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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Using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사는 이-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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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OneUsing
작품등록일 :
2020.12.04 02:08
최근연재일 :
2021.03.10 22:38
연재수 :
85 회
조회수 :
11,249
추천수 :
48
글자수 :
461,568

작성
20.12.07 16:44
조회
267
추천
4
글자
12쪽

대련

DUMMY

“화명아 일어나”


매일 아침 언제나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가 달콤한 잠에서 끌어내려 하고 있다.


“엄마 5분만요...”


화명은 최대한 반항할 수 있을 만큼 반항했다.


“일어나 화명!”


반항하면 반항할수록 엄마의 재촉은 더욱 심해졌다.


“화명 일어나!”


결국 화명은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기는 했지만, 아직 잠에 취한 채로 눈을 뜨지 못했다.


“엄마 저 일어났어요...”


비몽사몽 한 상태의 화명은 자신이 지금 어디 있는지 구분하지 못했고 평소 아침에 하던 말을 자연스럽게 내뱉었다.


“엄마...?”


당연히 헬렌은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화명!”


헬렌은 이제는 흔들다 못해 손바닥으로 화명을 등을 강하게 때렸다.


소리는 제법 경쾌하기는 했지만, 헬렌의 작은 손으로 때려봤자 아프지는 않았다.


“응? 뭐야?”


하지만 그 감촉은 있었기에 화명은 결국 눈을 떴고 자신이 어디 있는지 기억해냈다.


“으아~!”


화명은 괴상한 소리를 내며 기지개를 핀 후 침대에서 벗어났고 헬렌은 그 모습을 웃으며 바라봤다.


“빨리 일어나봐요”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은 멍한 상태의 화명의 팔을 헬렌은 잡고 끌어당겼지만, 그 힘으로 절대 끌릴 일 없었다.


“왜 그러는 거야?”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헬렌은 이곳의 언어로 계속 말을 하며 팔을 잡아당겼고 이제는 익숙한 듯 끌려주었다.


헬렌이 끌고 간 곳은 화명의 방에 있는 작은 탁자와 의자 두 개가 마주 보고 있는 창가 근처였다.


열려있는 창가로 아침 바람이 선선하게 들어오고 있었고 그 바람을 맞고 있으니 조금씩 멍한 정신이 깨고 있었다.


의자에 화명을 앉히고 다른 의자를 끌어와 옆에 헬렌이 앉았다.


헬렌은 탁자 위에 종이를 올려놓았고 그 후에 커다란 하얀 깃털과 검은 액체가 들어있는 유리병을 올려놓았다.


하얀 깃털은 깃펜이고 검은 액체는 잉크라는 것은 바로 알았지만, 이걸로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는 헬렌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이걸로 뭐 하려고?”


헬렌은 깃펜에 잉크를 살짝 찍어 종이에 글씨 하나를 썼다.


“헬.렌.!”


헬렌은 자기가 쓴 글씨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그제야 헬렌이 자신에게 이곳의 언어를 가르쳐주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헬렌?”


“헬.렌.!”


화명도 글씨를 가리키며 헬렌의 이름을 말했고 헬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깃펜을 화명에게 쥐여주며 글씨를 다시 한번 가리켰다.


“한번 써보세요.”


그 의미를 이해한 화명은 글씨를 따라서 썼지만 쓴다는 표현보다는 그린다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은 글씨여서 그런지 자신이 보기에도 지저분한 글씨였다.


“잘했어요.”


헬렌은 이런 지저분한 글씨에도 칭찬해주었지만 정작 당사자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웃고 있으니 괜찮은 건가?


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글씨를 가르쳐주는 거지?


원래 호의적이기는 했지만, 암살자 사건 덕분에 헬렌의 신뢰를 더 얻게 된 듯했고 그래서 글씨를 가르쳐 주는 건가 싶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이곳에서 얼마나 더 살게 될지 모르니 글을 알게 되는 것은 여러모로 도움이 되어 나쁘지 않았다.


“처음보다는 많이 좋아졌어요”


이제야 좀 글씨를 그린다는 가 아니라 쓴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글씨체가 되었고 이번에도 헬렌은 아낌없이 칭찬해주었다.


처음에는 헬렌의 이름으로 시작한 글쓰기는 방안 사물의 이름을 쓰는 것으로 바뀌었다.


헬렌이 먼저 하나의 글씨를 쓰고 사물을 가리키며 소리 내 읽었고 화명은 헬렌의 소리를 따라 하고 글씨를 썼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요?”


헬렌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창밖은 어느새 어두워지려 하고 있었다.


“이거는 두고 갈 테니까 계속 연습해 보세요.”


헬렌은 탁자에 가지고 온 여러 장의 종이와 깃펜과 잉크를 모두 올려 두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그 행동만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오늘 수고했어요”


“고마워 수고했어.”


서로에게 알아들을 수 없는 자신들의 언어로 인사를 했지만 전하고자 하는 의미는 전달되고 있었다.


헬렌이 방을 나가고 다시 탁자에 앉아 오늘 연습한 것들을 정리했다.


“그러면 한 번씩 다시 써볼까?”


깃펜에 잉크를 묻히고 오늘 배운 것들을 다시 한번 복습해보았다.


당연하지만 헬렌이 있을 때보다는 즐겁지 않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품까지 나왔다.


그래도 헬렌이 자기를 생각해서 가르쳐 준 거니 잊지 않을 정도로는 복습하고는 펜을 놓았다.


“으아~ 오늘은 여기까지 해볼까?”


기지개를 피며 뻐근한 몸을 풀고는 침대에 몸을 던진 뒤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화명은 상체를 일으켜 세워 문을 바라보았고 문이 살짝 열리더니 한 손을 뒤로한 잠옷 차림의 헬렌이 들어왔다.


“헬렌?”


침대에서 내려와 화명은 헬렌에게로 다가갔고 헬렌은 뒤에 숨기고 있던 것을 앞으로 내밀었다.


헬렌이 내민 것은 금줄에 달린 동전만 한 크기의 동그란 금빛 펜던트였다.


“이게 뭐야?”


화명의 물음을 이해를 한 듯 헬렌은 손에 들고 있던 펜던트를 만지작거리다가 열었고 그 안에는 정원에서 봤던 빨간 꽃의 잎 하나가 들어있었다.


“받으세요”


헬렌은 펜던트를 내밀었고 화명은 펜던트와 헬렌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결국 헬렌은 화명의 손을 잡아서 펜던트를 올려주었다.


“이거 나 주는 거야?”


화명은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고 헬렌은 그 뜻을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 갑자기 자신에게 주는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헬렌이 주는 선물이었기에 화명은 일단은 받아두기로 했다.


“고마워”


화명이 웃으며 말하자 헬렌도 미소를 지은 뒤 돌아갔고 다시 방에 혼자가 되어 침대에 누워 헬렌에게 받은 펜던트를 살펴봤다.


뭔가 특별한 무늬도 없는 딱히 특별한 것 없는 펜던트였다.


“왜 이걸 나한테 준 걸까?”


아무리 이유를 생각하려 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생각하기를 포기하고는 펜던트를 옆에 두고는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심각한 표정으로 헬렌이 방에 찾아와서는 다짜고짜 화명을 끌고 갔고 그 이끌림을 따라간 곳은 중앙홀이었다.


그곳에는 앨런이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헬렌 님”


앨런의 인사는 흠잡을 때 없이 완벽했고 햇빛을 받은 금발의 머리카락은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헬렌은 앨런의 인사에 화답했다.


“연락은 받으셨습니까?”


“네”


“그자를 데려온 것은 폐하의 뜻에 따르는 것으로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애초에 저에게 거부할 권리가 있기는 한가요?”


헬렌의 말투는 불만 가득하고 공격적이었다.


“이건 필요한 일입니다.”


“누구에게 필요하다는 거죠?”


“당연히 우리 모두를 위해서입니다.”


헬렌의 목소리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초조함이 느껴지고 있었다.


“알겠어요. 그 뜻에 따르겠어요.”


“현명하신 판단입니다.”


앨런은 한 손은 가슴에 올리고 허리를 숙였고 헬렌은 그 모습을 못마땅하게 쳐다보았다.


“그럼 밖으로 나가시죠”


앨런이 밖으로 나가고 화명의 손을 잡은 채로 헬렌도 밖으로 향했다.


헬렌의 손을 통해 불안감과 초조함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럼, 여기쯤에서 시작하겠습니다.”


저택 앞의 넓은 공터에서 앨런에게 목검을 건네받은 화명은 영문을 몰라 앨런과 목검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앨런은 화명과 다섯 걸음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목검을 쥐고는 자세를 잡았지만, 아직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 화명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럼 시작합니다.”


앨런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빠르고 날카롭게 목검을 화명의 코끝까지 찔렀고 그의 움직임으로 생긴 바람이 화명의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화명은 눈을 크게 떴다.


분명 앨런이 들고 있는 것은 목검이었지만 순간적으로 느껴진 살기와 매서움은 진검 못지않았다.


앨런은 목검을 거두고는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갔고 화명은 지금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확실히 깨달았다.


둘은 서로를 노려보며 자신만의 자세를 잡았고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흐르는 긴장감을 끊고 화명이 먼저를 앨런을 향해 목검을 휘둘렀지만, 앨런은 살짝 몸을 뒤로 빼고는 빠르게 화명의 목 앞까지 검 끝을 찔렀다.


반응하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빠른 찌르기를 몸을 옆으로 틀며 스치듯이 피한 화명은 검을 내려쳤다.


앨런은 빠르게 검을 들어 올리며 쳐낸 뒤 화명의 옆구리를 노렸지만, 화명도 재빠르게 검으로 공격을 막았다.


순식간에 공격을 주고받은 뒤 다시 거리를 벌리고 서로를 노려보며 빈틈을 찾으려 했다.


그냥 보기에는 대등하게 보였지만 화명은 느낄 수 있었다.


이 남자와 자신의 극명한 차이를 자신은 절대 이 남자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그런데도 화명은 이기고 싶었다.


이번에도 화명이 먼저 파고들어 빠른 찌르기로 선공을 했다.


앨런은 검을 막는 것 대신 거리를 벌려 피하려 했지만, 화명의 찌르기는 생각보다 더욱 깊게 파고들어 왔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지만 앨런은 놀라운 반응속도로 빠르게 검을 휘둘러 화명의 검을 쳐냈다.


분명 맞았다고 생각한 공격이 맞지 않자 화명은 당황했지만 그런데도 공격을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나갔다.


내려치고 휘두르고 찌르고 할 수 있는 공격을 했지만, 화명의 공격은 앨런에게 닿지 않았다.


분명 빈틈 있다고 생각하고 공격을 해도 앨런은 검으로 화명의 검을 막고 있거나 말도 안 되는 움직임으로 검의 궤적에서 벗어나 있었다.


화명은 점점 지쳐가고 공격은 가벼워지고 느려져 갔지만 앨런의 공격은 그 날카로움과 매서움을 잃지 않았다.


결국 화명의 공격에 빈틈이 생겼고 앨런은 놓치지 않고 파고들어 와 밑에서 위로 검을 들어 올렸다.


황급히 남자의 검을 막았지만, 검이 맞부딪히는 충격에 화명은 검을 놓치며 균형을 잃었다.


“윽!”


놓친 검은 뒤쪽으로 떨어졌고 화명은 엉덩이를 찧으며 주저앉았다.


코앞으로 검 끝이 위협하듯이 들어오자 화명의 표정은 살짝 일그러졌고 앨런은 그 모습을 내려다보다가 손을 내밀어 화명을 일으켜 세웠다.


“이제 만족하나요?”


“네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습니다.”


대련이 끝난 후 헬렌과 잠깐 대화를 나눈 앨런은 자리를 떠났다.








“손이 아직도 얼얼하네”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낮에 있었던 일을 회상했다.


압도적인 실력 차에 진 것에 대해서 분한 감정이 느껴지기는 했으나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볍게 휘두르는 것 같으면서도 묵직했던 그 공격들에는 지금까지 한 번도 상대해 보지 못한 강함이 깃들어 있었다.


“하아~”


긴 한숨을 내쉬고는 화명은 침대에 드러누웠다.


이미 밖은 어두워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본래라면 이미 잠들어 있어야 했지만, 패배의 쓴맛에 쉽사리 잠들지 못했다.


“다음에 만나면 이길 수 있을까?”


비록 오늘은 압도적 졌다 하더라도 영원히 진 상태로 있을 거라고 화명은 생각하지 않았다.


“어휴 자자”


잊으려 하면 할수록 계속해서 떠올랐고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분한 마음은 더욱 심해져 갔기에 자는 것을 선택하고는 억지로라도 잠에 빠지려 했다.


쉽게 잠들지 못할 거로 생각했지만 수면제라도 먹은 것처럼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몸이 빠르게 나른해졌고 결국 화명은 얼마 가지 않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으~”


몸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라 숨 쉬는 것도 힘들었고 가슴이 갑갑했다.


“하아!”


결국 괴로움에 화명은 눈을 떴고 맑은 하늘이 보였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돌무더기들이 있었고 그 돌무더기 사이로 작은 손 하나가 튀어나와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들의 손이나 발들이 돌들 사이로 나와 있었고 사람이 돌 위에 힘없이 누워 있기도 했다.


시선을 아래로 향하니 큰 돌들이 자신의 몸을 짓누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상체에 극심한 고통이 밀려왔지만, 하체는 감각조차 없었다.


갑자기 어두워진 것 같아 다시 하늘을 보니 거대한 그림자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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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반드시 돌아오기를 20.12.25 121 0 13쪽
24 함성을 지르다 20.12.24 122 0 12쪽
23 사바흐의 최후 20.12.23 126 0 12쪽
22 기괴한 웃음 20.12.22 127 0 12쪽
21 구하러 가자 20.12.21 148 0 12쪽
20 밤을 지새우다. 20.12.18 144 0 12쪽
19 또 다른 붉은 눈 20.12.17 144 0 12쪽
18 심연 속으로 20.12.16 142 0 13쪽
17 20.12.15 146 0 11쪽
16 운명을 향한 습격 20.12.14 158 1 13쪽
15 아군인가 적군인가? 20.12.12 169 1 12쪽
14 왕의 보검 20.12.12 187 1 11쪽
13 소녀를 향한 소년의 사명 20.12.11 195 1 13쪽
12 충성의 맹세 20.12.11 203 2 13쪽
11 운명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20.12.10 210 2 13쪽
10 다시 처음부터 20.12.10 226 2 13쪽
9 돌아가는 방법 20.12.09 229 2 11쪽
8 모든 것은 꿈인가? 20.12.09 242 2 11쪽
» 대련 20.12.07 268 4 12쪽
6 중립자 앨런 20.12.07 31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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