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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페츠 님의 서재입니다.

백수 Flex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헤페츠
작품등록일 :
2021.12.03 16:35
최근연재일 :
2022.04.08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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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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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03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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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065 극단 한그루

DUMMY

나는 다음날도 오디션 현장에 방문해서 심사위원들과 함께 오디션에 참관했다.


오디션 참가자들은 대부분 연기를 준비해왔지만 반면에 성대모사나 유명인의 행동을 모사하는 친구도 있었고, 노래와 춤을 선보이는 친구들도 있었다.


처음엔 그게 뭔가 싶어서 이상한 눈으로 지켜봤는데 심사위원들은 그런 부분도 평가하는 모습에 원래 그런가 보다 했다.


잠시 쉬는 시간에 어제 회식에서, 많은 얘기를 나눈 장한성 PD에게 물어봤다.


“연기 오디션인데 저렇게 노래랑 춤을 보여주는 것도 평가에 들어가나요?”


“아. 그거요? 개인기 정도는 약과에요. 차력을 선보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이 누구의 아들이라는 사람도 있고 뇌물을 주는 사람도 있어요.”


“예?! 그렇게까지 한다고요?”


난 상상도 못 하는 일들이 오디션에서 일어난다는 모습에 기겁했다.


연예인이 뭐라고 그렇게까지 하나 싶었지만 그런 걸 잘 모르는 일이기에 그냥 듣고만 넘겼다.


그렇게 5일간의 1차 오디션을 통해 총 100명의 인원이 선발되었다.


오디션 참가자 모두에게 개별적으로 문자 메시지를 통해 합격/불합격 통보되었고, 합격한 100명의 인원에겐 2차 오디션을 위해 이메일을 확인하라는 내용이 추가되었다.


2차 오디션은 보름 후인 4월 4일에 진행하기로 했다.


특이하게도 2차 오디션은 5명이 한 조를 이뤄서 조별로 평가를 진행한다고 한다.


다만 연기자들 간의 호흡을 보기 위해 조별로 나누는 것이지 조 평가가 아닌 개인 평가가 진행되는 방식이기에 조 편성이 잘 돼서 합격했다는 얘기는 나오지 않게 했다.


연기 주제는 자유였고, 한 조당 5분 내외로 연기를 진행하는 게 2차 오디션의 주요 과제였다.


총 20개의 조를 6명의 심사위원이 3팀으로 나눠서 평가하기로 했고, 조 편성은 무작위로 편성되어 이메일로 통보되었다.


----


「안녕하세요. SH 엔터테인먼트입니다. 본 문자를 수신하신 분들은 1차 오디션에 합격하신 분들입니다. 1차 합격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2차 오디션은 4월 4일에 있을 예정이고, 2차 오디션에 대한 자세한 안내는 메일로 발송되었으니 반드시 메일 내용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기타 문의 사항은 아래 연락처로 문의 바랍니다. 063-2XX-XXXX」


극단 한그루 출신의 박준성은 합격을 알리는 문자 메시지를 보고 길을 가다 말고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아아!!!”


옆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자신을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는데도 전혀 개의치 않고 극단을 향해 걷는 속도를 높이더니 나중엔 뛰어갔다.


“형! 형!!”


극단에 도착한 준성은 단장을 불렀다.


자신보다 10살이나 많은 단장이었지만 준성은 살갑게 굴면서 단장을 형으로 부르고 있었다.


창고 겸 사무실 겸 휴게실로 쓰이는 곳에 극단 한그루의 단장 최태진이 늘어지게 자고 있었다.


“지금이 몇 시인데 아직도 자!! 형!! 일어나!! 나 합격했어!!”


“응. 축하해.”


최태진은 눈도 뜨지 않고 몸을 돌려 입으로만 축하했다.


“아 진짜 이 양반이!!”


준성은 단장이 덮고 있는 너무 오래되어서 곰팡내가 나는 국방색 모포를 잡아당기며 치웠다.


“일어나 봐!!”


모포가 치워지자 다 늘어난 내의에 사각팬티 바람의 단장이 드디어 눈을 뜨며 몸을 일으켰다.


“좋은 말로 할 때 그거 내놔라.”


짐짓 목소리를 낮추고 단장의 위엄으로 단원을 위압하려 했고 그 모습을 본 준성은


“눈에 눈곱이나 떼고 그런 말이나 하셔.”


떡 진 머리에 늘어진 내의 복장으로는 설득력이 없었나 보다.


“형. 나 오디션 1차 합격했다고!”


칭찬해 달라는 표정으로 단장에게 이야기했지만 정작 태진은 관심도 없는지 배를 긁으며 하품과 함께 대답해줬다.


“하아암. 그르냐? 축하.”


“에이. 반응이 왜 이래? 좀 더 격하게 축하해 줄 수 없어?”


태진은 물끄러미 준성을 보고 한 마디 물었다.


“거기 심사위원 중에 천영석 PD라고 있었다며.”


“어! 근데 형이 천 PD를 어떻게 알아?”


SH엔터의 오디션 진행이 지역 신문에 났고 그 오디션 심사위원 대표가 천영석 피디라는 것도 신문에 확인했지만, 태진은 준성의 질문엔 대답하지 않고 자신의 말만 했다.


“암튼 최종 오디션 떨어진다고 해도 실망하지 마라. 그건 네 실력이 없어서 떨어진 것이 아니니까.”


“아니 이 양반이! 1차 합격하고 온 사람한테 무슨 망발이야!!”


“운이 좋아 1차 합격해도 2차 떨어지는 사람 많으니까. 그리고 오디션 뽑는 인원도 6명인가 7명인가 밖에 안된다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니 너무 호들갑 떨지 말라는 의미로 한 말이니 새겨듣거라.”


좀 같이 기분 내줄 수도 있을 법하건만 단장은 한 번도 이런 일에 같이 즐겨주지 않았다.


준성이 생각하기에 단장은 예전부터 그랬던 거 같다.


다른 일은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지만 드라마나 기획사 오디션을 보게 되면 말을 아끼거나 기대를 하지 말라는 말을 전했다.


그러다 단원들은 그런 단장의 모습에 실망해서인지 떠나는 경우가 보통이었기에 정말 이 극단의 인원은 항상 5명을 넘지 않았다.


전임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단장의 솔직한 조언인데 아무리 기분이 나빠도 극단을 나가는 건 너무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지만, 막상 직접 당하고 보니 선배들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아무튼 1차 합격자들은 5명씩 조를 짜서 5분짜리 연기를 해야 해. 그러니 형이 좀 도와줘.”


준성은 태진에게 2차 오디션 진행 방법에 이야기해주고 도움을 요청했다.


태진의 반응은 시큰둥했지만, 준성은 연기에 대한 열정이 있는 태진을 알기에 분명히 도와줄 것으로 여겼다.


“조원들과는 연락해봤어?”


‘역시!’


“이제 연락해야지. 시간이 2주 밖에 없으니 빠르게 일정 잡고 장르랑 내용 정하고 역할 분담도 하려면 빠듯하네. 그러니 형은 장소 대여랑 연기 지도만 부탁해.”


“이 자식이. 단장을 마치 자기 종 부려 먹듯 하네!?”


태진이 눈을 부라리며 얘기했지만 떡 진 머리와 목이 늘어진 내의로는 전혀 협박이 되지 않았다.


“대신 연기 지도 있는 날은 내가 짜장 쏜다!”


“하. 이 자식. 겨우 짜장 따위로 날 사려고!? 삼선!!”


“콜!!”


삼선 짜장에 자신을 판 단장은 은근 그날이 기다려졌다.


‘물론 난 짜장이 아니라 애들 연기 지도하는 게 기다려지는 거야. 암튼 그런 거야!’


----


준성은 자신의 조원들에게 연락해서 다음 날 미팅 일정을 잡고 극단 한그루가 있는 곳으로 모이기로 했다.


4명 모두 전주에서 살았어도 이런 자그마한 극장이 시내에 있는 줄은 몰라서 한참을 헤맨 끝에 준성이 나가서 사람들을 데려왔다.


지하로 내려가는 좁은 계단을 위태롭게 내려간 그들은 퀴퀴한 곰팡내를 느끼며 안으로 소극장 안으로 들어섰다.


새로운 사람이 온다는 생각에 단장은 평소와 달리 말끔한 모습으로 무대 위에 서서 그들을 맞았다.


“나의 무대에 온 것을 환영하오. 나는 극단 한그루의 단장 최태진이라 하오.”


태진은 무대 위에서 임금의 곤룡포(비슷하게 생긴 옷)를 입고 사극 톤으로 조원들을 맞이했다.


그 모습을 처음 본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 줄 몰라 멀뚱히 서서 꾸벅 인사를 했고 그 모습을 조원 뒤에서 지켜보던 준성이 대신 조원들에게 얘기했다.


“하아. 저래 보여도 착한 형이에요. 자, 무대 위로 올라가죠.”


무대 조명을 다 켜서 무대 위는 환했고 상대적으로 객석은 어두워 그쪽은 잘 보이지 않았다.


태진이 새로 온 4명에게 물었다.


“자, 서로 잘 모르는 거 같은데 간단하게 자기소개해 볼까요? 일단 저는 이 극단의 단장 최태진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서른여섯 살이에요.”


갑자기 분위기 자기소개하는 상황이라 얼떨떨하면서 태진의 옆에 있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기린예대 연극영화과에 재학 중인 양지훈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스물넷입니다.”


기린예대 연영과라는 말에 태진이 반가워했다.


“오~ 학교 후배를 여기서 만나네? 반가워요. 나도 10년 전에 거기 다녔어요.”


“아, 그러십니까? 선배님. 반갑습니다.”


둘의 이야기가 길어지자 지훈의 옆에 있던 준성이 그들의 말을 끊고 자기소개를 이어갔다.


“안녕하세요. 박준성입니다. 온고을대 문예창작과에 다니고 있고 나이는 스물여섯입니다.”


“김이슬이라고 해요. 온고을대 산디과 다니고 스물 한살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안준영이라고 합니다. 한일대 무역학과 다니고 나이는 스물두 살입니다.”


“저는 남원대 경제학과 다니는 송호준이라고 합니다. 올해 스물넷입니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끝내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며 준성이 의견을 제시했다.


“다들 아시다시피 우리 5명이 5분짜리 연기를 만들어서 심사를 받아야 해요. 그러면 장르를 먼저 정하고 다음으로 내용을 정하면 어떨까 싶은데 생각해 보신 것 있으세요?”


제일 먼저 의견을 낸 사람은 양지훈이었다.


“저는 퓨전사극을 하면 어떨까 합니다. 요즘 한창 유행하는 퓨전사극 ‘궁궐’의 인기가 있으니 그 인기에 편승해서 극 중 한 장면을 따라서 해보는 거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김이슬이 드라마를 재밌게 봤는지 그 의견에 동참하고 나섰다.


“저는 좋아요. 드라마를 본방에 재방까지 보는 사람으로서 웬만한 대사는 기억할 정도예요.”


그러자 안준영이 반대하고 나섰다.


“저는 그 드라마 못 봤습니다. 근데 사극이면 좀 그렇지 않나요? 말투도 현대 말투와 다를 텐데 괜히 어색한 말투 쓰는 거 보단 현대극이 나을 것 같은데요.”


“드라마를 안 봐서 그러는 모양인데. 퓨전사극이라고. 시대는 현대라 대사도 현대극과 같고 궁궐에 있을 때만 다르게 표현하니 그 부분을 제외하고 진행하면 나을 거로 생각해.”


김이슬이 적극적으로 궁궐을 하는 거에 지지하고 나서자 준성이 자신의 의견을 냈다.


“심사 항목에 분명 자유라고 되어있지만, 만약 드라마를 사용하게 된다면 분명 드라마와 우리의 연기력을 비교할 거로 생각해요. 아무리 우리가 잘한다고 하더라도 드라마 배우들의 실력을 뛰어넘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굳이 그런 리스크를 감당할 필요가 있을까요?”


“저도 준성이 형 의견에 동참합니다. 분명 드라마와 우리를 비교할 건데 이건 잘해도 본전인 것 같아요.”


지금껏 조용히 듣고 있던 호준마저 반대 의견을 내놓자 양지훈의 표정이 구겨지며 호성에게 쏘아붙였다.


“그럼 어쩌자고? 시간은 2주밖에 남지 않았는데 새로운 극을 만들자고? 언제 만들어서 언제 연습하고 언제 맞춰본다는 거야!?”


목소리가 커지자 태진이 나서서 말렸다.


“워워. 후배. 감정은 연습할 때나 필요하지 지금 이 자리에선 불필요한 것 같아. 그리고 제삼자긴 하지만 이 극단의 단장이자 연기 선배로서 한마디 하자면 준성의 말이 맞아. 심사위원들에게 비교할 거리를 굳이 줄 필요는 없지. 물론 심사위원들은 그럴 목적으로 연기 주제를 자유라고 했지만 결국 드라마의 한 장면을 따오는 게 보통이니까. 그리고 지금 굳이 새로운 극을 만들 필요도 없어. 이미 만들어진 것을 쓰면 되니까.”


“아니 말씀이 모순이 있는데요? 심사위원들에게 비교 거리를 주지 말자고 하시면서 이미 만들어진 것을 쓰는 건 같은 말 아닙니까?”


지훈은 자신의 말에 딴지를 거는 사람들밖에 없는 것 같아서 선배라는 사람에게도 말이 곱게 나가지 않았다.


그런데도 태진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오히려 약간 미소까지 띠면서 답해줬다.


“모순이 아니야. 이미 만들어져 있지만, 심사위원들은 모르는 극을 하면 되는 거니까.”


“세상에 그런 게 어딨나요?”


이슬이 뾰족한 목소리로 묻자 태진이 손가락을 위로 가리키며 되물었다.


“여러분들이 있는 이곳이 어디지요?”


주위를 둘러보자 지훈은 그때서야 태진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았다는 듯 표정을 바꿨다.


“네. 여기는 연극을 하는 곳입니다. 그리고 연극은 영화나 드라마처럼 재방송이 없지요. 물론 인기 많은 극단이라면 전국 순회공연을 하지만 우린···.”


차마 그다음 말은 하지 못하고 얼버무리는 단장을 대신해서 준성이 말을 이었다.


“자자. 암튼 우리 극단에서 했던 극이라면 굳이 지금 새로 만들 필요도 없고 이미 극을 올렸던 경험이 있어서 여러분들에게 연기 지도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그걸 해보는 건 어떨까 싶어요.”


준성의 말에 준영과 호준은 찬성한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슬과 지훈은 대꾸하지 않았다.


‘쳇! 결국 자기 잘난 척하려고 이곳으로 모이자고 한 거야?’


지훈은 내심 이런 생각을 했지만, 지금으로선 딱히 방법이 없기에 어쩔 수 없이 따르기로 했다.


그렇게 조원들의 의견을 결정하고 준성이 대본을 나눠 주면서 이야기를 이었다.


“이 극의 장르는 법정물이었는데 그중에서 하이라이트에 속하는 장면입니다. 여기에 등장인물이 총 6명이 나오는데 우리는 5명이니 한 명이 어쩔 수 없이 1인 2역을 해야 할 듯싶어요.”


준성이 대본을 나눠주자 지훈이 의도적인 질문을 날렸다.


“이 극이 심사위원들이 모를 거라는 걸 어떻게 알죠? 이 극도 유명한 극에서 따온 거 아니에요?”


그러자 태진이 얘기했다.


“그럴 일 없어요. 이 연극은 총 8회 진행됐고 내가 알기론 심사위원 중 한 명도 이 극을 보러 온 사람이 없으니까.”


“어떻게 그렇게 자신하죠?”


“왜냐면 우린 인기가 없...”


다시 태진의 표정은 시무룩해지며 목소리가 작아졌고 대신 준성이 말을 이었다.


“암튼 심사위원은 모를 것이라고 확신해요. 왜냐면 이 극은 나와 태진 단장님이 만든 극이기 때문이에요.”


“아.”


그 말에 나머지 사람들은 이해하고 더는 그 문제로 불만을 얘기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배역을 선정하는데 의견 다툼이 일어났다.


검사의 대사가 많기에 지훈과 이슬이 서로 검사 역할을 하려고 각을 세웠고 결국 대사를 누가 더 잘 처리하느냐로 판단하기로 했다.


이슬은 연영과 출신인 지훈보다 불리하니 그에게 핸디캡을 줘야 한다고 했지만, 태진은 한마디로 정리했다.


“여기 연기하러 모인 곳이지 경기하러 모인 곳 아니잖아? 그리고 심사는 2주 후에 하니까 그때까지 실력을 올리는 게 어때?”


이슬은 마치 모욕이라도 당한 듯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지만, 태진은 이슬을 무시하고 지훈에게 연기 시작을 알렸다.


지훈은 목을 가다듬더니 곧 감정을 잡고 연기를 시작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피고 박윤식은 2001년 3월 15일 밤 11시 피해자이자 동거녀인 김지윤의 바람을 의심하며 그녀와 말다툼을 시작했습니다. 밤늦은 시간까지 큰 소리로 싸우는 소리에 집주인 김한배 씨가 주의를 시키기까지 했습니다. 결국 피고 박윤식은 화를 참지 못하고 주방에 있던 식칼로 김지윤의 복부를 수십 차례 찔렀고 김지윤은 과다 출혈로 그 자리에서 사망하였습니다. 이 식칼을 증거로 제출하며 이 자리에서 집주인 김한배 씨를 증인으로 요청합니다.”


지훈은 처음 해보는 긴 대사지만 연영과 출신인 만큼 정확한 발음으로 대사를 무난하게 소화했다.


태진은 별다른 말 없이 이슬을 바라보며 진행하길 종용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피고 박윤식은...”

이슬의 연기도 지켜봤으나 역시 연기를 해보지 않은 사람이다 보니 말투와 표현이 어색했고 중간중간 대본을 보면서 읽는대도 버벅대는 모습을 보이다 마지막엔 대사를 끝까지 못 하고 멈춰 버리고 말았다.


아마 본인이 하면서도 지훈보다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지 싶었다.


태진이 입을 열었다.


“연기라는 것은 보는 것과 달리 실제로 해보면 상당히 어렵습니다. 어디에서 끊고 숨을 쉬어야 할지 말투와 목소리 톤은 어떻게 내야 할지도 생각해야 하지만, 그 대사에 맞는 표정과 몸짓, 도구의 활용은 어떻게 할 것인지 모두 계산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연기는 생각보다 매우 어렵습니다. 대사에 욕심이 많은 건 물론 좋은 자세지만 그걸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그게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짧은 대사지만 그것을 정확하고 완벽하게 구사하는 게 오히려 심사에 더 좋은 모습을 보이는 방법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누구에게 하는 말이 아닌 그곳에 있는 모두에게 태진이 연기 선배로서 해주는 말이었고 그 말을 들은 모두는 깊이 공감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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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077 승격 +1 22.03.18 251 1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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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073 두 번 버려지는 아이들 (1) +1 22.03.14 297 11 16쪽
70 072 Issue Maker +1 22.03.11 310 13 17쪽
69 071 Untouchable +1 22.03.10 293 10 17쪽
68 070 해결책 +1 22.03.09 294 12 16쪽
67 069 미래 계획 +1 22.03.08 292 10 17쪽
66 068 나랑 일 하나 합시다 +1 22.03.07 296 12 17쪽
65 067 2차 오디션 +1 22.03.07 290 1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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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063 SH 엔터테인먼트 +1 22.03.02 361 13 15쪽
60 062 형섭 (2) +1 22.03.01 351 1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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