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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슬러 님의 서재입니다.

내 여동생은 마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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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슬러
작품등록일 :
2023.06.26 06:15
최근연재일 :
2023.07.2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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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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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50

작성
23.06.2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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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화 – 마왕과의 계약

DUMMY

"목을 베어라!“


투구를 쓴 남성의 우렁찬 외침에 소의 얼굴을 한 우락부락한 외모를 한 남성 괴수가 쥐고 있는 도끼를 높이 치켜들고 나체의 여성의 목을 내려친다. 푹! 하는 소리와 함께 여성은 그대로 고꾸라지며 생을 마감한다. 목이 완전히 달아난 것은 아니지만, 도끼의 날이 지나간 그대로 절단이 나고 그 빈 공간을 통해 피가 솟구쳐나온 이상, 살아남는 것은 불가능했으리라.


"다음!“

"...“


마왕의 성 안. 감히 자신의 성 안에 침입해 온 무리에게 마왕, 아이리스는 당연하게도 전부 처형을 명하고, 그 처형이 진행되는 것을 팔짱을 낀 채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다. '침입자의 목을 벤다.'라고 하는 것은 신물이 날 정도로 흔하게 봐 왔기에 너무도 무뎌진 감각으로 처형의 진행을 감독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품지 않고 있었다.


"...“


두 명, 세 명, 네 명... 침입해 온 무리의 한 명 한 명의 목을 베어 처형을 진행하는 것을 무덤덤하게 바라보던 아이리스는 '이제 몇 명 남았지?'라고 생각하며 죽음을 기다리며 줄을 서고 있는 자들을 바라본다. '죽음을 맞이하는 자의 최후의 기억은 무엇일까?'라는 아주 작은 호기심을 떠올리며.


"으응?“


아주 짧은, 몇 초 정도의 시간을 들여 무리의 기억을 바라보던 아이리스는 여섯 번째의 위치에 서 있는 남자의 기억을 보자마자 의문을 품는다. '저 자의 기억에 보이는 장소는 너무나도 이질적인 장소인데?'라고 생각하며. 그리고 그 의문은 곧 흥미로 변해 남자에게로 시선을 고정하는 행동을 유발한다.


"시종장. 저자는 내 방으로 따로 보내도록.“

"전부 처형하지 않아도 괜찮겠습니까?“

"저 남자에게 흥미가 생겼다. ... 일단 보내 두고, 탈출하지 못하게끔 감시해라.“


자신의 지시를 전달받은 회색 머리를 한 이마에 뿔이 달린 남성, 시종장이 천천히 줄을 서고 있는 무리에게로 다가간다. 그리고 자신이 지정한 남성을 따로 빼서 자신의 방으로 데려가는 모습을 바라보던 아이리스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재차 재개된 처형의 감독을 마저 진행한다. 지루하디 지루한 일이지만,


#


마왕의 방 안. 방 한쪽 구석에 앉은 채 염소의 머리를 한 근육질의 마물에게 감시당하고 있던 남자는 멍하니 벽을 바라보고 있던 도중, 자신에게 걸어오는 검은 왕관을 여성의 존재를 파악하고 천천히 시선을 돌린다.


"경계할 것 없다.“

"왜 나만... 살아남게 두는 거지?“


옅은 미소를 지은 채 다가오는 여성이 마왕이라는 것을 알기에 남자는 곧바로 경계심이 가득 어린 표정을 지으며 바라본다. 자신이 입고 있었던 갑옷과 무기였던 양날검까지 빼앗겼기에 언제든지 공격당해 죽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남자의 경계심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었다.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그 행렬에서, 너의 기억을 보았다. 그 기억이, 상당히 흥미롭더군. 이 마계에서도, 마계 밖의 세계와도 너무도 이질적인 광경을 펼치고 있었다.“

"...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 거지?“

"즐거움. 그리고 새로운 경험... 뭐, 따분함과 지루함을 달래 줄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상관없다.“


자신을 보며 묻는 남자에게 아이리스는 당연하다는 투로 대답한 후 남자의 바로 앞에 앉아 시선을 마주한다. 그 행동에 남자는 잠시 아이리스와 마주하던 시선을 이내 오른쪽으로 돌린다. 당장이라도 자신을 죽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공포심에 의한 행동이다.


"겁먹지 마라. 능욕하거나 고통스러움을 보려는, 그런 의도는 아니니까.“

"내가 당신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물론 지금의 그대라면 아무것도 없겠지.“


'난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라는 말을 꺼내려는 남자의 말을 자른 아이리스는 마치 '본제로 들어가지.'라는 말을 하려는 듯, 남자와 이마를 맞댄다.


"... 역시, 내 판단이 틀리지 않았군. 그대는 멀고 먼, 본래는 이어질 수 없는 세계에서 온 자로구나. 그렇지?“

"그건... 그렇긴 한데... 그게-“

"그렇기에 내 따분함과 지루함을 풀 수 있는 것이다. 그대는 그대가 지내고 있던 세계에서 지내오고 있었으나 의도치 않은 사고로 인해 이 마계 밖의 세계로 흘러들어온 것이니, 난 그대가 지내고 있는 세계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것이다. 경험해 본 적 없는 새로운 세계에서 지내는 시간은 나의 성에서 오랫동안 따분하고 지루한 시간만을 보내던 나에게는 큰 즐거움이 되어 줄 테지.“


마왕의 긴 의견을 들은 남자는 '잘 모르겠는데...'라고 생각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 고개를 내젓는 것은 마왕의 심기를 거스르는 것이 될 테고, 그렇게 된다면 자신에게 좋을 것은 하나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거지?“

"말했듯이, 그대의 세계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 시간은 길면 길수록 좋겠지. 여태까지의 따분함을 마음껏 풀 수 있을 정도로. 그리고 그것을 위해, 그대의 조력이 필요하다. 내가 그대의 세계로 넘어갈 수 있는 매개가 되어야 하니.“


마왕의 의견을 들은 남자는 그제서야 마왕의 진의를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마왕이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파악한 순간, 약간의 모험을 해 보기로 마음먹는다. 손쉽게 자신을 해칠 수는 없을 것이라는 판단과 함께.


"... 당신이 나를 필요로 한다면, 나도 요구하고 싶은 것이 있어.“

"음... 좋다. 말해보아라.“


조건을 거는 남자에게 언짢음이 담긴 표정으로 시선을 향하던 마왕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후 조건의 내용을 말하라는 지시를 전한다. 그것으로 남자는 '두 가지이긴 한데...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다 말해보자.'라고 생각하며 입을 연다.


"첫째. 나와 함께 갈 것.“

"그것은 당연한 것이다. 매개로 사용하는 이상 동행은 당연한 것이지.“

"아... 음, 그러면 두 번째는 약 15년 전의 시간으로 갈 것.“


당연하다는 투로 대답하던 마왕은 남자가 건 두 번째 조건에 의문을 품는다. '굳이 15년 전으로 가는 이유가 뭐지?'라는 의문은 곧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


"이유는 뭐지? 굳이 15년 전으로 가는 이유가 있나?“

"지금의 내가 지내던 세계는 마물에 의해 파괴되어 폐허가 된 지 오래야. 돌아가 봐야 어지러운 상황밖에는 볼 수 없을 거야. ... 마물이라고 불리는 존재가 본격적으로 모든 나라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13년 정도 전의 일. 그러니까 15년 전의 시간으로 가서 최소한 2년 동안 충분한 힘을 키워 내서 마물들에게서 아버지와 어머니를 지켜내고 싶어.“


남자의 부탁하는 듯한 말에 마왕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한다. 마치 매우 당연하다는 것 마냥 일언반구도 없이.


"그대의 세계에도 마물이 난립하고 있을 줄은 몰랐구나. 그런 이유에서라면야, 그 마물들을 사전에 치우기 위해서라도 그대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이 좋겠지. 게다가 폐허가 된 세계에서는 딱히 즐길 것도 없을 테고. 나에게 반기를 드는 마물을 학살하는 것 역시 신물나게 해 본 일이니.“

"...“


마왕이 순순히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을 확인한 남자는 안도감이 담긴 한숨을 내쉰다. 그 후 다시 마왕과 시선을 마주한다. 처음 마주했을 때의 경계심은 내려놓은 듯, 무감정한 표정을 유지한 채로.


"공간만이 아닌 시간의 이동까지 동시에 진행하려면 대규모의 마법진을 준비해야겠구나. ... 그대는 잠시, 쉬고 있도록 하거라.“

"... 한 가지 질문. 당신이 나와 함께 내가 지내고 있던 세계로 간다면, 마왕의 자리는 비어버리는 건가?“

"별 질문을 다하는군. 그대가 알 일은 아니지 않나? ... 그래도 대답해 주자면, 나의 메아리를 두고 갈 것이다. 내 역할을 대신할 나와 한없이 비슷한, 닮은 존재이지. 그것으로 마계는 계속 유지될 것이니, 마왕이 사라져서 마계가 붕괴하는, 마계 밖의 존재들이 기뻐할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마왕의 대답에 남자는 '그렇군...'이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혹여 마왕이 자신과 함께 15년 전의 자신이 지내던 시대로 돌아간다면 마계가 붕괴하고, 마계 밖의 존재들이 기뻐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간 것에 대해서 아쉽게 생각하면서.


#


"자아... 이제, 준비가 끝났다.“

"엄청난 크기의 마법진인데...“


방 한가운데에 그려진 두 개의 원과 그 안의 마법문자, 그리고 세 개의 육망성. 그것을 보는 남자의 표정에는 신기함이 배어있다. 이 정도 규모의 마법진은 자신과 동행하는 어떤 마법사도 그려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시간 마법과 공간 마법을 동시에 시전하는 것은 다소 부담이 크지. 그것을 덜기 위한 마법진이기는 하다만. 그럼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가해진다. ... 따라와라.“

"한 가지 더 질문이 있는데... 과거의 시간대로 간다면,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모든 것은 잊어버리게 되는 건가?“

"...“


남자의 질문에 마왕은 '충분히 납득이 가는 질문이군.'이라고 생각하며 대답해 주기로 마음먹는다. 시간 마법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면, 이러한 의문이 드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는 판단에 따라.


"아니. 기억과 경험은 정신에 새겨지는 것. 그대의 정신을 유지한 채 과거로 가는 이상, 그 모든 것이 사라질 일은 없다. 다만 신체만은 그 시간대의 그대의 것으로 변할 것이다.“

"...? 어째서지? 지금의 신체 그대로 과거로 가는 것이 아닌가?“


마왕의 설명에 남자는 '예상한 것과는 다른데?'라는 생각을 품으며 질문한다. 지금의 이 신체를 그대로 유지한 채 과거로 가는 것을 예상했으니까. 하지만 마왕은 이내 고개를 내젓는다.


"시간을 거스른다는 것은 과거의 자신의 자리를 지금의 그대가 정신을 유지한 채 맞바꾸는 것을 뜻한다. 같은 시간대에 동일한 존재가 동시에 존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으음... 그러면, 17세의 몸으로 돌아가서, 새로 단련을 해야 한다는 건가...“

"그런 셈이지. ... 싫은가? 뭐, 싫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만.“


마왕의 질문에 남자는 '그렇다면야... 일단 과거로 돌아가는 선에서 만족해야겠지.'라고 판단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그 행동을 신호로 마왕이 먼저 마법진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고, 남자 역시 이동한다. 한 걸음 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마법진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바라보며. 그리고 이내 마법진의 중심부에 다다르자 마왕이 남자를 끌어안는다.


"그대로 있거라. 조금이라도 결속이 풀리면, 그 순간 그대만이 다른 시간과 공간으로 가 버릴 지도 모르니.“

"...“


마왕의 경고에 남자는 어떤 행동도 하지 않은 채 전신에서 힘을 거둔다. 그저 서 있기 위한 최소의 힘만을 유지하는 남자를 끌어안은 마왕은 그대로 시간 마법과 공간 마법을 동시에 발동한다. 마법의 여파로 서서히 희미해지던 두 명의 형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모습을 감추었다.


"...“


그리고 두 명이 완전히 모습을 감추자마자 마왕의 형체를 한 다른 존재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녀가 남긴 메아리. 그것은 어떠한 일도 없었다는 듯, 원래 마왕이 해야 할 행동을 이어나가기 시작하고, 그렇게 마왕의 성에는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는 듯, 평소와 같은 일상의 시간이 지나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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