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미래는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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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잖아.
미래는 바뀔 수 있어.
아니, 바꿀 수 있어.]
난 충격에 휩싸였다.
몸이 덜덜 떨릴 정도의 충격이었다.
진정이 안 됐다.
내 미래는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거 보다 더 최악이었다.
연주가 거무랑 결혼을 한다니.
거무가 연주 곁에 있는 게 더 나아 보인 다니.
난 도대체 그 지경이 되도록 뭘 하고 있었던 거지?
난 당장 10년 후의 나에게 달려가 멱살이라도 붙잡고 따지고 싶었다.
넌 도대체 뭘 한 거냐고.
[나도 후회해.
나 자신이 이렇게 한심할 수 가 없어.
만약 내가 다시 살 수 있다면 절대 이 지경이 되도록 놔두지 않을 거야.
그러니 넌 이렇게 살지 마.
아직 네 미래는 오지 않았어.
넌 아직 기회가 있어.
충분히 바꿀 수 있어.
네가 바꾸면 나도 바뀌어.
그러니 거무를 막아.
그가 대상 타는 걸 막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
그 새끼 모든 자신감은 돈에서 나와.
반대로 얘기하면 그 새끼는 돈 없으면 그냥 찌질이야.
그러니 그 새끼가 성공하도록 내버려 두지 마.
23년 공모전이 그 시작이야.
절대 거무가 대상을 타게 놔둬선 안 돼.]
난 마음이 급해졌다.
똥줄이 탔다.
어떻게?
뭘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는데?
[네가 뺏으면 돼.
그 새끼 대상을 네가 뺏으면 돼.]
뺏는다고?
어떻게?
[네가 대상을 타면 되잖아.]
뭐?
[이번 23년 공모전에 너도 참가해.
네가 쓴 소설로.]
“뭐?!”
‘10년 전의 나에게’ 1화는 그렇게 끝이 났다.
난 열불이 났다.
“여기서 끊으면 어쩌라는 거야!”
이 새끼 지금,
이 상황에서도 글로 낚시질 하는 거야?
이 구제불능 새끼! 진짜 작까고 있네!”
그 순간,
날 재촉하듯 문피아에서 알림이 울렸다.
[2023 지상최대 웹소설 공모전]
[ - 진행일정 -
접수: 05.10 ~ 06.18
심사: 06.19 ~ 07.18
수상작 발표: 07.19 ]
공모전이 시작됐다.
# # # #
띠링~
[거무죽죽님이 희영이, 데블코어, 곧추선다님을 초대했습니다.]
[거무: 양판소 가족 여러분. 2023 문피아 공모전이 시작됐습니다.]
[데블: 알림 봤음. 우리도 참가하는 거임?]
[거무: 네. 참가해야죠.]
[곧추: 이거 기성도 참가할 수 있음?]
[거무: 네. 기성작가도 참가할 수 있습니다.
공모전이라고 해서 신인만 뽑는 게 아니거든요.
이게 말이 공모전이지, 그냥 문피아 어워드 같은 거 에요.
신인, 기성 다 참가할 수 있어요.]
[곧추: 그럼 기성이 훨씬 유리하겠네?]
[거무: 당연하죠. 기성은 이미 팬층이 있으니까.]
[데블: 이래 저래 신인들만 불쌍하네. ㅋㅋ
시작도 하기전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니까.]
[거무: 다 지 팔자죠. 뭐. 어디든 안 그렇겠어요?
세상이 어디 평평하던가요?
다 기울어진 곳 투성이지. ㅋㅋ]
[곧추: 그런데 우리처럼 출판사랑 계약된 소설도 참가할 수 있나?]
[거무: 아직 유료화 하기 전이면 가능해요.]
[데블: 오~ 그럼 이거 출판사들 자존심 싸움이 대단하겠는데?
말이 공모전이지, 이거 완전 출판사들 전쟁터잖아?]
[거무: 그러니까 우리가 대상 타야죠.
우리 중에 무조건 대상이 나와야 됩니다.
우리가 대세라는 걸 보여줘야죠.]
[데블: 그런데 우리 희영이는 왜 오늘 말이 없음? 어디 아파?]
[희영: 흥! 저 삐졌어요. 뿌엥~]
[데블: 삐져? 왜?]
[희영: 몰라요. 누가 절 버리고 가서 개고생하다 왔어요.]
[데블: 누가?]
[희영: 있어요. 그런 사람. 희영이 손 아야 해요ㅜㅜ]
[거무님이 희영님에게 귓속말을 보냈습니다: 닥쳐.]
[거무: 오늘부터 양판소는 공모전 모드로 돌입합니다.
각자 비축분 쌓아두시고,
이번엔 정말 신경 써서 베껴주세요.]
[데블: 이번에도 조회수 조작 ㄱㄱ?]
[거무: 씨익~]
[데블: ㅇㅋ~]
[거무: 자! 그럼 다들 힘내시고!
이번 공모전은 우리 양판소가 싹 쓸어버립시다!]
# # # #
“이사님. 식사 안하세요?”
김 전무가 내 방 문을 열고 고개를 빼꼼히 내밀었다.
“네. 먼저들 드세요.”
미래의 나를 만나고 나서,
난 생각이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배도 안 고팠다.
그저 혼란스러웠다.
‘내가 쓴 소설로 공모전에 나가라고?
지금부터 소설을 쓰라는 거야?
지금 벌써 4월인데?
곧 공모전이 시작될 텐데?
그게 가능해?
너무 촉박하잖아.’
난 미래문을 다시 켰다.
시간은 없고,
써 놓은 것도 없다 보니,
자꾸 나도 모르게 미래문에 손이 간다.
자꾸 마음이 약해진다.
‘진짜 한 번만 더 할까?
지금 상황이 상황이잖아.
거무가 대상 타는 건 무조건 막아야 한다며.
안 그럼 거무가 문피아를 인수하고,
연주까지 뺏어 간다며.
이 정도 상황이면 해도 되지 않나?
진짜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 던데,
연주 그렇게 뺏기면 나 진짜 죽을 거 같은데,
죽을 사람 하나 살리는 셈 치고,
진짜 기똥찬 소설 하나만 더 갖다 써도 되지 않을까?
누구든 내 사정을 알게 된다면 용서해 주지 않을까?
내가 갖다 쓴 소설 주인에게는 소설로 번 돈 다 돌려주면 되지 않을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머리속이 복잡했다.
문득, 미래의 내가 얄밉게 느껴졌다.
‘거무가 대상 타는 걸 무조건 막으라고 했으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려 줘야지.
지 말만 하고 쏙 사라져?’
그 때,
띠링~
미래문에서 알림이 울렸다.
[선호작 알림: 10년 전의 나에게 2화가 업데이트 됐습니다.]
“응?”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진짜 기억이 전송되나?
내가 지 욕하고 있는 거 알았나?
[10년 전의 나에게] 2화가 올라왔다.
진짜 내 생각을 읽은 건지,
지가 답답해서 올린 건진 모르겠지만.
난, 이번엔 좀 더 쓸모 있는 정보가 들어있길 바라며,
[10년 전의 나에게] 2화를 열었다.
# # # #
[ 10년 전의 나에게 2화 ]
[저번에 1화를 그렇게 끝내 버려서 좀 답답했지?
미안;;
내가 이게 직업병이야.
4000자에 가까워 지면 딱 그만 쓰고 싶어지거든;;
어쨌든, 지금 많이 혼란스러워 할 거 같아서,
몇 가지 더 알려주려고.
우선,
남에 소설에 손 댈 생각은 꿈도 꾸지 마.]
뜨끔.
‘이 새끼··· 내 생각을 읽고 있는 게 확실해.’
[생각을 읽는 게 아니라, 기억이 나는 거야.
네가 한 모든 생각이 기억이 나는 거야.
말했잖아. 네가 한 생각과 행동들이
꽤 선명한 기억으로 전송된다고.]
‘아···’
[어쨌든 급한 건 알겠는데,
남에 소설은 안 돼.
네가 쓴 소설로 참가해.
우린 지금 그냥 공모전 구경이나 해보려고 참가하는 게 아니잖아.
우리 목표는 대상이야.
문피아 공모전 대상이면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볼 텐데,
만약 그 중에 이미 그 소설을 쓰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너 또 한 번 표절논란 일어나면 그 땐 진짜 회복 불능이야.
그러니 이번엔 무조건 네가 쓴 소설로 참가해.
그리고 무조건 대상 받아.]
답답했다.
그게 말이 쉽지,
공모전 시작이 한 달도 안 남은 상황에서,
언제 소설을 쓰냐고···
그것도 그냥 소설도 아니고 대상을 받아야 할 소설을···
내 푸념이 전송됐는지,
미래의 나는 날 책망하듯 말했다.
[누가 지금 너 보고 소설 쓰래?]
‘응? 그럼?’
[이미 써 놓은 거 있잖아.
그것도 이미 대상 작으로 검증이 된 소설.]
‘응? 써 놓은 거? 검증이 된 거?’
[2033년 공모전 대상작,
‘싸이코패스는 착한 아빠가 되고 싶다.’]
‘!!!’
[이거 내가 쓴 거야.
나는 미래의 너잖아.]
“아!!”
[이미 2033년 공모전 대상을 받았으니
대상 작으로 검증도 됐고,
어차피 내가 쓴 거니까
이걸 갖다 쓴다고 해서 피해 입을 사람도 없고,
게다가 이미 완결도 나 있고.
뭐가 문제야? 응?]
난 미래의 내가 하는 말을 보고
온 몸에 전율이 퍼졌다.
그러니까 지금 얘는,
2033년 문피아 대상 받은 소설을
2023년 문피아 공모전에 내라는 소리잖아.
무려 10년의 시간을 점프해서,
10년 후 대상 작품을
지금 공모전에 갖다 내라는 거 잖아.
와 씨···
난 왜 이런 생각을 못했지?
아니지, 내가 한 거지.
미래의 나도 나니까.
흐흐흐. 나 천재네?
[알아들었으면 실실 쪼개지 말고
싸아부터 한 번 읽어 봐.
궁금하지 않아?
네가 쓴 소설이 10년 후엔 어떻게 바뀌어 있는지?]
# # # #
[10년 전의 나에게] 2화가 끝나고,
난 10년 후의 내가 쓴 소설,
2033년 문피아 공모전 대상 작품.
[싸이코패스는 착한 아빠가 되고 싶다.]
를 미친듯이 읽어 내려갔다.
재미있었다.
(미래에) 내가 쓴 거지만 재미있었다.
그리고 참신했다.
회빙환 없이, 상태창 없이,
아얘 새로운 세계관 하나를 창조해 버린 이 미친 소설은 새로움으로 가득했다.
영화를 보는 듯한 스토리 전개와
압도적인 1화의 결말.
난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싸아를 다 읽어 버렸고,
그렇게 허겁지겁 싸아를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이거면 거무 막을 수 있겠는데?’ 였다.
난 ‘싸아’ (싸이코패스는 착한 아빠가 되고 싶다의 줄임말)를 다 읽고 나서 마음을 굳혔다.
이걸로 공모전에 나가기로.
2033년 대상작으로,
2023년 공모전에 나가기로.
미래는 바꿀 수 있다.
띠링.
그 순간, 문자 하나가 날아왔다.
거무가 보낸 문자였다.
문자에 사진 하나가 첨부돼 있었다.
연주 사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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