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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흔비설 님의 서재입니다.

안녕! 나의 늦은 첫사랑

웹소설 > 작가연재 > 로맨스

완결

채흔비설
작품등록일 :
2020.07.16 20:24
최근연재일 :
2020.09.06 17:13
연재수 :
119 회
조회수 :
10,842
추천수 :
643
글자수 :
695,967

작성
20.09.05 08:28
조회
70
추천
4
글자
12쪽

107화 – 우리. 연인 하자.

DUMMY

소혜가 주변을 둘러보니 건물 끝 쪽으로 그리 높지 않은 안전한 난간이 눈에 보이길래 호흡을 가다듬고는 조심스레 올라간다.


처음에는 긴장되고 떨렸지만, 막상 올라서서 자신의 시야에 들어오는 아름다운 야경을 바라보는데 무서운 기분은 어느새 사라지고 기분이 상쾌하게, 확 뚫리는 것 같아 시원하게 느껴졌다.


“아. 기분 너무 좋다. 이래서 신우가 즐겨 했었구나.”


이렇게 서 있다 보니 가슴이 시원하게 느껴지니까 그동안의 힘들고 답답했던 일들과 마음을 이번 기회에 완벽하게 훌훌 다 털어버리고 싶어졌다.


“이번 기회에 정말 다 털어버리고 새롭게 시작해보자. 제대로 된, 오롯이 나를 위한 행복한 삶 살아보자고. 양소혜 할 수 있다. 홧팅!”


그녀는 심호흡을 크게 하고는 더 깊게 이 밤공기를, 이 기분을 느끼려고 팔을 쫙 펼치며 다시 한번 공기를 깊게 들이 마신다.


그런데.


그때. 그녀 뒤에 언제부터 와 있었는지 동우가 너무 놀라 소리를 지른다.


“양소혜 그러지 마.”


그는 병실에 도착했을 때 병실을 나와 비상구로 가는 소혜를 보고는 왜 그런가, 어디로 가지? 궁금해하며 먼발치에서 뒤따라오다가 그녀가 옥상으로 올라가는 걸 보고는 점점 더 걱정스러운 마음이 커져 여기까지 쫓아왔던 것이었다


그러다 뜻밖의 소혜의 모습에 뛰어내리려는 줄 알고 화들짝 놀라 소리를 지르며 애절함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리기 시작한다.


“제발 그러지 마. 양소혜 왜 이러니? 갑자기 뭐 때문에. 아직 너무 젊잖아. 살날이 얼마나 많이 남았는데. 왜. 왜 바보 같은 생각을 해.”


그의 목소리가 많이 떨렸다.


“신우 때문에 그래? 그래서 이러는 거야? 그까짓 남자가, 사랑이 뭐라고. 너 정말 멋진 여자야. 양소혜 너 정말 대단하고 엄청 괜찮은 여자라고. 신우보다 더 좋고 멋진, 널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해줄 사람 앞으로도 얼마든지 만날 수 있는데 그런 기회가 얼마나 많을 텐데 왜 이러냐고. 제발. 제발 그러지 말고 내려와. 응.”


그가 얼마나 놀랐는지 금세 눈에 눈물까지 글썽였다.


소혜가 몸을 돌려 동우를 바라보는데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얼떨떨해하며 말똥말똥해진 눈으로 바라보았지만, 그녀의 주변이 어두워 그는 그녀 표정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계속 큰일 터질 것 같아 심장이 타들어 가는 것 같고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 했다.


(‘어라? 왜 저러지? 아. 지금 내가 여기서 뛰어내리는 줄 알고 오해하고 있구나.’)


그녀는 속으로 살짝 웃음도 났지만 애써 모른 척하며 아무 말 없이 동우가 또 어떤 말을 하나 궁금해서 계속 더 들어보려 한다.


그런 줄도 모르고 점점 더 겁에 질린 어린아이 같은 얼굴로 그녀에게 떨리는 발걸음을 조심스레 한 걸음씩 옮기며 천천히 다가가서는 손을 내밀었다.


“소혜야. 내 손 잡아. 이 손 잡고 내려오라고. 갑자기 이런 상황에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제발 내려와서 얘기하자 응?”


(‘은근 재밌는데. 어떻게 나오는지 장난 좀 쳐볼까나? 히히히.’)


“싫은데요. 나 너무 힘들어요. 모든 것이. 그래서 그냥 쉬고 싶어요. 마음 다 내려놓고 편히 쉬고 싶다고요. 이런 감정 버거워서 더 버틸 수 없단 말이에요. 숨조차 쉬기 너무 벅차서 그냥 아예 모든 걸 다 놓아버리고 싶어요. 진심으로.”


“그럼. 내려와서 쉬면 되잖아. 뛰어내린다고. 이 세상 놓아버린다고 편히 쉴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참아보려 해도, 애써 외면하려고 해도 견디기 힘들다니까요. 감당할 수 없다고요. 더 이상은.”


“부모님 생각은 안 해? 아무 잘못 없는 부모님은, 훌륭하게 널 키워서 보람 느끼고 계실 텐데 이렇게 무책임하게 떠나버리면 불쌍해서 어떻게 하냐고. 그분들이 무슨 죄를 지었다고 그런 아픔을, 상처를 받아야 하냐고.”


눈물까지 글썽이며 진지하게 말하고 있는 그의 모습에 소혜도 점점 저도 모르게 슬며시 빠져들어 갔다.


“양소혜. 너 애 아니잖아. 사춘기 어린애도 아니고. 한국 애들처럼 입시지옥에 시달려서 미칠 것 같아, 숨이 막힐 것 같아 그래서 그런 벅찬 현실을 벗어나고 싶어서 그러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흙수저 출신이라 죽어라 고생해도 취업은커녕, 하루하루 사는 게 지옥 같은 세상이라 열 받아 그러는 거라면 차라리 이해라도 해주지. 배부른 짓 하고 있네. 겨우 남자 시키 하나 때문에?”


(‘엥? 뭔 소리래? 갑자기 분위기가 좀...’)


“남들 알면 욕해. 뉴스 나오면, 있는 집, 사람들 싸잡아 욕먹어. 그놈의 사랑이 뭐라고 서민들 자괴감 느끼게 만든다며 불쌍해하고 동정하는 게 아니라 욕 한 사발 할 거라고. 몇천만 사람들이. 내가 널 잘못 봤니? 양소혜가 겨우 이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어?”


(‘그렇다고 어떻게 대놓고 저런 말을. 은근 냉정한 면이 있었네. 아이C~. 점점 내가 형편없는 사람 되어가는 것 같네. 그만 내려갈까?’)


그녀가 고민하고 있을 때 동우는 멈추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 마음을 돌려볼까 싶어 절박하고 급한 마음에 생각나는 대로 말을 다 뱉어내고 있었다.


“맞다. 이외수 선생님도 그러셨어. 아 참. 그분, 아주 유명한 작가분이셔. 암튼. 그분이 하신 말씀 중 그런 말이 있어. 함부로 자살 같은 거 하지 말라고. 아무리 견디기 힘들어도 자살 따위는 생각지 마라. 그대가 자살해 버리면 이 세상 어딘가에서 그대를 사랑하기 위해 살고 있는 사람과 그대에게 사랑받기 위해 살고 있는 사람의 인생이 얼마나 슬퍼질 것인가를 생각하라.”


동우가 순간 울컥하며 말을 멈추더니 이내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니까. 그 누군가를 생각해서... 아니. 나를, 이, 우동우를 위해서라도 그러지 마. 그래 이제야 알 거 같다. 너 이러니까. 이런 상황이 막상 내게 닥치니까... 내가 널 좋아하고 너무나... 너무나 사랑하고 있었다는 걸. 바보같이 이제야 깨달았다고.”


“.......”


“우습게 보이겠지만 흉볼지도 모르겠지만 널, 오래전, 미국에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내 마음속에 들어왔었고 프랑스에서 다시 만났을 때 그때 이미 내 가슴속에는 네가 자리하게 되었는데 정은수 때문에 차마 그 감정을 인정할 수 없었어. 애써 부정도 해봤지만, 그러면 은수에게 미안해서, 내 사랑이 변질되는 것만 같고 나쁜 놈 되는 것 같아 너를 향한 마음 절대 아니라며 억지로 부인도 해봤었어. 하지만 두 사람을 똑같은 마음으로 한 가슴에 담을 수 있는 거잖아, 똑같은 마음으로 사랑할 수도 있는 거잖아. 나쁜 XX라 욕해도 그 감정 어쩔 수 없는 걸 어떡하냐고.”


소혜가 당황하며 말까지 더듬는다.


“아. 아저씨. 아니 오빠 저기요. 그... 그게. 사실은.”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어떻게든 그녀를 나쁜 상황에서 막아보려고 말을 막으며 더 열변을 토하는 동우.


그 모습에 소혜는 어쩌지 못하고 난감해한다.


“그래. 나 많이 부족해. 너한테 비하면 너무 부족한 거 아주 잘 알아. 나이도 아홉 살이나 많고 넌 이제 30대를 막 시작했는데 난 내년이면 휴~ 그런 데다가 이미 다른 사람을 너무 오래 마음에 담아 두고 있었고. 솔직히 앞으로도 완벽하게 잊을 수 없을지도 몰라. 대신 네 사랑도, 신우에 대한 그 마음도 인정해 줄게. 아니 모른 척해줄게. 그리고 또. 잘 알고 있겠지만 한번, 결혼 실패도 했었어. 그래서 겁도 많이 나. 누군가를 온전히 내 사람으로 함께 한다는 것이 무척 겁난다고. 정은수야 어릴 때부터 20년 가까운 그 오랜 세월 동안 함께 해서 정이 들어 더 자연스러웠던 거지만 다른 사람은 솔직히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잘 몰라. 어려워. 하지만 이것만은 약속할 수 있어. 절대 나 때문에 상처받아서 눈물 흘릴 일은 없을 거라는 거. 행복해서 눈물 나는 일은 있어도 말이야. 더 이상 사랑 때문에 아프게 하지 않을게 그러니까 제발 내려와라. 진심으로 부탁할게.”


어느새 그의 눈에 눈물이 차오르더니 이내 두 뺨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린다.


(‘하. 나도 울고 싶잖아. 저 사람을 어쩜 좋아. 어라. 갑자기 왜 이렇게 심장은 또 아려오는 거야?’)


소혜는 동우의 그 말들과 모습에서 그리고 두 눈에 흐르는 눈물에서 자신을 향한 진심을, 사랑을 고스란히 느낄 수가 있었다.


처음 그 고백을 들었을 때는 갑작스러운 일이라 벼락을 맞은 듯 너무 놀라 당황스러웠지만, 곧 그의 진심이 담긴 모습에 감동되어, 특히, 유명한 작가 선생님이 했다는 말들이 너무나 마음에 와닿아서 그 말들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울컥하기도 했었다.


비록 장난으로 시작해서 듣게 되었지만, 그의 얘기에서 그때 그녀도 예전에 동우를 만났을 때 그녀 자신도 같은 마음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동우는 조금 더 용기 내어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아 주었다.


그러자 그녀의 눈빛이 떨려왔다.


“정말... 내가 당신을 믿고 이 손 잡아도 되나요? 당신도 내 두 손, 평생, 어떤 일이 생겨도 절대 안 놓을 거예요? 그럴 자신 있냐고요? 양소혜는요. 보기보다 자신밖에 모르고 고집도 엄청 세고 욕심도 많아요. 앞으로 함께 한다고 해도 당신보다 신우를 더 바라보고 생각하며 살지도 몰라요. 나쁜 X라 욕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인데. 평생 마음에서 온전히 지우지 못하고 살지도 모른다고요. 평생, 영원히 늘 주변에서 함께 할 텐데 같이 있다 보면 그런 감정 쉽게 지울 수 없는 거잖아요. 그래도 괜찮겠어요? 이해해줄 수 있겠냐고요.”


“괜찮아. 이해해. 나 역시도 은수 생각하면서 살 거니까.”


순간 그 말에 그녀가 웃음을 터뜨리자 그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같이 호탕하게 웃음을 보였다.


소혜는 용기 내서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하고는 동우를 지그시 바라보는데 그녀의 떨리는 눈빛이, 심장의 떨림이 고스란히 그에게도 전해졌다.


“그러면 정말 나, 당신만 믿고 이 손 잡아요. 절대 놓으면. 상처 나게 하면 안 돼요. 내 마음들. 알겠죠?”


“응. 절대 이 두 손 놓지 않을게. 걱정하지 마. 그리고 네 그 마음들 절대 상처 내지 않게 할게. 행복으로 미소로 늘 가득 채워줄게.”


동우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손을 잡고 내려주려고 한다.


그런데 순간 균형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바닥에 그대로 그녀를 품에 안은 채 넘어진다.


다행히도 동우가 소혜를 잘 안아서 넘어졌기에 다친 곳 하나 없이 그대로 품에 잘 안겨 있었다.


그녀는 얼떨떨했는지 잠시 멍하니 그대로 있는데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자 서로의 얼굴이 붉어지며 순간 어색해했다.


그런데다 눈치 없이 그들의 심장이 요란하게 뛰며 더 떨리는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곧 동우가 부드러운 손길로 그녀의 뺨을 쓸어내리며 고백을 이어가듯 나직이 속삭였다.


“오늘은 내가 먼저 고백했으니까 키스도 내가 먼저 할 건데. 괜찮겠어?”


“네?”


“너무나 그리웠어. 네 입술. 네 숨결.”


그는 천천히 그녀의 얼굴을 들어 입술에 입을 맞추더니 이내 그녀를 향한 진심이 담긴 온 마음이 담긴 깊고도 뜨거운 숨결을 전하며 그 역시도 그토록 그리웠던 그녀의 부드럽고 따뜻한 입술과 숨결을 마음껏 느껴갔다.


“소혜야”


“네?”


“이제 우리도, 우리의 사랑을, 우리만의 추억을 만들어 가자. 슬픈 해바라기 사랑, 외사랑이 아닌, 같은 마음으로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행복한 추억, 행복한 사랑 만들자.”


소혜는 다시금 울컥해 말을 잇지 못하더니 이제는 그녀가 프랑스 디나르의 그 날처럼 그의 얼굴을 감싸더니 행복의 눈물을 흘리며 미소와 함께 그대로 그에게 자신의 뜨거운 마음을 가득 담아 영원히 기억 속에 지워지지 않게끔 감동과 기쁨을 전해주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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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119화 – 영원히 사랑하길..... [완결.*^^*] +9 20.09.06 237 7 16쪽
118 118화 – 별을 보며 사랑을... 20.09.06 108 5 12쪽
117 117화 – 신혼 여행 갑니다. 20.09.06 90 6 13쪽
116 116화 – 드디어 우리, 결혼해요. 20.09.06 118 5 14쪽
115 115화 – 이런 우정 또 있을까. 20.09.06 76 4 12쪽
114 114화 – 이젠 서로의 연인에게로. 20.09.06 81 4 12쪽
113 113화 – 깜짝 발표. 20.09.06 112 4 12쪽
112 112화 – 감동의 약혼식. (2) 20.09.06 73 4 13쪽
111 111화 – 감동의 약혼식. (1) 20.09.06 67 4 13쪽
110 110화 – 결혼해 줄래요. 20.09.06 78 4 15쪽
109 109화 – 다시 그날의 기쁨을. 20.09.05 83 4 15쪽
108 108화 – 뜨거운 여행. 20.09.05 118 4 14쪽
» 107화 – 우리. 연인 하자. 20.09.05 71 4 12쪽
106 106화 – 아슬아슬했던 그 시절. 20.09.05 69 4 13쪽
105 105화 – 하면 안 돼. 20.09.05 91 5 14쪽
104 104화 – 결혼 추진? 20.09.05 78 4 12쪽
103 103화 – 새 멤버? 20.09.05 81 4 11쪽
102 102화 – 새롭게, 더 가깝게. 20.09.05 122 4 14쪽
101 101화 – 승부욕. 그리고... (2) 20.09.05 88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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