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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Using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사는 이-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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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OneUsing
작품등록일 :
2020.12.04 02:08
최근연재일 :
2021.03.10 22:38
연재수 :
85 회
조회수 :
11,252
추천수 :
48
글자수 :
461,568

작성
20.12.1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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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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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또 다른 붉은 눈

DUMMY

“헬렌 님 어서 여기를 떠나야 합니다!”


“놔 이거 놔!”


자신을 붙잡고 있는 앨런을 뿌리치려 헬렌은 계속 몸부림쳤다.


“진정하세요!”


앨런이 막지 않았더라면 이성을 잃은 헬렌은 진작에 저 어둠 속으로 몸을 던지고도 남았을 것이다.


“헬렌 님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몸을 던져 당신을 구한 화명의 의지를 헛되게 하는 것입니다!”


“화명...”


앨런의 말에 설득된 것인지 아니면 힘이 다한 것인지 헬렌은 눈물을 흘리며 축 늘어졌다.


“어서 돌아가시죠”


부축을 받으며 그곳에서 멀어지던 중 아직 미련이 남은 듯 웜이 만들어낸 구멍으로 고개를 돌린 헬렌의 눈에 무언가 들어왔다.


“저건!”


“헬렌 님!”


자신을 잡고 있던 손을 뿌리치고 헬렌은 어디론가 달렸고 앨런도 황급히 쫓아갔다.


“이건...”


또다시 헬렌이 구멍을 향해 뛰어가는 줄 알고 발목에서 오는 고통을 참으며 뒤쫓아 온 앨런의 눈에 보인 것은 주인을 잃은 하얀 검이었다.


“그 검은...”


헬렌은 떨어져 있는 ‘백귀’를 만지면 부셔질 듯한 모래성을 다루듯이 조심스럽게 주워들었다.


“화명 미안해...”


헬렌은 ‘백귀’를 품에 꼭 안은 채 다시 울기 시작했다.








“헬렌 님은 좀 어떠십니까?”


헬렌의 방에서 문을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나오는 노인에게 앨런은 물었다.


“계속 그 하얀 검을 껴안고서 계속 울고 계십니다.”


“하아~ 이런...”


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 앨런은 입술을 깨물었다.


명백한 자신의 실책이었다.


좀 더 의심하고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


“웜이 습격한 것은 우연이었을 까요?”


“제 생각에는 ‘그것’들이 웜을 조종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우연이라 하기에는 웜의 출현은 절묘했고 헬렌을 집요하게 공격하기까지 했었다.


마치 누군가 조종하기라도 하듯이


“그럼 그 하샨 이란 자는 그것들의 첩자였을 까요?”


“그러지는 않을 겁니다. 단지 웜이 습격할 거라는 정보만 알고 있었을 겁니다.”


“왕국에서도 알기 힘든 정보를 그자가 어떻게...”


“원래 그런 정보를 모으는 것에 능숙한 자입니다.”


“그자를 잡을 수 있겠습니까?”


“지금 계속 찾고 있지만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상 찾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 일이 이렇게까지 된 것은 원인은 웜의 존재를 알고도 숨긴 하샨에게 있었다.


왕궁 내에선 친위대인 하샨의 배신으로 소란스러웠고 왕의 보검까지 사라지기까지 했으니 그 죄는 반역죄에 해당했다.


하지만 정작 하샨의 존재는 묘연했다.


웜이 등장하고 혼란스러운 틈을 타서 모습을 감추었고 친위대에 어울리지 않게 은신과 암살이 특기였던 만큼 찾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얻은 것은 없고 잃은 것은 많군요”


한탄이 담긴 노인의 말에 동의하듯 앨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주먹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꽉 쥐었다.


“그나저나 그자 화명이 살아있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이번 일로 입은 최대 피해는 마녀의 기사인 화명을 잃었다는 것


“아마도 이미 죽었을 겁니다.”


말하기 힘든 사실이었기에 앨런은 힘겹게 입을 뗐다.


분명히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웜의 그 거대한 입이 화명을 삼켜버리는 것을


“웜이 만든 구멍으로 추격을 할 수는 없을까요?”


“그건 힘들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실망한 듯 노인의 목소리는 작아졌다.


“그곳에 다시 갔다 오셨다 들었는데 뭔가 성과가 있으셨습니까?”


“특별한 것은 없었습니다.”


병사들의 시체 회수와 ‘그것’들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라도 얻기 위해 다시 돌아간 그곳은 처참했던 그때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웜이 만든 구멍에도 들어가 볼까 했지만, 끝을 알 수 없는 심연으로 들어가기에는 너무 위험했다.


“아무래도 이번 일은 철저하게 계획된 듯합니다.”


“네 ‘그것’들이 저희를 함정으로 유인했고 저의 안일함으로 인해 이런 대참사가 벌어졌습니다.”


이번 일을 알리고 계획했던 자신이었기에 앨런 스스로 느끼는 자책감과 죄책감 또한 컸다.


“너무 그렇게 자책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이번 일은 누구도 예측하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하샨에게서 정보를 얻었다면 ‘저것’들의 수상한 인원 배치를 의심했다면 방심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 겁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할수록 자신의 실수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하샨 그자는 왜 그 정보를 알리지 않았을까요?”


“그는 마녀를 혐오했습니다. 그래서 웜이 헬렌 님을 죽여주기를 원했겠죠”


간혹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마녀를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자들이 있었다.

하샨 역시 그랬지만 설마 이런 일을 벌일 줄은 몰랐다.


반드시 붙잡아서 이 끔찍한 일에 대한 죗값을 치르게 해야 했다.


“이제 어떡하실 계획이십니까?”


“우선 얻은 정보들로 하샨을 찾거나 ‘그것’들을 찾는 데 집중할 생각입니다.”


“부디 좋은 소식이 들려오기를 바라고 있겠습니다.”


“네 그럼”


앨런은 고개를 살짝 숙이고 인사한 뒤 저택을 나섰고 노인은 굳게 닫힌 헬렌의 방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헬렌님 이 또한 불의 마녀를 선택한 당신의 운명입니다. 부디 받아들이시고 다시 일어나셔야 합니다.”


노인은 아무도 듣지 못 할 말을 중얼거렸다.







“이번 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지 현자여?”


창문이 없어 빛이라고는 촛불의 과하지도 부족하지 않은 은은한 불빛뿐이었고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소파 사이로 작은 탁자가 놓여 있는 이상한 방이었다.


그 이상한 방에 왕이 소파에 심각한 얼굴로 앉아 있었고 그 맞은 편에는 허름한 고깔모자를 푹 눌러써 휘어 있는 입꼬리밖에 보이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어떤 대답을 원하시는 겁니까? 폐하”


현자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젊은 남자는 왕에게 최대한의 예의를 갖추며 말하고 있었지만, 왕을 어려워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이번에 행해진 ‘그것’들의 소탕으로 마녀의 기사가 죽어 버렸고 내가 보검을 준 기사가 웜의 존재를 알고 있음에도 알리지 않아 피해가 커져 내 입장이 곤란하게 됐어.”


“후후후”


현자의 웃음소리에 왕의 얼굴은 살짝 구겨졌다.


“어째서 웃는 것이지?”


“이런 죄송합니다. 그저 지금 폐하께서 너무 겁을 먹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서 그만 웃음이 나와버렸습니다.”


“내가 겁을 먹어?”


“아니 신가요? 상대의 중요 전력이 없어진 지금 상대를 마음대로 할 기회인데 망설이는 것이 겁을 먹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무언가에 겁을 먹었다는 거지?”


“당연히 마녀죠 아니지 정확히 말하자면 마녀의 기사인가요?”


“네가 아무리 현자라 할지라도 나를 모욕한다면 목숨이 위험할 것이다.”


“죄송합니다. 실언이었습니다.”


입가를 미소를 띠며 사과하는 모습이 왕의 위협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듯 보였다.


“그런데 아까 말한 마음대로 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이지?”


“마녀를 이용해서 ‘그것’들을 끝장내버릴 수 있을 겁니다.”


“끝장낸다고? ‘그것’들을?


“원래 ‘그것’들의 목적은 이 왕국입니다. 하지만 마녀를 계속해서 위협하는 이유는 그만큼 마녀가 이 왕국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거겠죠”


“그게 어쨌다는 거지?”


“언제가 되었든 ‘그것’들은 마녀를 다시 공격하려 들겠죠”


“그렇겠지”


“그걸 이용하는 겁니다. 마녀를 미끼로써 던져주고 ‘그것’들이 그걸 무는 순간 몰살시키면 되는 겁니다.”


“과연 그게 생각대로 될까?”


“될 겁니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지?”


“이번 일 만해도 원래는 마녀를 노린 것입니다. 그 기사의 희생이 없었다면 이미 마녀는 죽었을 겁니다.”


“그럼 어떻게 마녀를 이용한다는 거지?”


“기다려보시죠. 곧 기회가 올 겁니다.”







“으...”


이상한 기분이 들어 눈을 뜬 화명은 머리가 어지럽고 속은 메스꺼웠다.


“여긴 어디지?”


동굴 같은 곳이었고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 없는 음침한 분위기의 빛이 안을 밝히고 있었다.


“손이...”


움직이려 해보았지만, 양손이 철쇄로 구속당해 벽에 붙어있어 움직일 수 없었다.


“왜 내가 묶여있는 거지?”


왜 자신이 이런 곳에 있는지 필사적으로 생각한 화명은 이상한 괴물에게 습격받고 먹힌 것까지 기억해냈다.


“어째서 나 살아있는 거지?”


분명 자신은 괴물에게 먹혔었고 기분 나쁜 감각이 자신을 뒤덮으며 정신을 잃었었다.


“맞다 헬렌! 헬렌은 어떻게 됐지?”


불현듯 떠오른 헬렌 하지만 어두컴컴한 이곳은 절대로 헬렌이 있을 법한 곳은 아니었다.


“오호 드디어 일어났나?”


혼란스러워하며 주위를 둘러볼 때 어디선가 능글맞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빛이 닿지 않는 어둠 속에서 여러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중 제일 앞에 있던 사람은 얼굴에 무엇을 칠한 것인지 새하얬고 온갖 이상한 문양이 팔에 새겨져 있었다.


그 사람의 뒤에 있는 사람들은 지저분한 보자기 같은 것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네가 그 유명한 마녀의 기사인가 보네”


보기만 해도 기분 나쁜 목소리와 미소를 지으며 화명에게 얼굴을 들이밀어 관찰하듯이 쳐다보았다.


“근데 어째서 네가 잡혀 온 거지? 나는 마녀를 원했는데...”


말끝을 흐린 기묘한 남성은 자신 바로 뒤에 있는 사람에게 대뜸 주먹을 날렸고 주먹에 맞은 사람은 바로 바닥에 쓰러졌다.


“이 자식이! 마녀를 잡아 오랬지 누가 저런 거 잡아 오래!”


남자는 쓰러진 사람을 멈추지 않고 계속 팼고 나머지 사람들은 말리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뭐 됐어 결국에는 마녀를 잡게 될 거니까”


이 사람들이 정확히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이번 일을 벌인 장본인이고 헬렌을 위협하는 존재라는 것을


“어째서 헬렌을 괴롭히는 거야?!”


갑작스러운 화명의 외침에 깜짝 놀란 듯 그 남성이 살짝 움찔하는 게 보였다.


“그 애가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길래 그 애를 죽이려 하는 거냐고!”


“얘 뭐라고 하는 거냐?”


남성은 물론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화명의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그 사실은 화명도 잘 알고 있었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 말했다.


“그 애를 내버려 둬! 그 애를 다시 건드리려 한다면 가만두지 않겠어!”


화명의 외침이 끝나고 멍하니 있더니 돌연 모두가 웃기 시작했다.


“뭐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잡은 놈이니 그 머릿속을 한 번 살펴보도록 해줄게”


하얀 남자는 양손을 뻗어 화명의 머리를 붙잡았다.


“조금은 아플 수 있지만 어디 한번 잘 참아봐”


남자는 소름 돋는 미소를 지었고 화명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악”


화명의 비명에도 남자는 멈추지 않았고 오히려 즐겁다는 듯 웃었다.


“하하하 더 크게 비명을 질러 더 괴로워하라고!”


비명과 웃음소리가 섞여 그 공간에 가득 울려 퍼졌다.







“화명...”


달빛만이 창문에 스며들어오는 것 이외에 헬렌의 방에는 아무런 불빛도 없었다.


“미안해...”


헬렌은 침대 위에서 ‘백귀’를 끌어안은 채 계속 눈물을 흘리며 울었고 눈물은 턱선을 따라 흘러내려 검으로 떨어졌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검집에 떨어진 눈물이 달빛을 머금고 반짝였고 마치 검이 빛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어?”


착각이 아닌 검집은 어느 순간 빛나고 있었고 달빛 같은 서늘한 푸른 빛을 은은하게 뿜었다.


“뭐야?”


알 수 없는 현상에 두려웠지만, 헬렌은 검을 놓지는 않은 채 지켜보기만 했다.


“언제까지 울고만 있을 거니?”


어디선가 처음 듣는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뭐지?”


헬렌은 주위를 둘러보며 목소리의 주인을 찾으려 했지만, 그 어느 곳에도 보이지 않았다.


“누구세요?”


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애초에 헬렌 말고는 아무도 없는 방이었다.


“누구세요?”


한 번 더 떨리는 목소리로 목소리의 주인을 불러 보았지만, 이번에도 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설마?”


검을 내려다보았다. 검은 여전히 은은하게 빛을 띠고 있었다.


“어딜 보는 거야? 난 여기 있다고”


누군가 오른쪽 어깨를 두드리는 느낌에 놀라며 돌아보니 붉은색 눈동자가 바라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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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반드시 돌아오기를 20.12.25 121 0 13쪽
24 함성을 지르다 20.12.24 122 0 12쪽
23 사바흐의 최후 20.12.23 126 0 12쪽
22 기괴한 웃음 20.12.22 127 0 12쪽
21 구하러 가자 20.12.21 148 0 12쪽
20 밤을 지새우다. 20.12.18 144 0 12쪽
» 또 다른 붉은 눈 20.12.17 145 0 12쪽
18 심연 속으로 20.12.16 142 0 13쪽
17 20.12.15 146 0 11쪽
16 운명을 향한 습격 20.12.14 158 1 13쪽
15 아군인가 적군인가? 20.12.12 169 1 12쪽
14 왕의 보검 20.12.12 187 1 11쪽
13 소녀를 향한 소년의 사명 20.12.11 196 1 13쪽
12 충성의 맹세 20.12.11 203 2 13쪽
11 운명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20.12.10 210 2 13쪽
10 다시 처음부터 20.12.10 226 2 13쪽
9 돌아가는 방법 20.12.09 229 2 11쪽
8 모든 것은 꿈인가? 20.12.09 242 2 11쪽
7 대련 20.12.07 268 4 12쪽
6 중립자 앨런 20.12.07 31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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