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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최근연재일 :
2024.05.31 07:20
연재수 :
1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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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71,175

작성
24.03.14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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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02화

DUMMY

“허억⋯ 허억⋯!”


김서연을 보고 놀란 심장이 빠르게 박동하며 혈류가 증가했고 아드레날린이 분비돼 힘이 끓어오르며 공포는 잊히고 그 자리를 투기가 대신했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습격을 하다니, 대담한 것도 정도가⋯!


“싸우러 온 거 아니니까 안심해.”


나는 완전히 싸울 생각밖에 하지 않고 있는데 김서연은 진정하라는 듯 두 손을 들어 항복하는 자세로 나긋나긋 말했다.

표정이 완전히 무표정이니 무슨 생각인지, 다른 의도가 있는 건지 전혀 읽히지 않았다.

화투 치면 참 잘하겠다.


“⋯⋯⋯⋯.”


그녀의 말에 나는 우선 주변을 둘러보았다.

딱히 잠복이나 함정은 없는 것 같은데⋯ 아니면 내 감이 너무 둔해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거나.


- 터벅, 터벅.


김서연이 손을 든 채로 천천히 나를 향해 걸어왔다.


“오지 마!”

“그렇게 겁먹지 마.”

“거, 겁먹긴 누가!”


솔직히 인정하자면 겁먹은 게 맞았다.

제발 내 인생에서 사라져줬으면 하는 인물 TOP1이 진짜로 눈앞에 다시 나타나자 불쾌감이 몰려왔다.


“⋯귀여워.”


하지만 이 미친 여자는 겁먹은 내 모습을 보며 또 그런 말을 했다.

귀여움의 기준이 대체 어떻게 돼 먹은 건지 모르겠다.


“싸우러 온 게 아니라면 용건이 뭐야! 다가오지 말고 거기서 말해!”

“싫어, 여기선 말 안 해. 자리 옮겨.”

“그래, 그럼 하지 마! 나도 듣고 싶지 않아!”


나는 그대로 스마트폰을 꺼내 헌터관리국에 신고하려 했다.

여긴 저번처럼 외진 창고도 아니고 서울 시내 한복판이다.

헌터관리국에 신고하면 김서연을 체포하기 위해 긴급출동한 요원들이 5분 안에 이곳에 도착할 것이기에 시간은 완전히 내 편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 빵! 빵!


“무슨 일 있어요?”

“차 고장 났나?”


하지만 반대였다.

시간은 내 편이 아니었다.

이곳은 서울 한복판이다.

엄청나게 많은 차량이, 사람이 돌아다니는 서울 한복판의 도로.


분명 도로가 텅텅 비어 있었는데 고작 20초 정도 도로를 막고 서 있었다고 내 뒤로 수십 대의 차량이 정체됐다.

상황을 전혀 모르는 일반 시민들은 경적을 울리고 창문을 열고 상황을 물었다.


“⋯⋯⋯⋯.”


김서연은 천천히 차량 행렬을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갑자기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말했다.


“잠깐만 기다려. 다 죽이는데 1분이면 돼.”


사람들을 죽일 생각에 신이 났는지 줄곧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김서연의 입꼬리가 귀에 걸릴 듯 올라가기 시작했다.

도로에는 정말 다양한 차량과 다양한 사람이 있었다.

하루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직장인의 승용차부터 시작해 남녀노소 모두가 타 있는 버스, 어린아이들이 가득 타 있는 노란색 학원 승합차까지.


[축적 데미지 115000 / 115000]


데미지 뱅크는 완충되어 있다.

이거 한방이면 김서연의 배에 구멍을 내버릴 수 있다.

하지만 김서연이 나를 무시하고 저쪽으로 달려들어 사람을 죽이기 시작하면 나는 김서연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

최소 수십 명의 희생자가 나올 것이고 어쩌면 저 무고한 사람들이 몰살당하는 동안 끝내 김서연을 막지 못할지도 모를 일이다.


“기, 기다려!”

“응.”

“자, 자리 옮겨.”

“응, 그러자.”


나는 김서연의 살인본능에 시동이 걸리기 전 다급히 말렸다.

그러자 김서연은 내 말을 곧이곧대로 들어주었다.


“⋯⋯⋯⋯.”

“⋯⋯뭐해? 안 타고? 안 갈 거야?”


그런데 김서연의 기행은 내 말문을 또 한 번 막히게 했다.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 내 차의 조수석에 폴짝 올라타더니 안전벨트까지 매고는 아직도 밖에서 자신을 경계하고 있는 내게 핀잔을 주었다.


- 빵! 빠아아아아앙!!!


“가라고!!!”


이제 뒤차들은 아주 난리가 났다.

누군가는 아예 차에서 내려 이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시끄럽네.”


그러자 김서연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안전벨트를 톡 풀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급히 차에 올라타 무작정 엑셀을 밟아 일단 사람들로부터 멀어졌다.


“⋯⋯⋯⋯.”

“⋯⋯⋯⋯.”


서로를 죽이려 싸우던, 그리고 그 전투가 사실상 진행형인 적과 아무렇지 않게 차를 타고 나란히 앉아 있으니 침묵만이 감돌았다.


- 우우우우웅.


이 조용한 차의 엔진음이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그 침묵 속에서 나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김서연은 손을 뻗으면 닿는 지근거리에 있다.

지금 이대로 손을 뻗어 데미지 뱅크를 써버리면⋯.


“여기서 우회전.”

“뭐, 뭐?”

“우회전. 그리고 앞에 사거리에서 좌회전.”


김서연은 갑자기 길 안내를 시작했다.

나를 데려갈 목적지를 정해둔 모양이다.


‘⋯그래, 목적이나 알아보자.’


내 앞에 이런 식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김서연 입장에서도 위험이 상당한 도박이다.

그런데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접근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겠지.

나는 단순히 겁에 질려 본능이 시키는 대로 그녀는 공격하기보단 차분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영리하게 대처하기로 했다.


“멈춰, 여기야. 주차해.”

“⋯여기라고?”

“응, 내려.”


그리고 그렇게 김서연이 데려온 장소에 도착한 나는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김서연이 나를 유도해온 곳은 으슥한 뒷산도, 시내 외곽의 폐창고도 아닌⋯.


“어서오세요~. 두 분이세요?”

“네.”


그냥 데이트 장소로 유명할 것 같은 크고 예쁜 카페였다.

실제로 카페의 손님은 20대 남녀커플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뭐 먹을래? 내가 살게.”


나를 카페에 데려온 그녀는 자연스럽게 카운터 앞에 서 그렇게 물었다.


“⋯뭐 하는 거야?”

“뭐가?” “지금 뭐 하는 거냐고.”

“주문.”

“뭐?” “가게에 들어왔으면 주문을 해야지. 그냥 앉아 있을 수는 없잖아.”

“아니, 그게 아니라⋯.”

“그래서, 뭐 먹을 건데? 사람들 기다려.”


김서연의 말에 뒤를 돌아보니 여섯 명 정도가 주문을 위해 기다리고 있었고 점원도 곤란한 표정으로 빨리 내가 메뉴를 정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대충 메뉴판 제일 위에 위치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


- 쪼오오오오오오옥.


또 갑자기 무슨 돌발행동을 할지 알 수가 없으니 긴장을 유지한 채 자리에 앉아 있는데 김서연은 그러거나 말거나 자신이 시킨 초코 스무디를 한입에 쭉 빨아 흡입하더니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행동에 흠칫 놀란 나는 덩달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지만 그녀는 볼이 빵빵할 정도로 입안에 스무디를 잔뜩 머금은 채 웅얼거리며 말했다.


“양이 너무 적어.”


그러곤 카운터로 돌아가 음료를 재주문하고 돌아왔다.


“하아⋯.”


대체 뭐 하자는 건지.

매 순간순간이 긴장의 연속이었다.

진이 다 빠져버린 나는 거의 애원하듯 김서연에게 용건을 물었다.


“그래서 대체 왜 날 찾아온 건지 슬슬 말해, 당신 요구대로 장소도 옮겼잖아.”

“그냥 보고 싶어서.”

“아⋯.”


괜히 물어봤나?

골때리네, 진짜.


“나 오늘 어때? 마음에 들어?”


김서연은 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자신의 모습을 봐달라는 듯 한 바퀴 빙글 돌았다.

무난하기 짝이 없는 정장 차림이었던 전과 달리 그녀는 뽀송뽀송한 베이지색 니트와 하늘하늘한 테니스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거기다 머리도 좀 만졌는지 웨이브 진 긴 머리를 풀어 헤치고 있었고 화장을 한 눈가는 반짝이고 입술은 유난히 새빨갰다.

주변을 둘러보면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는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나온 여느 여성과 다르지 않은 차림새였다.


“그걸 나한테 왜 물어보는데.”

“네 마음에 들고 싶어서 꾸민 거니까. 살면서 이런 옷은 처음 입어봐서 남자들이 어떤 옷차림을 좋아하는지 공부 많이 했어. 화장도 혼자서 능숙하게 할 수 있을 때까지 엄청 연습했고.”


남자들이 좋아하는 패션을 노렸다면 정답이다.

아무래도 적대관계다 보니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려 하고는 있지만 그녀의 패션은 정석적인 여친룩이라고 할 수 있는 만큼 내 마음에도 쏙 들었다.

보지 않으려 해도 자꾸 여기저기로 시선이 쏠렸다.


“그래서 어때?”


그냥 대충 넘어가려고 하는데 김서연은 집요하게 내 평가를 듣고 싶어 했다.


“그, 그냥 그런데?”

“그래? 그럼 다음엔 다르게 입고 와올게, 어떤 스타일 좋아해?”

“당신이랑 만나는 건 오늘을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데.”


내가 그렇게 말하자 김서연은 진심으로 상처받았다는 듯 잠시 풀죽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오며 말했다.


“지난 며칠간 진지하게 고민해봤어.”

“뭘?”

“어떻게 하면 너랑 가까워질 수 있는지.”


포기하라는 말이 혀끝에 맺혔지만 나는 더 이상 그녀의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공격하는 말은 뱉지 않기로 했다.

내가 계속 틱틱대면 갑자기 꼭지 돌아서 카페 안 사람들을 학살해버릴지도 모를 일이니까.

기왕 일이 이렇게 된 거 대화나 좀 해봐야겠다.


“그래서 내놓은 결론이 뭔데?”

“이런 감정을 느껴보는 건 처음이라 혼란스럽지만 적어도 너한테 미움받고 싶지 않다는 것만은 알겠어. 하지만 잘 모르겠어, 내가 뭘 잘못해서 네가 날 그렇게 싫어하는 건지.”

“그걸 모르겠다고? 이상한 약물로 테러 일으켜서 사람들을 그렇게 죽여놓고 모르겠다고?”

“혹시 죽은 사람 중에 네가 아는 사람이 있었어?”

“아니, 그건 아닌데.”

“그럼 더 이해할 수 없어, 네가 아는 사람이 죽은 것도 아닌데 왜 화를 내는 거야?”

“아무리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도 사람이 그렇게 죽었는데 화가 안 나?”

“그럼 넌 세상 모든 사람들의 죽음에 다 그렇게 분노해? 지금도 어딘가에선 사람이 죽어가고 있을 텐데 그것도 화나?”


처음엔 그냥 내 성질을 긁으려는 건 줄 알고 열이 확 뻗쳤다.

하지만 김서연은 팔짱을 끼고 미간을 구긴 채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가 분노한 포인트가 어딘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그녀의 질문은 정말 순수하고 본질적인 질문이었던 것이다.

타인의 감정과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이코패스 기질이 보였다.


“그러니까⋯ 너 때문에 죽지 않아도 될 많은 사람이 이유 없이 죽었잖아.”

“딱히 나 때문은 아닌데? 내가 없었어도 일어날 일이었고 내가 직접 죽인 건 몇 명 안 돼. 그리고 그 사람들이 죽었다고 해서 너한테 피해가 간 건 아무것도 없잖아.”

“나도 그 현장에 있었어!”

“아, 그럼 미안해. 사과할게. 죽을 뻔했겠구나. 이제 알겠어.”

“아니, 그게 아니라⋯!”


도저히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서로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하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포인트가 달랐다.

나는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답답해했고 반대로 김서연도 내가 대체 왜 화를 내는 건지 이해하지 못해 답답해했다.

그런 상황에서 결국 그녀가 먼저 내게 타협책을 제시했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내가 하지 말았으면 하는 일을 직접적으로 말해줘. 그럼 그걸 하지 않을게.”

“살인, 상해, 그 외에도 그냥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 전부.”

“응, 알았어.”


김서연은 아까부터 너무 순순히 내 말을 따르는 느낌이 있었다.

군대 후임도 이 정도로 내 말을 곧이곧대로 따르진 않았는데 그녀는 정말 자신의 인격과 선택권을 내게 위탁하기라도 한 듯 아무 저항 없이 모든 요구를 따라주었다.

이상함을 느낀 나는 한 번 그녀에게 명령해보았다.


“야.”

“응.”

“자리에서 일어나봐.”

“응.”

“다시 앉아.”

“응.”

“다시 일어나.”

“응.”

“가게 한 번 나갔다 들어와.”

“응.”

“허.”


김서연은 그냥 무의미하게 시킨 명령에 왜? 라는 질문조차 없이 정말 그대로 다 따랐다.

그런 맹목적인 순종에 두려움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저한테 왜 그러세요 진짜⋯.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통스러워하고 있는데 가게 밖으로 나갔다 돌아온 김서연이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하려던 말이 있었어.”

“⋯뭔데.”

“너한테 주고 싶은 정보가 있어. 잘은 모르겠지만 아주 중요할 수도 있는 정보야.”

“그러니까 뭔데.”

“하지만 이걸 알려주기 위해선 조건이 필요해.”

“조건? 무슨 조건?”


응할 생각은 애초에 없지만 그냥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들어나 보자는 생각으로 조건을 물었다.

그런데 그녀의 입에선 아주 뜻밖의 말이 나왔다.


“정보를 알려주는 대가로 날 보호해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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