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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Using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사는 이-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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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OneUsing
작품등록일 :
2020.12.04 02:08
최근연재일 :
2021.03.10 22:38
연재수 :
85 회
조회수 :
11,251
추천수 :
48
글자수 :
461,568

작성
20.12.11 13:57
조회
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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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3쪽

소녀를 향한 소년의 사명

DUMMY

어젯밤 자신의 패배를 수없이 곱씹은 탓에 화명은 늦게 잠들었고 그 결과 헬렌이 찾아왔음에도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밤에 뭐 했길래 아직도 자는 거야?”


화명의 볼을 찔러보기도 하고 머리카락을 쓸어넘겨 보기도 하며 불만을 표현했지만 자는 사람이 그걸 알 리 없었다.


“기사라는 사람이 지켜야 할 사람을 걱정시키면 어떡하자는 건지...”


짧은 한숨을 내쉰 뒤 나지막이 속삭였다.


“널 지켜주기 위해서 서둘러서 의식을 진행한 건데 넌 그걸 절대 모르겠지”


혼자서 얘기하는 것도 슬슬 싫증이 났고 자는 사람 방해하기 싫었던 헬렌은 방을 빠져나왔다.


“잘자”


잠든 화명에게 인사를 한 뒤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는 중에 헬렌은 노인과 마주쳤다.


“헬렌 님 여기 계셨군요”


“무슨 일이신가요?”


“지금 앨런 님이 와 계십니다.”


“무슨 일로 오신 건가요?”


“‘그것’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듯합니다.”


정확한 명칭도 아닌 단순히 ‘그것’이라는 말이었지만 헬렌은 단번에 알아듣고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접견실로 안내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헬렌 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다른 방들에 비해 작은 크기를 가진 방에 탁자를 사이에 두고 의자 두 개가 놓여 있었고 헬렌과 앨런은 마주 보며 앉았다.


“드디어 ‘그것’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요?”


“네”


짧고 간결한 이 대답만큼은 듣고 싶지 않았지만 외면할 수 없었다.


“단정 짓기는 어렵겠지만 신뢰가 높은 정보입니다.”


“갑자기 움직이다니 이상하네요”


“역대 불의 마녀님들의 경우를 보면 이 시기면 움직일 때입니다. 오히려 이번에는 다른 분들 때를 생각하면 많이 늦었습니다.”


“그럼 이제 저희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우선 화명 저자를 강하게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잠재력을 품고 있기에 때에 따라서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앨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헬렌은 긍정을 표했다.


“그나저나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만...”


“몸이 좋지 않아서 쉬고 있습니다.”


아직 자고 있다고 차마 말을 할 수 없었기에 거짓말을 했고 다행히 그 말을 믿는 듯했다.


“그러면 저는 내일 다시 오도록 하겠습니다.”


“네 내일 다시 보도록 하죠”


노인이 돌아가는 앨런을 배웅하고는 아직 접견실에 있는 헬렌에게 돌아왔다.


“‘그것’들이 움직였다는 말 진짜라고 생각하십니까?”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어차피 피해 갈 수 없는 운명입니다.”


노인의 질문에 담담하게 말하며 각오가 느껴지는 눈으로 서서히 저물어 가며 붉은빛으로 하늘을 물들인 태양을 바라보았다.








알 수 없는 의식을 진행하고 난 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마음대로 저택에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누군지 모르는 여자들의 초상화가 걸려 있는 복도를 지나 헬렌의 방으로 가볼 수도 있었다.


“역시 진검은 조금 무겁네”


한 가지 불편한 게 있다면 항상 ‘백귀’를 휴대하고 다녀야 한다는 점과 매일 아침 노인이 복장 검사를 한다는 거였다.


옷이 단정한지 검을 제대로 차고 있는지 검사했다.


다른 건 몰라도 항상 ‘백귀’를 휴대하는 건 익숙지 않아서인지 거슬렸다.


평소 방에 ‘백귀’를 두고 다녔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었다.


“이거도 한번 따라 써보세요.”


그래도 그 의식을 치르고 나서 거리를 두던 헬렌과 이렇게 글씨를 배우는 사이까지 발전할 수 있었다.


“잘했어요.”


똑똑


헬렌의 방에서 한참 글씨를 배우고 있을 때 누군가 방을 두드렸다.


“헬렌 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네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노인이 들어왔다.


“무슨 일이신가요?”


“엘런 님께서 오셨습니다.”


“오늘은 무슨 일 때문에 오신 거죠?”


“ ‘그것’들이 어디 있는지 찾은 것 같습니다.”


노인의 말에 헬렌은 단번에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이곳으로 안내해 주세요.”


“네”


노인이 인사를 하고 나가고 헬렌은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글씨 공부하던 것을 치웠다.


이상한 분위기를 느낀 화명도 헬렌을 따라 일어났고 잠깐 풀어놓았던 ‘백귀’를 허리춤에 찼다.


“안녕하십니까? 헬렌 님”


방에 들어오자마자 허리를 숙이며 헬렌에게 예를 표하는 모습은 흠잡을 것이 없었다.


“어서 오세요”


단순히 인사를 주고받았을 뿐인데 방 전체에 무거운 긴장감이 내려앉았고 그 분위기에 감화됐든 화명도 덩달아 긴장했다.


“ ‘그것’들의 위치를 찾으셨다고요?”


“네”


“생각보다 빨리 찾으셨군요”


“아무래도 이 저택에 침입하려는 계획 있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 계획은 취소되었고 ‘그것’들이 남긴 흔적을 찾았습니다.”


헬렌은 침입이라는 단어 살짝 당황한 듯한 표정이 보였지만 바로 표정을 되돌리고는 침착한 태도를 유지했다.


“아무래도 ‘그것’들이 계획을 취소한 것은 아마도 저자의 등장을 경계한 듯싶습니다.”


갑자기 자신을 가리키는 앨런의 행동에 화명은 흠칫했지만, 얘기를 알아들을 수 없으니 왜 자신을 가리킨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것’들은 지금 어디 있는 거죠?”


“그거라면 여기 있습니다.”


품 안에서 돌돌 말린 종이를 꺼내와 조금 전까지 글씨를 공부하던 탁자 위에 펼쳤다.


“바로 여기입니다.”


종이는 지도 같아 보였고 앨런이 가리킨 곳에 붉은 X가 표시되어 있었다.


“여기서 그리 멀지 않네요”


“네 아무래도 본거지는 아니겠지만 이곳의 침입을 계획했을 정도라면 본거지에 대한 정보 정도는 얻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자신들의 위치가 발각되었다는 것을 알 가능성은 없나요?”


“전혀 없다고는 확신할 수 없지만, 최대한 은밀하게 조사했습니다.”


지도를 보며 고민하는 듯 헬렌은 말이 없었다.


“눈치채기 전에 빠르게 하죠”


“그럼 언제쯤으로 하시겠습니까?”


“본거지가 아니라면 병력이 많지는 않을 테니 최대한 빨리 가는 게 좋겠죠”


헬렌은 잠깐 고민을 하는 듯싶더니 입을 열었다.


“내일 가능할까요?”


“내일 말씀입니까...”


이번에는 앨런이 고민에 빠져 잠깐 말이 없었지만, 침묵이 길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내일 진행할 수 있게끔 준비하겠습니다.”


힘이 실린 목소리와 표정은 상대방에게 신뢰를 주고 있었다.


“무리일 수도 있을 텐데 따라줘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닙니다. 그것들의 소탕은 왕국에도 중요한 일이고 그 일에 불의 마녀인 헬렌 님께서 앞장 서주시는 것에 제가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빈말이 아닌 진심이 담긴 감사는 앨런이라는 사람이 어떤지를 단편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었다.


“당신이 ‘중립자’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내일 다시 보도록 하시죠”


“네 내일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앨런이 인사를 하고 방에 나가고 노인이 들어왔다.


“내일 ‘그것’들을 공격할 테니 준비해 주세요”


갑작스러운 말에 노인은 당황해했다.


“헬렌 님 ‘그것’을 상대로 이렇게 갑자기 준비해서 공격하려 하신다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됩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눈치채고 모습을 감춘다면 다시 추적하려면 또다시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겁니다.”


“하지만 그것들을 상대하면서 항상 신중해야 합니다. ‘그것’이 저희를 잘 알고 있지만, 저희는 알고 있는 것이 너무 적습니다.”


보기 드문 노인의 흥분하고 격앙된 모습에 화명은 놀라워했다.


항상 침착한 태도로 헬렌을 보조하는 모습만 보였던 노인이었기에 그런 모습은 신선했다.


“이곳에 ‘그것’ 침입하려 했다고 합니다.”


“앨런 님이 그러셨습니까?”


조금 전의 흥분한 모습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헬렌의 말에 차갑고 냉정한 태도로 돌변했다.


“네 ‘그것’은 벌써 저희 공격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희가 망설인다면 저희만 당할 뿐이죠”


갑작스러운 심각한 분위기에 화명은 그저 멍하니 둘을 지켜볼 수밖에 없자 자신이 무엇을 위해 이곳에 있는 것에 대해서 의문이 들었다.


“앨런 님께서는 내일 공격하시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셨습니까?”


“동의했습니다.”


“알겠습니다. 헬렌 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대화가 끝난 듯 노인은 방을 나가려 하다가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저자도 내일 데려가십니까?”


한순간 자신에게 둘의 시선이 집중되자 화명은 당황한 듯 화명은 엉거주춤했다.


“네 당연히 데려갈 겁니다.”


“하지만 이 자가 싸울 수 있을지는 모릅니다.”


“그래도 저의 기사이니 그 상징성 때문이라도 데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마침내 노인이 나가고 화명만 남게 되자 헬렌은 긴장이 풀린 듯 의자에 축 늘어졌다.


“괜찮아?”


무슨 일 때문에 힘들어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힘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뿐이었고 헬렌은 그저 미소만 지었다.








앨런과 만난 이후 저택은 분주해졌다.


이상한 의식을 치를 때와 같은 모습 같았지만, 그때보다 더 분주해 보였고 그 모습으로 뭔가 큰일이 벌어지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증거로 자신에게 무거운 철갑옷을 입히려 했다.


“으~ 너무 무거워”


한발을 떼는 것조차 힘든 무게였지만 다행히도 크기가 맞지 않았기에 철갑옷은 입지 않았지만, 대신에 가죽으로 된 갑옷을 입게 되었다.


조금 불편하기는 했지만, 철갑옷에 비하면 움직이기에도 편했고 대련할 때 입는 호구보다 가벼운 무게였다.


밤이 깊어져도 저택 안은 분주했지만, 화명은 갑옷 입는 것이 끝나고 방에 가만히 있기만 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려 하는 거지?”


원래라면 잠을 자기 위해 준비해야 할 시간이었지만 저택은 여전히 분주했다.


“나 이렇게 가만히 있어도 되는 건가?”


똑똑


“누구지?”


누군가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아직 안 자고 있었네요?”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헬렌이었고 자려고 했었던 것인지 잠옷처럼 보이는 옷을 입고 있었다.


헬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다가와 화명의 양손을 잡았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 당황해하는 화명을 헬렌은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았다.


“날 지켜줘...”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는 아련함이 느껴지는 목소리였지만 헬렌의 눈에는 흔들지 않는 굳은 결의가 담겨있었다.


그 눈을 본 화명은 알아듣지 못한 말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고 헬렌은 만족한 듯 웃으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무슨 일이지?”


이럴 때면 이곳의 언어를 모른다는 게 정말로 답답했다.


말속에 담긴 의미를 표정만으로 알기에는 한없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하아”


그저 한숨을 쉬며 무슨 일이 벌어질지 자연스럽게 알게 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몰라도 적어도 화명이 예상했던 범위는 가볍게 넘겨버리고 있었다.


“이게 뭐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중무장한 병사와 기사들이 저택의 앞마당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모든 시선을 받는 헬렌 옆에 화명이 서 있었다.


“이렇게 와주셔서 다들 감사합니다.”


무엇을 한 것인지 아무런 장치 없이 말을 하고 있었지만, 확성기라도 쓰는 것처럼 헬렌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번 일은 왕국의 평화를 위한 작은 한 걸음이겠지만 당당한 한 걸음이 되어 모두가 기억하는 위대한 발걸음이 될 것입니다.”


헬렌의 말이 끝나자 모든 사람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고 그 기세에 화명은 살짝 움츠러들었고 한 가지 깨달았다.


지금 이 사람들과 함께 큰 싸움을 하러 간다는 것을


난 무엇에 휘말린 거지?


자신의 허리춤에 있는 ‘백귀’를 내려다보며 이것을 뽑아야 하는 상황을 상상했다.


나 지금 위험한 게 아닐까?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 지 알 수 없지만 두려움이 밀려왔고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응?”


따뜻한 무언가가 자신의 떨리는 손을 감싸는 것을 느끼고 내려다보니 헬렌이 화명의 손을 꽉 잡고 있었다.


“헬렌?”


손을 통해서 어젯밤 느꼈던 결의가 느껴짐과 동시에 긴장과 불안감 또한 손을 통해 전해져 오고 있었다.


“괜찮아?”

화명의 걱정스러운 시선을 느꼈는지 헬렌은 화명을 쳐다보았고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난 괜찮아”


화명을 달래주기라도 하는 듯 헬렌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지만, 그 미소에서조차 불안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화명이 헬렌의 작은 손을 더욱 강하게 쥐었다.


“너는 내가 꼭 지킬게”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지만,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저 지키는 것 지금 자신의 옆에 있는 소녀를 있는 힘껏 지켜내기만 하기만 하면 됐다.


간단하지만 어려운 일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화명은 느끼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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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밤을 지새우다. 20.12.18 144 0 12쪽
19 또 다른 붉은 눈 20.12.17 144 0 12쪽
18 심연 속으로 20.12.16 142 0 13쪽
17 20.12.15 146 0 11쪽
16 운명을 향한 습격 20.12.14 158 1 13쪽
15 아군인가 적군인가? 20.12.12 169 1 12쪽
14 왕의 보검 20.12.12 187 1 11쪽
» 소녀를 향한 소년의 사명 20.12.11 196 1 13쪽
12 충성의 맹세 20.12.11 203 2 13쪽
11 운명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20.12.10 210 2 13쪽
10 다시 처음부터 20.12.10 226 2 13쪽
9 돌아가는 방법 20.12.09 229 2 11쪽
8 모든 것은 꿈인가? 20.12.09 242 2 11쪽
7 대련 20.12.07 268 4 12쪽
6 중립자 앨런 20.12.07 31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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