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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페츠 님의 서재입니다.

백수 Fl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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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페츠
작품등록일 :
2021.12.0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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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2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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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9 교수 모집 (2)

DUMMY

산학협력은 정부나 기업이 대학이나 공공연구기관에 교육 및 연구 활동의 목적으로 기술제휴, 협동, 원조를 통하여 기술 교육과 생산성의 향상을 기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대학은 심도 있는 기술을 개발할 기회와 개발된 기술의 권리를 얻을 수 있고 정부나 기업은 개발된 상대적으로 저렴한 투자로 기술 개발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어디나 돈이 있는 곳엔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정부의 연구비 지원은 정보를 아는 일부의 사람들이 대부분의 혜택을 받는 상황이라 정보가 늦거나 알지 못하면 정부 지원을 못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정부 관계자는 지원된 연구비에 대한 조사나 보고를 받지 않아서 그저 연구비를 개인 쌈짓돈처럼 여기는 교수들도 있었다.


기업과의 산학협력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오히려 정부보다 삭막해서 철저한 갑을 관계로 인한 불이익이 심했다.


계약 체결 당시부터 법에 대해 잘 모르는 연구자들을 상대로 이면계약이나 독소조항을 포함한 계약을 진행하여 정말 푼돈에 불과한 돈을 받고 결과물을 넘겨주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푼돈이라도 받으면 다행이고 보통은 아무런 저항도 못 하고 자신의 연구 결과를 넘겨줘야 하는 일도 다반사라고 한다.


심지어 학교가 비 전임교수인 연구원들에게 전임교수를 시켜준다는 명목으로 특허권을 빼앗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물론 그들이 전임교수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연구에 필요한 자금은 부족한데 산학협력을 하자는 기업이 있더라도 섣불리 연구를 못 하는 상황입니다.”


자신이 대학을 나온 이유 중에 하나도 그런 이유였단다.


한 교수의 말을 들으면서 한편으론 화가 나면서 다른 한편으론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기술을 정당한 대가도 받지 못하고 눈앞에서 강탈당하는 기분은 어떤 기분일까.’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교수님 말씀 잘 들었습니다. 학교 이사장으로서 확실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학교 연구소에서 나오는 모든 결과물은 반드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 교수는 나의 대답에 두 손을 떨더니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는 많은 연구원이 정말 듣고 싶은 말일 겁니다. 제가 대신 감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그 뒤로 학교 개교는 내년 3월 2일에 진행할 예정이니 그 전에 정리할 시간을 한 교수에게 드리기로 했다.


물론 한 교수가 만든 회사(첨단차)도 학교 내에 두어 자율주행 관련 연구와 함께 미래 자동차 기업으로 육성하도록 했다.


‘혹시라도 진짜 키트¹같은 차를 만들지 어떻게 알아?’


사람이 기계와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며 운전은 당연하고 비서 역할까지 하는 그런 시대가 왔으면 하는 망상이 떠올랐다.


그리고 대학교 때 같이 연구했던 팀원들도 함께 올 의향이 있는 사람은 환영한다는 말을 전하며 다시 전주로 내려왔다.


물론 내 차의 운전대는 이상천 사장이 잡게 되었지만.


“이번에도 잘 부탁합니다.”


“허 참. 허허허.”


다음 날 출근해서 어제 있었던 일을 빌에게 전하자 빌의 눈빛이 반짝이며 되물었다.


“그 한 교수라는 분이 텍사스 A&M 주립대에서 교수를 하셨다고 했죠?”


“어? 어···.”


그러자 빌은 갑자기 컴퓨터 앞에 앉더니 뭔가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타각타각타각


너무 열정적으로 타자기를 두드리는 모습에 차마 뭐라고 말도 못 하고 그저 빌의 일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아···. 이제 좀 반응이 있으려나?”


“뭐해?”


“아. 미국에 초빙할 교수들에게 메일을 보냈는데 인문계열 쪽은 다 온다고 했는데 공대 쪽이 반응이 별로여서요. 한 교수님이 그곳에서 교수로 있으셨다면 아마 내가 알기로 몇 명은 그 교수님 밑에서 수학한 사람도 있을 거예요. 그럼 뭔가 반응이 있지 않겠어요?”


게다가 스코필드 재단에서도 A&M 대학에 엄청난 발전기금을 후원²했다고 한다.


빌의 표현을 빌리자면 학연을 무시하지 못한다나 뭐라나···.


‘저 인간 외모만 외국인이지 속은 한국인 아닌지 몰라···.’


그렇게 빌과 학교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빌의 핸드폰이 울렸다.


- 삐리리리리


“Hello?”


“Who am I speaking to? (전화하신 분이 누구신가요?)”


“Oh. professor Jame. I've been waiting for your call. (제임스 교수님. 전화 기다렸습니다.)”


‘미국 대학 교수인가?’


빌이 메일을 보낸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전화가 온 거라곤 믿기지 않았다.


“Thanks for calling and have a great day. (전화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빌은 무려 10분을 넘게 통화하더니 기분 좋은 미소로 통화를 종료하며 나에게 말했다.


“그 한이라는 분과 같이 교수했다는 분이에요. 그분과 같이 일했을 때 좋은 기억이 있어서 전화했다는데 자신이 한국에 방문해도 되겠냐고 묻더군요.”


“음. 그게 꼭 우리 학교로 온다는 얘기는 아닌 거 같은데···.”


“하하. 그럴 수도 있죠. 근데 혼자만 올 것 같지 않아요. 몇 명 같이 온다는데 비행기표 끊어주기로 했어요.”


“엥? 그렇게 막 일 저질러도 돼? 한 교수님 의향도 물어봐야지.”


나의 염려에 빌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얘기했다.


“그게 내 알 바는 아니죠. 연락처만 보내주면 그쪽에서 알아서 하겠죠. 보고 싶은 사람이 알아서 연락하고 만나겠다는데 나야 말릴 이유는 없죠.”


평소 계획적으로 움직이던 빌이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오는 게 왠지 이상했다.


“빌. 그동안 무슨 일 있어? 왜 이렇게까지···.”


“무슨 일은요. 그저 감히 스코필드에서 지원해주는 돈은 꼬박꼬박 잘도 받아먹던 인간들이 막상 도움을 요청할 땐 모른 척하는 게 열받기는 하지만 그건 개인 사정 아니겠어요?”


그 뒤로 빌에게 10여 분간 미국 교수들 뒷담화를 들어야 했다.


‘열 받았네. 응. 열 받았어.’


그 일이 있고 6월이 다가왔다.


그동안 이서와 만성동 농지엔 모내기 시기가 다가와서 한창 바쁠 때였고, 보건소 리모델링은 마무리에 들어가며 내부 장비들을 들여놓고 있었다.


들리는 말론 전주 극단들이 모여서 하나의 연극을 만들고 있단다.


그 이유는 새로 만들어질 대공연장(100석 규모의 공연장)에 서로 들어가려고 눈치 보느니 차라리 다 같이 출연하는 연극을 만들어 모두 출연하자고 한 단장이 건의했고 나머지도 동의해서 진행하는 거란다.


“뭐 알아서 잘하고 있네.”


나도 처음에 대공연장을 누가 쓸 것인가 고민되긴 했지만, 연극인들답게 연극으로 좋은 결과를 낸 것 같아 흐뭇하기도 했다.


기린대 리모델링도 대대적인 공사가 들어가면서 시민단체와 학생들도 두 팔 벌리며 환영했다.


그동안 학교가 너무 노후화되는 바람에 학생들도 학교에 대한 애착심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거의 전면공사에 가까운 리모델링을 진행하면서 학교에 대한 학생들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은 오랜만에 활발해졌다.


- 야. 이번에 이사장 바뀌었다더니 정말 학교 다닐 만하겠다.

- 뉴스 보니까 종합대학으로 승격도 됐던데 그럼 좋아지는 건 뭐냐?

- 일단 학교가 좋아진다.

- 그것보다 이번에 연습용 피아노 바뀌는 거냐? 제대로 소리 나는 피아노가 하나도 없었어!!

- 모든 기자재 전부 새 걸로 교체한단다!!

- 그것도 그거지만 기숙사 올린다던데 몇 명이나 들어갈 수 있으려나? 새벽 별 보고 학교 가는 거 지겹다. ㅠㅠ

- 넌 그나마 집에서 다니지. 난 여기 월 50만 원에 하숙하는데 차라리 학교에서 텐트 치며 살고 싶다. 밥은 맛없고, 주인은 사납고, 에어컨은 못 틀게 하고. ㅅㅂ. 그럴 거면 왜 하숙하는지.

- 너도? 내가 있는 하숙은 쥐 나온다. 시바. 세수하다 내 발등을 올라탄 쥐에 놀라서 넘어지는 바람에 꼬리뼈 다침.


그 뒤로 학교 근처 하숙집에 대한 불만 성토대회가 열린 것처럼 너도나도 자기네 하숙집이 제일 못났다는 인증 글들로 게시판이 도배되었다.


하지만 불만은 학생들에게만 있지 않았다.


학교 게시판의 주인공(?)인 하숙집 주인들이 단합해서 공사를 방해하고 나섰다.


“지역경제 다 죽이는 이사장은 물러가라!!”


“물러가라!! 물러가라!!”


“이사장은 우리와 상의도 없이 기숙사 건축을 강행했습니다!! 이건 지역 상인들을 다 죽이겠다는 이야기입니다!! 기숙사만 아니라 학교 안에 매점과 식당을 만들면 그야말로 이 지역 상권들 다 죽습니다!!”


대표로 보이는 사람이 공사 차량이 다니는 길 한가운데 단을 만들어서 사람들을 모아놓고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그로 인해 학교 공사는 전면 중단되었고 공사 인부와 상인 간의 몸싸움이 벌어지고 이슈가 되면서 뉴스에도 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지역 신문과 뉴스에서는 대체로 중립적인 논조였다면 국내 대형 언론사인 조중일보나 중아일보에선 대기업의 횡포라는 식으로 기사가 나왔다.


그중 제일 어이없는 게 동선일보였다.


『SH 그룹의 대표 윤선한. 그는 정말 선한 사람인가?

그동안 보육원 지원이나 연극인 지원은 이것을 위한 밑밥이었나?』


그러면서 추측성 보도 아니 음모론에 가까운 소설을 쓰면서 내가 해왔던 일들은 전부 이것을 위한 큰 그림이었다는 식으로 작성했다.


“응? 이게 왜 내 탓?”


기사 내용에 어이없는 와중에 이창서 사장이 오랜만에 내 사무실을 찾았다.


“윤 사장. 바빠?”


“괜찮습니다.”


“자네도 그 기사 보고 있었구먼.”

이 사장은 침울한 표정을 짓더니 갑자기 나에게 사죄했다.


“미안하네. 이게 다 내 탓이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자네에게 학교 인수하라고 하지 않았어도, 아니 내가 자네 관련된 기사를 작성하지 않았어도 저들이 나서지 않았을 것이네. 저들에게 나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거든.”


“그러니까 제가 이 사장님과 친하게 지내서 저런다고요? 설마 그럴 리가요.”


나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고 이 사장은 설명을 이었다.


“내 회사가 이렇게 클 수 있었던 건 대부분 자네의 이야기를 기사화한 덕분이네. 그동안 굵직굵직한 사안들이 내 회사를 통해서 기사화되었고 대형 언론사조차 내 기사를 받아쓰는 정도였으니 그들로선 자존심 상했을 것이야. 발톱만큼의 때만도 못하게 여겼던 언론사의 기사를 받아쓴다니 얼마나 자존심이 상했겠나.”


언론사의 생리를 전혀 모르기에 그러려니 했지만 일단 중요한 일은 그게 아니었다.


“지금 중요한 건 공사 재개지 언론에서 뭐라 떠드는지 신경 안 쓰니 걱정하지 마세요.”


나의 대답에도 이 사장의 얼굴은 펴질 줄 몰랐다.


그런 와중에 게임사 사무실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네. SH 게임즈입니다.”


[야! 너네 사장 바꿔!]


“네? 실례지만 누구신가요?”


[바꾸라면 바꿔!! 미친 새끼야!! 지금 상인들 다 죽일 생각이냐!? 어!?]


“아니. 저기요. 흥분하지 마시고···.”


그 전화 뒤로 마치 누군가 짜 맞춘 듯 사무실의 모든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고 그 전화 대부분은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욕과 함께 사장을 찾거나 죽인다는 협박 전화였다.


그리고 최선아 CEO가 내 방에 찾아왔다.


“대표님. 지금 상황이 상당히 심각합니다. 저희뿐 아니라 아마 엔터 쪽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순간 난 당황해서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 각 주 --------

1. K.I.T.T : KBS 2TV에서 1985년~1987년까지 방영된 미국 드라마 ‘전격Z작전 (미국명 Knight Rider)’에 나오는 하이테크 슈퍼카의 이름

2. 미국 언론사 USA TODAY의 조사에 따르면 A&M 주립대의 1년 발전기금으로 후원되는 금액이 2021년 기준 135억 달러(한화 약 14조)가 모였다고 함. 미국 내 공사립학교 중 부유한 대학교 8위.


작가의말

전격 Z 작전 아는 사람 최소 40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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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078 교수모집 (1) +1 22.03.21 232 8 17쪽
75 077 승격 +1 22.03.18 251 11 17쪽
74 076 계획대로 +1 22.03.17 273 1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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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071 Untouchable +1 22.03.10 293 10 17쪽
68 070 해결책 +1 22.03.09 294 1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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