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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작 이야기.

써드아이(The Third Eye)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백작.
작품등록일 :
2014.03.31 12:51
최근연재일 :
2014.10.21 17:52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17,319
추천수 :
250
글자수 :
50,630

작성
14.04.01 11:03
조회
2,211
추천
44
글자
10쪽

이상한여자.1

DUMMY

가찬은 가만히 냉장고를 노려보았다.

‘그럴 리가 없잖아?’

애기울음 같기도 하고, 신음 같기도 한 소리는 분명 냉장고 안에서 들려왔다. 가찬은 크게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결심한 듯 냉장고의 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조심스레 냉장고 문을 연 순간 현관 쪽에서 빠르게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가찬의 심장은 다시 빠르게 요동쳤고 그건 곧 행동으로 나타났다. 가찬은 냉장고문을 닫고는 자신이 들어왔던 옷장을 넘어 아버지의 방으로 들어왔다.

“쾅! 쾅! 쾅!”

막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현관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계세요? 기중기씨?”

가찬은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현관문으로 다가갔다.

“기중기씨 계세요?”

“누, 누구시죠?”

“택배 왔습니다.”

“휘유...”

가찬이 문을 열자 조그만 상자를 든 택배원이 서 있었다.

“기중기씨 본인이세요?”

“아니요. 제 아버지 되십니다.”

“그럼 받으시는 분 성함 좀 적어주세요!”

택배원이 건넨 영수증에 ‘기가찬’이라고 서명할 때 조금 전 나갔던 미녀가 계단을 내려오는 게 보였는데 그녀의 손에는 투명한 포장 비닐에 쌓인 식칼이 들려있었다.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본 순간 둘의 시선이 마주쳤고 가찬은 빠르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택배원이 영수증을 받자마자 가찬은 현관문을 닫고는 문을 걸어 잠갔다. 그리곤 현관문에 귀를 댔다.

곧 ‘삐, 삐, 삐, 삐’ 하는 신호음이 들리고는 ‘띠리릭’하고 잠금장치가 해제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휴……. 외출했던 게 아니었나?’

가찬은 갈증을 느끼고 냉장고문을 열다가는 멈춰 섰다. 그 집에서 넘어오기 전 열었던 냉장고가 떠올랐다.

‘분명 검은 털이 덮여있었는데?’

냉장고 안엔 중화요리 집에서 요리를 담는 접시보다 더 큰 접시가 있었으며 그 위엔 검은 털이 길게 자라난 무언가가 있었다. 보자마자 문을 닫았기에 재대로 살피지는 못했지만 꼭 고양이 같기도 했고 강아지 같기도 했다. 접시위에 올려 진 그 짐승의 척추(등)는 살짝 벌어져 시뻘건 속살을 보여주고 있었고 그 벌어진 척추 끝에는 작은 과도가 꼽혀있었다. 그리고 검은 털을 붉게 물들이며 흘러내린 핏물이 접시가 찰랑거릴 정도로 가득 차 있었다.

‘사, 살아있었어!’

가찬은 냉장고 문을 닫기 전 그 짐승의 눈과 마주쳤다. 생기를 잃어가는 탁한 눈동자. 분명 눈을 보았음에도 고양이인지 강아지인지 기억해낼수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다시 들어온 여자의 손엔 마트에서 새로 산 듯한 식칼이 들려있었다. 그 작은 짐승의 척추를 과도로 가르다가 칼을 사기위해 나갔다 온 거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벌컥거리며 물을 마시면서도 온 신경이 옆집에 쏠려있던 가찬은 거실의 벽에 몸을 붙이고는 귀를 댔다. 혹여나 무슨 소리가 들리는가 싶어서였다. 하지만 벽은 두꺼웠는지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가찬은 발소리를 죽여 안방으로 들어가더니 옷장 앞에 섰다. 그리곤 아주 천천히 옷장 문을 열고는 두 집을 이어주는 옷장 벽에(나무로되어있는) 귀를 갔다대고는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러자 작게 소곤대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다.

“호호. 하나라고? 내가 그 말을 믿을 거 같아?”

여자의 목소리는 가늘었다. 꼭 한마디 들었을 뿐인데 병상에 누워있는 힘없는 공주? 가 떠오른 게 신기했다. 무엇이 하나라는 걸까? 전화통화라도 하는 건가? 그 집엔 분명 아무도 없었다. 냉장고 속의 아담한 검은 털을 가진 짐승 말고는.

“그래. 더 버텨봐. 넌 불고말거야.”

여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으애 앵’ 거리는 비명이 들렸다. 아기울음소리와 같은 그제야 가찬은 냉장고 속의 짐승이 고양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가 발정기에 들었을 땐 꼭 아기가 우는 것 같은 소리를 냈었다.

“호호. 뭐 죽여 보면 알겠지.”

죽여 보면 알아? 무얼 알아? 혹시 미친 여잔가? 싸이코패스? 그러기엔... 너무 예쁘잖아?

가찬의 목젖을 타고 한 움큼의 침이 넘어갈 때 , 요란한 벨소리가 들렸다. 자신의 바지에서 들려온 핸드폰 소리였다. 가찬은 기겁하며 옷장에서 떨어져서는 핸드폰을 꺼내다가 떨어뜨렸다.

‘들었을까?’

거실의 말소리가 들릴 정도라면 분명 들었을 것이 분명했다. 가찬은 잽싸게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을 주워 진동으로 바꿨다.

‘어쩌지?’

그때 현관문을 요란하게 두드리는 소리가 또다시 들렸다.

“쾅! 쾅! 쾅!”

가찬은 깜짝 놀라 또 다시 핸드폰을 떨어뜨렸다.

“누, 누구세요?”

하지만 밖에선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았고 요란하게 현관문만 두들겨 댔다.

“누구세요?”

가찬은 심호흡을 하고 현관으로 다가갔다.

“쾅! 쾅! 쾅!”

가찬은 하는 수 없이 현관문을 열고는 무엇에 놀랐는지 뒤로 두어 발을 물러섰다. 현관 앞엔 그 ‘이상한여자’가 식칼을 들고 서 있었는데 새것이라 반짝이는 표면에 선명하게 붉은 핏물이 녹아 있었고 하얀 앞치마에도 검붉은 피가 묻어있었다. 그럼에도 여자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었다.

“누, 누구세요?”

가찬의 말에 여자는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집안을 살피는 게 꼭 다른 사람이 없는지를 살피는 것 같았다.

“누구시냐고요?”

그제야 여자가 가찬을 보았다.

“넌 누구니?”

“네?”

“여기 아저씨는 안계시니?”

대뜸 반말이었지만 가찬에겐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아버진 아직 안 들어오셨는데요?”

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래? 아저씨 아들이구나? 잘 생겼네? 나 이웃이야. 옆집 살지. 조금 전에 나 들어가는 거 보았지?”

“그, 그런데요?”

“다른 게 아니고 새로 산 칼인데도 날이 무뎌서 혹시 칼 좀 빌릴 수 있니? 생선요리를 하는데 칼이 듣지를 않네?”

여자는 자신이 들고 있는 식칼을 가찬의 눈앞에 들이밀었고 가찬은 엉겁결에 뒤로 한걸음 물러났다. 검은 털이 달린 짐승은 분명 생선이 아니었지만 그걸 따지고 싶지는 않았다.

“잠시 만요.”

가찬이 싱크대를 향하자 여자는 꼭 자신의 집인 것 마냥 안으로 쑥 들어왔다.

가찬은 등 뒤에 서있는 여자가 신경 쓰였지만 빨리 칼을 찾아 주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싱크대에 걸린 서랍들을 열어보며 칼을 찾기 시작했다.

-지잉.

안방에 떨어뜨린 핸드폰은 계속해서 징징대며 방바닥을 때려댔다.

“전화가 온 것 같은데?”

가찬은 무의식 적으로 그 여자의 얼굴을 보았다. 여자는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그 표정을 보자 모든 의혹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자신이 여태껏 보고 들은 모든 것이 다 망상인 것만 같았다. 고양이는 생선이고, 여자는 요리를 하는 중이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전화 안 받니?”

그녀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린 가찬이 빠르게 대답했다.

“네? 아.네 괜찮아요.”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칼은?”

“네? 아.네 여기 있어요.”

가찬이 막 발견한 여러 개의 칼들 중 아무것이나 집어서 건네주었다.

“회칼이네? 센스 있어라. 생선이라니까 회칼을 찾아주네. 호호.”

“아..네..”

“금방 쓰고 돌려줄게.”

여자가 몸을 돌려 나가려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너 몇 살이니?”

“스, 스물이요.”

가찬의 말이 끝나자마자 여자가 다가오더니 손을 들어 가찬의 이마를 만져보고는 얼굴을 쓰다듬었다.

“어머 이 땀 좀 봐. 키도 크고 체구도 좋은데 웬 땀을 흘리는 거야?”

가찬은 무언가에 홀린 듯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괜찮니?”

“네? 네.. 괜찮아요. 운동을 좀 해서 더, 더운 것뿐이에요.”

여자는 어깨를 으쓱 하며 웃어주고는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휴…….”

가찬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자신의 얼굴을 만져 보고나서야, 자신이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징.

또 다시 핸드폰이 진동하자 가찬은 안방으로 들어가 발신자를 확인했다. 액정에 나타난 발신자는 ‘또라이 강석현’이었다.

가찬은 버튼을 누르고는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댔다.

“왜?”

"나 지금 고시원인데 너 짐 뺐다며? 어디야?"

“의정부 아버지 집에 왔어!”

"아버지? 이런 너 아버지 있었어?"

“아버지 없이 어떻게 태어 나냐?”

"아니 살아계셨냐는 말이지.. 한 번도 말을 안 하기에 고아인줄 알았거든."

“살아계셔…….”

막상 말하고 보니 이상했다. 살아계셔?

"그래 아버지 집이 어딘데?"

“의정부. 녹양동.”

"주소 찍어봐 금방 갈게."

가찬은 왜 오냐고 물으려다 말았다. 왠지 혼자 있는 것 보다는 좋을 것 같았고 시원한 맥주도 한잔 마시고 싶었다.

가찬은 상세주소를 몰랐기에 1층 우편함으로 나갔다. 우편함엔 몇 개의 고지서들이 있었고 그중 아무거나 꺼내서는 주소를 불러주었다.

“얼마나 걸려? 갈증 난다.”

"뭐 녹양동이라고는 하지만 의정부가 아주 큰건 아니니까...음... 삼십분?"

가찬이 중곡동에서 녹양동까지 오면 45분쯤 걸릴 것 같았다. 동일로는 신호도 많고 지금은 퇴근시간이라 차도 밀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시간차는 15분이었지만 오토바이로 십오 분은 상당한 차이였다.

지나간 시절이었지만 한때 폭주족의 리더였던 석현이라면 뭐 가능할 것도 같았다.

“와서 전화해.”

1층에서 전화를 끊은 가찬은 그대로 집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오토바이를 세워놓은 곳까지 갔다. 그곳에서 지하를 보았다. 왼쪽이 1호인 자신의 집이었다. 창문의 3분의 2는 지하에 묻혀있었지만 나머지 부분에서 불빛이 새어 나왔다. 가찬은 옆집도 보았지만 두꺼운 커튼을 쳐 놓아서인지 꼭 불이 꺼진, 아무도 없는 집 같이만 느껴졌다.

‘고양이는 죽었을까?’

가찬은 식탁에 앉아있는 그녀를 떠올렸다.

커다란 접시엔 등이 갈라져 속을 드러낸 검은고양이가 앉아있었고, 그녀는 양손에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다 죽어가는 고양이의 갈라진 등에 쑤셔 넣으며 웃고 있었다.

“죽여 보면 알겠지.... 죽여 보면 알겠지... 죽여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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