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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Using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사는 이-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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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OneUsing
작품등록일 :
2020.12.04 02:08
최근연재일 :
2021.03.10 22:38
연재수 :
85 회
조회수 :
11,253
추천수 :
48
글자수 :
461,568

작성
20.12.21 18:00
조회
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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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구하러 가자

DUMMY

“헬렌 님 일어나세요”


“응...”


하녀가 깨우는 소리에 비몽사몽 한 힘없는 목소리로 일어나 보니 어느새 방안은 아침 햇살로 가득 차 있었다.


“밤새 우신 건가요?”


붉게 충혈된 눈과 베개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눈물 자국이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말해주었다.


“불의 마녀가 언제까지 슬픔에만 빠져 살 수는 없어요. 어서 기운 차리세요”


“알겠어”


“조금 있다가 다시 돌아올 테니 그때까지 정신 좀 차리고 있으세요”


하녀가 방을 나가고 헬렌은 주위를 누군가를 찾는 듯이 둘러보고는 침대 옆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하얀 검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잘 잤니?”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새벽에 있었던 일들이 다시금 선명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몰골이 말 아니네”


에밀리는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헬렌 곁에 앉아 머리를 정돈해 주었다.


“피곤하지는 않고?”


천천히 헬렌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러자 에밀리는 다시 미소 지었다.


“역시 그 얘기 하지 말 걸 그랬나? 굳이 네가 알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였는 데”


헬렌은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에밀리의 이야기는 저한테도 있어 소중한 이야기예요.”


“어떻게 이렇게 예쁜 말만 할까?”


격하게 머리를 쓰다듬는 바람에 정리했던 머리가 다시 엉망이 되었다.


“그럼 이제 화명을 구하러 가야죠?”


“그래 우선 그 아이부터 구해야지”







“앨런 님이 오셨습니다.”


“들어오라고 해주세요”


하녀가 나가고 잠시 뒤 앨런이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헬렌 님”


“어서 오세요”


“저를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네 일단 앉으세요.”


의자에 앉으면서 앨런은 조심스럽게 헬렌의 표정을 살펴보았고 어제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에 안심하면서도 이상하단 듯이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화명을 구하는 걸 도와주세요”


“네? 그자를 구하는 걸 도와달라고 하셨습니까?”


“네”


순간 앨런은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고 제대로 들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헬렌이 충격으로 정신이 이상해진 것은 아닐까 했다.


“헬렌 님도 보셨지만, 그자는 웜에게 먹혔습니다.”


“네 저도 봤습니다. 하지만 죽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그것’들한테 납치된 것 같습니다.”


앨런은 잠깐 말이 없었다.


혼란스러운 듯 눈이 갈 곳을 잃었고 무언가를 생각하는 건지 표정은 진지했다.


“어떻게 그걸 알고 계신 겁니까?”


“화명의 마력이 이 검과 이어져 있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그리고 아직 마력의 끈이 끊어지지 않은 것을 확인했습니다.”


헬렌이 ‘백귀’를 들어 올리며 설명하는 것에 놀란 앨런은 ‘백귀’와 헬렌을 번갈아 보며 다시 말이 없어졌다.


“그 검과 그자의 마력이 이어져 있다면 어제는 왜 바로 알아차리시지 못하신 겁니까?”


“저도 그 순간만큼은 화명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슬픔에 잠겨 마력을 제대로 느낄 여유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진정이 된 지금은 확실하게 느껴집니다.”


“그러면 그자가 어디 있는지도 알고 계신 겁니까?”


“방향만 알고 있을 뿐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습니다.”


앨런은 점점 헬렌의 말에 설득당하고 있는 듯했다.


“헬렌 님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만 저도 지금은 곤란한 상황입니다.”


“무슨 일 있나요?”


“이번에 있었던 전투에서 희생자가 많았기에 그에 따른 책임으로 인해 병력을 움직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생각 외의 문제가 발생하자 헬렌은 당황했다.


“어떻게 할 방법이 없을까요? 지금 화명에게는 시간이 없습니다.”


앨런은 고심하고 있었지만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은 듯 얼굴이 일그러졌다.


“한 가지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


“뭐죠?”


“이건 여기서 확답을 드리기 어려울 것 같으니 우선 확인해 보고 다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네 알겠어요”


앨런은 황급히 어디론가 떠나고 방에서 에밀리와 헬렌은 무작정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방법이라는 게 어떤 것일까요?”


“지금으로써는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서 병력을 빌려 오는 수밖에 없겠지”


“이 일로 누가 병력을 빌려줄까요?”


“글쎄...”


하염없이 앨런을 기다리며 어느새 두 사람은 말이 없어졌고 방에는 침묵만이 맴돌고 있었다.


“에밀리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뭔데?”


“마녀가 된 것을 후회하거나 원망하지 않으세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에밀리는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잠깐 고민하는 듯 보였다.


“후회도 하고 원망도 하고 있어”


“그런가요?”


“너는 어때?”


“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여기 오기 전에 생활을 생각해 보면 지금이 훨씬 좋은 것 같은데 이런 일들을 겪고 나면은 옛날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돼요”


“그래 나는 친구들이라도 주위에 있었지 너는 혼자니까 더욱 그렇겠네 아! 든든한 호위가 있으니 혼자는 아닌가?”


헬렌은 민망한 듯 살짝 웃었다.


“마녀님의 친구분들은 어쩌다가 같이 지내게 되신 거예요?”


“음~ 원래는 같은 마을에서 살던 친구였는 데 내가 마녀로 선택되었을 때 친구들과 같이 안 간다면 절대 못 간다고 고집을 좀 부렸지, 그랬더니 같이 데려가더라고”


“옆에 친구들이 있었으면 든든했겠네요”


“든든한지는 몰라도 외롭지는 않았어.”


과거를 떠올리며 어딘가 쓸쓸함이 느껴지는 미소를 에밀리의 얼굴에 띄워졌다.


“너는 어때? 그 애가 있어서 좋니?”


화명 얘기에 헬렌은 당황하면 잠시 말이 없다가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난 너희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 이런 마녀의 삶에 휘둘리지 말고 너희들의 삶을 찾았으면 좋겠어.”


“하지만 이미 마녀의 삶을 선택해 버린 이상 그건 불가능하겠죠”


둘의 대화는 끊어졌고 방에는 다시 침묵만이 맴돌았다.


“미안해”


“네?”


“어떻게든 이 마녀라는 것을 없애보려 했는데 실패해서 결국에는 너까지 고통받는구나”


“아니에요. 전 괜찮아요.”


“내 몸은 이미 사라지고 그나마 남은 영혼도 여기에 속박되어 있지만 어떻게 해서든 너희가 너희들만의 삶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줄게”


완전히 아니지만 붉은 눈동자를 통해서 그 시절 에밀리가 느꼈을 고통이 느껴지는 듯했다.


“헬렌 님 앨런 님이 돌아오셨습니다.”


“들어오세요”


어디를 다녀온 것인지 거친 숨을 내쉬며 땀을 제대로 닦지도 못한 상태로 앨런이 모습을 드러냈다.


“헬렌 님 됐습니다. 병력을 구했습니다!”


승전보를 알리는 것같이 힘찬 목소리에 헬렌과 에밀리의 표정이 밝아졌다.


“어떻게 구한 신 건가요?”


“아는 분께 부탁하니 다행히 흔쾌히 병력을 지원해주시기로 하셨습니다.”


“누구신가요? 감사의 인사라도 드려야겠습니다.”


“누구인지는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어째서인가요?”


“그분이 자신이 누구 인지는 밝히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누구인지는 몰라도 보통은 이렇게 병력을 빌려주면 그에 따른 감사와 보상을 생각해서라도 본인이 누구인지는 알렸었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본인이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어쨌든 이제는 화명을 구하러 갈 힘을 얻었다.


“그분에게는 나중에 꼭 감사의 말을 대신 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병력은 언제쯤 오는 건가요?”


“바로 보내주신다고 하셨으니 지금 오고 있을 겁니다.”


“규모는 어느 정도 되는 건가요?”


“그것까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라도 병력의 규모가 작으면 있으나 마나 한 병력이 될 수도 있었기에 걱정이 앞섰다.


“헬렌 님 안에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본 적 없는 노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세요”


방에 들어온 노인은 무언가에 놀란 듯한 모습이었지만 헬렌과 앨런에 대한 예의는 잊지 않았다.


“무슨 일이시죠?”


“빨리 밖을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밖이요?”


보기 드문 노인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일단은 노인을 따라서 밖에 나갔다.


그리고 밖에 나와서 본 광경에 모두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건”


저택의 앞마당을 꽉 채우고도 남을... 수를 세는 것을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병력이 서 있었다.


“저 병력이 한 곳에 온 건가요?!”

“저도 이렇게 많은 수를 보내주실 거로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헬렌도 앨런도 에밀리도 모두 놀라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이 정도의 병력은 보통 사람이 아니고서야 소유하고 있기 힘들 텐데...”


에밀리는 조그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 병력을 누가 보내주신 지는 모르겠지만 꼭 그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아직도 얼떨떨한지 다들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헬렌 님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앨런의 질문에 대답하기 전 헬렌은 에밀리를 바라보았고 에밀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최대한 빨리 준비해서 곧장 떠나는 것으로 하죠”


“네 알겠습니다.”


방으로 돌아온 헬렌은 최대한 움직이기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화명이 있는 곳은 여기서 먼가요?”


“정확한 거리는 알 수 없어 하지만 가깝지는 않아”


“저만한 병력이 움직인다면 상대는 단번에 알 텐데 괜찮을까요?”


“아마 이미 알고 있을 거야?”


“이미 알고 있다고요?”


“그것들을 얕보지 말아야 해 이 정도쯤은 당연히 알고 있을 거야 더군다나 그것들은 항상 너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돼”


“그거 소름 끼치는 사실이네요”


“걱정하지 말렴. 너희들은 내가 꼭 지켜줄게”


에밀리의 힘이 실린 목소리에 헬렌은 미소로 답했다.


“자 그럼 이제 슬슬 출발해 볼까?”


“네!”


헬렌은 마지막으로 ‘백귀’를 챙겨 허리춤에 찼다.


지금까지 검을 차본 적 없어서인지 검이 무겁게만 느껴졌다.


“무겁니?”


“네 하지만 괜찮아요”


“기특하네”


서로 마주 보며 둘은 웃음 지었고 자신들을 기다리는 병사들을 향해 갔다.


“역시 과하게 많은 수 같은데요”


“이 정도는 돼야 ‘그것’들이 겁이라도 먹지”


병사들 앞에 선 뒤 앨런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 뜻을 이해한 앨런은 앞으로 나와 크게 소리쳤다.


“출전이다!”


수많은 병사가 일제히 소리 지르자 마치 땅이 울리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헬렌 님 부디 몸조심하시기를”


“네 다녀오겠습니다.”


노인의 도움을 받아 말에 올라탄 뒤 헬렌이 앞장서서 움직였고 그 뒤를 따라 앨런과 병사들이 따라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말도 탈 줄 아니?”


“이곳에 와서 배웠어요”


“나도 배우고 싶었는데 안 알려주더라고”


“이번 일이 끝나면 알려드릴게요”


“고마워”


에밀리는 말에 올라타지 않은 채 유령답게 공중에 뜬 채로 날아다녔다.


“잘 따라오도록 하렴”


“네 부탁드려요”


에밀리는 선두에서 날아다니며 길을 안내하기 시작했고 중간중간 뒤를 돌아보며 헬렌과 이야기를 하는 여유로움마저 보였다.


물론 다른 사람들한테는 그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오랜만에 이렇게 움직이니 기분 좋네”


“얼마 만에 이렇게 움직이시는 건가요?”


“글쎄 잘 모르겠어 저 검에 봉인되고 나서는 쭉 갇혀 있었으니까”


“힘드셨을 것 같아요”


“괜찮아 계속 잠들어 있다가 그 아이가 그 검을 여기로 가지고 오고 나서부터 정신이 깨어난 거니까”


“화명한테는 마녀님의 목소리조차 안 들렸던 건가요?”


“응 전혀 모르더라 누굴 닮아서 그렇게 둔한 거지”


에밀리의 말에 헬렌은 살짝 웃었다.


“하여간 나쁜 놈이야...”


에밀리의 목소리와 눈빛에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에 대한 아련함과 그리움이 느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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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심연 속으로 20.12.16 142 0 13쪽
17 20.12.15 146 0 11쪽
16 운명을 향한 습격 20.12.14 158 1 13쪽
15 아군인가 적군인가? 20.12.12 169 1 12쪽
14 왕의 보검 20.12.12 187 1 11쪽
13 소녀를 향한 소년의 사명 20.12.11 196 1 13쪽
12 충성의 맹세 20.12.11 203 2 13쪽
11 운명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20.12.10 210 2 13쪽
10 다시 처음부터 20.12.10 226 2 13쪽
9 돌아가는 방법 20.12.09 229 2 11쪽
8 모든 것은 꿈인가? 20.12.09 242 2 11쪽
7 대련 20.12.07 268 4 12쪽
6 중립자 앨런 20.12.07 31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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