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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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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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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6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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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3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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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88화

DUMMY

“수업받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러분의 실력향상에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마지막 수업을 마친 우리는 학생들과 작별을 나누고 아카데미를 떠나게 되었다.

하루 만에 몸을 완전히 회복한 박시후는 어제부터 다시 등교했는데 사고 한번 거하게 치더니 정신을 차린 건지 생각이 많아진 건지 꽤 얌전히 굴었다.


“잠깐만! 나는!”


수업 마지막 날, 종례를 마치고 교실을 나서자 하은이 날 찾아와 따졌다.


“길드에 가입시켜줄 것처럼 하더니 거짓말이었어?!”

“아이고, 말 좀 살살 해라, 귀 아프다. 안 그래도 지금 그 이야기 하려던 참이었어.”


아린이와의 대화 끝에 우리 길드는 하은을 정식으로 길드에 영입하기로 결정했다.

헌터관리국의 던전 배정 우선권과 감세 혜택 덕분에 재정난이 해결되는 건 시간문제가 됐으니 잠깐의 적자가 무서워 굴러들어온 A급 마법사를 걷어차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이것저것 알아보니 하은을 길드에 가입시키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기껏 해봐야 하은이 아카데미 소속이니 아카데미 측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것 정도인데 그나마도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했다.


나는 하은을 데리고 담임 선생님을 찾아가 길드에 가입시키려는 뜻을 표했다.

갑작스러운 이야기였지만 선생님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헌터아카데미라는 곳이 일반 학교와는 달리 헌터를 키워내는 특수한 곳이다 보니 재학생 중 이미 길드에 가입해 헌터로 활동 중인 학생은 흔하디 흔하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등교를 거부하던 문제아가 마음 다잡고 길드에 들어가겠다고 하니 선생님은 오히려 기뻐했다.


“이제 됐지? 그럼 난 간다?”

“아니, 잠깐!”

“또 왜?”

“그, 그래도 내가 가입할 길드니까 길드 견학은 한 번 해야 하지 않을까 해서⋯.”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하은은 자기가 처음으로 일하게 될 길드가 어떤 곳인지 내심 기대하는 반응을 보였다.

들어본 적 없는 신생 길드라지만 그래도 S급 헌터가 마스터인 길드니 소은 길드처럼 으리으리한 길드 건물이라도 생각하나 본데 우리 길드 사무실을 보면 갑자기 가입 의사를 철회하기라도 할까, 나는 하은을 말리려 했다.


“아, 왜! 보여줘! 내가 가입할 길드 구경도 못 해?!”

“아, 아카데미까지는 다시 어떻게 돌아오려고?”

“아저씨가 데려다줘야지?”

“내가 네 운전기사냐?”

“아무튼 갈 거니까 그렇게 알아!”


후우⋯ 이거 뭐, 귀하디귀한 마법사님이라 어떻게 할 수도 없고.

내가 어쩌다 감정노동까지 하게 된 건지.

길드 운영하기 참 힘들다.


“⋯야, 아린아.”

“응?”

“오주한 요원님이 찾아왔을 때 말이야.”

“응, 그때 왜?”


길드로 돌아가기 전, 기어코 길드를 구경하러 오겠다는 하은이 잠깐 선생님과 면담하고 서류를 작성하느라 아린이와 둘만 남았을 때 나는 슬쩍 말을 꺼냈다.


“너 원래 테러사건 수사에 엄청 참가하고 싶어 했잖아.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그때 가만히 이야기를 듣기만 하고 있었던 것 같아서. 혹시 별로 안 내켜?”

“아니? 난 좋아. 내가 바로 길드를 설립하려고 마음 먹은 것도 이런 일을 의뢰받고 싶어서 설립한 거였으니까.”


생각해보니 그랬지.

소은 누나가 말한 사회적 힘을 키우려고 적극적으로 길드 설립에 열을 냈으니까 결과적으로 작은 목적 하나를 달성한 셈이었다.


“그런데 길드를 설립하고 유지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나니까 길드를 먼저 생각하게 되더라고. 또 길드를 설립하는데 네가 더 많이 노력하고 고생했으니까 길드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구나 싶기도 하고. 그래서 그냥 네가 길드에 득이 되는 일인지 아닌지 판단하게 두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가만히 있었어.”

“⋯사람이 좋아진 건지 나빠진 건지 모르겠네.”


처음 만났을 땐 앞뒤 재지 않고 일단 나를 도와주던 사람이 이젠 앞뒤를 재고 계산하는 사람이 되었다.

물론 그게 개인의 신상에 좋은 일이고 그 전의 아린이는 세상 물정을 너무 몰라 곤란할 정도였지만 뭔가 새하얀 옷에 때가 타는 걸 보는 기분이라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




“여, 여기라고⋯?”

“응, 여기야.”

“이 건물?”

“아니, 이 사무실만.”


길드에 도착하자 예상대로 하은은 상당히 당황스러워하는 반응을 보였다.

솔직히 C급 길드만 돼도 길드 사무실이 이 정도로 작고 초라하진 않은데 S급 헌터가 마스터로 있는 A급 길드 사무실이 이 모양이니 그런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해할만했다.


“어차피 네 목적은 으리으리한 사무실에서 출세했다고 거드럭거리는 게 아니잖아. 정산금은 확실하게 계산해서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나는 하은이 냅다 도망이라도 칠까 봐 일단 그녀를 잡아놓기 위해 그렇게 말했다.

뭐, 둘러볼 것조차 없는 작은 사무실이지만 그래도 봤으니 이제 가라고 하긴 뭐해 저녁이라도 먹여서 돌려보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저 까먹은 거 아니죠?”

“어? 형 왔어?”

“아, 오빠, 오셨어요?”


호쾌한 목소리와 함께 길드 문을 열고 여행을 떠났던 형이 들어왔다.

인생 아무렇게 막 사는 것 같아도 아카데미 수업이 끝나는 오늘을 딱 맞춰 돌아왔나 보다.


“자~ 그럼 우선 우리 마스터 기념품~.”

“와! 감사합니다!”


형은 등장과 동시에 한 손 가득히 들고 있는 기념품부터 나눠주기 시작했다.

관광지에서 파는 기념품을 처음 본 아린이는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 내 동생도 선물~.”

“오, 땡큐.”


감귤초콜릿, 감귤젤리, 감귤쌀과자, 감귤파이.

다 감귤투성이인 걸 보니 제주도에 다녀왔나 보다.


“그리고~ 이쪽은~ 누구⋯신지⋯?”


마지막으로 형은 소파에 앉아있는 낯선 하은을 보며 눈을 깜빡였고 마찬가지로 형을 모르는 하은도 어리둥절해하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분위기상으로, 또 마력상으로 형도 길드의 일원임을 눈치챈 하은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했다.


“아, 안녕하세요! 실버나이츠 길드에 가입하게 된 이하은이라고 합니다!”

“헉~ 신입?! 드디어 나한테도 후배님이 생긴 거야?”


형은 입을 틀어막으며 기뻐하더니 나한테 줬던 기념품을 통째로 뺏어가 하은에게 넘겼다.


“어, 어⋯! 내 건데⋯!”

“응, 이제 아니야, 자, 이거 받아요, 후배님! 내가 주는 입사 선물! 혹시 나이는 어떻게 돼요?”

“가, 감사합니다. 열아홉 살입니다.”

“열아홉~?! 그럼 아직 고등학생?”

“서울헌터아카데미에 다니고 있습니다.”

“우와~ 완전 엘리트네! 사용하는 무기는 어떻게 돼?”

“마법사라 무기는 특별히 없습니다.”

“와~ 대박! 우리 길드에 온 걸 환영해!”


형은 자연스럽게 단계적으로 말을 까며 하은에게 악수를 청했고 하은은 살짝 수줍어하며 형의 손을 잡았다.


“선배님께서는 어떤 무기를 사용하시나요?”


특유의 방정맞고 가벼운 분위기 때문일까, 하은은 벌써 형을 편안하게 느끼고 먼저 질문을 던졌다.


“에이~ 그렇게 딱딱하게 굴 필요 없어! 우리 길드 그런 분위기 아니야!”

“제가 뭐라고 부르면 될까요?”

“우리 하은이 마음 가는 대로?”

“그, 그럼⋯ 그냥 선생님처럼⋯ 오빠⋯로 불러도 될까요?”

“그렇게 불러만 준다면야.”


하은은 빨개진 볼을 숨기려는 듯 고개를 숙이며 물었고 형은 느끼하게 웃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수락했다.

아니, 잠깐만.

뭐야, 이 분위기?


“야, 너 나한테는 아저씨라고 하면서 왜 나보다 3살이나 많은 우리 형한테는 오빠라고 하는데? 이상하지 않아?” “준호야, 넌 얼굴도 못생긴 게 마음까지 못생겼구나. 이럴 땐 눈치껏 가만히나 있는 거란다.”


형에게 푹 빠진 하은은 내 말에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이 순간을 즐겼고 형은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와, 돌겠네.

얼굴이 개연성이라는 게 이런 건가.

잘생기면 다야?


“주, 준호야. 난 너도 잘생겼다고 생각해.”

“응⋯ 고마워⋯.”


아린이가 슬쩍 다가와 내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해줬지만 형과 나 사이에 존재하는 외모의 격차를 객관적으로 인지하고 있고 또 인정하고 있는 내겐 별로 힘이 되지 않았다.

형은 이기적이게도 나와 반으로 나눴어야 할 외모 유전자를 독차지해버렸다.


“하아⋯.”


외모지상주의의 씁쓸함을 다시 한번 곱씹으며 씁쓸함을 느끼고 있을 때 갑자기 어디선가 전화가 왔다.

저장되어 있지 않은 번호였다.

뭐지, 오주한 요원인가?


“여보세요?”


전에는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면 받지 않았는데 이젠 업무상의 연락도 꽤 자주 오는 편이라 나는 일단 전화를 받아봤다.


“안녕하세요. 실버나이츠 길드의 박준호 헌터님 맞으신가요?”

“예, 맞습니다. 누구시죠?”

“예, 그것이 다름이 아니고⋯.”

“⋯⋯!!! 나 잠깐 나갔다 올게!”


갑자기 걸려 온 전화를 받은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곧장 헌터관리국으로 직행했다.




***




“갑작스러운 연락에도 참석해주신 각 길드 관계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올 사람이 대충 모이자 헌터관리국의 요원이 나와 브리핑을 시작했다.

상황실에는 나와 같이 연락을 받고 부리나케 달려온 여러 길드의 관계자들이 앉아있었다.

내가, 우리가 이렇게 갑자기 이 자리에 모이게 된 이유는⋯.


“그럼 지금부터 긴급 A급 던전 배정을 위한 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A급 던전의 출현 때문이었다.

그것도 긴급.


던전 출현으로부터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기까지는 아무리 짧아도 일주일은 걸린다.

그런데 브리핑을 들어보니 우리를 불러 모은 이 문제의 던전은 출현과 동시에 던전 브레이크까지 남은 시간이 3일 미만으로 측정이 된 듯했다.

그야말로 당장 오늘 아니면 내일 공략을 해야 하는 긴급한 던전인 셈이었다.


“우리는⋯ 안 되겠군.”

“하필이면 B급 던전에 발이 묶여서⋯.”


브리핑이 끝나자 상당수의 길드가 공략을 포기하고 자리를 떠났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발생한 A급 던전은 공략할 인원이 없거나 인원이 있더라도 그 후 예정되어있는 일정에 차질이 생길 확률이 높은 길드가 대다수이기 때문이었다.


“⋯⋯⋯⋯.”


나는 상황실에 남은 인원을 슥 훑었다.

사람이 많이 줄었다고는 해도 여전히 많은 길드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경쟁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 툭, 툭.


이번 A급 던전을 꼭 잡아야 한다.

그런 생각에 가슴을 졸이고 있는데 뒤에서 한 여성 요원이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 조용히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나는 영문도 모른 채 일단 그녀를 따라갔고 아무도 없는 별도의 방으로 나를 부른 그녀는 일단 내 신원을 확인했다.


“실버나이츠 길드의 박준호 헌터님 맞으시죠?”

“네, 그렇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헌터님의 길드에 던전 배정 우선권이 있어서 따로 말씀드리려는데⋯.”


아, 던전 배정 우선권!

아직 헌터관리국의 일은 하나도 안 했는데 그게 벌써 적용된 건가?

오주한 요원이 생긴 게 그래서 그렇지 일 하나는 진짜 잘하나 보네.


“죄송하지만 이번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예, 예? 왜요?”


따로 불러서 배정해주겠다고 말하려는 건 줄 알았는데 반대로 따로 불러서 안 될 것 같다고 통보를 해 버리니 실망감이 배로 밀려 들어왔다.

나는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대책이라도 세우기 위해 그 이유를 물었다.


“윤아린 헌터님 한 분만으로도 길드의 전력 평가는 그래프를 뚫을 정도로 높지만⋯ 길드에 마법사가 없으셔서 변수 대처 평가가 매우 낮거든요. 아시다시피 A급 던전은 마법사가 없으면 헤쳐 나가기 어려운 그런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는 터라⋯.”

“잠시만요, 저희 길드에 마법사 있는데요?”

“음⋯ 아니요, 서류엔 등록된 헌터가 없는데요⋯.”

“그게, 그러니까, 지금은 없는 게 맞는데요, 곧 생길 거예요.”

“예? 예⋯ 그게 무슨⋯.”

“잠시 전화 한 통만 하겠습니다.”


요원은 무슨 헛소리를 하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즉시 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말했다.


“형. 하은이 계약서 써서 우리 길드에 등록시켜줘,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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