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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력 님의 서재입니다.

소꿉친구와 아카데미 속으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추진력.
작품등록일 :
2021.02.24 05:57
최근연재일 :
2023.11.03 21:34
연재수 :
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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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544

작성
21.03.29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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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맹인 렐리아(2)】

DUMMY

***



하루는 보름이가 유치원에 등교하지 않았다. 어린 유진은 항상 그녀와 함께 놀았으니, 그날은 무척 씁쓸했다.

유치원이 끝난 유진은 자신의 집에 가방을 던져두곤 곧바로 보름이네로 향했다.


“보름아. 유진이 왔어.”

“···유진?!”

“보름이 안ㄴ-”

“유진!!!”


꼬옥-

유진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튀어나온 보름이 그를 꽉 껴안았다. 보름의 눈엔 의료용 안대가 씌어 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유진은 그녀의 등을 천천히 문질렀다.


“보고 시퍼서···”

“볼 수 없자나.”

“옆에 있으니까 갠차나···”


그날 유진은 온종일 보름과 붙어 다녔다. 어딜 가나 항상 손을 맞잡았고, 심지어 화장실을 갈 때도 유진이 데려다주었다. 안 쪽 까지 가는 건 어머니의 몫.


“···떨어지면 안대.”

“웅. 계속 옆에 있을게.”



···계속.

어느 날, 세상이 변하더라도.

네 옆에 있을게.

···



나는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반대편에 곤히 잠들어 있는 렐리아가 보인다. 나와 그녀의 사이엔 아직까지 꼬옥 맞잡고 있는 손이 있었다.


“···우에?”


우리의 손을 꽉 쥐고 있던 세리아는 이미 일어난 지 꽤 된 듯했다. 여타 아이라면 일어난 순간부터 목청이 터지라 울었겠지만, 우리 세리아는 부모님이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안 귀여워 하지?


“잘 잤어?”

“우으!”

“그래. 맘마는 이따 줄게.”


나는 세리아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다가 상체를 일으켰다. 그런데도 오른손은 렐리아와 떨어지지 않았다. 마치 실로 연결이라도 된 듯 말이다.


“···왜 이렇게 꽉 잡고 있지.”


세리아를 안아 드니, 내 손을 꽉 쥐고 있는 렐리아의 가느다란 손이 보였다. 그렇게도 떨어지기 싫었던 걸까. 아니면 두려웠기 때문일까. 나는 곤히 잠든 그녀를 바라보다가 손을 천천히 뗐다.


···꼬옥.

손이 떨어지지 않는다. 최대한 천천히 끌어당겼지만, 그럴수록 렐리아의 손아귀 힘이 세질 뿐이었다. 음··· 이거 살짝 난감하다.


‘자는 애를 깨울 수도 없고···’


어차피 주말이니 그냥 기다려야 하나- 했던 그때, 렐리아의 입술이 꿈틀거렸다.


“우으음···”


이내 작은 입을 나지막이 벌리며 숨을 내뱉는다. 그러고는 그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진··· 자아···?”

“아니. 깨어 있었어.”

“엇···”


렐리아의 고개가 허공으로 향한다. 미안하지만 그쪽이 아니야. 나는 세리아를 놓아두곤 렐리아의 고개를 내 얼굴 쪽으로 돌려주었다.


“잘 잤어?”

“웅···”


뚱하면서도 귀여운 얼굴이 보인다. 새하얀 볼이 살짝 부풀어져 있다. 자두 같은 입술 근처엔 침이 조금 묻어 있었다. 나는 휴지로 그것을 닦아내고서 잔 머리카락을 정리해주었다.


“···힘들지.”

“전혀. 평생 해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냥 나한테 시집와서 평생 돌봄 받을래?”

“······뭐래.”


렐리아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침대로 얼굴을 돌렸다. 그래도 가려지지 않은 귓불이 붉어지는 게 보인다. 나는 그것을 몇 번 쓰다듬었다.


“흐으··· 가, 간지러워···”

“미안미안.”


나와 렐리아는 그 뒤로 밥을 먹고, 세리아에게 마나를 먹였다. 저번에 장인어른을 본 뒤로 살짝 편식을 하긴 했지만, 최근엔 열심히 마나를 빨아 먹는다.


“쪼오오오옵···”

“아주 그냥 뼛속까지 다 긁어먹겠네.”

“···맛있어?”

“우으!”


세리아는 자신의 커다란 배를 문지르곤 잠에 들었다. 나는 딸을 침대에 고이 모셔두었다. 내 어깨를 잡고 있던 렐리아는 살짝 어두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유진.”

“왜 그래?”

“······나.”

“어.”

“호··· 화장시일······.”


렐리아의 목소리가 개미 기어가듯 작아진다.

아.

올게 왔구나.

화장실. 볼일을 볼 수 있는 곳. 평소라면 가고 싶을 때마다 편하게 들락날락할 수 있는 곳이었지만···


‘동해 물과······’


지금은 그게 아니다. 머릿속이 심란하다. 어떤 생각이 자꾸만 떠오르려 한다. 나는 그것을 애국가로 막아내며 렐리아를 돌아봤다.


“가, 가자.”

“······”


렐리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애초에 말을 할 수 없었다. 지금 소꿉친구랑 같이 화장실 가는데 무슨 말을 꺼낼까. 부끄러워 죽을지도 모른다.


“혼자··· 들어가는 건 힘드나?”

“······”


끄덕끄덕.

렐리아의 고개가 흔들렸다. 얼굴은 피보다도 진한 색으로 달아올라 있었다. 이젠 어쩔 수 없다. 괜히 내 고집대로 그녀를 혼자 화장실에 집어넣었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쩌는가.


‘···어릴 때도 화장실은 보름이 어머니가 들어가셨는데.’


괜스레 오늘 꿨던 꿈이 떠오른다. 어릴 적 보름이 다래끼에 걸렸을 때의 꿈. 아마 그때도 온종일 보살폈었지.


‘···도착했다.’


나와 렐리아는 화장실 앞에 섰다. 오늘따라 화장실 문이 절대 열어선 안 될 것 같은 기분이다.


“···들어간다?”

“······웅.”


철컥.

문고리를 잡아 열었다. 어두운 화장실 내부가 눈에 들어온다. 렌트를 켜 안을 훤히 밝혔다. 안쪽 구석의 수세식 변기가 보인다.


나는 그곳의 앞까지 가 렐리아를 앉혔다. 그리고 곧장 몸을 돌렸다. 손은, 맞잡은 채였다.


“아, 안 볼 거니까 걱정 마.”

“······알았어.”


눈을 질끈 감았다. 몇 분 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게 얼마나 지났을까. 물 흐르는 소리가 침묵을 깨버렸다.

나는 손을 잡지 않은 반대 손으로 한쪽 귀를 틀어막았다. 속으론 빨리 끝나기를 기도했다. 곧이어 물줄기 소리가 잦아들었고, 이내 렐리아는 몸을 일으켰다.


“···가, 가자.”

“어··· 그래.”


렐리아가 내 옷깃을 잡았다. 그리고는 아차 싶었는지 곧장 손을 뗐다.

···손을 안 씻었다.


나와 렐리아는 화장실에서 나와 소파에 앉았다. 딱히 할 것도 없었고, 잠시 휴식을 취할 겸한 것인데···


‘미치겠다.’


어색한 기류가 흐른다. 화장실 이후 아무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 아니,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큼··· 유진···?”

“으, 어.”

“그으······ 잊어줘···”

“······어.”


잊으라고 하면 잊히나. 그게 말대로 되는 게 아니다. 자꾸 귓가에 물소리가 맴돈다. 나는 머리를 부여잡아 최대한 잊으려고 노력했다. 그때, 누군가 문을 쾅쾅 두들겼다.


“···누구야?”

“모르겠어. 올 사람이 있나?”


우리 둘 다 아싸라 없을 텐데···

나와 렐리아는 의아해하며 문 쪽으로 다가갔다.


“누구세요?”

-“네가 존나 팬 사람인데요?”

“···메르엔?”

-“알겠으면 열어.”


나는 문 손잡이를 잡아 돌렸다. 그러자 팔짱을 낀 채 싱긋 웃는 메르엔이 보였다. 얘가 왜 여기 있지? 장인어른이랑 돌아간 게 아니었나···


“그, 손님이 왔으면 안으로 들여보내는 게 맞지 않나?”

“···들어와.”

“들어오라니. 쪼끄마한 게 누나한테 반말 찍찍이네.”


메르엔은 투덜대며 안쪽으로 들어왔다. 그러면서 나와 렐리아가 맞잡은 손을 확인했다. 이내 그녀는 기가 차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뭘 했는지 보이네.”

“···”


설마 화장실 같이 들어간걸 들킨 건 아니겠지. 나는 잠시 멈칫하다가 평정심을 되찾았다. 그걸 알 리가 없잖아.


“뭔 소린지.”

“뭐, 딱 봐도 알겠구만. 근데 맨날 손잡고 다니면 안 불편 하냐? 그거 주변에서도 꼴 보기 싫어해. 세상에 둘이만 사냐? 그러다 화장실도 같이 들어가겠다?”

“푸흡!”

“···괜찮냐?”


들이켜던 커피를 뱉어냈다. 나는 휴지로 탁자와 입가를 닦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메르엔이 조심스레 말했다.


“진짜 그런 건··· 아니지?”

“그럴 리가. 하도 어이가 없어서 뿜었다.”

“그래··· 아무리 미쳐도 그건 아니겠지.”


···맞는데.


“그래서 왜 왔지?”

“뭐, 그렇게 쌀쌀맞냐. 근데 얜 왜 눈을 안 떠?”

“무속섬을 먹어 그렇다.”

“아, 무속섬. 그걸 먹··· 뭐?!”


메르엔이 눈을 크게 떴다. 그녀는 자신의 귀가 잘못된 것인지 의심했다. 무속섬이라니. 최근엔 물량도 없어서 구하지도 못하는 영약인데···


“설마 아빠가 준 거야?”

“그래.”

“참나··· 미치겠네. 도대체 저년이 뭐가 예쁘다고···”

“적어도 너보단 예쁘지.”

“뒤질래?”

“할 수 있으면 해보던가.”

“···허.”


메르엔은 주먹을 내렸다. 괜스레 복부가 쓰려 온다. 그때 세게 얻어맞은 뒤로 저 녀석을 볼 때마다 그랬다.


“그래서, 왜 온 거지?”

“이거 전해주러 왔어.”


메르엔은 쪽지 한 장을 건넸다. 나는 그것을 받아들곤 그녀를 바라봤다.


“이게 뭔데.”

“···반말은 언제까지 할 거야?”

“이게 뭔데, 요.”

“존나 너 렐리아냐? 부부라 그런지 싸가지 없는 것도 똑같네.”

“그거 미안하군.”


메르엔에겐 미안하지만, 말투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이것도 좀 고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됐다. 일단 읽어봐.”


나는 한 손으로 종이를 펼쳐 천천히 읽었다. 내용은 꽤 재밌었다. 데르엔 샤이. 아버지가 보내온 것이었다.


[ 너에게 줄 새로운 검을 준비했다. ]


새로운 검.

검술명가인 샤이가에서 그것이 뜻하는 바는 하나였다.

「가주의 인정」

저번 지명 의뢰서에 적혀 있던 보상. 나는 작게 입꼬리를 올렸다.


“좋냐?”

“그래.”


언제나 새로운 건 좋다. 검날도 좀 닳은 것 같아 새로운 검으로 바꿀까 고민을 하긴 했는데, 이렇게 알아서 손에 들어오니 기쁘지 않을 수가.


“그럼 용건은 끝인가?”

“어. 이제 가봐야겠다.”


메르엔은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었다. 나는 렐리아를 잡던 손을 주물럭거리다가 말했다.


“잘가.”

“그래그래. 배웅은 필요 없으니까 하던 거 마저 하세요~”


메르엔은 그 말을 끝으로 밖을 나섰다. 이제 집안엔 나와 렐리아만 남은 상태. 나는 손에든 쪽지를 조금 더 읽었다.


[ 새로운 검은 드워프 대장간에 의뢰를 맡겨 뒀으니 찾아가도록. 시간은 중간고사가 끝날 때 즘이겠군. ]


중간고사가 곧 이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쪽지를 내버려 두고서 렐리아를 흔들었다.


“여보?”

“···유진.”

“어? 왜 그래?”


렐리아의 안색이 안 좋다.

나는 그녀의 이마를 짚었고, 렐리아는 작게 입을 벌렸다.


“······화장실.”



***



하루가 지났다.

이제 곧 무속섬의 부작용이 끝나는 시간. 나는 렐리아와 침대에 마주 보고 앉아 손을 맞잡았다.


“여보. 눈이 떠지면 하고 싶은 거 있어?”

“음··· 세리아랑 놀기?”

“···나는?”

“너랑은 맨날 붙어 다녔잖아···”

“참나. 그래서 나 버리겠다는 거지?”

“···그건 아닌ㄷ-”

“너무해.”

“···”


렐리아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마 타면 주먹이 나갈 뻔했다. 슬슬 눈이 떠질 시간이라 그런지 나긋해졌던 성격이 돌아오는 것 같았다.


그 뒤로, 몇 시간이 더 흘렀다.

창문 밖으로 새까만 하늘이 보인다. 하지만 렐리아는 아직도 눈을 뜨지 못했다.


“···유진. 나 왜 이래?”

“거, 걱정 마. 곧 떠질거야.”


그러나.

한 시간이 더 흘러도.

두 시간이 흘러도.

렐리아의 눈은 떠지지 않았다. 이내 그녀의 눈가에 투명한 물길이 흐른다.


“왜, 왜 안 보여···”

“···”


렐리아가 손으로 내 얼굴을 더듬는다. 진짜 왜 이러는 거지? 나는 렐리아의 눈가를 매만졌고, 그때 눈앞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무속섬의 독에 중독되었습니다.」

「빠르게 해독해주십시오.」


“···뭐야. 중독?”


무속섬에 있는 독이라곤 실명을 하게 만드는 디버프 독뿐인데···


‘아.’


생각해보니 여긴 현실이다. 게임이 아닌 현실. 원작에선 그저 복용하기만 하면 디버프로 실명 이틀을 얻었기에 부작용이 그게 전부인 줄 알았는데···

현실에선 중독이 가능하다.


“시발.”


이거 살짝 좆됐다. 머리가 빠르게 돌아간다. 해독을 어떻게 하지? 해독제? 그런 게 지금 어디··· 아.

해독제는 없지만, 독을 없애는 방법은 있다···


“···여보. 눈감아.”

“아니, 눈이 안떠ㅈ-”



츄릅.

.

.

.

「독성을 섭취합니다.」


작가의말

퇴고 못했어요.

지금 모바일로 보면서 실시간으로 하겠습니다.

빨리 보신분 정말 죄송해요.

+

댓글 좋아요... 염치없지만 부탁드립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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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중간고사 - 시각(2)】 +66 21.04.14 1,255 98 16쪽
44 【중간고사 - 시각(1)】 +94 21.04.11 1,417 121 12쪽
43 【중간고사 - 후각(2)】 +102 21.04.10 1,410 122 13쪽
42 【중간고사 - 후각(1)】 +99 21.04.10 1,406 133 13쪽
41 【중간고사 - 촉각】 +63 21.04.09 1,464 93 14쪽
40 【고양이 렐리아】 +75 21.04.07 1,524 94 14쪽
39 【마녀사냥(2)】 +50 21.04.06 1,477 90 12쪽
38 【마녀사냥(1)】 +55 21.04.05 1,541 93 13쪽
37 【진실】 +72 21.04.04 1,606 95 13쪽
36 【오해】 +50 21.04.03 1,626 82 13쪽
35 【마녀】 +63 21.04.02 1,781 102 12쪽
34 【인어공주】 +48 21.03.30 1,889 95 12쪽
» 【맹인 렐리아(2)】 +64 21.03.29 1,891 119 12쪽
32 【맹인 렐리아(1)】 +72 21.03.28 1,922 105 14쪽
31 【수행평가】 +42 21.03.27 1,902 108 14쪽
30 【인물창】 +50 21.03.27 2,002 106 12쪽
29 【가족 여행】 +52 21.03.24 2,155 115 12쪽
28 【인정(2)】 +56 21.03.23 2,119 121 13쪽
27 【인정(1)】 +35 21.03.22 2,264 108 12쪽
26 【손녀(2)】 +77 21.03.21 2,363 129 15쪽
25 【손녀(1)】 +51 21.03.20 2,321 1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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