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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松炫) 님의 서재입니다.

고도로 발달한 과학은 마법을 지배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송현(松泫)
작품등록일 :
2023.05.10 21:09
최근연재일 :
2023.05.24 23:50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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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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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4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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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5화 눈치.

DUMMY

바텐더 남자는 턱을 쓰다듬는다.


처음 보는 얼굴이라 용돈 좀 벌 겸 마약을 먹였는데 오히려 히죽 웃더니 판매처를 묻는다.


얼굴이 조금 상기된 것을 보니 마약이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한데 고작 저 정도인 것을 보니 어지간한 마약에는 내성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수상하긴 하지만 이곳 B구역을 들어오는 놈은 두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는 구제 불능의 쓰레기, 둘째는 뭔가 믿는 게 있는 놈.


하지만 눈앞의 놈이 뭔가 있어 보이기는 조금 부족하다.


이곳은 H 구역의 높으신 양반들도 오기 꺼려하는 곳이니까.


'그냥 쓰레기군.'


그렇게 결론을 내린 바텐더는 지환에게 약을 구할 수 있는 곳을 알려준다.


"이곳을 나가서 3블록 뒤의 회색 3층 건물이다. 거기로 가봐."


바텐더의 말에 지환은 빙긋 웃는다.


사실 지금 지환의 반응은 리아로 만들어낸 신체 반응이다.


전형적인 마약 중독자의 몸의 떨림, 동공의 움직임, 혈색까지.


모두 리아를 이용한 지환의 연기였다.


"고맙군, 잔돈은 됐어."


그렇게 말하고 지환은 지폐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렸다.


그리곤 빠르게 그 자리를 벗어났다.


<어때 리아 뭐 알아낸 거 있어?>


인간은 집중하는 대화 말고 다른 대화에 신경 쓰기 어렵다. 하지만 리아에게는 그런 페널티는 없었다.


지환이 바텐더와 대화를 할 때 리아는 주변의 모든 대화를 엿들어 정보를 추려 내었다.


<재밌는 구역입니다. 이야기 주제가 온통 범죄와 관련된 곳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H, M 구역의 사람들도 연관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호오··· 그렇단 말이지? 청부나 그런 건가?>

<사업과 관련되어 B 구역 사람들을 이용하거나 하는 모양입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지구의 기업과 범죄조직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구의 기업들이라고 모두 깨끗한 일만 벌이지는 않는다. 그들이 점유하고 있는 사업들의 뒤를 파보면 더러운 일이 셀 수조차 없다.


제 손에 피를 묻히기 싫은 놈들이 남의 손을 빌리는 것일 뿐.


<여기에 와서 이런 생각을 가장 많이 하게 되네.>


지환의 입 모양을 확인한 리아가 지환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의사를 전달한다.


<사람 사는 곳 다 똑같다는 말씀 말입니까?>


리아의 말에 지환은 작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큭큭, 그래."


***


마약을 파는 곳을 가기 전 지환은 지금의 상황을 조금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흠··· 사람 찾기는 동의했지만. 이거 끼어들어도 되는 판인가가 문제인데?>

<조사 후 재계약하거나 계약을 파기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마약이 연관되어 있다면 위험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마약은 지구에서도 범죄조직의 큰 수입원이다. 그런 수입원을 건들면 범죄조직 입장에서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게 당연하다.


게다가 이곳은 모르겠지만 지구에서도 마약사범의 법적 처벌은 굉장히 강력하기에 그런 쪽으로도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일단 볼픈가 뭔가 그놈이 있는 위치를 파악해놓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동의 합니다.>

<그럼 가보자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뭐든 한다고 다짐한 지환이었지만 범죄조직의 마약 관련 사업에 끼어드는 건 또 이야기가 다르다.


지환은 명성을 떨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것만큼 안전도 중요했기 때문.


다시 한번 제너틱 디텍션을 발동한 지환은 마법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그저 눈에 띄지 않게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대상의 위치 확인. 레이더에 표시합니다.>


리아가 볼프의 위치를 파악해 지환에게 알려준다.


<뭐야? 움직이잖아?>

<그렇습니다. 걷는 속도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잠시 고민하던 지환은 리아가 알려준 방향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일이 쉬워질 수도 있겠어, 빨리 가보자.>


***


B 구역이 아무렴 위험한 지역이라고는 해도 이곳에도 상점은 있기 마련이다.


음식점은 물론이고 오히려 M 구역이나 H 구역에서 구할 수 없는 상품들도 이곳에는 버젓이 팔고 있다.


이것 또한 이 지역을 관리하는 조직의 영향력일 것이었다.


지환이 아주 조심스럽게 한 남자를 들키지 않게 미행하고 있다.


<저놈이라고?>

<그렇습니다. 마법에 의한 DNA 감별로는 저자가 볼프라는 자가 확실합니다.>

<사진이랑 전혀 다르잖아?>


볼프라는 자는 지환이 확인한 사진과는 전혀 다른 외형을 가지고 있었다.


붉은 곱슬머리에 까무잡잡한 피부. 몸은 왜소했지만 눈빛마저 다른 것이 같은 사람이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었다.


<저래서 안 걸린 거군.>

<그렇게 예상됩니다.>


이건 오히려 지환에게는 상황이 나쁘지 않다.


외모가 전혀 달라진 볼프를 보며 지환은 판을 뒤집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사진 마법 있지? 조용하고 눈에 안 띄는 걸로.>

<볼프의 외형을 촬영할까요?>

<그래. 여러 장 자세히.>


우우웅.


[이미지 캡처]


리아가 기존의 마법을 변형해 만들어낸 이미지 마법.


주변의 이미지를 평면화시켜 종이에 담는다.


지구에서는 그냥 사진 찍는 것과 똑같지만 마법을 이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마나 타겟]


지환은 타훌을 쫓을 때 심어둔 마나 타겟 마법까지 볼프에게 스쳐 지나가며 심어 놓았다.


이번 마나 타겟 마법은 아주 은밀하여 본인이 제법 강한 마나 사용자라고 하더라도 쉽게 발각되지 않는다.


<좋아, 돌아가자.>


***


숙소로 돌아온 지환은 다음날 자신에게 의뢰를 맡긴 놈들을 만나보기로 했다.


만나는 방법이 조금 복잡했으나 보안을 위해 그런 것이려니 했다.


<그런데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오늘도 책상에 앉아 여러 가지 마법을 연구하는 지환에게 리아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묻는다.


"뭐? 사람 찾기?"

<그렇습니다. 의뢰주 측에서도 외모가 변한 것을 모르는 상황인데 어찌 해결하실 것인지가 궁금합니다.>

"호기심이야? 너 진짜 인간 같네. 뭐, 일단 대답해주자면 내가 저놈을 잡아가 봐야 놈들은 돈을 내주지 않을 가능성이 커."


당연하고도 뻔한 일이다. 어떻게 외모를 바꿨는지 방법과 증명까지 해내야 겨우 믿어줄까, 아니 그렇다고 해도 믿어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아쉬운 놈이 우물을 판다고 놈들이 나서게 만들어야지."

<그러니까 어떻게 말입니까?>


인간의 행동양식에 궁금함을 계속해서 느끼는 리아가 재밌었던 지환은 오히려 리아에게 묻는다.


"너라면 어떻게 할 건데?"


잠시 고민한 리아가 답변을 내놓는다.


<연산 범위가 넓습니다. 현재의 일이 미래에 도움이 되게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변수가 너무 많습니다. 그래도 방법을 물으신다면 일단 볼프를 납치하는 방향으로 작전을 세울 것 같습니다.>


리아에게는 지구에서 있던 수많은 사례들이 있지만 완벽하게 일치하는 사례는 없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황을 판단하는 것 자체는 가능하지만, 이후의 일까지 예상하는 것은 인공지능에게 불가능했다.


아니 불가능하다기보다 정확한 답을 내기 어려웠다.


“야··· 무슨 납치 같은 소리를 하고 있어···? 일단 간부터 봐야지 다짜고짜 숟가락을 넣어? 이럴 때는 일단 괜찮은 거 하나 해보고 수틀리면 그때 해결해야지.”

<간··· 이요?>

“그래, 납치하면 빼도 박도 못하잖아 일단 이게 먹을 만 한 건지 맛부터 봐야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미 수락한 의뢰 아닙니까?>

“사람 되려면 아직 멀었네.”


리아는 이제 태어난 지 고작 1년도 되지 않은 어린아이나 다름없다.


인간의 감정과 생각을 배우려 하지만 그게 쉽지는 않은 것이다.


"그래서 경험이라는 게 중요한 거다."

<경험적 사례는 제가 강지환 사용자보다 수억 배는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만."

"그런 데이터 쪼가리랑은 다르다고, 그건 나한테 맡겨두고 여튼 실드마법 개량되는 거야? 안에서 밖으로 공격할 수 있게 만드는 게 그렇게 어려워?"


지환의 질문에 리아가 대답한다.


<공격 순간 실드 마법을 해제하고 다시 발동하는 게 가장 쉽습니다.>

“야, 그건 위험할 수 있다니까? 그러면, 이런 방법은 어때? 실드의 개념을 다시 생각하는 거야. '벽'이 아니라 일종의 '방향'인 거지. 나에게서 뻗어나가는 힘은 오히려 증폭하고 밖에서 들어오는 건 방향을 바꿔서 막아내는 거야 어때?”


지환의 아이디어에 오늘도 고생하는 건 리아였다.


<연산, 시작합니다.>

.

.

.

방어 마법은 지환에게 가장 중요한 마법 중 하나였다.


애초에 이곳의 인간과는 내구력이 다르다.


물론 리아의 능력으로 부상당한다 하더라도 세포가 재생될 수 있지만 그건 또 그것대로 곤란하다.


인간이 아니라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고 세포를 재생하는 데에는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필요한 까닭이다.


전투를 할 때 부상이라도 당하면 죽는다는 것은 재생되나 안 되나 똑같다는 소리.


그래서 지환은 공격 마법 보다는 방어 마법의 연구를 먼저 진행했다.


시간이 지나고 리아에게서 연산이 완료되었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연산이 완료되었습니다. 3번의 중첩 된 실드마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리아가 완성한 것은 기존 벽과 같은 실드 마법을 일단 얇게 몸에 두르는 식으로 변형한 것이다.


일견 쉬워 보이지만 이건 리아의 연산으로만 실행이 가능한 실드 마법이다.


지환이 몸이 움직일 때마다 연산을 달리해서 몸을 둘러싸는 실드 좌표를 변형 해야 하는데 그 말도 안되는 연산이 리아는 가능했다.


이것으로 둥글게 몸을 감싸는 실드마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다.


지환이 손을 뻗어 마법을 발동하거나 총을 쏠 때 실드의 안쪽이 아닌 바깥쪽에서 공격을 할 수 있었기 때문.


“아주 좋아, 엄청난데? 연산에 문제는 없고?”

<괜찮습니다. 결국 연산은 하나만 하면 되고 실드는 총 3개까지 중첩할 수 있습니다.>

“마력량이 늘어나면 더 늘어나는 거지?”

<그렇습니다. 4서클에 도달하면 5개까지 중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환이 말한 반사, 증폭의 성질을 가진 실드 마법은 지금으로서 지환의 마력량으로 감당되지 않아서 쓸 수 없었다.


다만 리아가 술식과 연산은 완료하였기에 나중에는 사용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럼 어디 이 실드 마법의 성능이 어떤지 시험을 해보러 가야겠지?”

<어디로 가실 예정입니까?>

“나한테 사기 친 놈들한테 가야지.”


***


다음날.


지환이 만난 것은 지환에게 의뢰를 맡겼던 잭필이었다.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는 성벽 근처의 공터 이쪽을 관리하는 것이 이놈들의 영역인 건지 초병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잭필은 그사이 능력을 인정받아 밀입국 브로커는 관두고 안쪽에서 활동하는 직책을 부여받았다.


당연히 신수가 훤해진 것은 며칠 만에 만나는 지환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얼굴이 좋아 보인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마법사님. 어떻게 의뢰는 진척이 있으셨습니까?”

“며칠 안 봤다고 신수가 훤해졌군, 아주 좋은 일이 있었던 모양이야.”

“하하하, 뭐 그렇죠. 공을 좀 세워서 말입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십니까?”


지환은 이런 나쁜 놈들의 심리를 아주 잘 안다.


이곳은 지환이 처음 오는 곳이기지만 어쨌든 사람 사는 게 거기서 거기다.


눈앞의 잭필이 지환과 만난 이후에 특별한 공을 세웠다?


그럴 리가 없다.


그렇다면 지환의 생각에 눈앞의 잭필이라는 놈이 승진 같은 것을 한 이유는 뻔하다.


바로 자신과 관련이 있다는 소리다.


“이거,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사람이 번다더니 딱 그짝이야. 나한테 할 말 없나?”


뭔가 아는 것 같은 말투.


잭필은 표정을 관리했지만 자신보다 강자인 지환의 앞에서 완벽하게 표정을 숨기기는 요원했다.


“무,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희는 그냥 사람을 하나 찾아달라는 부탁 밖에···.”


[바인딩]


촤라락-


또다시 마력의 밧줄이 잭필의 몸을 감싸고 지환은 섬뜩한 눈빛으로 살기를 뿌린다.


산전수전 다 겪은 지환에게 잭필이 겪어보지 못한 살기가 번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크, 크윽! 이, 이게 무슨 짓입니까!”

“나는 참을성이 없어서 말이야. 마법사인데도 이렇게 방랑하는 이유가 있지.”


잭필은 지환의 눈빛에 겁을 집어먹은 모습.


“사람을 죽이는 것이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는 말이야. 너 마법사가 작정하고 사람 하나 죽이고 사라지면 잡는 게 쉬울 것 같냐?”

“왜, 왜 이러시는지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툭-


어제 지환이 구해온 아주 적은 양의 마약.


술집에서 먹었던 바로 그 마약이다.


“내가 눈치 하나는 빠르지, 네놈들이 찾는 그놈. 이 마약과 관련이 있어 그렇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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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로 발달한 과학은 마법을 지배한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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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화 눈치. 23.05.24 55 3 13쪽
14 14화 어디서 구하지? 23.05.22 66 3 12쪽
13 13화 정보원. 23.05.20 101 4 12쪽
12 12화 돈 벌고 싶냐? 23.05.19 110 5 12쪽
11 11화 전력 증강. 23.05.18 120 5 12쪽
10 10화 의뢰. +1 23.05.17 128 5 13쪽
9 9화 밀입국. +2 23.05.16 139 5 13쪽
8 8화 유명세. 23.05.15 139 6 12쪽
7 7화 마법 천재. 23.05.14 146 6 13쪽
6 6화 다른 차원의 인간. 23.05.13 145 5 13쪽
5 5화 중력 2배가 갖는 의미. 23.05.12 152 5 13쪽
4 4화 서바이벌은 말 그대로 생존이다. +2 23.05.12 153 6 12쪽
3 3화 완전 동기화. 23.05.11 160 6 11쪽
2 2화 조난. 23.05.10 165 7 12쪽
1 1화 탈출. 23.05.10 224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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