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송현(松炫) 님의 서재입니다.

고도로 발달한 과학은 마법을 지배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송현(松泫)
작품등록일 :
2023.05.10 21:09
최근연재일 :
2023.05.24 23:5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2,062
추천수 :
78
글자수 :
84,397

작성
23.05.17 23:50
조회
130
추천
5
글자
13쪽

10화 의뢰.

DUMMY

지환이 몸을 돌려 안경 남자를 쳐다보자 그는 그대로 얼굴이 밝아지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우선 제 소개부터 하죠. 브로커 잭필 입니다. 그리고 의뢰 대상은 이 사람 입니다."


잘 인쇄된 사진 한 장.


하지만 지환은 그 사진을 잠시 바라보곤 입을 연다.


"우선순위가 이게 아니지.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하자고."


사람을 찾는다는 의뢰는 어렵다.


그건 지구처럼 인프라가 잘 되어 있고 과학이 발달한 곳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CCTV 하나 없어 보이는 이곳에서 이놈들이 노리는 인물을 찾아내기란 어려울 수 있다.


그렇기에 지환은 일단 도시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하려 한다.


의뢰의 난이도가 너무 높다면 그 자리에서 밀입국 비용만 지불하던지 아니면 도망치는 방법도 있으니까.


잠시 고민한 잭필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한다.


"후우··· 따라오시죠."


밀입국의 정체는 그저 비밀통로였다.


잭필은 이상하게 생긴 도구로 마법적 처리가 된 결계를 몇 개 걷어내니 비밀통로로 가는 입구가 열렸고 지환과 잭필이 지나가자 결계는 원래대로 복구되었다.


'호오··· 신기한 보안시스템이야.'


오두막부터 이어지는 긴 통로를 지나 둘은 간단히 코르 공화국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코르 공화국 안쪽도 역시 나무로 지어진 건물이었다.


다만 그 오두막 보다는 규모가 조금 있어 보인다.


잭필은 건물에 도착하자 새삼스레 지환에게 환영의 인사를 건넨다.


"코르 공화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안쪽으로 모시겠습니다. 그쪽에서 이야기하시죠."


<리아, 탐지.>

<마법을 발동합니다>


지환은 리아가 유도하는 대로 마력을 움직인다.


[테레인 딕텍션.]


리아의 내장된 탐지 능력과 마법을 결합한 고성능의 지형탐지 마법.


순식간에 이곳이 지하이고 건물이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를 파악한 지환은 혹시나 하는 상황에 대비해 도주 경로를 설정한다.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도주 경로 설정. 건물을 파괴하는 것은 최소화해.>

<도주 경로 시뮬레이션합니다.>


보험을 든든하게 들어둔 지환은 잭필을 따라가 구석의 방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잭필은 아까의 사진을 다시 지환에게 내밀었다.


그 사진에는 초록빛의 덥수룩한 머리의 남자가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크서클은 볼까지 내려와 있었고 눈의 초점은 흐릿하다.


마치 지구에서 본···.


'약쟁이?'


단번에 사진 속 남자가 마약에 중독되어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이자의 이름은 볼프. 이자를 찾아 주시면 됩니다."


‘범죄조직에서 약쟁이를 찾는다라.’


수많은 생각이 스쳐 갔지만 지환은 본론만 이야기했다.


"사진만으로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알 텐데."


그러자 잭필은 품속을 뒤지더니 투명한 작은 유리병을 지환에게 내민다.


유리병에는 머리카락 몇 가닥이 들어있을 뿐이었다.


"흐음···."


지환은 유리병을 받아들고 입을 달싹인다.


아까부터 지환을 관찰한 잭필은 저게 도대체 뭔가 할 것이다.


한국어의 입 모양을 알아볼 수는 없을 테니까.


<리아, 이걸로 사람 찾는 마법이 있어?>

<관련 마법을 조금 연구하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얼마나?>

<최대 3일 입니다.>


'그렇단 말이지.'


"고작 머리카락 몇 가닥 주고 찾으라고? 난이도가 너무 높은데?"


잭필도 이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지 안다. 하지만 마법사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존재.


혹시나 해서 머리카락을 넘겨 봤지만, 눈앞의 마법사는 못 한다고 하지 않았다.


난이도가 높다고 했을 뿐.


"노, 놈이 거주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구역이 있습니다."

"그래? 그러면 그곳을 수색하면 끝날 일 아닌가?"


지환의 의문에 잭필은 고개를 젓는다.


"조력자가 있는지 귀신같이 알고 빠져나갑니다. 이미 몇 번 놓쳤기에 조심하는 중이고요."


지환은 턱을 매만지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인다.


할 수 있을 듯 없을듯한 애매한 포지션 그게 지환이 택한 스탠스다.


"기한은?"

"2주입니다."

"내가 돈을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은?"


그러자 잭필은 현금다발을 꺼내는 모습이다.


"착수금 20만 실링입니다. 나머지는 의뢰 완료 후 지불하죠."

"내가 도망 가면?"

"그리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마법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런 비밀통로로 대놓고 밀입국 장사하는 놈들이다.


분명 코르 공화국 정계와 커넥션이 닿아 있을 것이다.


게다가 공화국에서 나갈 때도 검문은 필수다.


뭔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저놈들은 지환을 찾을 수 있는 수단이 있어 보였다.


'사람 사는 게 다 똑같구만? 내가 모르는 마법적 장치가 있는 건가? 섣부르게 움직일 수는 없겠어.'


"좋아, 마지막으로 묻지. 내가 실패하면?"

"별거 없습니다. 밀입국 비용 50만 실링만 지불하시면 됩니다."


범죄조직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필요는 없지만 일단 별다른 제지를 하지는 않겠다는 이야기다.


"알겠다. 받아들이자."


잭필은 그제야 얼굴에 미소를 띤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마법사님."


***


지저분한 거리.


깨진 건물 잔해가 띄엄띄엄 떨어져 있고 길도 고르지 않다.


이 세계에도 노숙자는 있는지 건물 벽에 몸을 기대고 거적때기 같은 것을 덮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악취가 심하지는 않으나 저 노숙자들이 분뇨를 아무 데나 싸지르는지 은근한 배설물 냄새가 바람을 타고 지환의 코를 자극한다.


'빈민촌? 아니 슬럼가라고 해도 되겠어.'


분명 노숙자들이 여기저기 널려있긴 하지만 눈빛이 매서운 놈들이 지환을 보고 눈을 부라린다.


후드까지 달린 검은색 로브를 걸치고 있던 지환은 주변을 자세히 보다가 리아에게 한가지를 부탁한다.


<머리색을 바꿔야겠어. 너무 눈에 띈다. 그런 마법이 있어?>

<마법보다 나노머신을 이용해 머리카락의 멜라닌 색소를 옅게 하는 방법이 나아 보입니다. 환영 마법은 자연스럽게 유지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게 더 좋네. 지금 바꾸자.>


그렇게 외모를 조금 교정한 지환은 낡은 6층짜리 건물 앞에 섰다.


<그나마 여기가 나아 보이지 않아?>

<건물 노후 정도로 보아 이전 세 곳의 여관 보다는 나아 보입니다.>


지환은 잭필에게 신분이 없어도 돈만 내면 지낼 수 있는 숙소를 물었다.


그리고 얻은 정보가 바로 Low 5구역이라는 이곳이다.


이 나라에 신분이 없는 사람은 밀입국자뿐이 아니다.


출생했지만 신고를 할 돈도 없어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한 밑바닥 인생들이 모이는 곳.


그곳이 바로 지환이 들른 Low 5구역이었다.


끼이익-


경첩이 녹슬다 못해 굳어버린 듯한 문을 열고 들어가니 꼬장꼬장하게 생긴 노파가 총을 들고 카운터를 지키고 있다.


'뭐야? 총? 총이 있어?'


지환이 놀라는 이유를 빠르게 파악한 리아가 지환에게 의사를 전달한다.


<충분히 총이 있을법한 과학 수준입니다. 작동 원리는 무기를 손에 넣어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격은 지환이 가장 자신있어하는 종목이다.


그 수많은 임무에서도 지환의 목숨을 건져 주었던 건 바로 그 특출난 사격 솜씨 덕분이었다.


마법을 만났을 때보다 더 흥분한 지환은 평정을 가장하고 노파의 앞에 선다.


그러자 갈라지는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하룻밤 1만 실링. 비싸면 다른데 알아봐."


다른 곳과 비슷한 가격.


신분만 있었어도 이 정도 가격이면 꽤 괜찮은 숙소에서 지낼 수 있었겠으나 지환은 이런 곳이라도 지낼 수 있는 숙소가 필요했다.


<오러 능력자입니다.>


무슨 여관 할매가 오러 능력자라니 마법 없이 맨몸으로 싸우면 아마 지환이 저 노파에게 질 확률이 높았다.


'진짜 웃기지도 않는구만.'


"10일 치 미리내지."


원래 지환의 목소리가 아닌 변조된 아주 낮은 음성.


지환은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 봐야 좋을 것 없다는 생각을 하고 이곳에 오기 전에 숨어 머리색은 물론 음성 그리고 얼굴을 약간 바꿨다.


노파는 그런 지환을 한번 힐끗 쳐다보고는 주름진 손을 탁자 밑으로 넣더니 낡은 열쇠를 하나 꺼낸다.


"607호. 뭐 부숴 먹었다가는 네놈 골통도 부서질 거다."


걸쭉한 언변에 피식 웃은 지환은 키를 낚아채고는 계단으로 향한다.


"명심하지. 대신 아무도 내방에는 얼씬거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


철컥-


끼이이익-


이곳 주인은 유지 보수라는 단어를 모르는 건지 낡은 경첩 소리와 함께 보이는 방은 지환이 지구에 있을 때가 생각났다.


소말리아였던가 작전때문에 들렀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본 열악한 모텔보다도 못한 방이 지환을 반긴다.


"푸후··· 먼지···."


달칵-


창문을 활짝 연 지환은 바람 마법을 발동해 일단 안에 있는 먼지를 창밖으로 날려버린다.


[윈드.]


후우우웅.


물론 연산은 리아가 맡았다.


그러나 누군가 다른 마법사가 그 광경을 보았다면 크게 놀랐을지도 모른다.


지환의 바람 마법은 정확히 창 쪽으로만 유도되었으니까.


단지 바람을 일으킬 뿐인 다른 윈드 마법과는 그 정교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찰칵-


창문을 닫은 지환은 그제야 침대에 걸터앉으며 한숨을 내뱉는다.


"후우··· 이제야 살 것 같네."

<결계 마법을 발동해 놓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언제 어디서 누가 듣고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리아의 권유에 따라 지환은 앞으로 적어도 10일은 지내게 될 보금자리를 탐색하고 결계 마법을 걸어두었다.


"어떻게 생각해. 이용할 가치가 있어 보이지?"

<그렇습니다. 행정 조직과의 커넥션이 의심되며 마약을 판매하고 있다면 이 국가에서도 제법 영향력이 있는 범죄 조직일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합니다.>


사실 지환은 군에 소속되어 있을 때도 작전의 성공을 위해서면 범죄조직이고 뭐고 어떤 것이라도 이용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다.


다만 스스로가 떳떳하면 될 뿐이었다.


이곳에서도 마찬가지.


해야 할 일들은 변하지 않았다.


지금 지환에게 떨어진 명령은 복귀 명령이라 여기면 될 터.


그것도 어느 차원인지도 모르는 수상한 곳이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지환에게는 훨씬 편한 까닭이다.


눈을 빛낸 지환의 입가에 미소가 걸리며 나지막한 혼잣말이 들려온다.


"작전명 ‘고 백 홈’. 시작하자."

<작전명이 촌스럽습니다.>

"시끄러, 인마."


***



"마법사?"


지환에게 의뢰를 맡기던 잭필이 경직된 자세로 누군가에게 보고를 하는 모습.


"그렇습니다. 적어도 3서클은 되는듯한 마법사였습니다."


꿈틀-


칙칙한 회색 머리에 거대한 덩치. 짧은 소매를 입어 드러난 양 팔뚝에는 크고 작은 흉터가 즐비하다.


남자의 이름은 클란.


그의 왼쪽 눈썹 위에 있는 유난히 짙은 흉터가 씰룩거린다.


"3서클? 마탑 소속이더냐?"

"그래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탑 소속이면 애초에 개구멍으로 밀입국할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제멋대로 자란 턱수염을 한번 쓰다듬은 클란이 중얼거린다.


"그 또라이 집단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게 뭐야. 마탑 소속이 아니라면 친분을 만들어놔 3서클 마법사와 가깝게 지내서 나쁠 건 없지."


클란의 말에 잭필은 자랑스럽다는 듯이 입을 놀린다.


"그래서 빚을 지워놨습니다. 밀입국을 무료로 해주고 골칫거리 의뢰도 하나 맡겼습니다."

"무슨 의뢰?"

"볼프 놈의 신병 확보입니다."


잠시 지긋이 잭필을 바라보는 클란.


그런 클란의 눈빛이 부담스러웠는지 잭필은 고개를 떨군다.


"흐음··· 네놈치곤 일 처리를 잘했어. 볼프 놈을 마법사를 이용해 사로잡는다면 500만 실링을 주더라도 우리가 이득이지."


잭필에게 의뢰 비용을 듣자 클란이 꽤 놀란 모습이다.


"마법사 놈들은 마법 연구를 한답시고 세상 물정에 어둡다더니··· 호구 새끼잖아? 큭큭, 잘했다. 잭."


의미 있는 칭찬을 받은 잭필의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여, 열심히 하겠습니다!"

"큭큭, 그래. 이렇게만 하면 그 거지 같은 오두막도 금방 벗어나겠구만, 아니지? 그 마법사 놈이 이 나라에 있을 때까지는 네가 그 마법사와 접선 책을 해라."


그 오두막을 벗어나려 얼마나 노력했던가.


잭필에게 일생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화, 확실하게 임무를 수행하겠습니다!"


기분이 좋아 보이는 클란은 손을 훠이훠이 저으며 잭필을 물린다.


"그래, 나가봐라."


탁-


방문이 닫히고 클란은 위스키를 하나 집어 병째로 들이킨다.


"크으··· 마법사··· 그것도 소속이 없을지 모르는 마법사라··· 이거 재밌는 일이 생길지 모르겠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고도로 발달한 과학은 마법을 지배한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 15화 눈치. 23.05.24 57 3 13쪽
14 14화 어디서 구하지? 23.05.22 67 3 12쪽
13 13화 정보원. 23.05.20 105 4 12쪽
12 12화 돈 벌고 싶냐? 23.05.19 114 5 12쪽
11 11화 전력 증강. 23.05.18 125 5 12쪽
» 10화 의뢰. +1 23.05.17 131 5 13쪽
9 9화 밀입국. +2 23.05.16 141 5 13쪽
8 8화 유명세. 23.05.15 143 6 12쪽
7 7화 마법 천재. 23.05.14 148 6 13쪽
6 6화 다른 차원의 인간. 23.05.13 150 5 13쪽
5 5화 중력 2배가 갖는 의미. 23.05.12 156 5 13쪽
4 4화 서바이벌은 말 그대로 생존이다. +2 23.05.12 159 6 12쪽
3 3화 완전 동기화. 23.05.11 164 6 11쪽
2 2화 조난. 23.05.10 170 7 12쪽
1 1화 탈출. 23.05.10 233 7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