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초혼(草魂) 님의 서재입니다.

대협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초혼(草魂)
작품등록일 :
2012.10.17 17:06
최근연재일 :
2012.12.01 19:03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21,285
추천수 :
149
글자수 :
28,299

작성
12.12.01 19:03
조회
1,464
추천
17
글자
10쪽

3장. 고작 대가가 이것입니까?

DUMMY

“형님!”

“?”

임노인의 가게를 떠나 집으로 돌아가려던 영선은 갑자기 앞을 가로막아서는 세 명의 청년들 때문에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누구신지?”

“저희 기억나지 않으십니까? 저흽니다. 저희. 그때 그 뒷골목에서 형님께 뺨 맞았던…….”

“아…….”

기억이 났다.

수연의 집으로 청혼을 하러 갔던 날 마주쳤던 건달들. 하지만 갑자기 그 건달 셋이 왜 자신의 앞을 가로 막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왜 내 앞을 가로 막는 거지?”

“형님! 부디 저희들의 대형이 되어 주십시오!”

동작을 맞춘 듯 동시에 오체투지를 하는 세명의 청년들을 보며 영선은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이 녀석들은 뭐란 말인가.

“저희들이 건달들이었긴 했지만 그래도 형님과 만난 이후부터는 형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착실하게 살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비록 저희들의 첫만남은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앞으론 형님을 대형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부디 저희들을 동생으로 거둬주십시오! 응? 어, 어디로 가신 거지?”하지만 세 청년들이 고개를 들었을 땐 이미 영선의 모습이 사라지고 없었다.



솨아아…….

드넓은 평야에 서서 영선은 거세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고 있었다.

‘강기를 잘라버리는 빛이라…….’

사부에게 패한 그 날 이후 수연을 잃은 상심도 컸지만, 그 못지 않게 영선을 괴롭혔던 것은 사부가 펼쳤던 멸영광의 경지였다.

‘강기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건 뭐란 말인가.’

기존에 영선이 알고 있던 무의 극의는 무엇이든 파괴하는 강기의 경지였다.

헌데 사부가 새로운 문제를 내놓았다.

어쩌면 사부는 기다렸을지도 몰랐다. 영선이 가장 절박한 순간에 최고로 어려운 문제를 내놓았다. 이젠 수연을 떠나 사부에 대한 원망을 풀기 위해서라도 멸영광의 경지를 이루어야만 했다.

“하아앗!”

콰광!

허공을 선회하던 검이 강기를 머금고 영선을 공격했고, 영선은 수강을 뽑아 올려 그에 맞서기 시작했다.

콰앙! 콰직!

땅이 갈라지고 주변에 있던 나무와 돌들이 사방으로 비산하기 시작했다.

검을 든 영선과 주먹을 쥔 영선이 싸우고 있었다. 마치 두 명의 영선이 싸우듯 영선과 검이 싸우고 있는 것이다.

주륵

무리하게 내공을 끌어올리는 바람에 입가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영선은 어금니를 꽉 깨면서까지 악으로 버티며 검과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었다.

“으아아아!”

콰앙! 쾅!

자신의 한계를 깨기 위해선 자기 자신과 싸우는 수밖에 없었다.

모든 힘이 모두 소진될때까지 싸우고 또 싸운다. 마치 거대한 암석 속에 꽁꽁 숨어잇는 금강석을 캐내듯, 자기 자신을 깎고 또 깎는다.

그렇게 깎고 또 깎으면 결국 암석의 겉이 다 깎여나가고 찬란한 빛을 내뿜는 금강석이 모습을 드러내듯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그렇게 믿는 수밖에 없었다.



“…….”

두달의 시간이 흘렀다.

‘아직인가.’

한달 정도는 걸릴 것이라 말했던 사부는 다시 한달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문득 영선 자신이 사부를 원망했던 만큼, 사부 역시 어리석은 자신에게 화가 난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오시겠지.’

화난 것이 풀리면 돌아올 것이다.

사부는 냉정한 사람이 못되므로. 그리고 세상 그 누구보다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었으니까.

“깜짝 놀라시겠지?”

멸영광의 경지를 보여주면 사부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생각만 해도 웃음이 지어졌다.

아마도 그 사이 벌써 멸영광의 경지를 이루었냐며 크게 기뻐하실 터였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어깨를 두드려줄 터였다.

저벅저벅

“돌아오셨나?”

그 순간 멀리서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스윽…….

마교주 천마가 검 한자루를 내밀었다.

집을 떠나기 전 사부가 손에 쥐고 갔던 바로 그 이름 모를 검이었다.

“미안하네. 시체는 찾을 수 없었네. 다른 시체들과 섞여 어느 것이 대협의 것인 지 분간을 할 수 없었어.”

“…….”

사부 대신 검이 돌아왔다. 그리고 검을 들고 온 천마는 사부가 죽었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의 시체와 뒤섞여 어느 것이 사부의 것인지도 모를 정도로.

“…….”

“미안하네. 내가 조금만 빨랐더라도…….”

“사부께서 무림에 나가신 사이 못된 장난을 배워보셨나 봅니다.”

그리고 영선은 사부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미 없다고 이제 그만 나오라 하시죠. 처음엔 좀 놀랐었는데 이젠 별로 재미가 없군요. 솔직히 사부가 어디 나가서 객사하실 분입니까? 얼른 나오라 하시죠.”

“자네…….”

“이제 장난 그만 하고 나오시란 말입니다!”

콰아앙!

영선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기세에 그나마 오래되어 덜컹거리던 문짝이 통째로 뜯겨져 나갔다.

“지, 진정하게!”

“나오시란 말입니다! 나오라고!”

“이보게!”

영선에게로부터 뿜어져나오는 엄청난 기세에 마교주가 황급히 마기를 끌어올리며 소리쳤다. 무방비로 영선의 기세에 노출되었다간 자칫 심각한 내상을 입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조용한 침묵이 감도는 가운데 겨우 감정을 다스린 영선을 향해 천마가 말했다.

“윤천후 그 개새끼가 수작질을 부렸어. 암천종 하나도 무시 못할 상대였는데, 거기다 열두명의 세외종주들까지 합공을 했다더군. 윤천후 그 씹어먹어도 시원치 않을 새끼와 구대문파의 문주들이 그를 보면서도 암묵적으로 외면을 했고.”

“…….”

“하지만 대협은 그 싸움에서 지지 않으셨네. 비록 암천종을 죽이진 못했지만 목숨이 위험할 정도로 중상을 입게 만들었고, 열두 명의 세외종주들은 그 자리에서 도륙하셨다더군. 하지만…….”

“하지만 뭡니까?”

“그것을 확인한 윤천후와 구대문파의 장문들이 무리들을 이끌고 그대로 퇴각을 해버렸던 거야. 수만에 달하는 적들이 우굴거리는 곳에 대협만 혈혈단신 남겨두고 도망을 쳤던 거야. 그 더럽고 추잡스러운 놈들이!”

“그래서…사부가 죽었단 말이십니까?”

“이미 암천종을 비롯해 열두명의 세외종주들을 상대하느라 모든 진기를 소진하신 대협이셨네. 그런 상태에서 수만명의 적들이 달려드니 도리가 없으셨던 게야. 내가 달려갔을 땐 이미 사부는 없고 수많은 시체들 가운데 이 검만 남겨져 있더군.”

“그 말이 정말 사실입니까?”

“대협이 돌아가신 일이네.”

“…….”

천마를 잘 알진 못했지만 이런 일로 허언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부는 고작 그런 일로 죽을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사부가 죽지 않을 이유를 대라면 지금 이 자리에서 수십, 수백가지라도 댈 수 있었다.

고작 수만? 수십, 수천만이 달려들어도 소용없는 짓이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한 사부는 하루 종일 강기를 휘두를 수도 있는 사람이었고, 마음만 먹으면 한줌 진기로도 하늘을 날아 천리를 갈 수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부가 이런 일로 죽다니. 지나가던 개가 다 웃을 일이 아닌가.

“…….”

하지만 수십, 수백가지 이유로도 눈앞에 덩그러니 올려져 있는 사부의 검을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영선이 아는 한 사부는 절대 수백년간 내려져 온 검을 내버릴 사람이 아니었다.

손바닥만한 방안에서 검 닦는 것을 낙으로 삼고 살았던 사람이 사부였다. 헌데 그런 사부의 검이 피로 얼룩진 채 자신의 앞에 놓여져 있었다.

사부가 죽지 않았다면 절대 이렇게 있을 검이 아니었다.

“나 천마는 본교로 돌아가는 즉시 윤천후를 비롯해 의롭지 못한 정파의 놈에게 정마대전을 선포할 것이네! 대협을 죽인 죄값을 그놈들의 피로서 받아낼 것이네! 나 천마의 이름과 명예를 걸고 하늘에 맹세하겠네!”

천마의 외침에 영선은 천천히 사부의 검을 회수했다. 그리고 천을 들어 검신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말했다.

“그러지 마십시오.”

“뭐라고? 그럼 그 천인공노할 놈들을 가만히 냅두란 말인가!?”

“네. 가만히 냅두십시오.”“설마 자네 사부가 죽었는데도 원수를 갚지 않을 생각인가?”

“네. 그것이…사부가 원하는 일일 테니까요.”

“사부가 원하는 일?”

“더 이상 무림에 수호자도 없는데 싸움이 일어나면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갈 테니까. 그리고…사부께서는 그를 원치 않으실 테니까.”

“뭐, 뭐라고!? 자네 설마?”

깨끗하게 닦아진 검을 조용히 내려놓은 영선이 천마를 뒤로한 채 자릴 털고 일어나 밖으로 나가버렸다.



“원망하느냐?”

“네.”


“제길…….”

영선의 입을 비집고 작은 음성이 흘러나왔다.


“원망하느냐?”

“네.”


“제길.”

다시 한번 영선의 입을 비집고 같은 말이 흘러나왔다.


“원망하느냐?”

“네.”


“제길!”

영선의 입에서 결국은 큰 소리가 터져나왔다.

“으아아! 제길!”

꾹꾹 억누르고 참아뒀던 울음과 억울함이 영선의 몸밖으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으아악! 으아아악!”

영선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것들은 사람의 말이라기 보단 짐승의 포효에 가까웠다. 그리고 얼음장보다 차갑고, 활화산보다 뜨거운 한과 원망이 실려 있었다.

“이럴려고! 이럴려고 그러셨습니까!”

영선의 외침이 평원 위에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고작 이렇게 죽으려고!”

콰광!

하늘이 울기 시작했다.

“고작 이렇게 죽으려고 제 가슴에 그리도 큰 못을 박으셨습니까!”

콰과광!

그리고 영선도 울기 시작했다.

“그럴거면 원망하느냐 묻지나 말지! 그럴거면! 죽지나 말지! 그럴 거면!”

콰과광!

“원망하지 않는단 말이라도 듣고 가시지! 그 무거운 마음으로 어찌가려고…그 마음으로 어떻게 그 먼길을 가려고 죽으셨습니까…….”

쏴아아!

번쩍 거리며 뇌전을 쏟아내던 하늘이 빗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으아아! 으아아아아!”

영선도…하늘도…한참을 울었다.






감사합니다. 추천 잊으신 것은 아니죠!?^^ 요 아래 추천 꾹!!!


작가의말

좋은 주말 보내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내용이 조금 기네요.

중간에 자르려다 내용이 좋은 것 같아서 쭉~붙여 봤습니다.

내일은 일요일입니다! 연참대전이 하루 쉴 수 있는 날이네요^^

 

독자님들의 추천, 선작, 댓글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협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3장. 고작 대가가 이것입니까? +3 12.12.01 1,465 17 10쪽
9 3장. 고작 대가가 이것입니까? +2 12.11.30 1,693 11 7쪽
8 3장. 고작 대가가 이것입니까? +1 12.11.29 1,770 9 6쪽
7 2장. 실연(失戀) +3 12.11.28 1,752 9 8쪽
6 2장. 실연(失戀) +3 12.11.27 2,078 25 6쪽
5 2장. 실연(失戀) +3 12.11.26 2,130 10 6쪽
4 1장. 천하제일인의 제자는 나무꾼이다 +3 12.11.25 2,356 12 7쪽
3 1장. 천하제일인의 제자는 나무꾼이다 +3 12.11.24 2,386 25 7쪽
2 1장. 천하제일인의 제자는 나무꾼이다 +1 12.11.23 3,170 17 7쪽
1 서장 12.11.23 2,486 14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