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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혼(草魂) 님의 서재입니다.

대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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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혼(草魂)
작품등록일 :
2012.10.17 17:06
최근연재일 :
2012.12.01 19:03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21,274
추천수 :
149
글자수 :
28,299

작성
12.11.23 19:13
조회
3,169
추천
17
글자
7쪽

1장. 천하제일인의 제자는 나무꾼이다

DUMMY

“정말 욕심이 없느냐?”

“네.”

“원하면 천하를 가질 수도 있다. 헌데도 정녕 욕심이 없단 말이더냐?”

노인의 물음에 청년은 그저 한줄기 미소로 대답을 대신할 뿐이었다. 그 미소가 너무 깨끗하고 청량하여 보는 이마저도 좋은 기분을 느낄 것만 같았다.

“허허. 그저 웃고 마는 것이냐.”

“그럼 사부님께서는 왜 천하를 가지시지 않으셨습니까.”

“천하를 가지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가질 수 없었다. 천하를 가지려면 무림맹주 그 친구를 죽여야 했으니까. 그리고 그 무림맹주 녀석이 바로 내가 사랑했던 여인의 부군이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천하를 가질 수 없었다.”

노인의 말에 쓸쓸함이 묻어 났다.

푸른 청춘의 시절. 심장에 검이 박히는 것보다 더 깊은 상처를 남긴 여자가 있었다. 그리고 그 여자를 잊지 못해 평생을 눈물로 보낸 사내가 있었다.

지금 청년의 앞에 앉아 있는 노인이 바로 그 사내였다.

“그래서 제 결혼을 허락하신 것입니까?”

“선대로부터 일인전승으로 이어져온 문파가 너무 오래되었다. 이젠 바뀔 때도 되었어. 본래 내 스승님께서 나에게 원하셨던 일이었지만, 내가 그러지 않았다. 그 여인이 아니라면 내게 누군가와 함께하는 삶은 그 어떤 의미도 없었으니까. 왜? 싫은 게냐?”

“싫을 리 있겠습니까? 연이는 어릴 적부터 제게 소중한 사람이었고, 지금도 소중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소중할 사람입니다. 헌데 어찌 싫을 수 있겠습니까.”

“그거면 되었다. 그래도 네가 좋은 짝을 만나 행복한 삶을 살아갈 것을 생각하니 이 사부는 안심이구나.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다.”

“무슨 말씀을 그리 섭섭하게 하십니까. 제가 연아와 결혼하는 것도 보시고, 아이를 낳는 것도 보셔야지요. 사부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저는 무공을 배우는 게 전문이지 가르치는 것엔 소질이 없습니다. 연아와 아이를 낳으면 사부님께서 학문과 무공을 가르쳐 주십시오.”

“이녀석. 젊은 놈이 사부를 늙어 죽을 때까지 부려먹을 속셈이로구나.”

“죽으면 평생 누워계실거 쉬어서 뭐하십니까. 살아계실 때 조금이라도 더 움직이셔야지요.”

“허허…….”

청년의 다소 예의 없는 말에도 노인은 그저 허허로운 웃음만 지을 뿐이다.

사실 천하의 그 누구도 노인에게 이런 태도를 보일 순 없을 터였다. 무림맹주도, 마교주도 노인의 얼굴을 보면 고개부터 숙여야 했으니까.

마음만 먹으면 천하의 황제라 할지라도 고개를 숙이게 만들 힘이 노인에게 있었으니까.

“사부님.”

“왜 그러느냐?”

하지만 눈앞에 있는 청년은 그런 노인의 하나뿐인 제자였다.

수백년 전부터 일인전승으로 내려져온 문파다. 언제 어떻게 생겼는진 노인조차 몰랐다. 노인의 스승도 몰랐으니까.

그저 이름도 무공이 내려왔고, 그 이름도 없는 무공과 함께 왜 지켜야 하는지도 모르는 사명이 내려왔을 뿐이었다.

평생을 족쇄처럼 따라다녀야 하는 사명이…….

“정말 괜찮의겠습니까? 천하제일의 무공이 지금부턴 한 가문에 존속되는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이 무공의 주인들은 그냥 대협이라 불리는 것이 아닌 구대협이라 불리게 된단 말입니다.”

“어렸을 적 나의 불만은 어머니가 없는 것이었다. 다른 아이들은 조금만 다쳐도 엄마를 부르며 집으로 달려가 품에 안기는데, 나는 아무리 다쳐도 집으로 달려가 품에 안길 어머니가 없었으니까. 그 때 내가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진 너 또한 잘 알것이다. 나는 이제 그것이 싫구나. 나는 더 이상 이 이름도 없는 무공의 주인들이 어머니 없이 자라나며 흘리지 않아도 될 눈물을 흘리도록 만들고 싶지가 않구나.”

“사부님…….”

“선아. 부디…부디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한다. 이제 사부의 마지막 남은 소원은 그것 하나 밖에 없구나.”

두 눈에 눈물이 고인 노인이 청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리고 청년은 마주 잡은 사부의 손에서 따뜻한 온기가 전해지자 먹먹한 마음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네. 사부님.”

“그래. 그래. 피곤하구나. 이제는 좀 자야겠다. 늙으면 잠이 준다던데 오히려 나는 잠이 느는 것 같구나.”

“그럼 제자 이만 건너가보겠습니다.”

“그러도록 하려므나.”

노인의 말이 끝나자 청년이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몸을 돌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나가려다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뒤에 있던 노인을 향해 물었다.

“헌데 마지막 소원이라 하셨는데, 그럼 그 이전 사부님의 소원은 무엇이었습니까?”

“죽기 전 한 여인의 얼굴을 다시 한 번 보는 것이었다. 헌데 이젠 이룰 수가 없게 되었어. 이제는 내가 그녀를 볼 자신이 없구나…….”

“주무십시오.”

“오냐.”

덜컹

노인의 말을 들은 청년은 황급히 문을 닫으며 밖으로 나와 버렸다.



깊은 밤.

삐빅~삐빅~

이름 모를 풀벌레 울음소리가 고요히 침묵을 깨는 초원.

빙글빙글

한 자루 검이 빙글빙글 허공을 돌며 밤하늘을 휘젓고 있었다.

“이제 재밌는 게 없네…….”

언젠가부터 밤마다 노인의 눈을 피해 무공을 수련하는 것도 별다른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렸을 적엔 밤새 무공을 수련하고 또 수련해서 하나하나 무공의 단계를 높여가는 성취감 같은 것이 있었는데 지금은 수련을 통해 더 오를 단계도 더 이상 이뤄내야 할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정말 연이의 부군이 되긴 하는 건가?”

어렷을 적부터 좋아하던 아이가 있었다.

작고 귀여운 얼굴고 복숭아 같은 선홍빛 볼. 앵두 같은 임술. 특히 흑요석을 박아놓은 것처럼 빛나는 두 눈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던 아이.

이제 그 아이가 어느덧 성숙한 여인으로 변해 내일이면 자신의 부인이 되려 하고 있었다.

“연이의 부군이라…….”

쉐쉐쉐쉐쉑!

청년의 얼굴이 조금 붉어지며 점점 심장 박동이 높아지자 허공을 휘젓던 검의 움직임도 덩달아 빨라지기 시작했다.

“포기했었었는데 말이야.”

평생 무림의 평화를 위해서 살아가되 그 어떤 여인도 사랑하면 안되고, 가문을 이루어서도 안된다.

재산을 모아서도 안되고, 그런 욕심을 품어서도 안된다.

천하제일의 무공을 얻는 대가로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가문을 이루면 욕심이 생긴다. 천하제일의 무공을 가진 이가 그런 욕심을 갖게 된다면 천하의 그 누구도 그를 말릴 수 없을 터.

때문에 일인전승문의 법칙은 그렇게 수백년을 내려왔고, 그 수백년간 무공을 익힌 모든 사람들이 그 법칙을 따랐다.

“내일이면 연이에게 청혼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내일이면 수백년간 이어져 내려온 그 법칙이 청년의 대에 이르러 깨지려 하고 있었다.

“나도 이만 자야지.”

자리를 털고 일어난 청년이 집으로 돌아가자, 강아지마냥 신나게 밤하늘을 휘젓던 검이 뒤늦게 청년의 뒤를 쫓아 날아가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추천 잊으신 것은 아니죠!?^^ 요 아래 추천 꾹!!!


작가의말

날씨가 춥네요...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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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2.11.24 00:34
    No. 1

    왠지 밤새 무슨 일이 생길것같은ㅎㅎ

    그저 이름도 무공이 내려왔고->이름도 없는 무공이 내려왔고

    스승의 대사에 '엄마'라는 단어가 있는데요, 나이를 생각하면 다른 단어가 더 낫지 않을까요? 아닌가..

    잘 보고 갑니다ㅎ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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