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추진력 님의 서재입니다.

소꿉친구와 아카데미 속으로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추진력.
작품등록일 :
2021.02.24 05:57
최근연재일 :
2023.11.03 21:34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139,353
추천수 :
6,538
글자수 :
294,544

작성
21.04.11 19:50
조회
1,418
추천
121
글자
12쪽

【중간고사 - 시각(1)】

DUMMY

점심시간이 끝났다.


다시 중간고사를 시작해야 할 시간. 나와 렐리아는 다섯 가지의 감각 중 벌써 두 가지를 클리어했다.

이제 남은 것들을 클리어해야 한다. 뭘 할지는 이미 정해뒀었다.


시각視覺.

나머지 시험 중 가장 어려운 녀석. 물론 렐리아와 함께라면 난이도가 미친 듯이 낮아지긴 한다. 그래도 나 혼자라면 절대 깨질 못할 시험이다. 실제로 원작에선 [시각] 시험이 가장 어렵기로 소문났었다.


“밥은 맛있게 드셨나요? 뭐 물어보지 않아도 그랬겠죠. 사실 선생분들과 밥 먹고 돌아가는 길에 슬쩍 봤습니다. 저도 꽤 오랫동안 교수생활을 해왔는데 사탕 키스를 하는 커플은 처음이군요.”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들려온 파르마의 말. 어질어질하다. 그게 다 보였을 줄이야. 애초에 그런 휑한 곳에서 하면 다 보이기야 하겠다. 어쩐지 학생들 시선이 따갑더라...


“하하, 그래도 서로가 내 것이라는 도장은 확실히 찍으셨네요.”

“그만 놀리시죠.”

“미안합니다. 그럼 이번엔 무슨 포탈에 들어가실래요? 아, 그전에 사탕은 빨리 먹어주세요. 입에 뭐 있으면 안 되거든요?”


렐리아는 천천히 먹던 사탕을 혀로 굴리며 빠르게 녹였다. 그것을 보며 파르마는 싱긋 웃었다.


“사실 농담이었습니다. 그냥 진짜 먹나 궁금해서 시켜본 거에요.”

“...”

“뭐, 그래도 이물질이 있으면 불편하니 먹는 게 좋죠. 뱉을 생각은 하지 마세요. 쓰레기통이 없는지라.”

“...”


렐리아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내리깔며 사탕을 꿀꺽 삼켰다. 뭔가 나도 창피하다. 아까 전까지 내가 빨던 사탕이 렐리아의 몸속으로 들어가다니.


"모르카 녀석이 봤으면 큰일 날 뻔했네요. 그래서 이번엔 어떤 시험을?”

“......시각입니다.”

“오호. 하필이면 제일 어려운 걸 고르셨군요. 그럼 따라오시죠. 아, 그전에.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시각 시험에는 관찰 수정구가 없습니다. 방 특성상 설치해도 안보이거든요. 그러니 천천히 즐기다 오세요. 물론 시험을요.”

“......”


그가 장난스럽게 웃는다. 뭐라 말을 꺼내려 했지만, 우리의 발걸음은 어느덧 포탈 앞에 당도해 있었다.


“자자, 그럼 건투를 빌게요. 돌아올 땐 셋이어도 재밌겠네요.”

“아ㄴ-”


슈웅!


나와 렐리아가 뭐라 말하기 전에 파르마는 우릴 포탈 안으로 집어넣었다. 몸의 감각이 먹먹해지는 게 느껴진다. 시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이 멀어져 간다.


─시각을 선택한 학생, 반갑습니다. 저는......


머릿속에 들려오는 파르마의 목소리. 처음 인사말은 모두 통일되어 있기에 무시했다.


─...그럼 이번 시험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우선 주변을 둘러보시면 검은 암전만이 보이실 겁니다.


그의 말대로 현재 방안은 완전한 암전 상태였다. 검은 어둠만이 모든 것을 메꾸고 있다. 이건 시각이 있어도 거의 필요 없는 수준.


─이 방안은 불빛이 없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죠. 대신 시선을 바로 밑으로 내리깔면 바닥이 보이긴 할 겁니다.


고개를 내렸다. 아주 작은 시야지만, 새하얀 바닥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그 외의 것들은 모두 어두울 뿐이었다.


─여긴 미로입니다. 여러분은 이 땅만 보시면서 미로를 탈출하시면 됩니다. 입구는 잠겨 있기 때문에 열쇠도 찾으셔야 하고요.


미친 난이도긴 하다. 시야도 땅바닥만 보게 해주면서 열쇠까지 찾아야 한다니. 고통이 없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제일 어려운 시험이라는 건 변하지 않았다.


─열쇠는 방 안에 풀어놓은 10마리의 고양이 중, 한 마리에게 있습니다. 목줄을 살펴보면 열쇠가 있을 거예요. 하지만 고양이는 이리저리 도망 다니기에 열쇠를 찾으려면 꽤 애를 먹으셔야겠군요.


─그럼.


─파이팅입니다.


파르마의 말은 그것으로 뚝 끊겼다. 이제 시험 시작이다.


‘여보야.’

‘알겠어.’


분명 시험을 난이도는 높다. 하지만 우리에겐 스킬이 있다.


「스킬 고양이 수인화(A)를 사용합니다.」

「완전한 고양이로 변하게 됩니다.」


렐리아의 몸이 점점 작아진다. 머리 부위에는 귀가 생겨났고, 얼굴엔 수염이 길게 내뻗었다.


‘...냐앙.’


이내 렐리아는 완벽한 고양이의 모습이 되었다. 흔히들 길가에서 보이는 고양이. 딱 그 모습이다.


‘다녀와.’

‘냥냥.’

‘그래. 여기서 딱 기다리고 있을게.’


렐리아가 고양이로 변한 건, 열쇠를 찾아오기 위해서였다. 기본적으로 고양이는 야행성이라 밤에도 앞이 훤히 보인다.


그 때문에 렐리아가 고양이로 변하면 열쇠를 찾기 쉬울 거라 판단했다. 그녀는 나에게 핑크 젤리 발바닥을 한 번 흔들고서 앞을 향해 나아갔다.


‘...혼자네.’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렐리아와 함께 움직이는 것보다 그녀 혼자 활동하는 게 더 빠르기에 난 여기서 기다리기로 미리 약속했었다.


그래도...

혼자가 되니 조금 심심하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항상 렐리아와 꼭 붙어 있었다. 이렇게 혼자가 되는 게 얼마 만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나는 벽에 등을 기댄 채 따분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 내 시야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흰색 털의 예쁜 고양이다.


‘렐리ㅇ... 는 아닌데.’


목에 빨간 목줄이 달려 있다. 그렇다면 선생님들이 미리 풀어둔 고양이라는 것. 내가 알기론 열쇠가 있는 고양이의 목줄은 파란색이다. 그렇다면 저건 훼이크용 고양이란 거다.


-냐앙~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리진 않았지만, 녀석은 입을 벌리며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내 몸에다가 자신의 몸을 비비기 시작했다. 얼마나 친화력이 좋은 것인지 옷이 벌써 흰색 털로 가득해졌다.


‘...귀엽네.’


녀석을 들어 올려 무릎 위에 안착시켰다. 슬쩍 확인해보니 수컷은 아닌 것 같다. 고양이는 내 손에다가 자신의 머리를 부비적 거렸다.


‘우쭈쭈.’


냥이의 턱을 긁어줬다. 녀석은 좋다는 듯 꼬리를 살랑거리며 두 눈을 감았다.

이번엔 몸 전체를 쓰다듬었다. 고양이는 내 손길을 피하지 않고 느꼈다. 이 녀석 확실한 개냥이다.


‘고양이 키우고 싶었는데.’


어릴 적 부모님의 반대로 반려동물을 키우지 못했다. 집 안에 털이 날린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럴 때면 밖에 나가 길고양이를 보곤 했는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이었다.


‘...궁디 팡팡 해보고 싶어.’


고양이를 만지게 된다면 꼭 하고 싶었다. 인터넷 영상으로만 봤던 고양이 궁디 팡팡. 나는 슬쩍 손을 엉덩이 쪽으로 가져다 대 천천히 토닥였다.


-냐앙!


고양이는 좋다는 듯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 마치 더 해달라는 자세. 나는 조금 더 세게 궁디를 팡팡 토닥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내 시야에 또 다른 고양이가 들어왔다. 보라색 털에 입에 물고 있는 작은 열쇠. 렐리아다.


‘여보 왔어?’


나는 흰색 냥이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생각했다. 그런데 저 고양이의 얼굴이 좋지 않다. 마치 애인의 바람 현장을 목격이라도 한 듯한 표정.


찰랑- 렐리아가 입에 물고 있던 열쇠가 바닥에 떨어졌다.


‘...렐리아?’


세인은 이해할 수 없었다. 갑자기 쟤가 왜 저러는 거지. 자신은 그저 귀여운 고양이와 놀고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렐리아의 관점에서는 달랐다.


‘내, 내가... 열쇠...’


열쇠 찾으러 간 사이 다른 고양이와 놀고 있다. 그것도 뽀송뽀송한 흰색 털에 불여시 같은 고양이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인간 렐리아라면 별 신경 안 썼겠지만, 고양이의 본능과 섞인 지금은 달랐다.


그녀에겐 세인은 바람을 피우는 것과 같았다.


렐리아의 몸이 부르르 떨린다. 커다란 눈망울은 촉촉하게 젖어 물기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이내 그녀는 세인 쪽으로 점프하며, 인간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어, 어?’


렐리아가 허공에서 손을 활짝 펼쳐, 세인의 위에 착지했다.

꽈악!

두 팔로 세인의 목을 감싼다. 그러고는 부모님께 매달리는 아이 같은 얼굴로 생각했다.


‘나 버리지 마아... 크흥...’

‘아, 아니...’


나는 뭐라 말할 수 없었다. 인간으로 변한 렐리아가 고양이처럼 내 얼굴을 이곳저곳 핥는다. 게다가 얼굴엔 눈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냥!


내 품에 있던 흰색 고양이는 놀란 듯 어딘가로 달아나 버렸다. 그러던 말건 렐리아는 나를 꽉 껴안은 채 구슬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자, 잠깐...’

‘크흥...’


나는 그녀의 눈물을 닦았다. 무슨 일인진 모르겠지만, 우선 진정시키는 게 먼저다. 눈물은 5분간 더 흘러내리다가 샘이 말라버린 것인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괜찮아?’

‘크흥...’


도리도리- 렐리아의 얼굴이 좌우로 흔들린다. 나는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생각했다.


‘내가 버리긴 누굴 버려?’

‘아까... 다른 냥이랑 노랐자나... 크흥...’

‘...?’


순간 뇌 정지가 왔다. 이리도 서럽게 우는 이유가 다른 고양이랑 놀아서 그런 건가? 고작 그게 전부라고?


...아니 뭔.


‘걔랑은 그냥 심심해서 논 것뿐이야.’

‘크흥... 심심해서 딴 여자랑... 놀았, 다구...?’


렐리아의 말랐던 눈물샘이 다시금 작동된다. 그녀는 곧 울음을 터뜨릴 듯한 표정으로 입술을 앙다물었다.


‘그게 아니... 하아...’


도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현재 렐리아의 상태는 고양이의 본성과 합쳐져 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 저번처럼 인간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수밖에.


꽈악- 그녀의 양 볼을 늘어뜨렸다.


‘읏, 아아아...!’


이 정도면 확실하겠지. 그녀의 볼이 붉게 되었을 때, 나는 손을 놨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렐리아는 변하지 않았다.


‘이제 나는 필요 없으니까... 크흥... 막 때리고 그러는 고야...?’

‘......’


드라마에 나올법한 개쓰레기 남주가 되어버렸다. 딴 여자와 외도하고 정작 부인에겐 폭력을 가하는 미친놈.


...난 그런 적이 없는데.


‘자기야... 난 여보 버린 적 없어.’

‘크흥... 그럼 증명해봐...’

‘어떻게?’

‘아까... 여자한테 했던 것처럼 해줘...’

‘......네?’


놀라서 존댓말로 되물었다.

아까 고양이에게 했던 짓? 몸 이곳저곳을 쓰다듬고, 품에 껴안고, 궁디 팡팡도 하고 그랬는데...


그것을 떠올리느라 잠시 멈칫했을 때, 렐리아는 울상을 지었다.


‘크흥... 싫지...? 나, 나 처럼 못생긴 냥이한테눈......’

‘그게 무슨...’

‘망서려짜나... 흐아앙...’


렐리아는 서럽다는 듯 울기 시작했다. 진짜 미쳐 돌아버릴 것 같다. 나도 같이 울고 싶은 심정이다.


‘해, 해줄게...’

‘...크흥. 지짜루...?’

‘...응.’


방법이 없다. 떨리는 손길로 렐리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녀는 내 손을 느끼며 아까의 고양이처럼 눈을 감았다.


‘...됐지?’

‘크흥...’

‘아, 알았어...’


이번엔 렐리아를 꽉 껴안고서 등을 쓰다듬었다. 그제야 좀 편안해졌는지 울음을 뚝 그쳤다.


‘...다음.’

‘다, 다음? 또 뭐가 있었나...?’

‘...궁디 팡팡.’

‘......그건 안돼.’

왜애...?‘

‘대신 고양이로 변해봐.’


렐리아는 훌쩍이며 자신의 몸을 인간에서 고양이로 만들었다. 한층 작아진 그녀가 핑크 발바닥으로 내 몸을 꾹꾹 누른다.


‘냐아앙...’


간절히 원한다는 표정. 나는 천천히 ‘고양이’의 궁디를.

팡팡-

토닥였다.


‘냐, 냐아앙-’



.

.

.

그러는 와중 나는 생각했다.


‘미각은 시발 어쩌냐.’


다음 시험.

벌써부터 걱정이다.


작가의말

응애, 나 아기 망생이...

좋아요랑 댓글 줘...
젭알... 그거라도 없으면... 나 글 모써...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9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소꿉친구와 아카데미 속으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4 추진력입니다. +16 23.11.03 165 6 3쪽
53 【외전) 의심】 +19 21.09.18 231 19 9쪽
52 【외전) 아찔한 바다여행】 +26 21.09.04 299 20 10쪽
51 【엔딩 -완결-】 +25 21.07.03 713 31 6쪽
50 【우리의 기억-보름】 +34 21.06.19 674 42 6쪽
49 【우리의 기억-유진】 +28 21.06.15 728 50 8쪽
48 【첫 경험】 +59 21.06.14 1,021 58 6쪽
47 【관계 발전】 +52 21.05.01 1,282 109 11쪽
46 【중간고사 - 미각(1)】 +32 21.04.15 1,421 90 11쪽
45 【중간고사 - 시각(2)】 +66 21.04.14 1,264 98 16쪽
» 【중간고사 - 시각(1)】 +94 21.04.11 1,419 121 12쪽
43 【중간고사 - 후각(2)】 +102 21.04.10 1,415 122 13쪽
42 【중간고사 - 후각(1)】 +99 21.04.10 1,410 133 13쪽
41 【중간고사 - 촉각】 +63 21.04.09 1,466 93 14쪽
40 【고양이 렐리아】 +75 21.04.07 1,533 94 14쪽
39 【마녀사냥(2)】 +50 21.04.06 1,481 90 12쪽
38 【마녀사냥(1)】 +55 21.04.05 1,546 93 13쪽
37 【진실】 +72 21.04.04 1,612 95 13쪽
36 【오해】 +50 21.04.03 1,631 82 13쪽
35 【마녀】 +63 21.04.02 1,785 102 12쪽
34 【인어공주】 +48 21.03.30 1,893 95 12쪽
33 【맹인 렐리아(2)】 +64 21.03.29 1,896 119 12쪽
32 【맹인 렐리아(1)】 +72 21.03.28 1,930 105 14쪽
31 【수행평가】 +42 21.03.27 1,904 108 14쪽
30 【인물창】 +50 21.03.27 2,007 106 12쪽
29 【가족 여행】 +52 21.03.24 2,159 115 12쪽
28 【인정(2)】 +56 21.03.23 2,122 121 13쪽
27 【인정(1)】 +35 21.03.22 2,273 108 12쪽
26 【손녀(2)】 +77 21.03.21 2,372 129 15쪽
25 【손녀(1)】 +51 21.03.20 2,326 11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