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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 님의 서재입니다.

왜 그냥 죽지 않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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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rainso93
작품등록일 :
2024.02.29 20:41
최근연재일 :
2024.07.12 18:0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633
추천수 :
189
글자수 :
81,582

작성
24.07.02 18:00
조회
16
추천
5
글자
5쪽

#.33 최후의 전투 1

DUMMY

“잠들었어?”

“......응.”


천천히 방으로 들어선 이안은 가벼운 가운 차림으로 침대 헤드에 기대어 앉아 있는 자신의 부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에게서 들려온 질문은 매일매일 듣던 것과 같았는데, 늘 따뜻하기만 했던 안방의 공기는 평소와 몹시도 달라서.

짧은 대답을 겨우 내어 놓은 이안은 평소보다 조금 머뭇대는 움직임으로 그녀의 옆에 자리를 잡았다.


“..........”

“..........”


두 사람 사이에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설도 이안도 무엇인지 알지 못할 것에 화가 난 상태라, 말을 아끼는 중이었다.

무엇인지 알 수 없었으나, 적어도 그게 서로여서는 안 되었으니.

차분히 말을 고르고 또 고르려는 거였다.


“설. 총공격은.....”

“없앨 수 없어?”

“뭐.....?!”


이런 때에도 누가 부부 아니랄까봐.

신중히 말을 고르던 두 사람은 동시에 입을 열었다.

물론, 예상치 못한 질문에 더 놀란 쪽은 이안이었다.


“미안해.”

“..........”


설의 사과가 어떤 의미인지 모르기엔 이안은 그녀와 지낸 시간이 너무 길어서.

그는 노여움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껴야 했다.


“너 정말 이번 일을 멈추고 싶은 거야?”

“응.”

“설!”


이안의 표정이 굳었다.

이안도 이번 계획에 대해 찝찝한 마음은 분명히 있었다.

심지어 제 손으로 그 극악한 것을 만들기까지 했으니, 오죽할까.


“설. 상대는 정부 놈들이야.”

“..........”

“그들을 죽일 기회가 왔는데. 그걸 없애겠다는 거야?”

“..........”


그러나 그는 독재 정권에 의해 부모님이 눈앞에서 무참히 살해당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던 사람이었고, 그 어린 나이에 자신보다 더 어린 동생과 덩그러니 남겨져, 결국 저항군의 손에, 더 정확히는 설의 아버지인 저항군 수장의 손에 길러진 사람이었다.


“거기에 그들만 있는 게 아니잖아.”

“알아. 나도 이번 계획이 완전무결하다고 생각하진 않아. 하지만 이 독재를 끊어낼, 어쩌면 유일한 방법일지도 몰라.”

“!........”


설이 헛숨을 들이켰다. 이안의 눈이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해서 그랬다.

성정이 다정하고 가끔은 어린 양을 부리기도 했지만, 이안은 대체로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설은 자신의 남편이 이렇게까지 확고한 눈을 하는 건 본 적이 없었다.


“너.....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거야?”

“뭐?”

“기껏해야 열 명도 안 되는 이들을 막겠다고, 수백을 죽이겠다는 거야. 정말 그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해?”

“..........”

“이안, 그들은 악인이 아니야. 그들도 그저, 먹고 살려는 평범한 사람들일 뿐이야.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일터에서 감자 껍질을 벗기고, 변기를 닦는 평범한 소시민들일 뿐이라고.”

“..........”


부인의 믿을 수 없다는 얼굴에 이안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설의 표정은 일견 간곡하기까지 했다.

설이 자신을 저런 얼굴로 쳐다보는 것은 처음이라, 이안은 입안이 썼다.


“........대의를 위해 소수가 희생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이안!”


클래런스에게서 들었던 소름 끼치는 말을, 자신의 남편 입으로 듣게 될 줄은 몰라서.

설은 비명처럼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나 이안은 그녀를 마주 보지 않았다.

이안은, 설의 소중한 남편은 고개를 모로 돌려, 그와 간절히 눈을 맞추려 하는 검은 눈동자를 피해버리고 말았다.


“...........”

“...........”


방 안에 죽음과 같은 정적이 흘렀다. 사람의 사고방식이야 천차만별이라지만, 이안 만큼은 자신과 생각이 같을 거라고 믿었다.

그 소란하던 회의 내도록 굳은 얼굴로 침묵을 유지하던 자신의 남편 만큼은 다를 거라고 믿었는데.


사락-


“!........”


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더 이상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감정이 지나쳐, 가만히 앉아 있기가 힘들었다.

그런 그녀를 잡지도, 그렇다고 막지도 못하는 이안은 참담한 얼굴로 제 손만 내려다보았다.


달칵-


“엄마? 아빠?”

“!”

“!”


죽음 같은 적막이 흐르던 방안에 맑은 목소리가 울렸다.

문 간에 서 있던 설은 그 소리에 기겁하여 몸을 돌렸다.

이안 역시 마찬가지로 파드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조심스럽게 열린 문틈 사이로, 그 문틈보다도 작은 아이가 나타났다.

다 들어오지도 못하고 고개만 빼꼼 내민 가련한 모양새로 두 사람의 아들 더글라스가 제 부모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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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6 위로(衛虜, 붙들고 보듬다) 24.07.12 6 2 5쪽
36 #.35 마지막 크리스마스 24.07.09 11 2 5쪽
35 #.34 최후의 전투 2 24.07.05 15 5 5쪽
» #.33 최후의 전투 1 24.07.02 17 5 5쪽
33 #.32 이브(Eve) 24.06.28 11 5 4쪽
32 #.31 걷잡을 수 없는 3 24.06.25 16 5 6쪽
31 #.30 걷잡을 수 없는 2 24.06.21 20 5 5쪽
30 #.29 걷잡을 수 없는 1 24.06.18 16 5 5쪽
29 #.28 소확행(小確幸, 작지만 확실한 행복) 24.06.14 16 5 4쪽
28 #.27 진실(Truth) 24.06.11 14 5 6쪽
27 #.26 트리거(Trigger) 24.06.07 14 5 6쪽
26 #.25 크리스마스 2 24.06.04 15 5 6쪽
25 #.24 크리스마스 1 24.05.24 17 5 4쪽
24 #.23 설(雪, 눈) 24.05.21 18 5 6쪽
23 #.22 요리(饒摛, 넉넉함이 번지다) 24.05.17 16 5 4쪽
22 #.21 청안(靑眼, 푸른 눈동자) 24.05.14 17 5 3쪽
21 #.20 요호(妖戶, 요괴들의 집) 24.05.10 19 5 4쪽
20 #.19 요양(療養, 휴식을 취하다) 24.05.06 16 5 4쪽
19 #.18 뒤통수 2 24.05.03 17 5 7쪽
18 #.17 뒤통수 1 24.04.30 16 5 4쪽
17 #.16 위엄(㥜掩, 엄습하는 불안) 24.04.26 14 5 5쪽
16 #.15 환궁(還宮) 24.04.23 17 5 5쪽
15 #.14 황궁(惶窮, 몹시 걱정하다) 24.04.19 15 5 7쪽
14 #.13 미남(謎婪, 탐나는 수수께끼) 24.04.16 19 5 7쪽
13 #.12 구신(覯新, 새로운 만남) 24.04.12 17 5 6쪽
12 #.11 봉별(逢別, 만남과 이별) 2 24.04.09 17 5 5쪽
11 #.10 봉별(逢別, 만남과 이별) 1 24.04.05 19 5 7쪽
10 #.9 설원(雪原, 눈밭) 24.04.02 17 6 5쪽
9 #.8 요신(妖神) 24.03.29 16 6 5쪽
8 #.7 안온(安穩, 고요하고 편안한) 24.03.26 18 6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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