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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균형자 님의 서재입니다.

빛의 균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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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연재수 :
334 회
조회수 :
177,671
추천수 :
2,538
글자수 :
6,185,526

작성
11.11.22 17:19
조회
404
추천
12
글자
57쪽

3rd 08. 크로스 카운터(3)

DUMMY



한참 돌아가야 하는 산길을 그냥 무시하고 직선으로 날아가고 백열화의 날개의 속도가 있다 보니, 몇 시간 지나지 않았는데 성도 근처에 도달할 수 있었다.



‘여신이 신력을 불어 넣어주지 않았다면 이렇게 유지할 수도 없었겠지’



성도에 도착할 때가 되니 슬슬 여신에게 받은 신력도 떨어져가고 있었고,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아무래도 여신을 만난 것이 새벽이었던 모양이다.



"흐음......"



'가서 무엇을 해야 할까?'



확실히 가서 할 일없이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말이다.



"일단은 아란이나... 만나볼까?"



아란의 몸은 예전보다 더욱 망가져 있었다. 이제는 가볍게 몸을 일으키기도 힘들 정도. 그 모습을 보는게 가슴아파 군대가 떠나기 전, 마지막 만월제때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헤어지고 말았다. 왜냐하면... 그 때 한 약속 때문에 부끄러워서... 얼굴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만나면 굉장히 혼나겠지?'



아니, 차라리 혼나는게 좋겠다. 그럴 힘이 남아있다면... 아란에게 맞더라도 기쁠 것 같아.



탁.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벌써 도착해버렸다. 나는 아란의 저택 지붕에 내려서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응?"



그러고 보니 뭔가 이상했다.



쿵쿵쿵!



누군가의 발소리가 밑에서 계속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뭐지? 이런 아침에 저렇게 급하게 움직일 일이 있을 리가..."



영문을 모른 채 지붕에서 정문을 향해 뛰어내렸다.



탁.



이제는 비행에 익숙해져서 이 정도 높이는 아무것도 아니었고, 가벼운 착지음과 함께 착지한 나는 저택의 정문에 내려선 다음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



그리고 잠시 기다렸다.



"어라?"



그런데 안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상하다? 원래 이 문을 담당하는 하인들이 따로 있는데? 3교대로 하루 종일 문을 담당하고 있기에 이른 아침이라고 자리를 비우고 열어주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똑똑!



이번엔 조금 세게 두드렸다.



"누구십니까!"



안에서 굉장히 신경질적인 소리가 들렸다.



덜컹!



거칠게 문이 열리고, 안에서 다급한 표정을 짓고 있는 집사가 보였다.



"아, 안녕..."



"라드님!"



집사는 내 모습을 보고 굉장히 놀란 것 같았다. 하긴... 군대 이끌고 원정 나간 사람이 갑자기 돌아왔으니.



"마침 잘 오셨습니다!"



내가 뭐라고 할 틈도 없이 집사는 내 팔을 잡아끌고 뛰어가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데?"



"일단 따라오시면 압니다!"



탕탕탕.



2층으로 올라가자 통로에 신예와 신아, 그리고 마사가 보였다. 세 사람은 모두 영문을 알 수 없는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떻게 알고 오셨군요."



순간적으로 신예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이곳에 모여있어?"



"......제가 설명하기보다는 일단 들어가시죠."



신예의 말이 끝나자마자 집사는 아란의 방 앞으로 나를 끌고 갔다. 그리고 그 방문 앞에서, 집사는 내 팔을 놓았다.



"들어가시죠."



"응?"



왠지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리고 머릿속을 스치는 불길한 예감.



'설마...?'



아니겠지... 그냥 쓰러져서 이러는 것이겠지. 그러니까 괜찮아. 그렇지? 그런 거지?



끼익...



화악!



문이 열리자 안에서 뜨거운 열기가 빠져나왔다.



"크윽... 뭐야 이건..."



안을 살펴보니 굉장히 굳은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있는 쉬란이 보였다. 신력을 이렇게 낭비하다니... 저럴 힘이 있으면 신병으로 들어올 것이지. 응? 안 그래? 응? 그렇지 아란?



"......오빠..."



아, 참. 그러고 보니 신예와 신아, 마사도 방안으로 들어오려고 하고 있다가 내가 문을 막는 바람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다.



"아, 응."



그녀들에게 떠밀리다시피 하여 일단 안으로 들어갔다.



"......"



쉬란은 내 모습을 보더니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쉬란..."



"앉아."



평소와 같은 딱딱한 목소리. 모든 것이 평소 같지 않은 지금 상황에서, 유일하게 평소 같아서 오히려 반가운 목소리였다.



"......하아..."



커튼으로 가려진 침대에서 들려오는 가녀린 숨소리. 그 소리는...



"오셨...나요?"



"응."



다행이야.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서. 뭐야, 역시 걱정할 필요는 없었잖아. 그렇게 애써 두근거리던 심장을 진정시키고 의자에 앉아 조심스럽게 커튼을 걷었다.



"하아... 하아..."



그녀는 정말... 눈을 떼지 못하도록 아름다워져 있었다. 그렇기에...... 그래서...!



"죄송... 해요."



"뭐가...?"



영문을 알 수 없는 아란의 말에 대답하는 내 목소리는, 이해 할 수 없을 정도로 떨리고 있었다. 왜 이러지? 이렇게 쓰러지는건 평소에도 그러잖아. 또 쉬란이 잘 치료해줬을 거야, 그러니까......



“하아......”



아란은 한마디 한마디하는 순간마다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하아... 하아... 이번에 끝나고..."



"아... 그거..."



작년 겨울. 나는 아란에게 정식으로 청혼했다. 이번 전쟁이 끝나고 결혼하자고. 그리고......



"뭐 어때. 겨울까지 잘 지내면 되는 거지."



"......하아... 하아..."



너무나도 아름다운 그녀의 외모를 봐서는 전혀 아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는 것은, 더욱 더 내부가 망가져 있다는 뜻이다.



"조금만 더 버티면 될 줄 알았는데... 힘드네요..."



"걱정하지 마. 곧 전쟁은 끝나. 금방 돌아올 테니까. 그리고..."



아란은 내 손을 잡았다. 아니... 아주 조금 움직인 손을 내가 잡은 것에 불과했지만.



"저기요..."



"응."



"그때의 말...... 정말이셨죠?"



"......"



이것은... 작년 겨울의 약속을 말한 것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분명히...



"응. 정말이야."



지금도 나는 아란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멍청하게 웃으면서, 거짓이라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다는 것을 예상하면서도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었다.



"하아......"



고통스러웠던 아란의 표정이 풀려간다. 그리고 눈이 천천히 감기고 있었다.



"아란?"



아란이 숨을 쉬지 않는 일은 가끔, 아주 가끔이지만 있었다. 이번에도, 또, 얼마 있다가 다시 숨을 쉬겠지. 그리고 깨어나서 왜 이렇게 안 왔냐고 따질 거야.



"정말......."



깨어 날거다. 분명히... 그런데 내 귀는 왜 이렇게 좋은 거지? 아니, 귀가 안 좋은 건가? 왜 안 들리는 거야? 아란의 심장소리가?



꽈악...



"......아... 심장이 멈췄네..."



그래도 다시 뛸 것이다. 또 이번에, 돌아와서 작년 겨울에 했던 약속을 어기고 결혼 안 한 채 도망가면 나중에 만났을 때 다시 나를 혼내야 한다. 내가 돌아오면 못 이긴 척 아름답게 웃어주어야 한다. 힘겨운 몸으로도 나와 같이 있어줘야 된다.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라드님... 그만 손을..."



"......"



머릿속으로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가슴이 놓아주지를 않았다.



"......어째서...?"



눈은 침착하게 움직이지 않는 그녀의 가슴을 보고 더 이상 숨을 쉬지 않음을, 그녀의 죽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단 한 방울의 물기도 떨어트리지 않으며 침착한 눈으로. 아아, 신족의 몸과 인간의 몸이 섞이며 몇 가지 부작용이 있을 거라고 했던게 이거였나? 마음이랑 머리가 맞지를 않잖아. 그리고 가슴이 저려오잖아. 이거 다 부작용이지? 그렇지?



"저기... 지금 왜 이러는 거야?"



마사가 신아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묻고 있었다.



"......죽은... 거야."



신아도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했다. 그래... 신아는 성도에 있는 동안 많이 친해졌었지. 신예랑 같이 과자 만드는 법을 아란에게서 배웠다고 했었나?



"죽다니? 우리 엄마처럼?"



"......"



그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물음에 신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입을 틀어막고 버티는 것도 힘들 것이다.



'그냥 울면 되는데'



아직 어린애인데, 마음껏 울어도 되는데... 그동안 겪은 많은 일들은 저 가엾은 아이를 너무 성숙하게 만들어 놓았다.



"죽으면 왜 슬퍼하는 거야?"



"다시 만나지 못하니까."



이번 마사의 물음에 대답한 것은 쉬란이었다. 그녀는 평소와 같은 무서운, 그리고 딱딱하게 굳은 목소리로 대답해주었다.



"만나지 못해?"



"그래."



지금, 이곳에서는 나와 쉬란, 마사만이 울지 않고 있었다. 이미 저택은 눈물로 덮여 있었다. 신아도 더 이상은 버티지 못하고 신예의 품에 안겨 울고 있었으니까.



"카론은 나중에 만날 수 있다고 했는데?"



"만나지 못해."



쉬란은 딱 잘라서 마사의 말을 부정했다.



"죽으면... 그걸로 끝이야. 만날 수 없어. 다시는......"



목소리가 차갑군... 정말로. 이렇게 별 생각을 다하고 있는 내 정신도 무섭고...



"그럼 엄마는?"



"만나지 못해."



"앞으로도? 마사가 커도?"



"그래."



"......"



마사는 아란이 누워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럼... 카론이... 마사를 속인 거야?"



"......"



카론... 무슨 말을 한 거지?



"엄마는 더 이상 만나지 못하는 거야?"



아무도 그 물음에 대답해주지 못했지만...



"엄마......"



결국 울지 않는 것은 나와 쉬란 밖에 남지 않았었다.



"......"



눈을 뽑는다면... 울 수 있을까?




쏴아아아...



아란은 성도에서 산 하나 넘어 있는 숲에 묻혔다.



"......"



실감이 나지 않는다. 아란의 관이 무덤 안으로 들어갈 때 나도 모르게 막았을 정도니까. 다시 깨어난 것 같다고, 한번만 확인해달라고.



'만약 살아난다면?'



아직 가능성이 남아있지 않을까? 그리고 만약 살아난다면 저곳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아니... 아니군...'



만약에 다시 움직인다면... 그것은 갈레스 때문이겠지?



"훗..."



혼자 비 맞으면서 여기에 있기도 그렇군. 최소한 쉬란은 남아줄 것 같았는데 말이지.



"뭐랄까... 며칠이나 지났지?"



머리가 길었기에 물을 잔뜩 머금어서 무거웠다. 아니, 생각해보니 내가 이 정도로 무거울 리가 없잖아. 그냥 무겁게 느끼고 있는 건가...?



“잘... 모르겠다...”



신아... 걱정하고 있었지. 자신도 옆에 있겠다는 것을 신예가 끌고 갔으니까. 일단 신아를 만나서 안심이라도 시키고 와야 되겠지...?



"응?"



천천히 성도로 걸어가려는데 뭔가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불쾌하고 기분 나쁜 그런 감각.



"뭐지?"



혹시 마족들이 쳐들어왔나 싶어 감각을 더욱 자세하게 감지해보았고, 그 기운은 정확히 성도 쪽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쳇..."



걸어가려던 계획을 바꿔서 날개를 펼쳤다.



피잉!



빗속을 날아본 경험은 별로 없었기에 조금 힘들었다. 눈으로 쏟아지는 빗물도 그렇고... 말이지. 그런데 이 빗물... 조금 따뜻한 것 같은데...? 왜 그럴까?



"이건..."



화악!



그리고 성도에 도착한 나는 붉은색의 불꽃으로 덮여있는 신성한 도시를 볼 수 있었다. 세차게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불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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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3rd 07. 절망의 치유(1) +2 11.11.18 374 6 61쪽
150 3rd 06. 실론 전투(5) +1 11.11.17 456 7 97쪽
149 3rd 06. 실론 전투(4) +1 11.11.17 389 7 60쪽
148 3rd 06. 실론 전투(3) +3 11.11.17 394 8 75쪽
147 3rd 06. 실론 전투(2) +1 11.11.16 405 7 63쪽
146 3rd 06. 실론 전투(1) +2 11.11.16 422 7 58쪽
145 외전 - 이카온의 주인 +1 11.11.15 433 8 44쪽
144 3rd 05. 신살검의 향연(5) 11.11.15 400 7 72쪽
143 3rd 05. 신살검의 향연(4) 11.11.15 379 8 57쪽
142 3rd 05. 신살검의 향연(3) 11.11.14 352 9 76쪽
141 3rd 05. 신살검의 향연(2) +3 11.11.14 411 8 73쪽
140 3rd 05. 신살검의 향연(1) +2 11.11.13 426 8 79쪽
139 3rd 04. 유혹(?)의 마사레온느(4) +4 11.11.13 496 8 89쪽
138 3rd 04. 유혹(?)의 마사레온느(3) +1 11.11.12 459 10 69쪽
137 3rd 04. 유혹(?)의 마사레온느(2) +2 11.11.11 453 5 66쪽
136 3rd 04. 유혹(?)의 마사레온느(1) 11.11.10 452 9 52쪽
135 3rd 03. 투신(3) +4 11.11.10 434 6 80쪽
134 3rd 03. 투신(2) +1 11.11.10 418 9 69쪽
133 3rd 03. 투신(1) +1 11.11.09 468 9 73쪽
132 3rd 02. 불씨(3) +1 11.11.09 414 9 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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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3rd 02. 불씨(1) +3 11.11.08 406 6 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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