상일보와 태고도의 기상이 일치하지 않음을 깨달아. 전개가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그렇지 않아. 평자가 〈태고도의 기억〉을 첫 주행 완료했을 때 감상이 ?였다고 했지. 재주행 후 1인칭 주인공 시점의 강점인 의식의 전개가 자연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을 했어.

평자는 첫 정독에서는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여러 번 읽거나 하지 않아. 모르면 모르는 대로 보이면 보이는 대로 끝까지 읽지. 해서 전개 전달력이 나쁜 작품은 무얼 읽었는지 알 수가 없게 돼. 의식의 흐름은 인물의 개성에 따라 톡톡 튀기 때문에 작품 〈태고도의 기억〉이 전개만 하면 되는 사건이었다면 그렇게 문제 삼지 않았을 터인데 개연성을 주는 부분에서 전달성이 약해 문제로 집는 거야.

원작

발코니 창문을 통해 태고도의 그림을 발견→현대는 과거의 마술이라는 것을 실현시켰다→악몽이 끝나지 않았다→그림이 실물처럼 역동적이다→합리적인 이유를 찾는다→평면 디스플레이→대기업 횡포를 두려워한 개인의 연구 결과란 추리→과거에 마법이라 불릴 것들이 구현되었다→내 카드는 전처럼 잔잔한 바다를 보여주지 않았다→가게 속 그림처럼 카드 속 그림도 역동적이다→얇은 카드 속에 핸드폰 속 기판을 집어넣을 수 있을까?→금방 뜨거워질 것이다→구동되는 카드를 개발자가 본다면 어떻게 반응할까?→외계인과 접촉했다고 하지 않을까?→이런 게 실용화되려면 10년은 더 걸릴 것이다→그럼 진짜 외계인이 태고도와 접촉한 걸까?→카드는 섬 날씨를 왜 보여주는 거지?→우리나라 날씨랑은 일치하지 않아→그런데 가게 안의 그림과 카드의 그림은 날씨가 일치해→그럼 이곳에 있을 필요가 있나?→내게 닥쳐왔던 일련의 시련들을 속 시원하게 풀어주진 않아→태고도에 뭐가 있던 갔던 사람들이 돌아왔다가 다시 간다잖아→카드 속 그림이 맑을 때 이곳에 다시 와봐야겠다→어느새 섬 주변 노을이 붉게 물들었다→내 마음이 안정된 것을 축복해주는 것처럼

예시

발코니 창문을 통해 태고도의 그림을 발견→가게 속 그림처럼 카드 속 그림도 역동적이다→내 카드는 전처럼 잔잔한 바다를 보여주지 않네?→지금(우리나라) 날씨랑도 일치하지 않아→그런데 가게 안의 그림과 카드의 그림은 날씨가 일치해→그림과 카드는 섬 날씨를 왜 보여주는 거지?→카드 속 그림이 맑을 때 이곳에 다시 와봐야겠다

비하인드 스토리라는 게 있습니다. 사건이나 인물의 밑받침 되는 설정이죠. 의식의 전개가 작위적이다 싶어서 사변적인 것들을 서술하셨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사변적인 것들 또한 내용의 전달에 도움이 되어야 하는데, 위의 정리와 같이 논점을 중구난방으로 흩트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개는 작품의 내용을 이해하고 몰입하는데 집중력을 떨어트립니다. 읽는 이가 분명 알아두어야 할 기본 뼈대 위에 이것저것 살점을 붙일 수는 있겠지만 지나친 비계 덩어리는 비만을 초래할 뿐입니다.

당위성을 위한 설정은 작가만 알아도 될 때가 있습니다. 우선해야 할 것은 작품상의 설득력입니다.

평대에서 공대로 써버렸네요. 안 그래도 연상자 분이신지라 평대로 서술하는 게 걸렸습니다. 나머지도 공대로 잇도록 하겠습니다.

‘4화’ 1편에 관련해서 작성하겠습니다. 주인공이 ‘역으로 생각해보자’고 제안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읽으면서 왜 문명화한 현실과 문맹한 과거를 대조해야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무엇을 설득하기 위한 대조입니까.

주인공은 일탈을 바라고 있는 인물입니다. 현실성, 과학성을 가져다대려고 하지만 사실 그것은 박동구의 속에 태고도에 대한 판타지즘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죠. 스스로 납득하기 위해서, 비현실적인 환상에 젖어있지 않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서 ‘과거에 초자연적인 것이라 불렸던 것이 현대에 와서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는가.’를 외치고 있는 꼴입니다. 이건 어디까지 주인공의 심리적인 부분을 보자면 나오는 해설이고 서술 된 전개상에서 ‘역으로 생각해보자’ 부분은 의식의 흐름이 자연스러운 것 같아도 글쟁이가 스토리-라인에 따라 전개하려고 힘겹게 붙여놓은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역으로 생각해보자’ 바로 그 위에 주인공이 내놓은 전제가 ‘마법이라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것일 수도 있겠군’이었거든요. 그 전제에는 동의합니다만 그것의 근거가 되기 위해서 뒤따른 ‘역으로 생각해보자’는 과거에 사술로 부정 받던 것들이 현대에 와서 인정받았다, 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설마 박동구는 현대의 물질적과학적인 것을 보고 ‘마법이라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것일 수도 있겠군’이라고 한 것입니까? 그렇다고 하기에는 바로 그 위에 제시된 ‘상상하는 모든 것들이 가능하다’와 연결되지 않습니다.

‘4화’ 5편에 관해서 작성하겠습니다. 주인공은 9시경에 팀장에게 지시받고 차를 제공받습니다. 그 다음 전개가 아내에게 밥을 차려주는 거죠. 그 뒤 차를 타고 태고도를 찾아 떠나게 됩니다. 별것 아닐 수도 있지만 팀장과 박동구란 인물의 성격에 맞지 않습니다. 팀장은 약자의 입장을 배려해주지 않은 인물이며 박동구는 공격적이지만 내성적이고 위축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주인공의 머릿속에 심어진 장치는 박동구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감시하고 있죠. ‘5화’에서도 나오지만 팀장은 제 팀원들도 재깍 행동하지 않으면 갈구지 않습니까. 또한 그렇게 위협받고 시급한 상황에서 박동구가 아내에게 만찬을 차려줄 만큼의 강단을 가진 인물이라 보이지 않았습니다만 이건 부부 문제라서 작가의 설정 영역이네요. 미운 정 들었고 평생 못 볼 수도 있고 해서 충동적으로 감시당하고 있다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밥상을 차려주었다고 하시면 그게 진실이 되긴 합니다.

‘4화’ 7편에 관해서 작성하겠습니다.

‘지금껏 자신의 이상을 이루지 못하며,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왔지만 어떻게든 무슨 방법을 찾든 간에 이 순간부터는 다시는 끌려가며 살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발췌해온 문장에 대해서입니다. 평자는 박동구란 인물을 편협하며 배타적이고 내성적이고 협소하며 위축되어있고 자기합리화에 도피심 등이 뭉쳐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인물이 팀장으로 인해 억압당하고 태고도의 기억 몇 개를 꿈속에서 본 것으로 저러한 신념을 갖게 되는 것이 와 닿지 않았습니다.

인간은 양면적인 존재라서 부정적인 면모가 있다면 긍정적인 면모도 있어야 하는데 박동구가 보여주는 몇몇 긍정적 결과를 도출하는 행동들은 위기의 순간에 강요당할 때 도덕적인 사회 관념에 따른 것이지 박동구 개인의 고찰로 인해 나온 판단이라 보기 어려웠습니다. 다만 이것도 정신적인 부분이므로 팀장에게 억압당하여서 굴종하던지 반항하던지 기로에 놓였고 태고도의 기억을 꿈속에서 지켜보면서 부당함을 느껴 정의감이 팽배해져 저러한 결과를 도출해냈다 하면 앞뒤가 맞아떨어지긴 합니다. 허나 박동구 개인의 인물성이 그것을 마이너스 시킵니다.

‘4화’ 8편에 관해서 작성하겠습니다.

존필립이라는 개명에 관해서입니다. 이 8편에서는 자세히 서술되지 않지만 ‘5화’부터 새로운 자신이 되기 위함이라는 주장을 내세우지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속담이 있긴 합니다. 등장부터 이름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을 정도로 자기 이름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던 주인공입니다만 〈태고도의 기억〉은 자연(본연)의 소중함에 대해서 논하고도 있습니다.

이름 따위야 어찌 부르던 스타도 별이고 에스텔라도 별이고 별도 별입니다. 그 고유성이 변하지 않는다면 어느 발음으로 칭하든 그 고유한 존재인 것은 맞습니다. 헌데 박동구가 존필립이 되는 과정은 이런 사고 체계를 거치지 않더군요. 흡사 포장이 중요한 현대 물질적인 관점과 같습니다. 다시 한 번 반복하지만 박동구가 존필립이 되는 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것이죠. 스타도 별이고 에스텔라도 별이고 별도 별이지만 그 고유성은 변함이 없는 게 본연일 지언데요. 사상적인 구성에서 논리가 뚫렸다고 봅니다.

박동구와 춘장 등이 보이는 철학관에 대해서는 2회차에서 풀겠습니다. 아인님의 〈천공〉을 다룰 때도 얘기했었는데 “월량은 무위자연과 같은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며 현학玄學적인 인물이다. 이론은 이상적이나 실제로 그러하지는 못한 것을 발언하고 있어서 그 사상이 작품의 사건과 어떻게 어울려져 읽는 이에게 공감대를 형성해주거나 앎을 줄 것인지 궁금하다.”라고 썼었습니다. 〈태고도의 기억〉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읽는 이에게 어떻게 공감대를 형성해주거나 앎을 줄 것인지 의문입니다.

 

♧ 문체는 어떻게 봤니?

다시 평대로 돌아갈게. 〈태고도의 기억〉은 특별히 개성 있는 문체가 아니야. 그것이 나쁜 것은 아니야. 평범하다, 무난하다는 것은 접근성이 좋거든.

다만 지적하고 싶은 건 구성적인 관점에서의 문체야. 의식의 흐름을 위해서 이야기 전개성을 파괴하는 문장 잇기는 지양해야 한다고 봐. 난독증을 양산하기 쉽다고 판단했어.

또한 조사와 주어의 배치만 바꾼 같은 문장이 여러 번 반복하는 것도 문제라고 봐. 특별한 현상을 표현하는데 같은 묘사만 대고 있는 거잖아.

 

♧ 인물에 대해서는 뭐 할 말 없어?

여자들은 남자들과 달라. 작품에서 남성성을 발견하면 호감을 품고 애정을 주지. 모든 여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BL에 집착하는 여인네 숫자가 압도적인 걸 떠올려달라고. 자신의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여성에게 이상적인 남성을 내어주느니 차라리 좋아하는 두 남자를 붙이고 말지. 여자들은 남자들에게 감정이입하는데 은근히 관대해. 2D긴 하지만 내 남자니까 바깥에서 기 펴고 다녀야 한다고 여겨주지. 남자들이야, 뭐. 자기 여자는 짧게 입고 다니면 안 된다, 밤늦게까지 돌아다니면 안 된다, 등등만 봐도 알지? 내 여자가 되면 그 여자의 개성보다는 자기 관념을 주입하지. 남자들은 여자들에게 관념 주입하는 편이야. 아닌 남성들도 있긴 하지만 문피아나 게임 카페에 가보면…… 현실을 부정하지 말자구.

그런데 여자들이 남자들한테 감정이입해준다고 좋은 건 아니다? 그놈의 모성애(감정이입) 때문에 발목 잡히는 여자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데. 게다가 여자를 비하(감정이입)하는 건 여자가 더 잘 하거든. 성별에도 각각 장단점이 있다고 봐야지.

사설이 길었는데 박동구 때문이야. 평자가 박동구에 대해 아래 문단들과 같이 적은 건 감정이입(공감대 형성)을 못했기 때문이 아니야. 오히려 한국식 가부장이 보여서 결혼에 대해 다시금 회의적이 되었지. 작품 〈태고도의 기억〉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이 주지. 해서 어떤 등장인물보다도 주인공이 선명해. 누니도리, 수희, 엠버, 월트 등은 박동구의 관점에서 보았기 때문에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어. 박동구가 초반에 누니도리가 불친절한 안내인이라든지, 수희의 계속되는 미소가 짜증난다든지, 엠버의 서두름에 누가 데리고 살 건지 비아냥대고 월트의 수다에 대해서는 감상을 스킵 하더군. 이것들은 ‘5화’에서 더 부각되기 때문에 이 1회차 평문에서 다 쓰긴 그렇네. 후반 가서 박동구의 인식이 변하지만 첫인상이라는 게 중요하거든. 왜 하품과 짜증은 전염된다고 하잖아? 박동구가 편견 어린 관점으로 상황을 서술해주니까 읽는 이로서도 박동구란 인물과 박동구가 본 인간들 전부가 좋게 보이질 않는 거야.

구성에 대해 얘기할 때 박동구에 관해 언급한 게 있었지. ‘박동구란 인물을 편협하며 배타적이고 내성적이고 협소하며 위축되어있고 자기합리화에 도피심 등이 뭉쳐있다고 보았습니다.’ 이거. 이렇게만 서술하면 근거 없는 주장이 될 뿐이니까 근거를 대보자.

편협성: 한쪽에 치우쳐 도량이 좁고 너그럽지 못한 성질이나 특성.

박동구: 민박집에 카메라 두고 간 실수는 박동구가 했는데 정작 본인은 자신에게 시비를 건 쥐새끼 같은 놈이 훔쳐가지 않았을까 짜증을 내고 있지. 고랫부리 갈 적에도 네비게이션이 뻥 뚫린 해안도로로 안내해주지 않았다고 성질을 내. 대접을 해주며 살아야했기 때문에 식당에서 셀프하는 것은 사양이래.

배타적: 남을 배척하는. 또는 그런 것.

박동구: 팀장도 적대해. 아내도 적대해. 아내에게 그러했던 것이 정당방위라는 것은 성립되지 않아. 박동구는 아내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소통하려 하지 않아. 태고도로 떠날 때도 나오지만 틈틈이 상황을 봐서 아내가 누그러들면 그때 자기가 생각한 걸 얘기해보려고만 하지. 아내가 인형이 아닌 이상 박동구와 소통하기 위해서 도망치는 그를 공격할 수밖에 없어. 고랫부리 어촌민들도 적대해. 이건 정당방위 맞아. 관상 봐준 노인도 적대해. 복비 달라하기 전부터 심리가 아주 노인공격이지. 수희도 엠버도 누니도리도 태고도의 낯선 환경도 다 적대해. 그냥 불만으로 가득 찬 캐릭터야. 박동구는. 나름 방어기재라고도 보지만.

내성적: 겉으로 드러내지 아니하고 마음속으로만 생각하는. 또는 그런 것.

박동구: 편협하고 적대적인 생각을 많이 하지만 그것을 직설적으로 표현해내진 않지. 고랫부리에서 민박을 하게 될 때도 아내와 좋게 대화하려고 했지만 싸움으로 전화를 끊게 된 것도 마찬가지. 생각은 많아. 실천하는 건 단독적인 부분 위주거나 폭력에 반사적으로 대항할 때지.

협소하다: 사물을 보는 안목이나 아량이 좁다.

박동구: 네비게이션. 딸아이의 반말에 대우받는 느낌을 받고 싶어서 존대하게 하는 것. 스스로 거리를 벌리는 짓. 어촌의 일부만 보고 평화롭다고 하는 것.

위축: 어떤 힘에 눌려 졸아들고 기를 펴지 못함.

박동구: 아내에 대해서, 사회에 대해서, 팀장에 대해서, 자기 자신에게까지 당당하질 못하니까 화를 냄으로써 본인이 위축되어 있는 것을 감춘다고 봤어.

자기합리화: 어떤 일을 한 뒤에, 자책감이나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그것을 정당화함. 또는 그런 방어 기제. 여우와 신 포도의 우화가 한 예이다.

박동구: 아내에 대해서, 자기 자신에 대해서.

도피: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일에서 몸을 사려 빠져나감.

박동구: 가화만사성.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는 것을 뜻하는 한자성어. 아버지라는 건 어머니 못지않게 대단해.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 뿐만이 아니라고. 아버지가 하려고 한다면 어머니 영역까지 빼앗지 못할 게 어디 있어? 박동구가 요즘 세대의 아버지처럼 자기 개발서를 사보고 어떻게 하면 화목한 가정을 만들어나가고 가정 안에서의 자기 영역을 가질까 노력하는 걸 바라지도 않아. 옛날 어른들이 말씀하는 가화만사성이라도 되짚어보면 좋을 텐데. 헌데 관상 노인 공격하는 걸 보면 박동구는 어릴 때부터 어른 공경을 배우지 못했던 것 같기도 해. 그건 어른이 되면서 변하는 게 아니거든. 허니 청소년기 시절부터 어른들 말씀을 새겨듣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아. 무튼 박동구는 처음부터 이름에 대한 불만과 함께 비상구부터 언급한 캐릭터야. 일탈의 욕망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것의 또 다른 표현법은 현실에서의 도피지.

주인공이 단점이 아무리 부각 되도 장점 하나만 있으면 사랑받기마련인데 박동구에 관해서 그걸 아직 찾지 못했어. 2회차 비평 때 재주행하면서 그에 대해 찾아볼 거야.

 

♧ 끝났구나?

엉. 근데 끝냈다는 기쁨이 없네. 악평을 한 기분이야. 그 외 오탈자는 손으로 필기한 게 있는데 옮기기 귀찮아서 패스할래. 다른 분들 비평보고 없으면 그때 옮겨야지.

아인님의 〈천공〉은 옴니버스 구성이라 각 소제목마다 단편이라고 봐도 좋아. 단편의 장점은 짧다는 거지. 짧은 만큼 하는 얘기도 명확해. 뽀쟁님의 〈메지카〉는 시나리오적인 구성에 따르고 있어. 기승전결이 뚜렷해. 절정 부분이 확 눈에 띄지. 의식의 흐름이 아니라 사건의 전개기 때문에 사색적인 개연성을 서술하는 일이 적어. 반해 평자나 문필님 같은 경우는 이야기를 하기 위한 구성이고 인물의 심리가 사건(행위)에 영향을 미쳐. 평자는 그런 구성을 반십 년 넘게 써오고 있지만 장점이 커서 채택한 게 아니야. 도리어 명작이라 불리는 글, 인기 있는 글은 이런 구성으로 안 쓰는데 난 왜 이렇게 쓰고 있지? 하면서 엄청 울게 만들었던 게 이 구성이거든. 슬로우-가이드라인. 전개의 강약은 작가의 필력과 구성력에 맡기고 보다 많은 얘기를 쓰겠다는 의도로 평자는 그런 구성을 쓰는데 문필님은 한국식 판타지 소설의 구성에 영향을 받은 건 아닌지 그런 의문도 들어.

무튼 이것으로 〈태고도의 기억〉 비평을 마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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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 보물함 | EPOC 13-06-02
185 ♥을 받다 | 맹냥님께서 주신 세피아와 요네즈, 그 외. 13-06-02
184 처리중 | 20130602 *8 13-06-02
183 ♥을 받다 | 레플리카님께서 주신 요네즈와 세피아. 13-06-01
182 ♥을 받다 | 이상한수정님께서 주신 요네즈. 13-06-01
181 처리중 | 20130601 *8 13-06-01
180 ♥을 받다 | 라텐시아님께서 주신 세피아. 13-05-31
179 처리중 | 20130531 *4 13-05-31
178 ♥을 받다 | 猫香☆님께서 주신 요네즈와 세피아. 13-05-30
177 처리중 | 20130530 *6 13-05-30
176 ♥을 받다 | 에스가르데님께서 주신 요네즈. 13-05-29
» ☆을 나눠요 | MunFeel의 〈태고도의 기억〉을 읽고. 13-05-29
174 처리중 | 20130529 *8 13-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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