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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개
작품등록일 :
2013.06.18 11:57
최근연재일 :
2015.09.07 22:37
연재수 :
8 회
조회수 :
1,612
추천수 :
54
글자수 :
20,576

작성
15.08.27 23:01
조회
200
추천
8
글자
6쪽

황당한 여자

DUMMY

사람들이 각자의 일에 열심인 동안 피씨방 여기저기에 검은 구름이 슬며시 자리를 잡았다. 어떤 구름은 모니터 앞에 나타났기 때문에 곧바로 알아차린 사람도 있었다.


“뭐지? 모니터 탔나?”


“우와, 씨발 터지는 거 아냐?”


동네 양아치로 보이는 두 남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바람에 피씨방에 자리 잡은 검은 구름들이 사람들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 구름은 은정과 해진의 자리에도 피어올랐다. 해진은 오늘 찜찜했던 기분이 더 찜찜해지자 자리를 피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리고 조금 전부터 불안했던 느낌이 해진을 더 당황하게 만들었다.


“은정아, 나가자.”


해진이 일어나며 은정을 재촉했다. 하지만 은정은 별일 아니라는 듯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오빠. 괜찮아, 금방 고칠 거야.”


검은 구름은 여기저기서 점점 넓어져 피씨방을 물들이고 사람들도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팔자 좋은 소리하는 은정이 황당했다.


‘게임중독, 역시 무서워. 그냥 혼자 갈까?’


해진이 잠깐 고민했지만 혼자 가기엔 은정이 너무 섹시했다. 미련한 남자처럼 은정을 포기하지 못하는 자신이 짐승 같다는 생각에 웃겼지만 어쩔 수 없었다. 발밑에서 올라오는 검은 구름이 앉아있는 은정의 무릎을 덮어갔다.


‘이게 뭐지? 타는 냄새도 안 나고. 질식시키지도 않고. 분명 유독가스는 아닌데.’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들이 카운터를 향해 움직이긴 하지만 소란 피우는 사람은 없었다. 연긴지 안갠지 모를 것이 나타나 놀라긴 했지만,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자 그저 이 자리를 피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생각한 모양이다.


해진도 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라 다시 은정을 재촉하려고 손을 뻗었다. 억지로 일으키면 화를 낼 수도 있으니 어깨를 가볍게 두드릴 참이었다. 손이 은정의 어깨와 한 뼘 정도 떨어졌을 때 은정을 불렀다.


“은정아, 다른 피씨방으로 가도 되......흐으읍!”


“으으응.”


해진의 손과 은정의 어깨 사이에서 번개가 쳤다. 작은 번개는 흔히 구경하던 구 안의 스파크처럼 ‘지지직’거리는 소리를 내며 쉼 없이 두 사람을 찔렀다. 두 사람은 몸을 떨면서도 기절하거나 쓰러지지는 않았다. 이상한 일이긴 하지만 곧 더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주변의 모든 검은 구름이 먹구름 모이듯이 두 사람에게 모여들었다.


커다란 공처럼 두 사람을 감싸버린 후, 번개는 그 수가 늘었고, 더 세졌다. 하지만 번개의 빛은 검은 구름을 조금도 벗어나지 않고 밖으로 흘러나오지도 않았다.


번개로 보이는 그것이 진짜 번개라면 전자는 은정에게서 나와 해진에게로 이동 할 테고, 번개는 해진에게서 나와 은정에게로 꽂힐 것이다. 뭔 진 모르지만 은정에게선 음(陰)에 해당하는 것이 실제로 해진을 향했다.


조금 각진 얼굴이었던 해진은 점점 선이 가늘고 예쁘장한 얼굴로 변했는데 중성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줬다. 반대로 색기 어린 은정의 얼굴은 털이 수북하게 나고 광대뼈도 튀어나오더니 턱뼈도 두툼해지며 각진 얼굴이 되었다.


번개로 보이는 것이 제 역할을 충분히 하자, 검은 구름은 중심 되는 한 점으로 수축하고 그대로 사라졌다. 남은 자리는 구 모양으로 잘려있었다. 위아래로 조금 구멍이 뚫려 위층과 아래층이 보이고, 두 사람이 사용하던 컴퓨터 책상과 전자기기들도 사라져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휑했다.



은해진. 올해로 42세인 건장한 남자로 아내와 두 아들을 두고 있는 가장이다. 대를 이어 갈비 집을 하는데 유명한 맛 집이라 돈에 쪼들리지는 않았다. 오히려 돈이 넘치는 집안이라 다른 사업에 욕심낼 만도 하지만 그러지 않으니 돈이 쌓여만 갔다.


가정은 겉으로는 평온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았다. 한창때는 뜨거웠던 부부사이도 조금씩 식어가고, 지금은 아들을 위해 억지로 참으며 헤어지지 않는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해진이 조금씩 밖으로 나돌기 시작했다. 아내는 속은 상했지만 얼굴 안 봐 홀가분하기도 하여 그냥 놔뒀다. 이젠 아예 볼 수 없게 됐지만.


‘털썩’


“아, 살 것 같다.”


뭔지 모를 잡것에 고통 받다 갑자기 편안해지니 잠시지만 천국에 온 기분이었다. 뒤로 나뒹굴어도 상관없다는 심정으로 주저앉았는데, 마침 의자가 그를 받아주었다.


“뭐지?”


행복한 기분에 젖어있다 눈을 뜨고 보니 지평선이 보이는 황무지였다. 있는 거라곤 돌과 흙, 바람, 편안한 의자와 컴퓨터가 놓인 책상이 전부였다.


“뭐야? 사람 없어요~~? 사람 살려~~~!”


하지만 뻥 뚫린 황무지에선 메아리조차 없었다.


“허 참. 마누라 보기 싫어 바람 좀 폈다고 벌 받는 거야 뭐야?”


아무리 봐도 30대 중반으로만 보였던지라 역으로 40대라고 우기면 여자가 더 믿지 않았다. 은근히 그런 상황을 즐기며 마누라완 비교 할 수 없는 젊은 여자들과 어울렸다.


“결국 결론은 독방에 갇히는 걸로 끝나는구나. 좀 넓은 독방.”


가정에 미련이 없는지라 별 걱정도 들지 않았다. 걱정되는 건 여기서 어떻게 살아남느냐는 것이다. 먹을 것도, 마실 것도, 아무것도 없는 이곳에서.


“컴은 돌아가네? 죽더라도 심심하진 말라는 배련가?”


전기도 없는 이곳에서 모니터는 여전히 빛을 뿜고 있었다. 의자를 당겨 화면을 쳐다보니 ‘종족을 고르세요.’라는 글자가 떠있다.


[전투 병력]

1. 악마 계열

2. 천사 계열

3. 몬스터 계열

4. 야수 계열

5. 사람 계열


“흠......”


‘나 차원이동 한 거야? 게임 시스템이 적용되는 곳으로?’


“허허. 미치겠구나.”


인터넷 소설에 빠져있던 시기가 있었다. 뭐든 되는 소설에선 차원이동도 흔했다. 게임 역시 마찬가지.


“아니지. 위기는 기회라고 했으니, 요걸로 좀 살아나 보자.”


대강 훑어보니 전투, 생산, 연구, 신앙, 교육의 구분이 있고, 각각의 항목은 다시 종족으로 나뉘었다. 그리고 종족에서 다시 원하는 개체를 선택하면 설정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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