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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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한 정신 속 귓가에 파르마 교수의 목소리가 울러 퍼졌다.
─시험이 종료되었습니다.
그와 함께 흐릿했던 의식과 시야가 돌아왔다. 두 눈을 끔뻑이니 처음 들어왔었던 시험장의 모습이 보였다.
“으음······.”
옆에서 들려오는 침음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어지러워하는 렐리아가 보였다. 다급히 달려가 그녀를 부축한다.
“괜찮아?”
“음··· 응.”
의식이 돌아오는 중이었던 것인지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엔 렐리아 혼자서 설 수 있었다. 우린 서로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조용히 다가가 그녀를 껴안는다.
“······.”
따뜻한 품속이 그리운 시간이었다. 끔찍한 기억 속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우리는 5분 남짓한 시간 동안 그저 안고만 있었다.
“혹시··· 봤어? 류미 말이야.”
“······응.”
류미 그레스.
그녀의 몸 안에, 나와 보름의 부모님이 겹쳐 보였다. 그것이 환각 마법에 따른 증상인지, 아니면 우리가 빙의된 것과 관련 있는지는 아직 확실히 모른다. 허나 확인해볼 가치는 충분히 있었다.
“가보자.”
“···조금만 더 있다가.”
시험장을 빠져나가려는데, 렐리아가 몸을 저지시켰다. 안고 있던 손에 힘을 더 주어 고개를 품속으로 깊게 파 넣는다. 그 품속에서 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내쉬면서 말한다.
“조금만 있다가 갈래.”
“···그래.”
나 역시 그녀를 안아주며 시간을 보냈다.
***
류미가 있을 만한 곳은 시험장이나 식당 정도가 전부였다. 다만 아무래 찾아도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근처에 있던 모르카 교관에게 다가갔다.
“류미? 잘 모르겠군. 무튼 너희들 시험은 모두 끝난 거지? 그럼 자유시간이니 좀 놀다가 알아서 들어가라.”
“네.”
모르카 교관도 어디 있는지 잘 모른단다. 그럼 아카데미 밖을 나간 것일까? 일단 내부를 더 찾아보는 게 좋겠다. 그런 생각으로 주변을 더 둘러보는 와중, 옆에 있던 렐리아가 화색을 하며 내 팔을 잡아끌었다.
“류미 저깄다!”
“아. 다행이네.”
사람이 아무도 없는 뒷골목에서 홀로 벽에 등을 기댄 채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게 있다면 평소와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이었다. 일단 생김새는 확실히 류미가 맞으니 우린 그녀에게 달려갔다.
“···왔니?”
류미가 우릴 힐끔 보더니 말했다. 확실히 평소와 말투도 다르다. 존댓말이 아닌 반말인 걸 보니.
나는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는 한차례 긴 한숨을 토해내다가 입을 열었다.
“그럼 따라와.”
“어딜?”
“보여줄 게 있어서 그래.”
류미는 그 말을 끝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뒷골목을 따라 걸었다. 나는 따라가도 되는지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청각 시험에서 봤던 어머니의 얼굴 때문에 무거운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류미와 도착한 곳은 아무것도 없는 벽면이었다. 그녀는 그 벽을 두어 번 두들겼더니, 이내 손에서 새하얀 빛을 내뿜었다. 빛은 허공을 타고 움직여 벽에 스며들었다.
“조금만 기다려.”
딱딱했던 벽면은 빛에 맞닿자, 공간이 허물어지듯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새하얀 게이트가 생성됐다. 류미는 그것을 가리키며 입을 뗐다.
“여기에 너희가 궁금해하는 게 있을 거야. 한 번 확인해봐.”
우리가 궁금해하는 거라면 한 가지밖에 없다.
부모님의 안부.
과연 그때 봤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렐리아와 눈을 맞췄다. 그녀 역시 나를 바라봤고, 잠시간의 침묵은 곧 긍정이 되어 서로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가자.”
“응.”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무거웠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기분이었다. 우린 그 감각을 유지한 채 게이트 안으로 들어섰다.
따가운 빛이 시야를 가렸다. 두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뜨자, 그리웠던 얼굴이 보였다. 나와 보름의 부모님이었다. 허나 한순간에 불과했다. 그들의 얼굴은 우리와 눈을 맞추자마자 먼지가 흩날리듯 사라졌다.
“봤어?”
뒤따라 들어온 류미가 렐리아 옆에 섰다. 그녀는 이 공간이 익숙한지 한참 동안 허공을 바라보다 입을 뗐다.
“나를 창조해주신 분들이야. 이 세계 역시 그분들이 만드셨지. 너희가 좋아하던 게임이라며? 언젠간 네들이 올 수 있도록, 상자 안에 있던 게임기에 빙의 포탈을 설치해 두셨어.”
류미는 잠시 우리를 흘겨보다 입을 뗐다.
“그리고 사라지셨지. 너희가 살아갈 수 있도록 나를 만들어둔 채. 아마 이 세계를 창조하느라 성력을 다 써서 그런 걸 거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우리가 가만히 있자, 류미는 말을 이었다.
“너희가 보고 싶었데. 만약 게임 속 생활이 힘들었어도 미워하지 말아 달라고 전해 달랬어.”
류미는 우리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분들을 만나는 법이 궁금하지 않니?”
“···방법이 있어?”
“그럼. 아주 간단해. 이 게임의 끝을 보면 되지. 그러니까 엔딩을 보면 된다는 거야. 너희는 고인물이니까 그 정도는 쉽겠지?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말이야.”
나와 렐리아는 서로를 바라봤다. 뭐라 말할 것도 없었다. 애초에 이 게임의 끝을 볼 생각이었다. 헌데 그 엔딩 뒤에 부모님이 계신다면, 새로운 목적이 생긴 것과 다름없었다.
“······해보자.”
“응.”
분명히 어려울 것이다. 이 게임의 엔딩은 보기 힘들기로 소문이 자자했다. 그걸 실제로 재현한다는 건 더 어렵겠지.
그래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우린 혼자가 아닌, 둘이니까.
그것도 랭킹 1, 2위를 달성했던 두 명의 고인물 플레이어.
뭐든지 함께 하면 된다.
우린 말없이 서로에게 입맞춤을 한 채, 엔딩을 보기로 다짐했다.
-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2주 뒤에 돌아온 추진력 입니다.
우선 갑작스러운 완결 소식에 대가리를 박겠습니다.
원래라면 열린 결말이 아닌, 이 게임의 엔딩을 보고 부모님을 만나는 형식으로... 완결을 짓고, 외전으로 달달한 신혼 생활을 쓸 계획이었습니다만..
아쉽게도 성적이 안 나와서 유료화는 못하고, 시험이라는 악재까지 겹쳐 조기 완결 형식이 되어 버렸네요...ㅠㅠ
결말에 실망하셨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정해진 결말 대로 가는 게 맞는 것 같아, 열린 결말 형식으로 마무리 했습니다.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침대 위에서 그랜절이라도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따라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독자님들.
여러분들의 댓글과 좋아요 등의 관심이 없었다면 저는 여기까지 쓰지 못했을겁니다.
항상 사랑합니다.
그리고...
다음엔 웃는 얼굴로 만나요!
유리멘탈 추진력이 아닌, 좋은 작가 추진력으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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