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빛의균형자 님의 서재입니다.

빛의 균형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연재수 :
334 회
조회수 :
177,661
추천수 :
2,538
글자수 :
6,185,526

작성
11.11.18 21:37
조회
385
추천
9
글자
57쪽

3rd 07. 절망의 치유(2)

DUMMY

"......그런데 세키님은 왜 현자를 찾아가시는 거죠?"

세키는 이카온의 물음에 의외로 순순히 대답해줬다.

"찾을 사람... 아니, 찾을 존재가 있어서."

"찾을... 존재?"

"응. 사람은 아니지."

그의 말에 이카온은 생각에 잠겼다.

"그럼... 용족이라던가 천족, 아니면 마족..."

"미안하지만 다 틀렸군."

"그럼 뭐죠?"

이카온의 물음에 세키는 약간 웃었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얘기하시기 곤란하지 않으시다면... 듣고싶군요."

재차 묻는 그 말에 세키는 잠시 침묵하더니 오히려 되물었다.

"왜지?"

"네?"

"왜 그렇게 궁금해하는 거지?"

세키의 물음에 이카온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뭐... 길도 어둡고 할 일도 없고 심심해서...라고 해야 하겠죠."

"그래?"

그 대답을 들은 세키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며 반으로 줄어든 달을 바라보았다.

"......그래... 심심하기는 하군."

그러나 역시 대답해줄 마음은 없는지 세키는 다시 침묵했고, 이카온은 괜히 신살검 이카온의 손잡이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좋아. 나를 따라와 준 대가로 얘기해주지."

무슨 바람이 분 것일까? 세키는 갑자기 얘기해준다는 말을 꺼냈다.

"......그거 고맙군요."

"아, 그것보다."

세키가 이카온의 다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발 조심해."

물컹!

"으악!"

그 때 이카온은 죽어있던 소형 마족의 시체를 밟고 넘어졌고, 세키는 쿡쿡거리며 웃더니 이카온에게 손을 내밀었다.

"괜찮나?"

"괜찮습니다만... 진작에 좀 말씀해주시지 그러셨습니까."

"설마 정말로 밟을 줄은 몰랐지."

씨이이잉-

확실히 신살검 이카온이 보호해주는 덕분에 마족 시체에서 나오는 마력에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신살검 이카온은 자신의 주인에게 묻은 피를 닦아주는 능력은 없었다.

"크윽, 냄새."

게다가 반쯤 썩어있는 피들이어서 냄새가 더욱 심했다. 어째서 피의 물기가 마르기 전에 썩어버리는지는 마족들이 가진 피의 신비다.

"어디 씻을만한 곳이 없습니까?"

이카온의 울상이 된 얼굴을 본 세키는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뭐... 이 주변 샘은 다 오염되었지만..."

씨이이잉...

세키의 시선이 떨리고 있는 신살검 이카온에게 향했다.

"그 검이 있다면 괜찮겠군. 따라와."

뒤를 따라가며 이카온은 흙과 피가 범벅이 되어있는 머리를 털어 내려 했지만, 오히려 손에 끈적한 것들이 붙을 뿐이었다.

"후우......"

이카온의 한숨을 들은 세키가 간단한 말로 그를 안심시켰다.

"걱정하지 마. 가까운 곳에 있으니까."

"그거 다행이군요."

세키의 뒤를 따라 걷던 이카온은 이윽고 세키가 말한 물을 찾고는 신음을 흘렸다.

"......이곳은..."

"이 주변에 물이라고는 이 정도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쪼르르...

수로에는 아직도 물이 흐르고 있었다. 쥬론은 게론제국 최대의 곡창지역. 이렇게 수로 공사가 잘 되어있는 것은 당연하다.

"심하군요..."

하지만... 그 수로에는 마족들의 시체와 병사들의 시체가 가득 들어차 있었다. 마족들이 땅을 더욱 많이 오염시키기 위해 한 조치이리라.

"그래. 심하지."

세키도 이 참상을 보고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이런 곳에서는..."

"아니. 네가 씻지 않아도... 치료는 해야지."

수로가 흘러가는 방향을 가리키는 세키였다.

"이 수로를 따라 농경지로 흘러 들어가는 마족의 피. 그대로 내버려 둘 건가? 대지의 신관들이 백날 정화해봐야 이 물 때문에 마족의 피가 계속해서 대지로 유입되어버리지. 하지만 그들로서는 이곳까지 올 수도 없고."

"......"

세키의 말에 이카온은 수로가 향하는 곳을 바라보았다.

쪼르르르...

마족의 시체들에서 흘러나오는 피가... 아직 거두지 못한 곡식들에게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저 곡식들은..."

"저 꼴이면 정화해도 먹지는 못하겠지."

이카온은 수로에 마족의 피가 흘러가는 모습을 바라보더니 자신의 신살검을 뽑아들었다.

씨이이잉...

"제 25년간의 삶 중에서..."

"......"

세키는 이 청년이 25살이라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나이보다 더 어려 보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처참한 광경은 처음이군요..."

씨이이이이잉!!

이카온의 손에 들린 신살검 이카온이 더욱 거세게 울리며... 마족들의 시체를 사라지게 하고 있었다.

"......"

세키도 이 모습을 보며 약간의 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이 전쟁이 시작된 것은... 어찌보면 자신 때문이라고 할 수 있었으니까.

"후우......"

이카온은 그곳을 벗어나 마을 중앙에 있던 우물에서 몸을 씻고 다시 길을 걸었다.

"춥지 않나?"

홀딱 젖어버린 이카온에게 세키가 물었지만, 이카온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세키님. 아까 하려던 얘기 마저 하시죠."

"......그래?"

세키는 잠시동안 뜸을 들였다.

"나는... 뱀파이어다."

"뱀... 이라고요? 그 혓바닥 낼름낼름?"

어이없는 말에 세키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이카온의 말을 정정했다.

"뱀이 아니라 뱀파이어. 흡혈귀."

"아아... 흡혈... 어억?!"

이카온은 빠른 속도로 세키에게서 떨어졌다.

"그럼 이곳까지 온 이유는 나를 먹기 위해서?"

".......안 먹어."

세키의 간단한 한마디와 한심한 눈초리에 이카온은 왠지 자신만 바보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 그러신가요?"

이카온은 약간 망설이다가 다시 세키의 옆에서 걷기 시작했다.

"......내가 찾고있는 존재도... 뱀파이어지."

"그럼... 설마 애인?"

세키는 또 간단하게 한마디로 말했다.

"......걔 남자다."

이카온은 왠지 세키와 대화할 때마다 자신이 바보같이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럼... 동생?"

"글쎄..."

세키의 표정이 약간 몽롱하게 변했다.

"동생이라기 보다는... 내 소중한 것이라고 해야 할까."

"소중... 하다고요?"

"그래. 내 처음이자 마지막 종속."

"종속이라뇨?"

이카온은 종속을 모르는 것 같았다.

"나에게서 태어난 뱀파이어."

"태어나다뇨... 그럼 아들?"

"비슷해."

세키는 이카온과 대화하고 있었지만 이미 그의 생각은 10여년 전으로 돌아가 있었다...

"처음으로 그 아이를 만난 것은... 그가 언제 찾아올까 두려워하며 떨고있을 때였지."

마렘. 세키와 함께 마지막까지 싸운 퍼스트 뱀파이어. 손톱기술, 피의 권능, 안개화의 퍼스트 뱀파이어 최고의 전투 능력들을 지닌 그였다. 자신은 그저 은, 물, 햇빛에 면역되어 있을 뿐... 단지 인간보다 조금 빠르고 조금 힘이 강한 뱀파이어일 뿐이었다.

"그저 내 집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그가 찾아 왔다."

"그?"

"아아. 일단 그냥 '그'라고 알아 둬."

세키는 별로 '그'에 대해 말할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난 그 아이를 만들었지. 나의 피로 만들어진......"

"이름이 뭔데요?"

이카온의 물음에 세키는 잠시 목이 매어 말을 할 수 없었다. 입에 담기조차 안타까운 그 이름을 감히 꺼낼 수가 없었다.

"......"

세키는 눈을 감고 손가락으로 눈꺼풀을 훑었다.

'.......이 눈...'

이 눈도... 그 아이가 준 것이었다. 퍼스트 뱀파이어의 유일한 생존자가 된 것도 그 아이 덕분이었다. 즉, 세키니드 카레스라는 존재는 그를 제외하면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세키님?"

말없이 서서 눈을 훑고있는 세키에게 이카온이 물어보자, 그제야 세키가 입을 열었다.

"......바네인..."

"바네...인이요?"

"그래... 바네인 카레스."

"......"

"나머지는 말하고 싶지 않군. 너무 긴 이야기이기도 하고."

20년이나 같이 있었던 바네인이다. 할 얘기라면 넘치고도 넘친다.

"뭐... 어쨌거나 그런 녀석이 있어. 처음에는 검은머리에 붉은 눈동자, 나중에는 검은머리에 푸른 눈동자를 지닌."

"푸른... 눈동자?"

"응. 내 것보다 조금 진한."

피의 권능의 부작용으로 폭주하던 세키에게 전해진, 관찰자의 눈. 어디서 얻었는지는 모르지만... 바네인이 남겨준 두 선물 중 하나였다. 다른 하나의 선물이야 지금 세키의 심장 부분에 철퍽 붙어있지만.

"잘생겼나요?"

"응."

"얼마나요?"

"녀석이 노린 여자 중에서 안 넘어오는 여자가 없었어."

"......"

사실, 그 능력은 바네인의 특수한 권능덕분이지만. 별로 그것까지 설명해주고 싶지는 않은 세키였다. 게다가 그런 권능을 제외하더라도 충분히 매력적인 얼굴이니까.

"으음..."

이카온은 잠시 세키의 말을 곰곰이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럼 제 소개도 해드릴까요?"

"그래."

"제 어머니는 게론의 기사출신으로, 저는 그런 어머니의 외동아들입니다."

"그리고?"

"저... 그게 끝..."

"......"

세키는 잠시 이카온을 노려보았다.

"정말 재미없군."

"원래 그렇습니다."

"그럼 그 신살검은?"

"아, 이카온이요?"

이카온은 자신의 신살검 이카온을 들어올렸다.

"제 5살생일, 어떤 할아버지가 주신 겁니다."

"검과 네 이름이 같던데..."

"네. 어머니가 이 검의 이름에 맞춰서 지으신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래?"

평범한 이카온. 하지만 신살검을 얻음으로서 평범해지지 않은 이카온과, 언제나 평범하지 않았던 세키니드 카레스. 둘의 대화는 이상하게도 잘 진행되고 있었다.

"응? 저 앞에 뭐가 있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빛의 균형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7 3rd 08. 크로스 카운터(3) +1 11.11.22 404 12 57쪽
156 3rd 08. 크로스 카운터(2) +2 11.11.20 406 7 68쪽
155 3rd 08. 크로스 카운터(1) 11.11.20 437 7 65쪽
154 3rd 07. 절망의 치유(4) +4 11.11.19 406 8 98쪽
153 3rd 07. 절망의 치유(3) +1 11.11.19 350 8 67쪽
» 3rd 07. 절망의 치유(2) +1 11.11.18 386 9 57쪽
151 3rd 07. 절망의 치유(1) +2 11.11.18 374 6 61쪽
150 3rd 06. 실론 전투(5) +1 11.11.17 456 7 97쪽
149 3rd 06. 실론 전투(4) +1 11.11.17 389 7 60쪽
148 3rd 06. 실론 전투(3) +3 11.11.17 394 8 75쪽
147 3rd 06. 실론 전투(2) +1 11.11.16 405 7 63쪽
146 3rd 06. 실론 전투(1) +2 11.11.16 421 7 58쪽
145 외전 - 이카온의 주인 +1 11.11.15 433 8 44쪽
144 3rd 05. 신살검의 향연(5) 11.11.15 400 7 72쪽
143 3rd 05. 신살검의 향연(4) 11.11.15 379 8 57쪽
142 3rd 05. 신살검의 향연(3) 11.11.14 352 9 76쪽
141 3rd 05. 신살검의 향연(2) +3 11.11.14 411 8 73쪽
140 3rd 05. 신살검의 향연(1) +2 11.11.13 426 8 79쪽
139 3rd 04. 유혹(?)의 마사레온느(4) +4 11.11.13 496 8 89쪽
138 3rd 04. 유혹(?)의 마사레온느(3) +1 11.11.12 459 10 69쪽
137 3rd 04. 유혹(?)의 마사레온느(2) +2 11.11.11 453 5 66쪽
136 3rd 04. 유혹(?)의 마사레온느(1) 11.11.10 452 9 52쪽
135 3rd 03. 투신(3) +4 11.11.10 434 6 80쪽
134 3rd 03. 투신(2) +1 11.11.10 418 9 69쪽
133 3rd 03. 투신(1) +1 11.11.09 468 9 73쪽
132 3rd 02. 불씨(3) +1 11.11.09 414 9 72쪽
131 3rd 02. 불씨(2) +2 11.11.09 428 10 54쪽
130 3rd 02. 불씨(1) +3 11.11.08 406 6 72쪽
129 3rd 01. 구원자(8) +1 11.11.08 493 8 54쪽
128 3rd 01. 구원자(7) +2 11.11.07 462 8 6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