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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흠나양 님의 서재입니다.

야인무적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유한세상
작품등록일 :
2024.05.08 22:07
최근연재일 :
2024.06.27 18:30
연재수 :
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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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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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24,069

작성
24.05.08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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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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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글자
15쪽

귀향(歸鄕) -2

DUMMY

남궁운이 작은 궤짝을 들고 돌아오자 저마다 편한 방법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야인대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입을 연 사람은 서막이었다.


“외출 허가는 받았나?”


경박하고 철없는 질문에 정파 출신 야인대원들이 습관처럼 고개를 저었다.

뒤이어 항상 그래왔듯 당산호의 핀잔이 뒤를 이었다.


“이 색마 놈. 너는 언젠가 그 아랫도리 때문에 뒈질 거다.”

“그럴 리가.”


서막이 당산호를 바라보며 능글맞게 웃었다.


“내 항상 말하지 않았나. 난 색마가 아니라 화화공자(花花公子)라고. 내가 얼마나 여인들에게 예의를 지키는지 자네도 봐서 알잖아?”

“예의를 지키면 뭐해? 보이는 여자마다 추파를 던지는 놈이?”

“나비가 어찌 꽃을 그냥 지나치겠는가. 네놈같이 고목처럼 뻣뻣이 서 있으면 꽃이 다가올 줄 아느냐? 그러니 그 나이 먹도록 말 한마디도 못하는 숙맥이지.”

“뭣이?!”


얼굴이 벌게진 당산호가 씩씩거리며 일어섰다.

서막은 과장되게 겁먹은 척했지만,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한판 벌어질 상황.

그때 남궁운이 끼어들었다.


“그만하고 다들 모여봐. 할 말이 있다.”


야인대는 살짝 이채를 띄었다.

그는 쉬고 있을 때만큼은 사소한 격식 따윈 따지지 않았다.

아무리 중요한 전달 사항이 있어도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라고 한 적이 드물다.

바닥에 누워 고개를 돌리고 있어도, 시끄럽게 떠들며 야바위를 하고 있어도 내버려 두고 나중에 넌지시 상기시키는 편이었다.


“심각한 이야기인 것 같군.”


책을 읽고 있던 제갈명이 가장 먼저 그에게 다가갔다.

그러고 보니 남궁운의 표정이 평소와는 달랐다.

어딘가 복잡한 표정.

대장이 된 순간부터 웬만한 큰일에도 내색조차 하지 않았기에 이번 일이 심상치 않다는 걸 눈치챘다.

야인대 전원이 표정을 굳히고 모여들자 전환이 씹어뱉듯 말했다.


“표정이 썩은 걸 보니 유청, 그 늙은이가 뭐라 씨불인 모양인데? 내가 가서 멱을 따줘?”


야인대는 첫 마디가 나오기 무섭게 고개를 저으며 기막을 쳤다.

저 자유분방한 주둥이에 십오 년을 시달리다 보면 몸이 알아서 반응하기 마련이다.


“허가는 필요 없어. 오늘부로 야인대는 해산이다. 지금 바로 고향으로 돌아도 돼.”

“...!”


야인대는 누구 하나 빠짐없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격동과 파란이 덮친 얼굴이 파르르 떨린다.


“무량...수불.”


농아(聾啞)라고 불릴 정도로 평상시에 말을 하지 않는 무당파의 현원은 오랜만에 어색하게 도호를 외웠고, 덩치는 크지만 가장 감정적인 황보강은 눈시울을 붉혔다.

잠시 격정의 시간이 지나간 후, 가장 먼저 감정을 추스른 제갈명이 남궁운을 재촉했다.


“자세히 말해보게.”

“황제가 죽었어.”


남궁운은 유청에게 들었던 말을 꺼내놓았다.

내란을 염려해 황제의 죽음을 숨기고 있다는 것부터 야인대를 해체하기로 했다는 것까지.

이야기를 듣던 당호산이 의아함을 드러냈다.


“나만 이해 안 되는 거야? 내란을 걱정한다면서 우릴 왜 보내줘? 우리 전공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관무불가침의 맹약을 되돌리려는 거네. 우리를 돌려보내 전 황제로 인해 악화된 관계를 풀려는 속셈이지.”


가만히 듣고 있던 제갈명이 설명했다.

남궁운이 물었다.


“여기 일곱만 살아남았어. 이제 와서 돌려보내 준다 한들 무림에서 용납할까?”

“숫자는 상관없네. 단 한 사람이라도 돌려보냈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우릴 끌고 올 때 내세웠던 대의명분을 기억하는가?”

“장성 이북을 토벌해 북원의 잔재를 지우고 백성을 평안케 하는데 힘을 빌려달라고 했네.”

“맞네.”


제갈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명 황실은 그 대의명분을 준수했다는 의미로 우릴 돌려보냄으로써 앞으로의 정국에 무림이 개입하지 말라고 공표한 것이지.”

“그렇군.”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닐걸세. 내 생각인데 혹시 도독동지가 자네를 설득하지 않았는가?”


제갈명은 그렇지 않냐는 듯 남궁운을 쳐다보았다.

남궁운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관에 투신하라고 하더군.”

“역시. 나라도 그랬을 걸세. 자네는 그냥 보내주기엔 너무나 아까운 인재니까.”

“나뿐만이 아니야. 너희들 역시 남기로 한다면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기로 약조했네.”


남궁운은 한 사람씩 눈을 마주쳤다.

제갈명, 당산호, 현원은 고민할 가치도 없다는 듯 덤덤했다.

반면에 황보강, 서막, 전환은 조금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


볼모로 왔다고 하나 모두가 똑같은 건 아니다.

정말 가문과 사문을 위해서 온 사람도 있고 자신의 자리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혹은 강제로 떠밀리듯 와야 했던 이들도 있다.

사정을 캐묻지 않는 것.

처음부터 암묵적인 금기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십오 년을 함께 했음에도 서로의 사정을 묻지 않았고 말하지도 않았다.


“자네는 어떻게 할 건가?”

“나는...돌아가야지.”

“어디로 말인가?”

“당연히 남궁···.”


남궁운은 멈칫하더니 전우들의 눈빛을 보고 쓰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유청이 그랬다.

귀로 들은 자신도 아는데 긴 세월을 동고동락한 전우들이 모르겠냐고.

그 말이 정답이었다.


“언제부터 알았지?”

“남궁세가의 검은 하늘과 제왕의 기세를 담고 있기로 유명하지. 자네의 검은···.”

“내가 관리하던 기녀들의 검무보다 못 봐주겠더군.”

“그 정도였나?”

“그것도 좋게 봐준 거야.”


하하하.

서막이 킬킬거리며 내놓은 평가에 막사는 웃음바다가 되었다.

얼마 만에 이런 박장대소를 하는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으나, 그래도 썩 어색하진 않았다.

웃음이 가시고 난 후 남궁운은 약간은 아련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 이름은 북...궁백. 지금은 사라진 북궁세가의 후손이다.”


십오 년 만에 내뱉은 본명은 혀에 돋아난 바늘처럼 까끌까끌했다.


“북궁세가? 처음 들어보는데···. 누구 아는 사람?”

“대장 처음 봤을 때 실력 보면 모르겠냐? 어디 촌구석에 처박혀 있는 가문이겠지.”


그나마 유일하게 기대할 수 있는 자가 있었다.

천하에 머리 좋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제갈세가의 직계, 제갈명이다.


“북궁세가라면...혹시 원 말기 강소성에서 위명을 떨치던 그 북궁세가를 말하는 건가?”


제갈명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남궁운, 아니 북궁백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어렴풋이 책에서 읽었던 기억이 나. 당시 오대세가에 비견될 정도로 큰 가문이었다던데···.”


제갈명이 말끝을 흐리며 북궁백의 눈치를 살폈다.

굳이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아도 모두가 짐작하는 사실이다.


멸문(滅門).


북궁백을 보면 안다.

지금은 가장 강하지만, 야인대 창설 첫해, 북궁백의 서열은 말석이었다.

명문세가의 후손으로 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이류를 간신히 넘어선 경지.

오대세가에 비견될 무가의 비전 무공이라면 가히 신공이라 불러도 부족하지 않을 터.

신공을 제대로 익혔다면 겨우 그 정도일 리가 없다.


“나도 가문에 대해 아는 건 거의 없어. 원의 잔당에 의해 몰살당했다는 것만 알아. 부친께서는 내가 너무 어릴 때 돌아가셨기 때문에 기본심법만 간신히 이어받았지.”


모두가 침음을 삼키는 가운데 오직 현원의 도호만이 작게 흘러나왔다.


“자네가 남궁세가로 돌아가려는 이유. 그건 남궁운을 사칭한 것과 관련 있겠지?”

“그래. 내 딸을 살리려고 거래를 했네.”

“딸을 살려?”

“내 딸, 설이는 칠음절맥(七陰絕脈)을 타고났어.”

“아!”


제갈명은 이제야 모든 걸 알겠다는 듯 탄성을 터트렸다.

당시 남궁세가는 가주가 안휘성주와 사담을 나눌 만큼 막강한 가세를 자랑했으나 문제가 있었다.

대를 잇는 것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자손이 태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양기를 북돋아 준다는 영약을 구해 먹고, 많은 첩을 들여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직계 자손을 전쟁터에 보내는 건 가문에 심한 부담감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남궁세가는 횡재다 싶었겠군. 징병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칠음절맥을 치료하기만 하면 특출난 기재를 얻을 수도 있으니.”

“쯧쯧. 그때도 머저리였군. 뒤에서 잔머리만 굴리는 위선자의 혀를 믿고 덜컥 손을 잡···.”


혀를 차던 전환은 말을 끝내지 못했다.

야인대 전원이 싸늘하게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사파 출신인 서막조차도 말이다.

얼굴이 점차 붉게 달아오르던 전환은 덜컥 화를 냈다.


“뭘 그딴 눈깔로 꼬나봐! 내가 틀린 말 했어?!”

“후.”


황보강이 한숨을 쉬며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저놈이 죽는다면 필시 저 주둥이 때문일 거야.”

“동의하네.”

“네놈들도 정파 출신이라고···.”


전환이 황보강과 제갈명을 쏘아붙이려는 찰나, 북궁백이 담담하게, 하지만 자조적인 심정이 배어 나오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전환. 네 말이 틀린 건 아니야. 하지만 내겐 달리 방법이 없었어.”


눈을 감으면 선명하게 그려진다.

남들보다 하얀 피부에 시퍼렇게 질린 입술을 바들바들 떨며 다시는 안길 수 없는 어미 품을 찾던 아기가.

아무것도 없이 잡일로 하루하루를 살아오던 북궁백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재액(災厄)이었다.

동네 어른들이 이렇게 말했다.


-그냥 포기하게. 저 애는 제 어미를 잡아먹어서 천벌을 받은 게야.


그 말에 절맥을 치료할 자신도, 고통스러워하는 아이를 지켜볼 자신도 없었던 북궁백은 결정을 내렸다.


“내 손으로 죽이려 했다. 강에 던져버리려고 했어. 하지만 내 손으로 내 새끼를 죽이는 건 쉽지 않았지.”


작은 조각배를 빌려 강 위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해가 내려앉아 서쪽 하늘이 주홍빛으로 물들 때쯤 다시 울음을 터트린 딸을 보고는 차라리 함께 가는 게 더 쉽고 편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그랬다.

머뭇거리던 이전과 달리 누가 끌어당기기라도 하듯 쉽게 몸을 던질 수 있었다.

하지만 실패했다.


“지나가던 노승이 우릴 구했어. 그리고 왜 함부로 목숨을 포기하려 드냐며 나를 다그쳤지.”


순간 욱했다.

어렵게 시도한 것이 무위로 돌아간 것에 대한 분노였을까?

자식을 죽이려고 한 죄책감이었을까?

아니면 이럴 수밖에 없는 처지에 대한 자책이었을까?

무어라 정의하기 힘든, 복합적인 감정이 복받쳐 따지듯이 하소연했던 기억이 난다.


“정신을 차려보니 발밑에 조아려 사정하고 있었지. 딸을 살려달라고.”


노승은 자신의 성취가 부족해 완치할 수 없다고 했다.

대신 서신을 써줄 테니 남궁세가를 찾아가라고 했다.

위사에게 자신의 법명을 알려주면 가주를 볼 수 있을 거라면서.


“법명을 물어도 되겠는가?”

“공여(空如)라고 하셨네.”

“불요성승(不要聖僧)! 그분의 서신이라면 가주를 만날 수 있었겠지.”


제갈명이 탄성을 터트렸다.


“자네들도 아는 분인가?”

“모를 수가 없지. 전대 천하십대고수의 일인이자 전 중원을 떠돌며 몸소 선행을 베푸시는 활불이시지.”


대단한 덕망을 쌓은 고승이 맞는지 정파인이라면 치를 떠는 전환도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일 정도였다.


“어쩐지 그분이 그러시더군. 남궁세가라도 치유하긴 쉽지 않을 터이니 내가 선행을 베풀어 부처님의 자비를 구해야 한다고.”


가진 게 없는데 어떻게 자비를 구할 수 있냐고 물었다.

공여대사는 그런 북궁백을 꾸짖었다.


-네 몸은 네 것이 아니더냐! 진심을 내보일 수 있는 눈이 있고, 따뜻한 위로를 전할 수 있는 입이 있고, 남의 고민을 들어줄 수 있는 귀가 있고, 남의 손발이 되어줄 사지가 멀쩡히 붙어있지 않느냐!


“무재칠시(無財七施)의 가르침이네.”


재물이 없이도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 보시(布施).

꾸준히 행하여 습관처럼 붙으면 복이 따른다는 부처님의 말씀이었다.


“지금까지 해오던 게 그럼···.”

“그 가르침에 따른 거였지.”

“전부 가식이었다고?”


갑자기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북궁백은 쓴웃음을 지었다.


“글쎄···. 잘 모르겠군. 믿을지 모르겠다만 어느 순간부터는 딸이 아니라 너희를 먼저 떠오르더군.”

“...”

“적어도 이건 확실해. 너희들이 죽는 게 싫었다. 적어도 나보다 먼저 죽게 하고 싶진 않았어.”

“하. 빌어먹을 놈.”


전환은 허탈하게 웃으며 욕설을 쏟아냈다.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그의 진심을 모를 리가 없었다.

같은 행동이라도 진심과 가식은 느낌이 다르니까.

가식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 속았다 하더라도 괜찮다.

몇 번이나 대신 칼을 맞고 포위된 우리를 구출하려 홀로 뛰어든 사실은 사라지지 않으니까.

갑자기 서막이 무언가 깨달은 표정을 지었다.


“어쩐지 아무리 꼬셔도 기루를 안 가더라고. 저 도사 놈은 그렇다 치더라도 건장한 남자가 한사코 거절하는 게 도무지 이해가 안 됐단 말이지.”

“이 미친놈이 진짜.”


당산호가 한 대 쥐어박을 듯이 주먹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서막이 삿대질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저 은혜도 모르는 후레자식! 네놈에게 여인의 안락함을 깨우쳐준 게 누구더냐! 내 덕분에 여자 앞에서도 말을 할 수 있게 되었거늘. 진짜 사내를 가르친 나야말로 인생의 스승이 아니더냐!”

“닥쳐!”


분기탱천한 당산호가 주먹을 휘둘렀다.

서막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다른 전우들을 방패 삼아 몸을 피했다.

한순간 좁은 막사 안에서 술래잡기가 벌어졌다.

잠시 후.


“하하하.”

“으하하하.”

“낄낄낄.”


그들을 지켜보던 야인대가 웃음을 터트렸다.

기막 유지도 잊고 체면도 잊은 너털웃음이었다.

쫓고 쫓기던 서막과 당산호도 슬며시 멈추더니 웃음대열에 합류했다.


“받아.”


꽤 길었던 웃음이 멈추고 북궁백은 유청에게 받은 궤짝에서 전낭을 꺼내 나눠주었다.


“어이쿠야.”


묵직한 전낭을 받아든 서막이 엄살을 피웠다.


“여비다. 말도 내어주신다고 했으니 결코 부족하지 않을 거야.”

“도독동지께서 통이 크시군.”


당산호가 씩 웃으며 말했다.

그때 전낭을 던졌다 받기를 반복하던 황보강이 손을 내밀었다.


“내 것은 너희들이 나눠 가져라.”

“응?”


단숨에 황보강에게 시선이 쏠렸다.

북궁백이 대표로 물었다.


“남을 생각이냐?”

“그래. 어차피 세가로 돌아가도 내가 설 자리가 없거든.”


황보강은 대수롭지 않은듯 말했지만, 그 안에 담긴 씁쓸함을 완전히 감추진 못했다.

야인대는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분위기가 말이 아니군. 그냥 떠나는 척했다가 돌아올 걸 그랬나?”


황보강이 머리를 긁적였다.

전환이 이죽거렸다.


“이 순진한 새끼. 능력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아? 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놈들은 도구로만 봐. 짤랑거리는 게 오고 가야 사람 취급을 해주지.”

“전환 말이 맞네. 챙겨두게. 요긴하게 쓰일 테니.”


제갈명은 가슴팍으로 그의 손을 밀어냈다.

잠시 전환과 제갈명을 응시하던 황보강은 고개를 끄덕이며 전낭을 품 안에 넣었다.

북궁백은 다른 전우들을 둘러보았다.

더 이상 남을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후우.”


북궁백은 깊게 심호흡을 했다.

항상 간절히 바라왔던 순간임에도 왠지 모를 망설임이 샘솟았다.

북궁백은 뜨거운 눈으로 전우들을 하나하나를 머리에 새겼다.

다른 전우들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떠날 시간이다.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 내게 알려라. 사람을 보내든 서신을 쓰든, 소문을 퍼트리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잠시 말을 멈춘 북궁백의 안광이 번뜩였다.


“내 귀에 들어오기만 한다면, 그 즉시 달려가마. 그곳이 어디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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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형산혈사-1 +4 24.05.29 1,106 24 13쪽
22 형산-4 +2 24.05.28 1,090 22 14쪽
21 형산-3 +3 24.05.27 1,119 25 14쪽
20 형산-2 +2 24.05.26 1,139 23 13쪽
19 형산-1 +2 24.05.25 1,217 25 15쪽
18 피의 첫걸음 -3 +2 24.05.24 1,251 25 16쪽
17 피의 첫걸음 -2 +2 24.05.23 1,229 23 14쪽
16 피의 첫걸음 -1 +2 24.05.22 1,333 24 14쪽
15 악연과 인연 -4 +2 24.05.21 1,305 25 15쪽
14 악연과 인연 -3 +2 24.05.20 1,278 26 13쪽
13 악연과 인연 -2 +2 24.05.19 1,289 25 13쪽
12 악연과 인연 -1 +2 24.05.18 1,367 21 13쪽
11 잠악채 -3 +3 24.05.17 1,378 23 15쪽
10 잠악채 -2 +2 24.05.16 1,402 26 13쪽
9 잠악채 -1 +2 24.05.15 1,571 28 16쪽
8 남궁세가의 귀빈 -3 +3 24.05.14 1,682 29 13쪽
7 남궁세가의 귀빈 -2 +2 24.05.13 1,727 28 18쪽
6 남궁세가의 귀빈 -1 +3 24.05.12 1,848 31 13쪽
5 십오 년을 지나 -3 +3 24.05.11 1,848 32 14쪽
4 십오 년을 지나 -2 +3 24.05.10 1,855 33 14쪽
3 십오 년을 지나 -1 +2 24.05.09 1,947 36 13쪽
» 귀향(歸鄕) -2 +3 24.05.08 2,135 36 15쪽
1 귀향(歸鄕) -1 +5 24.05.08 2,451 3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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