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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문학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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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수문학도
작품등록일 :
2019.03.04 13:13
최근연재일 :
2019.07.12 18:00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6,553
추천수 :
255
글자수 :
329,437

작성
19.03.11 00:07
조회
104
추천
4
글자
10쪽

산 위의 횃불 (2)

“나는 결코 그 누구도 신뢰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작가로서 어느 정도까지 나는 평범한 사람들을 나의 친구로 삼아 왔다. 하지만 현재 내가 대중과 맺고 있는 관계에 관해서 보면, 나는 다시 한 번 후손들을 나의 신뢰할 수 있는 친구로 삼아야만 한다. 누군가에 대해서 웃고 있는 똑같은 사람들이누군가의 진정한 친구가 되기는 어려운 일이다.” 쇠렌 키르케고르 , 《일기》




DUMMY

“아쉽게도 공작은 없는 거 같네.”

“으아아!”

마구간지기가 도망치려 단테 쪽으로 달려왔다.

휘익

일렁거리는 화염 속에서 화살 하나가 날아와 그의 어깨 죽지에 박혔다.

“으윽.”

신음 소리를 내며 고통스러워하던 남자는 그대로 땅바닥에 쓰러졌다.

“어머? 도망치지 않는 거니?”

단테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말을 타곤 있지만 지금 등을 돌려 도망치려 하면 마구간지기가 맞았던 화살이 자신에게도 똑같이 날아올 것이다. 또한 숨이 불규칙해진 남자의 상태를 보니 독을 바른 모양이었다.

“어설프게 도망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죠.”

여자는 단테의 말에 잠깐 멈칫 하다가 깔깔 웃기 시작했다.

“아하하. 배짱 한 번 좋네. 마음에 드는 걸? 난 예언자 ‘마리’라고 한단다. 너는?”

단테의 눈이 가늘어졌다. 동시에 머리가 차갑게 식는 게 느껴졌다.

“예언자가 불도 지르고 제가 알던 것과는 좀 다른걸요?”

마리가 푸흡 하고 웃더니 입을 가렸다.

“시대가 시대니까 말이야. 예언자라 해도 자길 지킬 힘 정도는 있어야지.”

여자에게서 별 다른 움직임은 없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그쪽 세계는 사람 죽이는 것 까지 허용 되나보죠?”

단테의 손이 허리춤에 찬 마테아스에게 받은 칼집으로 갔다.

“어머, 그런 하찮은 걸로 날 상대할 생각이니? 내가 기대했던 건 좀 더 고차원적인 거였는데 말이야.”

“고차원 적 인거?”

단테가 단숨에 알아듣지 못하자 마리가 한숨을 내쉬면서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켰다.

“그래, 예를 들자면 네 등 뒤에 있는 꽁꽁 숨겨 놓은 거.”

“···당신 뭐야?”

“그렇게 힌트를 많이 줬는데 아직도 못 알아먹은 거니? 아니면 모르는 척 하는 거니?”

발소리가 났다. 아마 저택의 상황을 정리 하고 이쪽으로 오는 것 같은데 얼핏 열 명은 넘게 느껴졌다.

“당신은···섬사람인가?”

“딩동댕. 뭐 나야 너 같은 반쪽자리는 아니지만 말이야.”

반쪽자리라니? 순간 의문이 들었지만 자신의 출신이 지금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음, 난 관대하니까 좀 더 알려줄까?”

단테가 대답하지 않자 멋대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동시에 복면을 쓴 무리가 그녀 주변에 몰려들었다. 눈으로 재빠르게 훑어보니 아까 발소리가 났던 사람보단 적었다. 산 밑으로 내려간 건가?

“너나 공작이나 사실 중요하진 않아. 내가 필요로 하는 건 그녀 뿐 인거든.”

그때 등 뒤에서 짐승 소리가 났다.

“단테!”

조엘의 목소리였다. 그러나 마리의 말을 되짚던 그가 심각한 표정이 되어 소리쳤다.

“아델라는요?”

“아델라는 지금 그 자와 싸우고 있어!”

조엘의 외침에 마리는 작전이 성공했음을 알고 박장대소했다.

“아하하하, 우매한 것들. 너희가 아무리 발전해봐야 어차피 우리 손 안이지.”

예언자는 등을 돌려 화염에 휩싸인 저택으로 걸어갔고 그녀를 지키던 무리는 단테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제야 돌아갈 수 있어.”

마리의 모습이 사라지자 단테가 초초해졌다.

“이건 함정이에요! 아델라를 지켜야 해요. 어서 돌아가요!”

“뭐?”

조엘의 말이 달려오는 속도에 정통으로 부딪힌 사람이 비명 소리를 내며 튕겨나갔다.

“놈들은 우리들이 아닌 아델라를 노리는 거예요. 설마 혼자 남겨 두고 왔어요?”

단테의 불안한 눈이 조엘의 노란 눈과 교차했다.

“마테아스가 남았어.

“부족해요. 상대는 그 입 가린 놈이죠?”

“그래!”

달려든 두 사내를 차례로 제압한 조엘이 소리쳤다.

“지금 어디에 있어요?”

저택의 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 산을 태울 기세로 일렁거렸다.

“이 길을 내려가다 보면 있을 거다.”

단테는 망설임 없이 말을 돌려 내려가기 시작했다. 마리는 제외하더라도 저들의 목적은 공작이었다. 공작이 함께 내려오려 한다면 앞뒤로 포위되는 꼴이었다. 차라리 조엘의 실력을 믿는 것이 옳았다.

“저 사람들 독을 쓰니까 조심해요!”

조엘이 뭐라 대답한 것 같았지만 이미 출발한 단테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불길한 예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자신이 놓친 것이 무엇일까. 어설픈 프로도티를 첩자로 보낸 것? 섬을 바로 떠나지 않고 대비를 한답시고 시간을 지체한 것? 아니다. 이런 게 아니다. 가장 큰 원인은 자신이 오만했기 때문이다. 상대가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여 줄 거란 오만함이 일을 망쳤다. 그들은 조엘과 비교했을 때 잘나면 잘났지 절대 부족하지 않은 백전노장 들이었다. 단테는 그런 자들을 상대로 조금 앞서는 지식으로 여유롭게 이길 수 있다 생각했다. 그리고 그 오만함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었다.

“크흑.”

눈에서 자꾸 눈물이 나려했다. 팔로 자꾸 씻어 내려했지만 한 번 터진 눈물은 멈출 생각이 없었다. 이럴 때 왜 크리스 형이 해준 아무도 믿지 말란 말이 생각이 날까. 혹시 그 말은 자신 스스로도 과신하지 말란 말이 아니었을까?

“제발, 제발, 제발 아델라.”

아델라는 처음에는 특이한 아이였다. 지금까지 봐왔던 사람들 중 누구보다 자신에게 당당한 소녀었다. 그녀는 비록 태양 아래에서 살아 갈 수 없었지만 단테가 생각하기에 그 누구보다 태양과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저건”

길을 내려오는데 바닥에서 번뜩임이 일었다. 말을 급히 멈추고 내려 살펴보자 칼날이었다.

“···!”

핏자국이 산 속으로 이어졌다. 단테는 앞에 어떤 위험이 도사릴지 모르지만 망설일 수 없었다.

“아델라! 마테아스씨!”

단테의 외침에 대답은 없었지만 열 걸음 너머에 빛줄기가 생겼다가 사라졌다.

“아델라!”

둘을 발견한 단테는 예상보다 처참한 상황에 경악했다.

“···.”

그는 검을 겨우 간신히 쥐고 있는게 보일 만큼 기력을 많이 소모했다. 거기에 짐승에게 물린 것처럼 왼 어깨가 깊게 패여 있었다.

“여기 왜 왔어? 다른 사람들은?”

아델라의 숨소리도 고르지 못했다. 아마 익숙하지 않은 기술을 너무 무리해서 사용한 것 같았다.

“없어! 위에서 싸우고 있어.”

저택의 불길에서 들었던 사라진 발걸음은 아델라와 마테아스를 포위하고 있었다. 단테는 그들 사이를 말로 들이 받았다.

“마테아스씨 이거 받아요”

아까 저택으로 떠나면서 받았던 마테아스의 검을 그에게 다시 던졌다. 다행히 아직 도망 칠 수 있는 여력은 남은 거 같았다.

“아델라 어서 말에 올라타!”

“뭐?”

포위가 풀린 지금 바로 탈출해야 했다. 최대한 아델라에게 가까이 가서 손을 내밀었지만 그녀가 망설였다.

“하지만 마테아스씨가!”

“전 괜찮습니다.”

마테아스는 아델라를 낚아채 단테의 말 위로 던지자 단테가 가까스로 받아냈다.

“아가씨를 만나서 기뻤습니다.”

말을 끝맺음과 동시에 그는 무리로 뛰어들었다. 잠깐 그를 지켜보다가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숲을 빠져나가자 자신이 찾던 그 사람이 없다는 걸 깨닫고 그녀에게 물었다.

“그 놈 어디로 간지 알아?”

아델라의 얼굴에도 핏자국이 군데군데 있었다.

“아니, 어느 순간 사라졌어.”

그렇다면 매복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잠깐만 풀어줄래?”

그녀는 어리둥절해 했지만 순순히 그의 말을 따랐다. 아델라가 잠깐 그의 허리에 얹은 손을 풀자 단테는 재빠르게 허리춤에 있는 피스톨을 꺼내 안전장치를 해제했다.

“그건··· .”

더 물을 틈도 없이 단테는 빠져나온 길을 따라 항구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어차피 다시 올라가봤자 지친 아델라나 조엘이나 그의 군사들만큼 싸움에 능숙하지 않아 짐이 될게 뻔했다. 차라리 배에 돌아가 조엘 일행이 돌아올 때까지 농성이라도 하는 게 낫다 판단했다. 게다가 여길 빠져나가려면 배를 지켜야 했다.

“미안, 다 이야기 해줬어야 했는데 정말 미안해. 여길 빠져나가면 이야기 해줄게.”

등 뒤에서 그녀의 체온이 느껴졌다.

“알겠어.”

다시 도망치는데 집중하려 하는데 길 옆에서 무언가가 기괴한 소리를 내며 튀어나왔다.

“카악!”

단테가 찾던 그자였다. 순식간에 접근한 채 날카로운 송곳니로 말의 다리를 물어뜯었다.

히이잉!

말이 거친 소리를 내뱉으며 쓰러지자 그 둘도 함께 넘어졌다.

“으윽!”

단테가 순간적으로 아델라를 감싸서 떨어진 덕분에 그녀는 크게 다치지 않은 것 같았다. 안심한 그가 일어나려하자 몸이 말을 안 들었다.

“···죽···인···.”

기괴한 입의 남자가 아델라를 향해 달려들려 하자 단테는 필사적으로 자신의 등에 깔린 피스톨을 찾았다. 그리고 그걸 잡고 꺼내려 할 때

“그만.”

사라졌던 마녀 마리가 나타나 제지했다.

“귀여운 도련님. 제법이내? 그 상황에서 도망도 치려하고 칭찬해 줄게.”

그녀는 단테의 품안에 기절해있는 아델라를 낚아채 가볍게 어깨에 두르더니 단테를 버리고 떠나려 했다.

“그 용기가 가상해서 살려는 줄게. 어차피 죽겠지만.”

그녀는 아델라를 차지하는 거에 정신이 팔린 탓인지 단테가 등 뒤에서 총을 꺼내려 했던 것을 눈치 채지 못한 듯 했다.

“누구 맘···대로!”

단테가 아직도 으르렁 거리는 사내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탕!

딸깍 소리를 내며 다음 탄알이 장전됐다. 아까보다 더 신중하게 호흡을 집중해서 목표를 겨눴다. 그녀를 상처 입히고 싶지 않았지만 선택지가 없었다.

“이게!”

탕!

두 번째 탄환은 마녀를 거쳐 어깨에 매달려 있는 아델라의 다리에 명중했다. 동시에 단테는 피스톨을 떨구면서 서서히 의식을 잃어갔다.

어둠으로 향하는 마지막으로 보인 것은 당황과 분노가 일렁이는 다급한 마리의 얼굴이었다.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연재를 시작한 수문학도 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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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위의 횃불 (2) 19.03.11 105 4 10쪽
10 산 위의 횃불 (1) 19.03.08 99 3 11쪽
9 야시장 (2) 19.03.07 123 3 19쪽
8 야시장 (1) 19.03.06 130 5 16쪽
7 이소도스 (3) 19.03.06 125 3 15쪽
6 이소도스 (2) 19.03.06 124 3 17쪽
5 이소도스 (1) 19.03.06 193 3 18쪽
4 아델라 이블린 (2) 19.03.05 220 3 18쪽
3 아델라 이블린 (1) 19.03.05 368 4 18쪽
2 레-솔리튜드 (2) 19.03.04 534 13 12쪽
1 레-솔리튜드 (1) +11 19.03.04 1,542 1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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