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미표 님의 서재입니다.

미래 소설 표절 작가는 차기작만 10만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미표
작품등록일 :
2023.04.04 15:13
최근연재일 :
2023.05.02 17:41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14,863
추천수 :
432
글자수 :
262,382

작성
23.04.25 20:28
조회
89
추천
2
글자
10쪽

43. 주인공이 되는 법 1

DUMMY

“킹받네 요.

제목이 ‘킹받네’ 에요.”


쿠쿵!


그 순간,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멍했다.

머리속이 하얘지면서 시야가 흐려졌다.

난 내 두 귀를 의심했다.


‘내가 뭘 들은 거지?’


사태 파악이 안 됐다.

난 다시 물었다.


“소설 제목이 뭐라고?”


“‘킹받네’ 요. 제목이 좀 특이하죠?

그래서 더 이해가 안 돼요.

이렇게 제목이 특이한데,

어떻게 제목까지 똑같을 수 있는지.”


스멀스멀.


속이 안 좋았다.

뭔가가 내 속에서 엉키고 뒤틀려 꿈틀대는 기분이었다.


“현식아. 나 잠깐 화장실 좀···”


난 급히 화장실로 달려갔다.


“우읍!!”


그리고 속에 있는 걸 다 쏟아냈다.


“우웩!!”


한참을 토악질을 하고 나서

난 새하얘진 얼굴로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현식이의 얼굴을 똑바로 처다 볼 수 없었다.


“형. 어디 안 좋아요?”


“어··· 속이 좀 안 좋네.”


현식이는 내게 얼른 들어가 쉬라고 했다.

그렇게 현식이와 헤어지고 나서

난 사무실로 돌아왔다.

솔직히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겠다.

마치 유령이 된 것 처럼

몸이 공중에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았다.

머리는 멈춰버렸는데 팔다리만 허우적 대는 것 같았다.

현실감이 없었다.


“이사님! 좋은 소식이 있어요~”


나영님이 날 보자 마자 함지박만한 미소를 머금고 달려왔다.


“우리 킹받네요, 영화 제작 제안이 들어왔어요!”


“네?”


“방금 영화제작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킹받네를 영화로 만들고 싶데요. 호호호.”


“아···”


머리가 멍했다.

망치로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이사님. 어디 안 좋으세요?”


“네? 아··· 아니에요. 잘 됐네요.”


“그쵸? 잘 됐죠? 출판사 첫 소설이 바로 영화화라니~

역시 이사님 필력을 사람들이 알아봐주네요~ 호호.”


“네···”


난 들떠 있는 나영님을 뒤로 하고

내 사무실로 도망치듯 숨었다.

세상의 모든 눈들이 나를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세상의 모든 손가락들이 나를 가리키는 느낌이었다.


털썩.


책상 의자에 몸을 앉히니,

중력이 나에게만 다르게 적용되는 것 같았다.

몸이 푹푹 꺼진다.

몸이 천근만근이다.

아니, 마음이 천근만근인가?

눈을 감으니 누군가 끝없이 날 지구 아래로 끌어당기는 것 같았다.

난 짓누르는 죄책감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렇게 책상에 고개를 처박고 한 가지 말만 되뇌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불현듯, 지난 몇몇 장면들이 머리속을 스쳐갔다.


[후배는 이 소설에 많은 것을 걸었습니다.

자신의 꿈은 물론이고,

앞으로의 미래까지.

하지만 양판소는 이런 목소리들에 철저히 침묵하고 있습니다.

아니 무시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뻔뻔하게 소설을 올리고 있습니다.]


내가 호소문에 썼던 글이,


[거무죽죽님. 아까 후배 아이디어 훔쳐서 쓴 게

‘싸이코패스는 착한 아빠가 되련다.’라고 하셨는데,

그 후배 한테 안 미안해요?]


내가 거무한테 했던 말이,


[4억··· 4억이 생겼다··· 푸하하하~]


킹받네 정산금 받고 돈 생겼다고 좋아하던 내 모습이,


[네가 사람이면!! 해명글 올려!!]


거무한테 소설을 뺏기고 나서 울분을 토했던 내 모습이,


모두···

한꺼번에...

내게 달려들어 머리속에서 뒤엉켰다.

내가 했던 모든 말과 행동들이

비수가 되어 나에게 되돌아왔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네가 사람이면!! 해명글 올려!!]


거무에게 소리치던 내 모습에

현식이가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거무를 바라보던 경멸의 눈빛 그대로,

현식이가 날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그 순간, 거무죽죽의 얼굴이 떠올랐다.

내 머리속에서 마치 환영처럼,

그의 얼굴이 점점 나의 얼굴로 변해 갔다.


난 후배의 소설을 훔쳤다.

난 후배의 꿈을 빼앗았다.


‘내가 거무죽죽이랑 다를 게 뭐지?’


그도 나도 후배의 소설을 빼았었다.

그도 나도 후배 꺼 훔쳐서 큰 돈을 벌었다.

거무나 나나 똑 같은 놈이다.


후배 소설 뺏어다가 지 욕심 채운 버러지 같은 놈.

상종도 못할 개새끼라고 그렇게 쌍욕을 퍼부었었는데,

이제 내가 그런 놈이 됐다.

아니. 내가 더 나쁜 놈이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고,

나도 똑 같은 새끼면서 뭐 잘났다고

거무에게 복수니, 훈계니 그 지랄을 떨었을까?

내가 무슨 자격으로?

난 내가 역겨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똑똑~


그 때, 누군가 내 방 문을 두드렸다.


“네···”


난 축 처져 있는 몸을 간신히 일으켰다.

열린 문 틈으로 탁구가 고개를 빼꼼히 내밀었다.


“이보게. 남주. 어디 아픈가? 혈색이 좋지 않군.”


탁구의 얼굴에 걱정이 가득했다.

넋 나간 내 얼굴을 보고 걱정이 돼서 왔나 보다.

그런데 오늘따라 탁구의 ‘남주’소리가 그냥 넘어가지지 않는다.


“탁구야. 너 아직도 이 모든 게 네가 쓴 소설 속이라고 생각해?”


“응?”


탁구의 눈이 빛났다.

맨날 무시하던 내가

소설 얘기를 꺼내니 반가웠나 보다.


“그럼! 여긴 내가 쓴 소설 속 이라네. 자넨 이 소설의 주인공이고.”


“내가 진짜 주인공이야?”


“그럼! 자네가 주인공이지.”


“틀렸어. 탁구야. 나 주인공 아니야···”


이제야 알았다.

이 이야기에서의 내 역할을.


난 빌런이다.


내가 이 소설의 진짜 빌런이었다.



# # # #


긴 하루가 갔다.

난 이틀동안 사무실에 처박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머리속이 가득차서 그런가, 배도 고프지 않았다.


어제부터 지금까지 내가 한 거라곤 현실부정밖에 없었다.

빌런들의 주특기, 현실부정.

크큭. 진짜 내가 빌런이긴 한가보다.


계속 생각했다.

생각하고 또 했다.

죄책감의 그물에서 빠져나갈 구멍을 찾기 위해

조금의 틈이라도 보이면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


‘잠깐! 필명이 같았나?’


문득, 미래문에서 본 [킹받네]의 필명과

현식이의 필명이 같은지가 궁금해졌다.

왠지 처음 미래문에서 봤던 필명은

지금 현식이가 쓰고 있는 필명과는 다른 것 같았다.

필명이 다르다면, 어쩌면 두 소설이 다른 소설 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현식이가 쓴 [킹받네]가 아닐지도 모르잖아?

내가 훔친 게 다른 작가의 [킹받네]일지도 모르잖아.’


난 미친놈처럼 급하게 손가락을 문질러 가며 문피아를 뒤졌다.


‘달랐나?’ 가 ‘달랐던 것 같다’ 로.

‘달랐던 것 같다’ 가 ‘달랐다’ 로.

내 광적인 바램이 내 기억을 조작 시키고 있었다.


‘그래. 필명이 달랐어. 분명 다른 필명이었어.’


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현재의 문피아에서 현식이의 필명을 찾아봤다.

그리고 미래의 문피아에서 [킹받네] 원본의 필명을 찾았는데,


‘이게··· 언제···’


미래문에 있는 [킹받네]의 필명은

어느새, 나, ‘미표’로 바뀌어 있었다.


‘역시··· 현재가 바뀌면 미래도 바뀌는 구나.’


갑자기 헛웃음이 나왔다.

난 미친놈처럼 웃어대기 시작했다.


“크크크큭. 필명이 다르면 뭐가 달라져?

내가 훔친 게 현식이 거가 아니면,

죄책감이 사라져? 크크큭.”


추했다.

내가 너무 추해보였다.

어떻게든 빠져나갈 구멍을 찾고 있는 내가 그렇게 추해 보일 수가 없었다.


그 순간, 내 머리속에 작은 속삭임 같은 게 들려왔다.


《아무도 몰라.》


‘?’


분명 내 목소리인데 내가 말하는 건 아닌, 이상한 속삭임.

처음 경험해 보는 느낌이었다.


‘나 미친 건가?’


《아무도 모른다니까?》


머리속에 울리는 그 속삭임은 내 귀에 대고 바람을 부는 듯,

간질간질하고 달콤하게 들려왔다.

난 나도 모르게 그 속삭임에 자꾸 귀를 기울였다.


《미래가 완전히 바뀌었잖아.

너만 입다물고 있으면 아무도 모른다고.》


‘!!’


이게 합리화가 만들어 낸 환청인지,

진짜 악마의 속삭임인지 모르겠지만,

머리속을 울리던 그 속삭임에

난 무슨 최면이라도 걸린 사람처럼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격한 합리화가 시작됐다.


‘그래. 나만 입다물고 있으면 돼.

이걸 뭐라고 설명할 거야?

미래에서 문피아앱이 왔다고?

그래서 미래소설이 보였다고?

어차피 솔직히 말해도 못 믿을 얘기야.

그래. 현식이는···

앞으로 계속 내가 도와주면 되잖아.

킹받네로 수입이 들어올 때 마다

이 핑계 저 핑계 만들어서 돈을 보내주자.

맞아. 그러면 되겠네.

벌써 4천이나 보내줬잖아.

그건 정말 순수하게 도와준 거였어.

그래. 나 그렇게 나쁜 놈 아니야.

누가 선뜻 4천이나 빌려줘?

너무 죄책감 가질 필요 없어.

내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잖아?

처음부터 나쁜 의도로 그런 것도 아니잖아?

모르고 그런 거잖아.

그래. 그냥 입다물고 있으면 돼.

그냥 나만 입다물고 있으면 아무도 몰라.

이건 완전범죄니까.’


목격자도 없고,

증거도 없다.

입증할 만한 증거는 내 자백밖에 없는데,

그마저도 비현실적인 얘기라 신빙성이 없다.

이건 정말 완전범죄다.

나만 조용히 있으면 아무도 모르는 진짜 완전범죄다!



# # # #


“형··· 이게 뭐에요?”


“10년 후 문피아 앱이야.

이걸로 미래소설을 보게 됐어.”


“!!!!”


난 바로 다음 날,

나만 입다물고 있으면 된다고 다짐했던 바로 그 다음 날.


현식이에게 미래문 앱을 보여줬다.


“이게··· 이거··· 진짜에요?”


현식이는 미래문 앱을 한참동안이나 들여다봤다.

거기에 적힌 소설들의 업로드 날자,

현재 연재중인 소설들이 모두 완결나있는 상황,

2032년 공모전 공지까지.


“믿기 힘들겠지만 진짜야.

그리고 지금부터 내가 더 믿기 힘든 얘기를 할 거야.”


완전범죄.

그래. 완전범죄였다.

나만 조용히 있으면 아무도 모르는 완전 범죄.


반대로 얘기하면,

바로 잡을 사람도 나 밖에 없다는 소리다.


“현식아. 내가 미표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미래 소설 표절 작가는 차기작만 10만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9 에필로그 - 진짜 미표 이야기 23.05.02 45 1 5쪽
58 57. 이 소설을 쓰는 이유 (완결) 23.05.02 47 0 11쪽
57 56. 미래는 바꿀 수 있다 23.05.01 45 0 9쪽
56 55. 10년 후 미표 23.05.01 43 0 10쪽
55 54. 10년 후 웹소판은 아포칼립스 23.05.01 42 0 10쪽
54 53. 나영 VS 희영 23.04.30 42 0 10쪽
53 52. 거무죽죽 퀘스촌 입성! 23.04.30 38 0 9쪽
52 51. 너였어? 23.04.30 39 0 10쪽
51 50. 화악! 23.04.29 43 0 11쪽
50 49. 이게 미래문입니다. 23.04.29 49 1 13쪽
49 48. 무서운 인간 23.04.29 52 1 12쪽
48 47. 표절하셨어요? 23.04.28 65 1 10쪽
47 46. 인과응보 23.04.27 71 1 10쪽
46 45. 새로운 공포 23.04.27 66 2 10쪽
45 44. 주인공이 되는 법 2 23.04.26 80 1 10쪽
» 43. 주인공이 되는 법 1 23.04.25 90 2 10쪽
43 42. 판결조작 23.04.24 103 3 10쪽
42 41. 손가락질을 해 주세요 23.04.23 101 3 10쪽
41 40. 삥뜯냐? 23.04.23 105 4 9쪽
40 39. 현식이 이야기 23.04.23 117 3 10쪽
39 38. 빌런들 3 23.04.22 128 3 10쪽
38 37. 빌런들 2 23.04.22 136 3 10쪽
37 36. 빌런들 1 23.04.22 154 4 10쪽
36 35. 사라진 1년 23.04.21 164 5 10쪽
35 34. 반사이익 23.04.21 159 5 9쪽
34 33. 아는 맛이 진리다 23.04.20 167 5 10쪽
33 32. 타겟 설정 23.04.20 170 5 10쪽
32 31. 폭탄 투하 23.04.19 179 5 9쪽
31 30. 개업 선물 23.04.18 182 6 10쪽
30 29. 저도 양판소 쓰겠습니다 23.04.17 192 6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