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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님의 서재입니다.

환영의 조각(가제)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G렁이
작품등록일 :
2017.02.22 19:52
최근연재일 :
2017.04.0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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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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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2.22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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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구한 죄/ 각오

DUMMY

0.


2015년 2월 2일자로 한 남자가 쿠바에서 인천행 비행기를 타 인천국제공항에 내렸다. 그 이외에도 공항에서 인파들이 오고가고 있었다. 그는 인파를 뚫고서 입국심사관 앞에서 섰다.

“흐음, 이름이···.”

그가 건넨 여권을 받고서 인적사항을 확인하던 입국심사관은 이유모를 위압감에 그를 올려다보았다.

“아···한유훈 씨죠?”

유훈은 고갤 끄덕였다.

입국심사관 K는 마치 유훈이 신화에서나 나올법한 거인으로 느껴졌다. 180cm에다가 긴팔 와이셔츠에서도 울퉁불퉁한 근육이 느껴질 정도로 날렵하고 든든한 K의 몸이었다.

그러나 2미터에 가까운 유훈의 키와, 코트로 가려도 ‘나 무술하오.’이라고 자기 주장하는 잔근육들까지 보면 그러한 K의 몸이 왜소해 뵈는 강건한 체격이었다.

“학···자를 하신다고···?”

“신화학자를 하고 있소만···무슨 문제라도?”

K는 괜스레 웃음으로 무마했다. K는 유훈에게 느껴지는 위압감에 입국심사관으로서 해야 할 의무사항을 잊어버렸다.

그러나 K씨는 자신이 입국심사관으로 오래 활동하면서 벤 육감과도 같은 경험적인 통찰력으로는 유훈이 아무런 해가 되지 않겠다고 판단했다.

힘이 있는 자들은 쉽게 그 힘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까닭이었다. 공항을 덮치는 괴한들도 기껏해야 작은 조직의 일원들이 뿐이지, 막상 큰 조직은 공항을 습격하지 않음을, 공항을 오랫동안 누빈 그는 알고 있었다.

“하하, 무슨 무술이라도 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그 덩치가 참 큽니다.”

K는 옆에 있던 Y에게 말해 출입문을 열어 주었고, 유훈은 그의 농담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여권만 낚아채고 걸어갔다.

K는 유훈이 지나가자, 유훈 바로 뒤에 선 여성이 건넨 여권을 확인조차 하지 않고 한숨을 내쉬며 주저앉았다.

“선배, 무슨 일이신데요? 겁 집어먹은 생쥐 마냥 떨고 있네. 추워요?”

“···닥쳐. 넌 모르는 일이니까.”

Y를 노려본 K는 다시 한숨을 내쉬고서 돔 형태에 높다란 공항 천장을 바라보았다.

“무슨 괴물이야···씨.”


***


공항을 나와 입구 근처 나무의자에 앉아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유훈은 이윽고 휴대폰을 꺼내었다. 스마트폰의 전화기 모양의 버튼을 누르고, 번호를 누르려고 하였으나, 문자표시가 떴다.

“으음···.”

‘나래’라고 표시줄에 적혀 있었는데, 나래가 보낸 메시지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라즈베리’카페에서 만나요, 공항 입구 걸어서 음식점 많은 데 있죠? 거기 있어요. 나래가.”

유훈은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서 곧장 ‘라즈베리’ 카페를 향해 걸었다. 10분 거리라고 하지만 성큼성큼 거르면 5분에 도착할 거리였다. 유훈은 음식점들이 줄지어 늘어선 거리를 두리번거렸다.

5분도 걸리지 않아, ‘카페, 라즈베리’라고 적힌 산딸기 모양의 간판이 보였다. 가게 안 들어간 유훈은 점원의 인사에도 대강 고갤 끄덕여 답하고는 나래를 찾기 시작했다.

“누굴 찾으시는지요?”

마침 식탁을 닦던 호리호리하고 짧은 스커트를 입은 긴 머리 여성이 유훈에게 말했다.

“사람을 찾네만···”

“여기요!”

유훈은 자신에게로 온 점원에게 눈짓으로 인사하고는 나래의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창가 자리에 앉은 나래는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다리가 긴 까닭에 갓 20대를 넘은 처녀의 모습이 났으나, 앳된 얼굴과 입고 있던 교복에서 소녀다움이 감돌았다.

“변함없어.”

나래와 눈이 마주친 유훈은 입에 잠시간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그 때와 같아.”

나래 맞은편에 착석한 유훈은 미소를 만면에 띤 나래를 보고서 의아해 했다.

“카페 분위기 좋죠? 아, 저 찾느라 못 봤나?”

나래의 말대로, 유훈은 점원과 나래 말고는 눈에 담지 않았다. 유훈은 찬찬히 주위를 보기 시작했다. 나름 카페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세간에서 장관이라고 하는 경관들을 보아온 유훈이었다.

그러나 은은히 감도는 주황빛 조명, 그 조명을 반사하여 비추는 매끈한 대리석 바닥은 한산하고 고요함이 풍겼다. 유훈은 그 고요함을 좋아했고, 그래서 여러 경관들보다도 지금 카페 모습에 더 마음이 동했다.

“감상은 충분한가요? 그럼 주문이라도 하시죠? 전 이미 시켰지만요.”

나래의 말에, 자기 바로 옆에서 서있는 점원을 미처 못 본 유훈은 “아메리카노 한 잔”이라고 말하고서 돌려보냈다.

점원이 가자, 유훈은 나래를 바라보았다. 나래는 내심 유훈이 무슨 말을 할까, 기대하는 눈초리를 보냈으나, 유훈은 도리어 딱딱하고 사무적인 어조로 나래에게 말했다.

“자료부터 줘.”

나래는 실망하여 입을 삐죽 내밀었다.

“내가 저번에 말한 자료 말이야.”

나래의 표정에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은 유훈이었다.

“아···자료요?”

도리어 그런 유훈의 모습에, 나래는 멋쩍은 미소를 지어야만 했다. 나래는 다시금 유훈에게 모종의 신호를 보냈으나, 유훈은 그 신호를 알지 못한 채 자료를 재촉했다.

“그 전에 뭐, 하실 말씀이라도 없으세요?”

유훈은 침묵하였다. 생각에 잠기다가, 1분도 채 되지 않고서,

“없어.”

라고 말했다.

급기야 나래는 벌떡 일어났다.

“아니, 저희 한 십년 넘게 안 보지 않았어요?”

유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나래는 그 모습에 머리를 짚으며 무기력하게 자리에 앉았다.

“아니, 세상에 십년 넘게 안 본 사람한테 먼저 자료부터 줘, 라고 말하는 게 세상에 어디 있어요?”

그러나 나래는 유훈이 바로 그 세상에 어디에도 없을 사내라는 걸 알고 있는 까닭에, 눈살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감정 없는 선녀다, 인간처럼 생겼지만 뭣도 아니라고 해도 사실 그렇지 안다는 거 알고 있잖아요! 거기다 전 그들의 명령 따윈 들을 필요도 없고···”

“없지. 맞아, 넌 특별한 경우야.”

그러나 나래는 한숨을 쉬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특별한 경우라는 말의 의미를 아는 나래에게 있어 이 또한 짜증나는 일과 진배 다를 바 없었다.

“천계 영감탱이들은 어찌할지 모르겠지만, 아저씬 똑같이 대우할 거죠?”

유훈은 어깨를 으쓱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점원이 커피를 내왔다. 그리고 나래가 이미 시킨 치즈 케이크가 나왔다. 아직 절반도 채 먹지 않은 나래의 커피에 캐러멜 시럽이 녹고 있었다.

케이크와 커피를 번갈아 먹으니, 나래는 기분이 좋아져, 다시 유훈에게 말을 건넸다.

“그래서요? 풍요의 나라 쿠바에서 무슨 재미난 일이 있었어요? 재미난 거 있겠죠? 거기엔 뭐가 있던가요?”

나래가 바로 옆에 진열되어 있던 빨대를 뽑아 마이크삼아 인터뷰 시늉을 하였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신 유훈은 잔을 내려놓고서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거기서 고대유적을 발견하고, 잠시 다른 세계에 가 있었지. 거기서 야차도 잡고, 밀림도 탐험했어. 그 쪽 세계 사람들과도 만났고.”

“그래서요?”

특종 잡은 기자처럼 눈을 반짝이는 나래를 보자, 유훈은 미소를 띠었다.

“궁금해?”

“그래요, 궁금해요. 아니, 애초에 전 아저씨하고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요!”

—이런 이야기!

—그 동안 잘 살았는지, 어떻게 지냈는지요!

“···그 세계 사람들은 환영주(幻影珠)과 비슷한 물건을 가지고 있어서. 거기다가 우리와 생김새도 같았고. 마치 중세 사람들을 보는 느낌이었지. 그들에게는 벨라리아라는 무기를 지니고 있었어. 그 중에서 티아마트라는 검을 든 사내와 싸웠지.”

“강했어요?”

나래가 묻자, 유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미소를 거두었다.

“이십년 간 거의 쓰지 않았던 시간정지까지 사용해야 했지. 이기긴 이겼지만 말이야.”

“제게 따로 듣고 싶은 말 없으세요?”

유훈은 두 손가락으로 턱을 짚으며 고민했다.

“···최근에 다른 선녀가 나타났다고 들었어.”

“아, 경패요? 내, 최근에 유현이 영입하는 임무를 맡은 선녀가 바로 경패에요. 아, 그런데 경패 어릴 때 만났잖아요.”

나래는 케이크를 포크로 반으로 쪼갠 다음, 다시 잘라 입에 넣었다. 그리고 사분의 일로 쪼개진 케이크를 이리저리 굴렸다.

“실전이라고 하면 실전이긴 한데요. 사실 두억시니 죽이는 것보다 쉬운 일이고, 야차도 만날 일 없고, 쉬운 일이죠.”

천계에서는 모든 선녀에게 공통적으로 쉬운 일을 첫 임무로 건네는 전통이 있는데, 그 이유는 처음엔 웬만하면

“경패는 현 세대 중에서 재능이 가장 뛰어난 아이에요. 너무 쉬운 일을 맡기엔 재능이 아깝고, 그렇다고 어려운 일에는 소화만큼도 안 되죠. 그래서 일견 중요하면서, 다른 면으로 간단한 일을 하는 거죠.”

그 뜻을 모를 일 없는 유훈이었다.

“유현이 제대로 따른다면 더할 나위 없는 임무겠지.”

“그래서, 후회하지는 않죠?”

유훈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묵묵부답으로 나래를 바라보다가 고갤 숙였다. 잠시 깊이 생각하는 요양이었다.

“다시 생각해봐요.”

3분여간의 정적을 깨고 나래가 말했다.

“지금이라도 바꿀 수 있어요.”

그러나 유훈은 생각을 굳혔다.

“이미 끝난 일인 걸. 그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자. 옛날 기억을 일부러 되새길 필요는 없어. 파멸될 미래를 바꿀 수 없는 노릇이야. 파멸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의 본성은 바뀔 수 없지.”

그러나 유훈에게 옛날 기억을 되새길 필요도 없었다. 매일 밤 꾸는 악몽처럼 유훈에게는 그 기억이 생생했다.

죗값이었다. 유현을 자신의 일에 끌어들인 짓도, 유훈 그 자신이 세계를 전전하며 야차와 두억시니와 투쟁을 벌이는 일도. 모두 죄를 범한 자의 죗값이자, 지은 죄이다.

어느 누군가가 죄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유훈은 이미 자신의 존재 자체를 죄로 낙인찍었다.

‘세계의 인과는 바뀔 수 없지. 억지로 바꾸더라도, 더욱 뒤틀린 형태로 나오는 인과율의 법칙···.’

인간의 파멸이라는 결말을 뒤틀린 까닭에 세계는 잔잔하면서도 거세게, 인간은 파괴되어 갔다. 원래는 인과를 비틀 수 없는 인간이, 인과를 비틀 때 일어나는 일은 미지수였다.

***


유훈은 카페에서 자료를 확인하고서 나래와 공원을 걸었다. 널따란 공원의 줄지어진 가로수 길을 걸었다. 여름이거나, 하다못해 봄이었다면 꽃이라도 볼 수 있으련만, 겨울의 가로수 길은 앙상한 가지로만 가로수 길 건너편 얼어붙은 호수보다도 더 삭막했다.

“아으···추워. 무슨 날씨가 이 모양이야.”

입김이 넓게 퍼졌다. 입김이 나오고, 그 입김으로 손을 녹이려고 하여도 잘 되지 않는 날씨였다. 하늘이 잿빛이여서 눈이 올 것만 같았다.

“그래서, 자료는 어떤 가요?”

“예상대로야.”

야차 팔 대장에 대한 정보가 없음이 당연한 까닭에, 유훈은 개의치 않았다. 선녀 중에서 특이개체인 나래조차도 얻지 못한 정보였고, 그 자신도 쿠바에서 지내는 동안 정보를 얻지 못한 까닭이었다.

“그들은 여간내기가 아니야. 쿠바에서 몇 년을 지내도, 족적을 찾기란 어려웠지.”

여간내기가 아니다. 두억시니보다 진보한 존재인 야차는 아무리 평범한 능력을 지녔다고 하더라도 우습게 볼 상대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야차 팔 대장은 과거 최악의 세대의 일원들이 속한 집단이었다.

나래는 유훈의 말에 동감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가 잡은 야차, 두억시니들에게 물어 보아도, 티끌만큼도 입 열지 않더군요. 말하면 풀어준다고 해도, 그들 사이의 무언의 압력이 있는 듯, 차라리 죽는 게 낫다면서 불지 않았어요.”

유훈은 과거 자신이 사로잡은 두억시니와 야차들을 떠올렸다. 그들 하나하나가 쉬이 상대한 자들이 아니었고, 그들 개개인의 기이한 힘과 신묘함은 유훈 자신도 놀란 적이 많았다.

“본능을 추구하는 야차들은 자신의 목숨을 위해서 무슨 짓이든 다 하잖아요. 하지만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말하다니. 그들은 대체 무슨 연유로 말하지 않는 걸까요?”

“야차든, 그 전인 두억시니든, 공통점이 있다면, 강자에게 복종하고, 약자를 억압하는 썩은 천성이지.”

유훈은 정상에서 내려온 야차가 다른 야차들에게 먹히는 꼴을 바라보았다. 먹히고 있던 야차는 과거 수많은 야차들이 복종하던 강자였다. 그러나 유훈 자신이 쓰러뜨려 바닥에 내려놓은 그 야차는, 다른 야차들에게 먹혀 죽었다.

“그래서 무서운 존재죠. 자기가 유리할 때는 맹렬히 싸우고, 불리할 땐 또 쏜살 같이 도망치는 자들이 야차니까요.”

—하지만 그렇기에 그들은 시대가 변동된 지금에서도 살아갈 수 있었다.

“예상을 뛰어넘고, 일견 무질서해보이지만, 사실은 규칙적으로 하는데다가, 질서정연한 모습까지 갖춘 존재···. 그렇죠?”

나래는 유훈의 설명을 기대하며 유훈을 바라보았다.

“야차들은 규칙을 지키고 싶어서 지키는 존재가 아니야. 지키지 않으면, 물려 죽기 때문에 지키는 거지. 그들은 한낱 준법의식에 기대며 사는 자들이 아니야. 그들은 불안정한 존재. 인간보다 존재가 옅은 자들이기 때문에, 죽어서 다시 환생할 수 없는 법.”

그래서 그들은 무서운 것이다.

죽음은 소멸.

그들에게 뒤는 없었다.

유훈은 그러고서, 자신의 왼쪽 팔뚝에 박힌 푸르스름한 마름모꼴의 조각을 보여주었다. 그 빛은 영롱하여, 근처에만 있어도 눈에 박힐 만큼 강렬했다.

“쿠베라가 만들어낸 환영주(幻影珠). 그 구슬의 조각이 가진 힘은 천재지변에 가깝고, 구슬이 지닌 힘은 세상을 개벽시킬 위험성을 지닌다. 나는 야차 팔 대장들이 이 환영주의 힘을 가지고 있다면, 그리고 그들이 내 이상(理想)에 반한다면, 나는 예전 쿠베라와 아누의 시대 때 만났던 주와이외즈의 화신처럼 그들과 싸울 것이다.”

유훈의 검은 눈동자가 서슬 퍼런 빛을 번득였다. 나래는 그 눈빛에서 유훈과 야차가 닮음을 느꼈다. 야차 팔 대장에 대한 심문을 진행하던 때가 문득 떠올랐다.

축축한 지하바닥만이 겨우 비칠 정도로 작은 전구에서, 야차 하나가 전신에 사슬을 감싸 있었고, 쇠고랑을 찬 채로 나래와 마주했다. 회색의 칙칙함이 풍기는, 하늘거리는 천을 목에 감싸고 있는 나래는 사무적인 어조로 야차에게 말했다.

“제왕은 도대체 누구지? 어떤 자야.”

전신이 구속된 야차가 유일하게 자유로운 것은 정신과 입이었다. 야차는 입을 오물거리다가, 나래에게 푸른색의 걸쭉한 가래를 뱉었다. 그러나 야차의 예상과는 다르게, 가래는 불타 없어졌다.

“선녀의 천인가. 그래, 넌 선녀로군. 그것도 아누의 시대 때 만들어진 녀석이었어.”

눈조차 겨우 보이는 야차는 나래의 눈과 마주치려 하였다. 나래는 인상을 쓰며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렸으나, 야차는 곧장 비릿한 웃음을 만면에 뗬다.

“너희들은 야차 팔 대장에게, 그리고 제왕에게 죽을 거야. 네년들의 선조가 쿠베라들에게 몰살당했던 때처럼 말이야. 그 땐 내가 그들에게 부탁해서 네놈을 먹어치울 거야. 어때? 좋겠지?”

“우린 그렇지. 않아.”

야차는 지하실이 떨어져라 큰 소리로 웃었다.

하하···.

하하하하!

사슬과 쇠고랑이 찰랑찰랑 거리며 연신 움직였다. 야차의 쇠사슬 끝을 움켜지고 있던 덩치 큰 두 사내가 도력이 깃든 검은 막대기로 야차에게 갈기자, 야차의 살이 타는 소리와 함께, 야차의 비명소리가 지하실을 울렸다.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나래는 다시금 질문했다.

“제왕이 누구야?”

“푸흐흐흐···. 네년이 알아서 찾으라고. 너희들은 쿠베라를 죽인 그 개자식을 믿는 눈치던데, 그 자식도 믿지 마. 한유훈이라고 했나? 그 녀석의 눈빛은 인간의 눈빛이 아니야. 욕망의 눈빛이다. 갈망의 눈빛이라고. 우리 야차들과 같다. 우리들이 가진 광기가, 녀석에게도 있어.”

나래는 야차를 노려보았다. 나래는 이내 천을 집어 들었고, 천은 나래의 수중에 들어오자 곧장 검으로 변했다. 나래의 검 날이 야차의 눈과 지근거리를 앞두고 있었다.

나래의 검 날이 떨렸다. 생명을 죽일 때, 나래는 언제나 망설임을 품고 있었다.

“개자식···.”

야차는 나래의 검 날의 떨림을 보고서 광소했다.

“네년은 날 죽이지 못해. 생명은 거두는 자, 팔선녀가 이래서야 쓰나. 개자식이라고? 그래, 내가 개자식이라면, 넌 뭐지? 그저 천계가 말하는 말에 듣는 영혼 없는 자들이 뭘 할 수 있겠냐 말이야.”

“닥쳐!”

나래의 검 날이 쇠사슬에 감긴 야차의 팔을 쇠사슬과 함께 잘랐다. 야차는 신음했고, 쇠사슬이 풀린 잘린 팔은 꿈틀거리고 있었다. 팔이 잘린 부위에서 피가 분출했다.

“적랑님이 부활하실 거다. 추오님이 부활시키시겠지. 추오님은 한 치의 망설임과, 실수가 없으신 분이시니까.”

“뭐, 그렇다고 해서 최악의 세대보다 강한지 나도 잘 모르겠어.”

회상에 잠겨있던 나래는, 갑작스런 유훈의 말에,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적랑이 부활한다는 자료는 잘 봤어. 그리 무섭진 않아. 야차 팔 대장이라고 해도, 아누의 시대 때 태어난 녀석이라도 해도, 쿠베라보다 약할 리가 없으니까.”

유훈은 말했다.

“내가 더 걱정되는 건 유현이 과연 우리들을 따라올까. 따라온다면 내 말을 믿고 따를 수 있을까. 그게 더 걱정이야.”

“유현이 야차들과 싸우다 죽을 수도 있는데. 그건 걱정되지 않으신가 봐요?”

나래는 유훈을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혼자서 잘 해낼 거라고 믿으니까. 그러나 유현은 걱정되었다.

천계가 수중에 넣으려고 하던. 인간 잠재력의 정수로 만들어진 아이.

유훈의 아내, 강설화가 빼돌린 아이.

비범한 잠재력을 지닌 아이가, 평범한 생활을 영위하면서, 잠재력이 실추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유현에게 애정을 갖는 기색은커녕, 자기 아들에게 애정이 있는가, 조차도 의심스러웠다.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지. 너도 일이 있으면 연락하고.”

“으음···아저씬 이제 뭘 할 거죠?”

“계월을 만나야지.”

그리고 둘은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다시 만날 날은 기약했다. 나래는 땅을 박차고 하늘 위로 단숨에 도약해 사라졌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유훈은 마치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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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54 gdhy
    작성일
    17.03.02 21:02
    No. 1

    비평란에서 보고 함 봐볼까싶어서 봤는데요.
    열심히 쓰신거같은데 죄송하지만 초반부터 독백? 생각부분이 이상한느낌이고요.
    아마도 네가 대장이겠지 이런거라던가.
    비밀요원이라는 애들이 뭔목적인지는 모르겠는데 딸랑3명이서 와서는 잡으려했다가
    도망가니까 바로 이성잃고 날뛰는거도 이상하고.
    우연도 아닌 운명도아닌 소녀가왔다부분도. 걍 좀 오글거리네요. 걍제생각입니다.
    라이트노벨 출판사에 보내보신다 하셨는데. 일단 도입부부터 읽을 맘이 떨어집니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 G렁이
    작성일
    17.03.03 20:13
    No. 2

    감사합니다. ㅠㅠ 님이 제 글을 첫번째로 평가해주시네요... 저도 처음엔 퇴고를 한 번 하고서나서 완벽하다고 느꼈습니다만, 시간이 지나니까 역시 여러 부분이 아직도 미숙하고 떨어지는 부분이 많다고 여겼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0 굉장해엄청
    작성일
    17.03.19 16:45
    No. 3

    뭔가 표현이 많이 어수룩하다고 생각합니다.
    추격전이라면 사람이 서로 부딪혀서 쓰러지거나 하는 상황이 정상인데,
    여자 가슴을 부여잡는다거니....
    따라잡은 줄 알았는데 아니어서 멍을 때린다거니....
    상황도 읽다보면 여러 맞지 않는 상황이 많고, 비록 소설이지만
    좀 현실적인 부분이 있어야 하지는 않은가 싶네요.

    읽기는 좀 힘들었지만, 읽고 갑니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 G렁이
    작성일
    17.04.09 10:50
    No. 4

    감사합니다. 조언 덕분에 제가 조금이나마 글을 더 잘쓰게 되었습니다. 지금 이 글의 퇴고도 다시 진행하였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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