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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표 님의 서재입니다.

미래 소설 표절 작가는 차기작만 10만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미표
작품등록일 :
2023.04.04 15:13
최근연재일 :
2023.05.02 17:41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14,864
추천수 :
432
글자수 :
262,382

작성
23.04.22 11:50
조회
154
추천
4
글자
10쪽

36. 빌런들 1

DUMMY

“사장님! 고기가 상한 거 같아요!”


지방 변두리의 어느 정육점.


한 아주머니가 고기를 넣은 봉지를 들고 정육점 사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탕!


정육점 사장은 아주머니의 말을 듣는지 마는지,

무심하게 칼을 내리치며 고기를 썰었다.

중식도처럼 생긴 커다란 정육칼이 도마를 내려칠 때 마다,

사장의 축 늘어진 팔뚝 살이 출렁거렸다.


“사장님! 고기가 상한 거 같다구요!”


힐끔.


사장은 신경질적으로 아주머니를 힐끔 보더니,

아주머니 손에서 고기 봉지를 탁 잡아챘다.

그리고 포장비닐을 벗겼다.

쉰내가 확 올라왔다.


“상했네.”


“그렇죠? 상했죠? 아니, 상한 고기를 팔면 어떡해요!”


“아줌마. 이거 언제 사 가셨어?”


“아까 사갔잖아요. 한 시간 전에!”


“그럼 가다가 상했나 보네.”


“네?”


“우리 집에 있을 땐 멀쩡했어.”


“그게 말이 돼요?!”


“이런 날씨엔 고기 금방 상해. 가자마자 냉동실에 넣으셨어야지.”


“이거 냉동삼겹살인데?”


“······”


“아직 다 녹지도 않았는데?”


“······”


정적.

잠시 정적이 흘렀다.

정육점 사장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하여튼 우리 집에 있을 땐 멀쩡했어.”


사장은 얼굴에 철판깔기를 시전하며

고기를 도로 아주머니 손에 쥐어 줬다.


“뭐라구요?”


아주머니는 하도 어이가 없으셨는지 고기 봉지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이 아저씨 아주 웃기는 양반이네!

됐고, 환불해줘요.”


“환불 안 돼요.”


“네?!”


“환불 안 된다고.”


“아니, 상한 고기를 팔아 놓고 왜 환불을 안 해줘!!”


탕!


사장은 커다란 정육칼을 있는 힘껏 도마에 내리찍으며,

인상을 구겼다.


“증거 있어?”


“뭐라구요?”


“내가 상한 거 팔았다는 증거 있냐고?”


“아니, 무슨 이런 또라이가 다 있어!!”


“뭐? 또라이?”


사장의 축 처진 볼살이 씰룩거렸다.


탕!


다시 칼로 도마를 내려치고 아주머니를 노려보는 사장.

칼을 도마에 내려칠 때 마다 아주머니가 움찔움찔 한다.


“아줌마.”


“왜, 왜요···”


“아줌마가 고기 떨어트렸잖아. 바닥에 떨어진 걸 누가 사.”


“아니, 그건,”


“가. 환불 안 돼.”


탕!


움찔.


겁 먹은 듯한 아주머니의 얼굴.

안 그래도 험악한 인상인데,

도마를 부실듯이 칼을 내려치니 그 모습이 무척 위협적이다.


“뭐 이런 가게가 다 있어!”


아주머니는 소심한 신경질로

자존심을 한 번 세우고는 황급히 가게를 나가셨다.


꽁무니를 빼는 아주머니를 보며 사장은 씨익 웃었다.

누런 이가 훤히 드러났다.


그 때,


드르륵.


정육점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들어왔다.

넙대대한 얼굴에 좁쌀 같은 눈.

거무죽죽이다.


“사장님. 장사 참 뭣같이 하시네~ 그럴거면 그냥 때려쳐요~ 크큭.”


들어오자 마자 대뜸 시비를 터는 거무.

정육점 사장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거무를 처다 본다.


“하~ 오늘 일진이 왜 이러지? 어디서 자꾸 미친 것들이,”


“이런 가게 때려치고, 나랑 다시 소설 씁시다.”


움찔.


순간, 사장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당신 뭐야? 나 알아?”


“알지. 당신 웹소설 작가였잖아.

필명이···

아··· 씨··· 근데 진짜 이 필명은 너무했어.”


거무죽죽은 정육점 사장의 몰골을 위에서 아래로 한 번 쭈욱 훑었다.


민소매를 비집고 튀어나온 뒤룩뒤룩한 살들.

겨드랑이 사이에서 팔랑거리는 겨털.

언제 감았는지 모를 덥수룩한 머리,

흐리멍텅해 보이는 두 눈,

듬성듬성한 수염,

그런데 필명은···

소영이.


“그 와꾸에 소영이는 진짜 아니지 않나?”


입술을 간지럽힐 만큼 콧털이 삐져나왔는데

필명은 소영이···


“네가 그걸 어떻게···”


“필명 소영이.

표절 3범.

여성향 로맨스 작가.

당신이 악질 중에 악질이라 불리는 이유는

그 와꾸에 여자인 척 하며 소설을 올렸다는 거지.

그것도 표절한 소설을.

무엇보다 당신 해명이 압권이었어.

해명이랍시고 커뮤에 올린 말이,

‘내 안에 섹시도발녀가 살고 있다’ 였나? ㅋㅋ

사람들이 ‘도’자 빼라고 난리였었지. ㅋㅋ

아직 안에 계신가? 그 섹시도발녀?”


“무··· 무슨 개소리야!”


“근데 내가 진짜 궁금한 게 있는데,

당신 그 여자 행세하는 거 있잖아.

그거 컨셉이야, 아니면 진짜 자신을 여자라고 생각하는 거야?”


“사람 잘 못 찾아왔어. 난 그런 사람 몰라.

꺼져. 미친놈아!”


“흐음··· 그래?”


거무죽죽이 눈을 게슴츠레 뜨고

정육점 사장을 빤히 처다 보더니

별안간,


덥석.


사장의 손을 잡아챘다.

그리고,


화악!


사장이 끼고 있던 목장갑을 벗겼다.


“이래도?”


사장의 시커먼 손엔 알록달록 네일아트가 예쁘게 수놓아져 있었다.


“너··· 너 누구야.”


“나? 당신을 다시 웹소판으로 복귀시킬 수 있는 사람.”


“뭐?”


“보아하니 장사할 맘도 없는 거 같은데,

어때? 다시 소영이로 돌아갈 생각 없어?”


소영이, 아니 정육점 사장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원한다면 내가 당신 다시 소설 쓰게 해 줄 수 있어.”


“······ 진짜야? 네가 뭔데?”


“나? 거무죽죽.”


“거무죽죽? 싸아를 쓴 그 작가?”


“응. 내가 그 거무죽죽이야.”


“!!”


정육점 사장은 놀란 눈으로 거무죽죽을 빤히 처다봤다.

그의 네임벨류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이 놈이 진짜 거무죽죽이라면

정말 자신을 웹소판에 복귀시킬 수 있을 것이다.


“당신 같은 S급 작가가 왜 굳이 나를 찾아온 거지?”


“내가 딴 건 몰라도, 당신의 그 어그로 능력은 높게 사거든.

소영이든 섹시도발녀든,

표절을 하든 통째로 베끼든,

당신 꼴리는 대로 맘껏 쓰게 해 줄게.

어때? 생각 있어?”


“······”


갈 곳을 잃은 소영이의 눈동자가 잠시 방황하더니,


씨익.


누런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그럼 이번엔 희영이로···”


그 날,

섹시도발녀 (도는 묵음) 소영이는

칼을 버리고 다시 펜을 잡았다.



# # # #


다음 날.

어느 정신과 병원.


거무죽죽이 선글라스를 쓴 체로 앉아있다.


띵동~


병원 TV화면에 거무죽죽의 이름이 뜬다.


“박 선새 님 진료실로 들어오세요.”


거무죽죽이 진료실 안으로 들어간다.

정신과 의사가 편안한 웃음으로 거무죽죽을 맞이한다.


“어떻게 불편해서 오셨을까요?”


하얗고 말끔하게 생긴 젊은 의사가 부드러운 말투로 묻는다.

그런데 거무죽죽은 아무 대답이 없다.


“······”


“환자분. 긴장되시죠?

편하게 말씀하셔도 돼요.”


“네···”


“정신과 의원은 처음이신가요?”


“네···”


“처음 오시는 분들은 어색하실 수 있죠.

내가 어떻게 보일까, 내 말이 어떻게 들릴까,

그런 걱정들을 하시는 거 같아요.

전 얘기를 들어주는 게 직업인 사람입니다.

그런 걱정 마시고 편하게 말씀하시면 돼요.

두서가 없어도 좋고,

말을 잘 하려고 애쓰지 않으셔도 돼요.

그냥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하아···”


한 숨을 푹 내쉬는 거무죽죽.

담담한 얼굴로 입을 연다.


“선생님. 정말 저 편하게 얘기해도 될까요?”


“네. 그럼요.”


“저··· 사실, 전 2명이에요.”


“네?”


“진짜 제가 있고, 또 다른 제가 있어요.

솔직히 둘 중에 누가 진짜 저인지 모르겠어요.”


“아··· 그러셨구나. 힘드셨겠네요.”


의사가 따듯한 눈빛으로 거무죽죽에게 위로를 건넨다.


“사실 저는 웹소설 작가에요.”


“아, 그러세요? 재미있는 직업을 가지셨네요?”


웹소설 작가라는 말에 의사가 흥미를 보인다.


“선생님. 혹시 웹소설 보신 적 있으신가요?”


“네? 뭐··· 본 적 있죠. 어렸을 때 잠깐? 하하.”


“웹소설 작가들은 필명이란 게 있거든요.

그 안에서 쓰는 이름 같은 거죠.

근데 전 필명이 2개에요.

2개의 필명으로 전혀 다른 사람인 것 처럼 글을 써요.”


“아··· 그렇군요.”


선새가 의사를 힐끔거리며 눈치를 본다.

의사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선생님. 혹시 양판소라고 아세요?”


“네?...”


의사가 대답을 망설인다.


“네··· 뭐··· 알긴 알죠. 저도 웹소설을 본 적이 있으니까···”


“아~ 아시는구나~ 하하.”


선새가 생긋 웃으며 계속 의사의 눈을 주시했다.


“제가 필명이 2개인데요.

필명 하나로는 세상 착한 척이란 착한 척은 다 하면서 힐링물을 써요.

그리고 양판소를 격하게 비난하죠.

이런 양판소가 웹소판을 흐린다고···

그런데 다른 필명으론 세상 추악한 생각이란 생각은 다 끌어 모아서,

제가 그렇게 비난했던 양판소를 써요.

양판소를 쓸 땐 제 안에 뭔가가 봉인해제된 기분이에요.

그렇게 한 번 봉인이 풀리고 나면,

이게 글인지 똥인지 모를 것 들을 막 싸질러 놔요.

그러고 나면 속이 뻥 뚫리면서 그때 올라오는 쾌감이란~ 크~

이게 말도 안 되게 좋거든요~

선생님. 저 미친 거 맞죠?”


“······”


의사가 심각한 얼굴로 거무죽죽을 바라본다.


“선생님. 저 미친 거 맞잖아요?

저 완전 미친 놈이잖아요.

이런 미친 놈이 어딨어요.

한 쪽에선 깨끗한 척, 고결한 척 양판소를 비난하고,

다른 한 쪽에선 세상 추악한 똥글을 싸지르면서 양판소를 쓰고.

전 진짜 개또라이 미친 놈이에요.

선생님. 저 욕 좀 해주세요.

‘야 이 미친 놈아!’ 하고 욕 좀 해주세요~!!”


쿠당탕탕.


가만히 듣고 있던 의사가 별안간 거무죽죽의 멱살을 잡았다.

빨갛게 핏대가 선 의사의 눈.

하얗고 온화한 표정은 어디 가고,

분노로 일그러진 눈빛으로 거무죽죽을 죽일 듯이 노려본다.


“야··· 이··· 미친 놈아.”


의사 선생의 얼굴에서 의사 선생이 사라졌고,

거무죽죽은 그런 의사의 눈을 보며 씨익 웃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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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7. 이 소설을 쓰는 이유 (완결) 23.05.02 47 0 11쪽
57 56. 미래는 바꿀 수 있다 23.05.01 45 0 9쪽
56 55. 10년 후 미표 23.05.01 43 0 10쪽
55 54. 10년 후 웹소판은 아포칼립스 23.05.01 42 0 10쪽
54 53. 나영 VS 희영 23.04.30 42 0 10쪽
53 52. 거무죽죽 퀘스촌 입성! 23.04.30 38 0 9쪽
52 51. 너였어? 23.04.30 39 0 10쪽
51 50. 화악! 23.04.29 43 0 11쪽
50 49. 이게 미래문입니다. 23.04.29 49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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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3. 주인공이 되는 법 1 23.04.25 90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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