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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균형자 님의 서재입니다.

빛의 균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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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연재수 :
334 회
조회수 :
178,001
추천수 :
2,538
글자수 :
6,185,526

작성
12.02.11 17:09
조회
211
추천
8
글자
8쪽

4th 08. 공포의 드래곤(9)

DUMMY

탁.


아까처럼 급박한 마음이 없어서인지 최대한 빠르게 날아왔음에도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넘어가는 시간이었다.


‘하긴, 원래 말을 타고도 일주일 거리니까’


아까 그렇게 날아간 것이 이상한 것이지.


“별일은 없었냐?”


내려오자마자 나를 반긴 것은 퉁명스러운 말투로 물어보는 자르카였다.


“정말 빠르더라?”


“아니, 뭐...”


그건 나도 모르게 빨리 간 건데.


“나중에도 그런 속도라면 곤란합니다.”


파리아도 날카로운 눈빛을 내뿜으며 자르카에게 동의했다.


“그런데, 아세니카르는?”


자르카의 물음에 나는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자, 잠깐! 왜 그런 표정이야?”


당황한 자르카가 그런 반응을 보일수록 나는 더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자르카의 표정이 일그러지고, 파리아의 얼굴도 굳었다.


“......아무래도 이번 전투에서는 용족도 참전할 것 같군요.”


사실, 누군가가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다보면 나나 자르카나 둘 다 같은 생각을 하는 줄 알 것이다. 문제는 자르카는 아세아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의 차이?


“시신은 어떻게 했습니까.”


“......”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라드?”


“......없어.”


죽지 않았으니 시신은 없다.


“......몸 하나 남기지 못하고 사라진 건가...”


자르카의 안타깝다는 듯한 목소리였다.


“......들어가자.”


톡. 톡.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은 자르카가 어깨를 두들기며 나를 인도했다.


“후우.......”


이제 슬슬 그만두지 않으면 위험하겠는데.


“그런데 시신이라니?”


“뭐?”


자르카는 내가 갑자기 꺼낸 말에 당황하는 것 같았다.


“누가 죽었어?”


“누구냐니...”


“아세니카르가...”


그들은 잠시 지금까지 나눈 대화를 생각하는 것 같았다.


“......!”


얼굴에서 분노의 기운이 솟아 나오려 할 때, 먼저 선수를 쳤다.


“에이져 자식... 감히 아세아를 그렇게 ‘상처’입히다니.”


“......”


자르카와 파리아는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화를 내기에는 내가 말한 것이 다 맞는 것 아닌가. 물론 일부러 의심가게 행동했지만.


“......관두자.”


다행히 자르카는 현명하게 더 따지지 않고 그냥 넘어가 주었다.


‘7일이라...’


우리 셋이 싸우는 것은 어찌어찌 허락을 받았지만, 솔직한 마음으로는 다른 상대도 같이 끼웠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시드린 같은......


“그런데 아까 시드린이 찾아왔더라.”


자르카의 말에 마침 시드린을 생각하고 있다가 깜짝 놀랐다.


“응?”


“아세니카르 어디 있냐고 하길래 세키에게 보내줬지.”


갑자기 뭔가 불안함이 엄습하는데.


“세키는?”


“아세니카르를 버리고 혼자 도망쳤다고 저기서 죽어있다.”


자르카가 가리킨 방은 무언가에 불타서 까맣게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 까맣게 탄 시체 비슷한 것이 누워 있었다.


‘진짜 죽은 건가?’


“쿨럭...”


세키는 그 생각에 대답해주듯이 기침을 했다. 기침에서 까만 연기가 나오기는 하지만.


“죽겠다......”


뭐,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지.


“티엘~ 놀자!”


도도도...


티엘이 달려와서 안겼다.


“자, 오늘은 뭐하고 놀았어?”


조용한 티엘에게서는 대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정신으로 말하는 것도 가끔씩만 하고, 대부분은 지금같이 표정으로만 말한다.


“그래? 나 없어도 신아가 잘 놀아주잖아.”


으하... 이래서 자식이 있어야 한다고 하는구나. 요렇게 쏙~ 안겨드는...


“......”


자르카는 나를 황당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넌 어떻게 그런 전투를 앞두고...”


‘뭐,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니까’


속마음은 그대로 숨겨둬야지.


“원래 이런 성격인데 어떻게 해.”


“......”


자르카는 고개를 내둘렀다.


“내일 신아랑 마사랑 다 놀러가자고 할까?”


끄덕.


“좋아, 내일은 오랜만에 수도 한바퀴 돌자!”


티엘은 양팔을 올려 만세를 했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시간이 지나도, 나와 자르카, 파리아의 흔적은 신아와 마사, 티엘, 또 게론에 남을 것이다. 그러니까, 없어져도 괜찮다. 없어져도......



오늘도 아침이 밝았다.


“피곤하냐?”


“응. 어제 티엘이 잠을 안 자서...”


요즘 많이 놀러 다녔더니 늦게 자버렸고, 어제도 그 버릇 때문에 티엘이 새벽까지 잠들지 않고 있었다.


“으으... 역시 육아는 힘들어.”


“고생해라.”


하여간 지금 이곳에서 육아는 나, 신아만 한다니까. 이종족들은 다 쓸모 없어. 마사? 마사도 같이 돌봐야 되는 대상인데 뭐.


“그나저나 오늘이군.”


내 말에 자르카가 떠오르는 아침해를 보며 말했다.


“그렇군.”


구체적으로 어느 시간에 만난다고 하지는 않았지만, 정상적인 속도로 그곳까지 날아가려면 족히 10시간은 걸린다.


‘늦게 오면 함정이라도 파지 뭐’


유인해서 협곡을 무너트려 깔아뭉갠다던가...


‘......’


잠시 생각해 보니 그 녀석의 브레스는 산의 반을 날려버린다.


“......지난번처럼 혼자서 날아가지 마라.”


“그렇게 안 해.”


그렇게 날아갔다가는 힘이 빠져서 반항도 못하고 죽을지도...


“그런데, 아까부터 파리아는 뭐 하는 거야?”


“아, 그거 말이지...”


꽈악.


뭔가가 내 허리를 묶었다.


“혼자 먼저 도망치는걸 막기 위해서입니다.”


“......”


그런데 팔은 왜 묶는 것일까.


“만약 이 끈을 묶고 도망칠 경우를 상정해서...”


“......부탁인데 안 아프게 묶어라.”


“알겠습니다.”


꽈아악...


“케엑...”


파리아는 발로 내 몸을 밀며 끈을 세게 당겼다.


“안 아프게 묶으라니까!”


“최대한 노력했습니다.”


“이게?!”


“하지만 헐렁하면 풀고 도망칠 수도 있으니...”


말을 말자.


“그럼 어떻게 날라고?”


“어차피 날개만 쓰지 않습니까.”


“시끄러. 그냥 허리에 묶어.”


“하지만...”


“안 도망친다고!”


“......”


파리아는 찜찜한 얼굴로 줄을 풀고 다시 허리로 내렸다.


“언제 출발할거냐?”


“지금......”


아마도 안에서는 신아와 마사, 티엘이 같이 자고 있겠지. 내가 내 품에 안겨있던 티엘을 둘이 자는 곳에 놓고 왔으니까.


“파리아.”


“말씀하십시오.”


“솔직히 우리 셋 중에서 네가 제일 생존 가능성이 높다.”


파리아의 천상의 방패라면... 적어도 한번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한 명이라도 당하면 너는 무조건 빠져.”


“하지만...!”


“그리고... 나머지를 부탁한다.”


혹시나 싶어 자르카를 바라봤더니 나직이 투덜거리고 있었다.


“칫. 나는 자기랑 같이 죽으라 이거지?”


“무슨 말을 해도...”


됐다, 이렇게 싸우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차라리 그런 상황이라면 제일 빠른 라드가 도망치는 것이...”


“아니. 내가 도망치면 녀석은 끝까지 따라 올 거야.”


처음부터 지정한 상대가 나인데 뭐.


“......”


파리아는 자르카를 바라보았다.


“뭘 봐?”


퉁명한 표정의 자르카. 아마 자르카도... 만약의 경우에는 파리아를 보내기 위해 희생하겠다는 얘기겠지.


“알겠습니다. 만약의 경우에는 제가...”


파리아는 긴장한 듯 싶었다.


“‘가족’을 책임지겠습니다.”


가족... 가족이라...


피식.


우리 모두가 그 차갑던 파리아의 가족으로 인정받은 건가.


“좋았어. 가자!”


펄럭-


자르카가 먼저 날개를 펼쳐 날아올랐고, 파리아도 하얀 날개를 펼쳤다.


“......가죠.”


“응.”


피잉!


내가 기습적으로 날아오르자 파리아는 나와 같이 묶여있던 허리가 꺾이며 하늘로 떠올랐다.


“으윽!”


“아, 미안. 그냥 장난.”


파리아는 나를 째려보고 줄을 풀었다.


“갑시다.”


펄럭-


내 양옆에서 펄럭이는 검고 하얀 날개. 가장 믿을만한 친구... 아니, ‘가족’들이다.


“라드님이다!”


“단장님에 부단장님까지...”


밑에서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놀라고 있었다.


‘그래, 이게 우리가 새긴 흔적이지’


저런 소리가 평소에는 시끄러워서 싫었는데, 지금은 왠지 좋다.


‘기다려라... 에이져.’


내가 힘이 모자라 죽더라도... 최소한... 네놈의 날개 하나는 가져가 주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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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 4th 08. 공포의 드래곤(10) +2 12.02.12 214 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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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 4th 08. 공포의 드래곤(3) +1 12.02.08 206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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